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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금화 스무 닢은 물에 젖지 않았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36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가 돈을 주겠다고 말했을 때, 김태오는 먼저 물었다. “예정입니까, 실제 지급입니까?” 드래곤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말을 네게 수십 번 들었다.” “그래서 여쭙는 겁니다.” “오늘 줄 것이다. 바렌이 재원을 확인했다.” 태오는 바로 기뻐하지 않았다. 확인했다는 말과 돈이 손에 들어왔다는 말은 달랐다. 이세계의 관료들을 상대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였다. 바렌이 장부를 펼쳤다. “이번 재원은 계정 47과 관계없는 서남부 토지 임대 계약의 순수 수익입니다. 세금, 계약 유지비, 제삼자 부담분을 빼고 지급 가능한 금액을 검토했습니다.” “얼마입니까?” “금화 스무 닢입니다.” 태오는 가슴이 조금 뛰었다. 여든다섯 중 스무 닢.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급 확인은 마르셀 등록관 입회로 진행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발카스가 팔짱을 꼈다. “내가 직접 가져가면 안 되느냐?”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다만 금화가 실제로 제 손에 들어온 걸 확인해야죠.” “네가 나를 못 믿는다고 생각해야겠군.”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처음엔 못 믿었습니다. 지금은 지급하기로 한 돈은 주신다는 걸 조금씩 믿습니다. 그래도 세는 건 따로 해야 합니다.” 발카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인간답군.” “세입자답죠.” *** 지급은 파벨시 등록소의 작은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바렌이 봉인된 돈주머니를 놓자 마르셀이 인장의 외형을 확인했다. 발카스 개인 자산 계정에서 나온 돈이라는 지급 재원 증명이 준비됐고, 다른 세입자들의 권리를 대가로 포기시키는 조건도 붙지 않았다. “열겠습니다.” 태오는 직접 봉인을 풀었다. 맑은 금속 소리가 났다. 하나, 둘, 셋. 마지막 스무 번째 금화가 테이블에 놓이자 그는 소리 내어 숫자를 확인했다. “스무 닢, 맞습니다.” 마르셀이 영수증에 적었다. [금화 20닢 실수령.] [종전 누적 실지급 215닢.] [누적 실지급 235닢.] [미환급 원금 65닢.] 태오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무척 오래전에는 모든 돈을 한 번에 돌려받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스무 닢씩, 열다섯 닢씩, 서른 닢씩 넘어왔다. 그 작은 이동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다. “이제 예순다섯 닢이군.” 발카스가 말했다. “네. 이번에는 정확하십니다.” “이제 나를 칭찬하느냐?” “정확한 계산은 칭찬할 일이지요.” 드래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 등록소 밖에서는 소피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태오의 지급 소식을 들었지만 자신의 돈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부럽네요.” 태오는 괜히 미안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썼다. “저도 아직 다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제 계약 기준으로 조금 더 받아냈어요.” “우리 계약도 따로 봐야겠죠?” “네. 제가 받은 돈을 다른 분에게 드릴 몫과 혼동하면 안 되니까요.” 소피는 아이의 모자를 고쳐 씌웠다. “전 요즘 새집 계약서를 보면서 겁이 나요. 또 비슷한 일이 생길까 봐.” “리네아 씨와 상담받으셨죠?” “네. 보증금 반환 기한이랑 집 상태 확인 조항을 하나씩 봤어요.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조금 덜 무서워졌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일이 돈을 바로 돌려받는 것만큼 중요할 때가 있었다. 소피는 태오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는 대답을 조심했다. “결정은 소피 씨가 하신 거예요. 저는 기록을 나누어 적는 방법을 도왔을 뿐입니다.” “그래도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그녀가 웃자 태오도 따라 웃었다. *** 오후에는 브라운 금고상회의 대리인이 기록방을 찾았다. 그는 낡은 인장 보관 수수료와 새 보존비의 부담 구분을 묻고 있었다. “드래곤이 돈을 냈다고 하던데, 그러면 창고 자료 중 일부는 그분이 먼저 보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태오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비용과 열람권은 별개입니다. 보관기관이 필요한 범위를 판단해야죠.” “당신도 그분에게서 돈을 받았으면서요.” “제 계약에 따른 원금 반환입니다. 보관료를 받은 게 아닙니다.” 대리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수첩을 꺼냈다. “그렇다면 그 구별을 서면으로 확인받고 싶습니다.” “가능한 공개 자료의 범위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태오는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상회가 미래 비용 분쟁을 막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 유리한 권한을 찾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의도는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과 답변을 남겼다. *** 저녁에 리네아가 작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태오가 받은 스무 닢을 자기 돈처럼 기뻐했다. “이제 예순다섯 금화 남았네요!” “맞아요. 그런데 꽃은 왜요?” “축하해 주고 싶어서요.” “제가 돈을 돌려받을 때마다 꽃을 주시면 집에 꽃밭이 생기겠습니다.” “그럼 매번 꽃을 주는 대신, 마지막 돈을 받는 날에는 뭘 드릴까요?”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바다에 같이 가 주시면 됩니다.” “그건 이미 약속한 거잖아요.” “그럼 약속을 지켜 주세요.” 리네아는 꽃다발을 그에게 건네면서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 “당신은 가끔 너무 욕심이 없어요.” “있습니다.” “뭔데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행을 하루로 끝내지 않고 싶어요.” 그녀의 귀 끝이 붉어졌다. “그건 일정 조정이 필요하겠는데요.” “이번엔 제가 먼저 기다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장부에 적을 수 없는 기쁨도 있었다. *** 지급을 준비하는 동안 바렌은 또 다른 점검표를 내밀었다. 그것은 금화를 담은 주머니보다도 태오의 눈길을 오래 붙잡았다. 서남부 토지의 임대료가 언제 들어왔고, 그 가운데 얼마가 세금과 시설 수리에 쓰였는지 적혀 있었다. “이걸 저한테 전부 보여 주셔도 됩니까?” “개인 정보와 타인 계약은 가렸습니다. 지급 재원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발췌했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렌은 초반에 발카스 대신 세입자에게 시간만 끌게 하던 대리인이었다. 이제는 돈을 실제로 지급하려고 증빙 자료를 정리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바렌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저도 제 직업이 부끄러운 채로 끝나기는 싫어서요.” “대리인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못 정리한 보고서 한 장 때문에 누군가의 이사 날짜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걸 봤습니다.” 태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발카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책임의 의미를 배우고 있었다. 물론 말이 곧 행위는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은 실제 금화를 세기로 한 것이다. *** 돈이 준비되는 사이 태오는 부근의 작은 물류 상인 회의를 다녀왔다. 기록방을 연 뒤 처음으로 초대받은 지역 상인 모임이었다. 한 상인은 창고가 반쯤 비었는데도 임대료가 똑같다며 억울해했고, 다른 상인은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경비를 계속 청구받는다고 했다. 태오는 자신의 사연을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계약에 어떤 서비스가 포함됐는지, 변경 통지는 어떻게 남겨야 하는지, 실제 돈이 나갔을 때 어떤 증빙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했다. “법률 자문도 해 주십니까?” 한 사람이 물었다. “저는 법률 대리인이 아닙니다. 계약서와 영수증을 분류하고 빠진 기록을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법적 판단이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물어보셔야 해요.” “그럼 돈도 많이 못 벌겠네요.” 태오는 웃었다. “그 대신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맡아 실수할 가능성은 줄어들겠죠.” 모임이 끝나자 두 명이 실제 상담을 예약했다. 태오는 사업용 장부에 일정을 적었다. 드래곤에게서 한 번에 돈을 받는 꿈과 달리, 자신의 손으로 조금씩 벌어들이는 미래는 아주 현실적인 모양이었다. *** 금화 스무 닢을 받은 날 저녁, 발카스는 태오를 따로 불렀다. 드래곤은 조용한 조정실에서 벽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내가 아직 두려우냐?” “힘만 보면 두렵습니다. 제가 화염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내게 돈을 요구하는구나.” “강한 사람이든 약한 사람이든 계약을 맺었으면 지켜야죠.” 발카스는 한참 말이 없었다. “너는 내가 처음에 왜 이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 태오는 섣불리 답하지 않았다. 그는 발카스의 의도를 확정할 수 없었다. 다만 확인된 행위는 있었다. “처음에는 금고가 잠겨 있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나중에야 개인 재산에서 반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셨죠. 그렇게 늦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나는 내 금고가 곧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희가 맡긴 원금은 발카스 님의 자존심이 아니었어요.” 드래곤은 눈을 감았다. 불꽃은 나오지 않았다. “맞다.” 태오는 말없이 기다렸다. 이번에는 발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남은 예순다섯 닢도 재원을 찾아 갚겠다.”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 주세요.” “또 서면으로 남기겠지?” “네.” 발카스는 웃었다. “네가 그렇게 할 줄 알았다.” *** 리네아가 꽃을 건네준 뒤 두 사람은 근처의 작은 강변 식당에 갔다. 창가에는 아직 저녁 햇빛이 남아 있었다. 태오는 오늘 받은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돌려받은 원금 중 일부는 작업장 운영을 위한 예비비로 묶어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장 모든 동전을 쓰는 것보다 재무 계획을 차분히 세우는 게 좋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해요?” 리네아가 물었다. “스무 닢을 받았으니 좋으면서도, 더 빨리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그럴 수 있죠.” “그리고 예순다섯이 아직 남았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것도 맞아요.”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기뻐한다고 남은 돈을 포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오늘 받은 건 받은 대로 기뻐해도 돼요.” 태오는 오래 생각하다 웃었다. “당신은 저보다 회계에 소질이 있군요.” “감정 장부는 제가 더 잘 쓰거든요.” “그 장부에는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오늘은 태오 씨가 조금 웃었다고요.” 그는 그녀에게 몸을 기울여 가볍게 이마를 맞댔다. “그럼 내일은 더 많이 웃겠습니다.” “그 약속에는 도장 없어도 돼요.” 창밖으로 강물이 흘렀다. 태오는 강의 반대편에 있는 도시와 바다가 갑자기 먼 곳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돈은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사이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 기록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태오는 낡은 은행 앞에서 멈췄다.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 자신이 온갖 일을 해서 모은 금화를 맡겼던 곳이었다. 그때는 계좌의 숫자가 늘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믿었다. 지금은 잔액이 무엇을 뜻하는지 먼저 확인했다. 실제 보관된 금화인지, 지급하기로 약속된 금액인지, 다른 사람의 권리와 섞여 있는지. 그는 그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사장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은행 직원이 물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적금에 관심 있으시면—” “오늘은 괜찮습니다. 일단 제 돈을 아직 못 준 집주인부터 정리해야 해서요.” 직원이 멋쩍게 웃었다. 태오는 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보증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기 목소리가 조금 더 단단해지는 건 느꼈다. 그는 손에 들린 지급 영수증을 다시 확인했다. 스무 닢은 실제로 받은 돈이었다. 이 단순한 사실이야말로 지난 몇 달의 수많은 가설보다 마음을 놓이게 했다. *** 밤에는 보관창고의 응급 점검 결과와 새 관리번호 C-19 관련 회신이 도착했다. 번호는 옛 반송지 묶음의 완충 목재에 쓰던 표식일 가능성이 있으나, 여러 상자에서 재사용됐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E-47/4와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었다. 동시에 서부 정산지에서 다른 통지가 왔다. [반송지 교환 확인 별첨과 동일한 시기의 수취 기관 대조장 일부 발견.] 태오의 시선이 멈췄다. 그 장부에 실제 수취인이 아니라 문서 인수 기관만 기록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했다. 그는 오늘 받은 스무 닢과 고객 수수료를 서로 다른 보관함에 넣었다. 새로 받은 금화는 이미 등록소 영수증으로 증명됐다. 그 사실을 굳이 오래된 E-47/4의 불확실성과 섞을 이유가 없었다. [누적 실지급 235금화.] [잔액 65금화.] [수취 기관 대조장 열람 검토.] 태오는 펜을 내려놓았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종이에 적힌 예정액이 아니라 실제 손바닥 위에서 세어 본 스무 닢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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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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