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드래곤의 두 번째 반격은 도장이었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03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는 오래된 환전소 기록을 지우겠다는 공고를 보자마자 분노했다. 그 공고는 파벨시 서쪽 선착장의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제목은 '보존 기간이 지난 중복 색인 정리 예정'이었다. 일곱 해 전 폐업한 환전소의 일부 복제 색인을 재정리하겠다는 행정 안내였다. 원본을 폐기한다는 말은 없었고, 이관 목록을 갱신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기록 자체가 사라진다는 소문으로 번졌다. “누가 감히 내 장부를 없애려 하느냐!” 발카스가 외쳤다. 태오는 그가 들고 온 공고문을 읽었다. “드래곤 님, '내 장부'라고 쓰여 있지 않습니다. 보존기관의 중복 색인입니다.” “내 재산과 관련된 기록이다.” “그렇다고 소유권이 자동으로 넘어오는 건 아닙니다.” 발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 편이냐?” 태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발카스는 많이 변했지만 성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기록이 안 없어지는 편입니다.” 그 대답에 드래곤은 잠시 말이 없었다. *** 실제로 공고문에는 원본 보존 여부를 이해하기 어렵게 적은 부분이 있었다. '대체 자료 이관 후 중복 색인 정리'라는 문장을 읽으면 일반인은 자료가 모두 이동하는지, 일부만 정리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태오는 마르셀에게 공개 열람 절차와 이의 제출 기간을 확인했다. 마르셀은 기록 자체를 묻지도 않고 보호 신청부터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우선 어떤 자료가 정리 대상인지 목록을 받아 봅시다.” “소문과 다르게 원본은 남아 있나요?” “현재 안내상 원본은 계속 보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색인을 합치면 출처를 추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은 검토할 만하겠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문제는 장부의 돈이 아니라 장부가 어떤 경로로 읽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후대 색인이 '업무 종료'를 '지급 완료'로 바꿨다면, 그 오해가 생긴 시점 역시 증거일 수 있었다. “정리 전에 예전 색인과 새 색인의 대응표를 보존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범위의 이유를 분명히 적으세요.” 태오는 신청서를 썼다. 발카스도 같은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하려는 초안은 너무 거칠었다. [이 기록을 건드리는 자는 검은 산맥의 분노를 받으리라.] 태오는 펜을 내려놓았다. “이건 행정 의견서가 아니라 협박장인데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록 보호에 필요한 이유와 상관없는 문장입니다.” “내가 으르렁거리면 모두 들어 주더군.”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런 일이 생긴 것 아닙니까?” 드래곤은 얼굴을 찌푸렸다. 바렌이 얼른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발카스 님, 적법한 보전 신청은 저희가 작성하겠습니다. 분노는 별도 장소에서 표출하시면 됩니다.” “어디서?” “검은 산맥 정상은 어떠실지요.” 태오는 웃음을 삼켰다. *** 외부 감정인 디아나는 정리 대상 색인을 확인한 뒤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 원본 거래원부가 남아 있더라도, 오래된 원부에서 특정 이름을 찾도록 만든 색인이 수정되면 누가 언제 어떤 오류를 퍼뜨렸는지 추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급 완료'로 옮겨 쓴 사람이 잘못 읽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검증하려면 당시 색인의 판본이 남아 있어야 해요.” “그럼 원본을 지키는 것과 별도로 색인의 변천을 지켜야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맞습니다.” 브라운 상회는 색인 재정리에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 서식과 설비의 목록을 표준화해야 업무가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옛 자료를 끝없이 보관하면 운영비만 늘어납니다.” 브라운이 말했다. “그건 합리적인 걱정입니다.” 태오가 답했다. “다만 어떤 칸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은 남겨야겠죠.” “그 기록을 누가 관리합니까?” “보관기관이 정하고,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붙여야죠.” 브라운은 태오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항상 끝에 돈 이야기를 붙이는군요.” “돈 문제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 그날 오후 발카스가 보여 준 반격은 놀랍게도 불꽃도, 독도 아니었다. 그는 자기 이름으로 정식 보존 의견서를 제출했다. 첫 번째 문장에는 옛 환전소 색인이 계정 47의 외부 결제 지시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 문장에는 후대 색인에서 지급 완료로 옮긴 항목의 변경 이력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 번째 문장에는 자신이 비용을 지원하더라도 그 대가로 타인의 기록 열람권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태오는 종이를 두 번 읽었다. “정말 발카스 님이 쓰셨습니까?” “내가 말하고 바렌이 문장으로 옮겼다.” “그럼 실질적인 작성자는 두 분이군요.” “인간, 꼭 그렇게 따져야 하느냐?” “나중에 누가 결정했는지 확인하려면요.” 발카스는 혀를 찼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여기에 도장을 찍겠다.” 그는 소매 안에서 작은 인장을 꺼냈다. 오래전 왕들과 계약할 때 쓰던 검붉은 돌이었다. 태오는 순간 긴장했다. 강제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고대 마법이 발동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발카스는 봉인석을 서류의 정해진 칸에 얌전히 눌렀다. “됐다.” 태오는 조용히 웃었다. “이게 훨씬 무섭네요.” “뭐가?” “드래곤이 법대로 반격하는 겁니다.” 발카스는 잠시 그를 보다가 낮게 웃었다. “네가 가르쳤다.” *** 의견서가 접수되었다고 곧바로 자료 정리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마르셀은 이를 분명히 설명했다. 담당 보관기관이 이의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보존 범위를 조정해야 했다. 드래곤의 도장에는 신청자 확인의 의미만 있을 뿐 그 자체로 행정명령이 되는 힘은 없었다. “발카스 님께 잘 전달해 주세요.” 태오가 말했다. 바렌이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알고 계십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한편 제3 대리 통지의 출처에 대한 새 소식이 왔다. 브라운 상회가 제출한 인쇄판 목록에는 동문 환전소가 폐업한 뒤에도 여러 해 동안 비슷한 공용 양식이 주문됐다는 기록이 있었다. 정확한 주문자는 개인 정보와 업체 기록을 대조해야 했다. “옛 서식처럼 보인다고 꼭 옛날에 작성됐다는 건 아니었군요.” 태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빈 서식을 나중에 사용했을 수 있죠.” 디아나가 답했다. “그럼 누가 언제 썼는지는 잉크와 전달 경로로 찾아야겠네요.” “맞아요. 그러나 오늘 확정할 수 있는 건 양식의 사용 기간이 길었다는 사실까지입니다.” 태오는 성급히 범인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 저녁이 되자 기록방에는 작은 식탁이 차려졌다. 리네아는 오늘 발카스가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드래곤이 불을 안 뿜었다고요?” “문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거기서도 불꽃이 나오지는 않았고요?” “아주 작은 연기는 났습니다.” 리네아는 웃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럼 오늘은 축하해야겠네요.” “아직 보존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 아닙니다.” “접수된 것만 축하하는 거예요.” “그러면 접수 파티로 하죠.” “나중에는 승인 파티도 해요.” “혹시 최종 거절되면요?” “그땐 위로 파티요.” 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리네아는 언제부터인지 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에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 기록 보존 의견서가 접수된 뒤에는 조용한 일이 더 많았다. 발카스는 과거처럼 자신의 성을 앞세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상대 기관의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나 바렌에게 짜증을 냈다. “내가 저 종이를 두 번이나 읽었다. 그런데 아직 답이 없다고?” “법정 검토 기간 안입니다.” 바렌이 말했다. “인간의 검토 기간은 왜 이렇게 길지?” “드래곤 님께서 답장을 열지 않고 일곱 해를 기다리신 기간보다는 짧습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발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태오는 바렌이 지금 대담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드래곤은 예전처럼 위협하지 않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지.” 바렌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끝까지 읽겠다.” 태오는 마음속으로 아주 작게 박수를 쳤다. 기록을 지키기 위해 기다리는 것 자체가 드래곤의 반격이 될 줄은 몰랐다. 그날 오후 상업문서보관소에서는 공개 설명회가 열렸다. 일부 상인들은 정리 대상 색인을 없애면 관리비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다른 상인들은 몇 년 전 자신들의 거래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추적할 수 없어질까 걱정했다. 태오는 단상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신청서에 허가된 범위의 의견을 적어 제출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옛 색인과 새 색인의 대응 관계가 보존돼야, 나중에 '업무 종료'가 언제 '지급 완료'로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젊은 상인이 태오에게 말했다. “지금도 그렇게 오래된 서류가 중요합니까? 어차피 돈을 받은 사람은 기억하겠죠.” “돈을 직접 받은 사람은 기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가 편지만 받았는지, 누가 대신 읽어 줬는지까지 다 기억할까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까?” “확인 중입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지워 버리기 전에 구분할 수 있도록 남겨 달라는 겁니다.” 상인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전부 쌓아 두라는 것보다는 합리적이군요.” 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말보다 필요한 만큼 정확하게 설명하는 일이 훨씬 어려웠다. 설명회가 끝난 뒤 노엘이 다가왔다. “오늘은 드래곤이 직접 와서 소란을 피울 줄 알았어요.” “저도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접수창구에 서명만 남기고 돌아갔더군요.” “그럼 성공이네요.” “그렇죠. 보관소에도 드래곤 출입 규칙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고요.” 둘은 웃었다. 밤에 발카스에게서 새로운 전달문이 왔다. [내가 돈을 내는 보존사업과 내게 유리할 수도 있는 증거 조사는 분리했다. 바렌이 그렇게 쓰라고 했다.] 태오는 답장을 보냈다. [바렌 씨 설명이 적절합니다. 신청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뒤 두 번째 답장이 왔다. [너는 왜 나에게 으르렁거리라고 하지 않느냐.] 태오는 잠깐 고민했다. [기록은 으르렁거린다고 더 정확해지지 않습니다.] 드래곤에게서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짧은 문장이 도착했다. [그렇겠지.] 태오는 웃으며 답장을 접었다.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오래된 드래곤도 조금씩 다른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의 보증금 잔액은 여전히 85금화였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도시의 기록 보관 방식이 조금 나아질 가능성은 생겼다. *** 조정소를 나온 태오는 게시판 앞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남긴 의견을 읽었다. 대장 일부가 없어질까 걱정하는 상인도 있었고, 관리비 부담을 이유로 필요한 것만 남기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두 의견 모두 이유가 있었다. 태오는 그중 하나를 악의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다만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을 하기 전에 출처와 수정 이력을 남기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관리인은 그 질문을 별도로 접수했다. 세상에 모든 종이를 영원히 보관할 공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이가 어떤 뜻으로 읽혀 왔는지의 흔적까지 버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태오는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웃었다. 드래곤이 기다리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 자신도 쉬는 법을 배워야 할 차례였다. 기록방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그날은 아무도 새 봉투를 들고 찾아오지 않았다. 발카스의 정식 의견서에도 왕실 기록국의 접수번호가 발급됐다. 태오는 그 번호를 수첩에 적었지만, 곧바로 접수와 승인 사이에 줄을 하나 그었다. 드래곤의 서명 역시 사람들의 서명과 똑같이 심사를 받아야 했다. *** 밤에 마르셀에게서 임시 보존 조치가 검토 중이라는 회신이 왔다. 아직 결정은 아니었다. 다만 정리 대상 목록이 확정되기 전까지 당사자 의견을 추가로 접수한다는 내용이었다. 태오는 회신을 발카스에게 전달했다. 드래곤이 보내온 답장은 한 줄이었다. [기다리겠다.] 그는 무심코 웃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기다리라는 말을 세입자에게 건네던 자가 이제는 직접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태오는 기록방 벽에 오늘의 문장을 붙였다. [장부의 원본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장부를 어떻게 읽어 왔는지의 기록도 중요하다.] 그 아래에는 또렷하게 적었다. [미환급 원금 85금화.] 오늘 드래곤의 두 번째 반격은 상대를 겁주는 것이 아니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도록 정식으로 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일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0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0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