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렌 코르는 오래된 종이 앞에 앉아 한참 손을 펴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흐릿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일곱 해 전 치료소에 다녔다는 기억과 기록 일부가 맞아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그의 손이 당시 어떤 문서에 서명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씨가 내 것인지 물어보는 거요?”
이벨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금은 아닙니다. 오늘은 어떤 문서가 어떤 순서로 작성됐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 마린이 그 옆에 앉아 있었다. 서쪽 문해교실의 선생이 된 그녀는 오랫동안 남의 이름을 읽어 주는 일을 해 왔다. 오늘도 코르가 허락한 범위에서 종이를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수령……확인.”
아델이 첫 줄을 읽었다.
“수령 확인이라고 적혀 있어도 무엇을 받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벨이 덧붙였다.
코르가 말했다.
“그때 나는 돈을 받으러 간 게 아니었소. 내 이름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왜 그런지 알아보러 갔던 기억이 있소.”
태오는 그 말을 기록했다. 코르의 현재 진술이었다. 과거의 객관적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누군가 대신 받아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아니, 정확히는 모르겠소. 그때 손을 다쳐서 서류를 혼자 쓰기 어려웠거든.”
아델이 조용히 말했다.
“제가 읽어 드렸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구 대신 금화를 받은 적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코르는 그녀를 돌아봤다.
“그건 나도 분명히 하고 싶소.”
태오는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동문 환전소에서 가져온 업무규칙의 한 조항이 바로 그 문제와 연결됐다.
[수령증의 대상: 서신, 지급지시, 실제 금화, 대리 요청. 각각 구분하여 기재할 것.]
이 규정이 제7 우편함의 모든 문서에 그대로 적용됐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기관들이 '종이를 받았다'와 '돈을 받았다'를 구분하려 했다는 증거는 되었다.
세딘은 두 기관의 표제 변화를 나란히 보여 주었다. 제7 우편함의 읽기 보조 확인표는 후대에 '수령 확인서'로 축약된 적이 있었다. 환전소의 '업무 종료'는 일부 색인에서 '지급 완료'로 옮겨졌다.
“두 실수가 서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별개 사례입니다.” 세딘이 대답했다. “표제 축약이 흔한 업무 습관이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겠지만 누가 의도적으로 권리를 바꿨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태오는 한동안 자료를 바라봤다. 용이든 인간이든 누구나 짧은 말로 복잡한 일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복잡한 일을 너무 빨리 끝낸 것처럼 적어 놓으면 나중에 그 종이를 믿는 사람이 다칠 수 있었다.
***
그날 발카스는 뜻밖에도 코르 앞에 앉았다. 인간형을 한 드래곤은 오래된 실수를 찾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이 보관소를 인수했을 때 이런 개인별 수령증은 자세히 보지 않았다.”
코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나처럼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던 사람의 돈도 살펴보지 않았단 말이오?”
발카스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태오는 그 침묵이 오래 이어질까 걱정했다. 그러나 드래곤은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 나는 금고 전체의 숫자만 보았다.”
“그 숫자 안에 내 이름도 있었겠지.”
“있었을 수 있다. 이제 정확히 확인하겠다.”
코르는 오래도록 발카스를 바라봤다.
“당신이 드래곤이든 인간이든 내 이름으로 받은 돈이 있다면 그 돈이 누구 손에 갔는지 알고 싶소. 그리고 내가 서명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알려 주시오.”
“그렇게 하겠다.”
발카스의 대답은 짧았다. 태오는 그 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
오후에는 제3 대리 통지의 출처를 추적했다. 브라운 금고상회가 과거 인수한 빈 서식 일부가 통지 서식과 비슷한 것이 확인됐지만, 동일한 인쇄판에서 나왔다는 결론은 없었다.
브라운은 이번에도 직접 조정실에 나왔다.
“우리는 오래된 보관 장비를 샀습니다. 그걸로 과거 모든 편지까지 샀다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그럼 이 빈 양식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당시 여러 환전소와 문서조합이 같은 제본업자를 썼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물건만 조사하면 전체가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인쇄판과 납품 대장을 비교할 필요가 있겠군요.”
브라운은 잠시 망설이다 관련 자료 목록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태오는 그가 협조했다고 해서 의혹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니고, 협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범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불쾌하십니까?” 브라운이 물었다.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예전에는 저를 매우 싫어했잖습니까.”
“지금도 채권을 싸게 사겠다는 제안은 싫습니다.”
브라운은 입가를 씰룩였다.
“그건 사업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삶이었고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브라운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
***
리네아는 이날 자신의 중개 업무에서 작은 문제를 해결했다. 서명하기 전 임대인이 문서에 '도착했다'고만 적어 두었던 수리 자재가 실제로는 아직 현장에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재가 온다고 약속한 것과 도착했다는 건 다르죠.” 그녀가 말했다.
고객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언제 계약해요?”
“자재 도착과 점검을 확인한 다음 날짜를 정하시면 됩니다. 지금 서명하실 필요는 없어요.”
태오는 옆 방에서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오늘도 서로 다른 일에서 같은 원칙을 배웠다.
저녁에 두 사람은 기록방 바닥에 앉아 새 선반 배치를 의논했다. 리네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은 코르 씨 얼굴이 계속 생각나요.”
“저도요.”
“사람들이 오래된 기록을 잘못 읽으면 누군가는 몇 년 동안 자신의 말을 증명해야 하네요.”
“그렇죠. 제 보증금도 그랬고요.”
“당신은 화가 안 나요?”
“납니다.”
태오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그런데 화난 상태에서 잘못 적으면 나도 누군가에게 같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리네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안심돼요.”
“안심했으면 오늘은 좀 더 쉬어도 될까요?”
“뭘 하면서요?”
“아무것도 안 하고 당신 옆에 앉아 있을 겁니다.”
“그건 허락해 줄 수 있죠.”
두 사람은 말없이 잠깐 기대 앉았다. 밖에서는 상인들이 문을 닫는 소리가 났다.
***
아델 마린은 면담이 끝난 뒤 태오에게 서쪽 문해교실을 구경하겠느냐고 물었다. 태오는 일정표를 확인하고 한 시간을 비웠다.
교실은 넓지 않았다. 작은 창문 두 개와 긴 책상 셋이 전부였다. 나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글자를 연습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누군가는 계약서의 날짜 읽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선생님, 이 글자는 뭐예요?” 어린 학생이 물었다.
아델은 낡은 임대 안내문을 들어 올렸다.
“반환.”
“돌려준다는 뜻이요?”
“그렇지. 그런데 무엇을, 누구에게, 언제 돌려주는지까지 읽어야 해.”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장을 한 글자씩 따라 읽었다.
태오는 아델이 일곱 해 전에도 누군가에게 이런 방식으로 글을 읽어 주었을지 생각했다. 읽기 보조인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을 때는 단순히 어려운 글자를 대신 읽어 주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일은 다른 사람의 의사가 문서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돕는 일이기도 했다.
아델이 태오를 소개했다.
“이분은 계약서를 잘 읽는 법을 알려 주실 분이에요.”
태오는 당황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예전에 계약서를 제대로 안 읽어서 아주 큰일이 났거든요.”
학생들은 웃었다.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러면 계약서를 잘못 읽으면 드래곤이 나오나요?”
“어쩌다 보면요.”
교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태오는 칠판에 세 문장을 썼다.
[보내기로 했다.]
[보냈다.]
[받았다.]
“이 세 문장은 같을까요?”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아니요. 보내기로 한 다음에 안 보낼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다른 학생은 말했다.
“보냈지만 중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렇죠.”
마지막으로 가장 어린 아이가 물었다.
“그러면 정말 받았으면 어떻게 알아요?”
태오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받은 사람이 확인할 수 있어야겠죠.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받았는지, 대신 받은 사람이라면 허락을 받았는지도 중요해요.”
학생들은 처음에는 복잡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곧 서로 편지 놀이를 시작했다. 편지를 쓰는 사람, 나르는 사람, 읽어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을 따로 정했다. 읽어 주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는 사람의 돈까지 줘서는 안 된다는 설명은 모두 쉽게 이해했다.
아델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일곱 해 전에도 사람들이 이런 걸 알고 있었다면 좋았겠어요.”
태오는 그녀에게 답했다.
“그때도 아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다만 지금 남아 있는 기록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더 봐야겠죠.”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그날 정확히 어떤 말을 받아 적었는지 아직 일부 기억하지 못했다. 태오는 그 사실을 탓하지 않았다.
교실 문을 나서는 길에 코르가 나타났다. 그는 초대를 받고 글 읽기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 손이 아프지만 이제는 자기 이름을 스스로 쓰고 싶다고 했다.
“늦지 않았을까요?” 코르가 물었다.
“이곳에선 일찍 오신 편일지도 모릅니다.” 태오가 말했다.
“왜?”
“저는 제 계약서를 제대로 읽는 데 몇 년이나 걸렸거든요.”
코르는 오랜만에 웃었다.
태오는 기록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배운 것을 생각했다. 기록의 진실을 추적하는 일만큼, 앞으로 사람들이 잘못된 기록을 만들지 않도록 돕는 일도 중요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이 혼자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델처럼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이미 있었다.
***
리네아는 아델의 교실에 작은 서류철을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태오는 먼저 교실이 원하는 물품이 무엇인지 확인하자고 말했다. 돈이든 선물이든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짐이 될 수도 있었다. 아델은 학생들이 이름을 적을 수 있는 두꺼운 종이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류철 대신 종이를 샀다. 태오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해 주려 할 때도 먼저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아델은 종이를 받고 웃었다. “이건 정말 우리가 필요한 거예요.” 그 말에 태오도 안도했다. 문서상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매일 말하던 사람이 정작 선물에서는 묻지 않는다면 우스운 일일 것이다.
코르가 자기 이름을 다시 쓸 수 있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태오는 궁금했다. 그러나 그 표정까지 자신이 대신 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아직 확인할 수 없는 과거의 수령증 옆에 코르의 현재 진술 날짜를 따로 기록했다. 과거의 불명확함이 현재의 의사까지 지워 버리도록 놔두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문해교실에서 사용한 종이의 비용은 기록방 의뢰비가 아니라 태오 개인의 기부로 따로 적혔다. 그는 장부를 닫으며 생각했다. 누군가의 말을 읽어 주는 일은 때로 오래된 금고의 문을 여는 것보다 어려웠다.
***
밤늦게 디아나에게서 중간보고가 왔다. 동문 환전소가 사용하던 장부의 일부 '종료' 표시는 실제 지급 증거가 아니라 반송 또는 미착 정리를 뜻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번호 E-47/4에는 후대에 '완료'로 옮겨 적힌 기호가 있는데, 원래 색인에서는 갈고리 모양으로 보였다.
“그럼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확정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디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본 것은 이 지시의 마감 방식에 대한 표지입니다. 다른 경로로 지급했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물품의 정산일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한 줄을 덧붙였다.
[원본의 종료 표기와 후대의 지급 완료 표기는 의미 일치가 입증되지 않음.]
태오는 그 문장을 읽고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돈이 이미 지급됐다는 주장에 이제는 정확히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장부와 별도 사건 표를 정리했다.
[실수령 215금화. 미환급 85금화.]
[다렌 코르 수령증: 무엇을 누가 받았는지 미확정.]
[외부 결제 지시 E-47/4: 종료 의미 재검토, 실제 지급 미확정.]
빈칸은 많았다. 그러나 빈칸을 사람의 동의로 채우지는 않기로 했다.
제10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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