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선착장에는 짐을 내린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길이 세 개 있었다. 첫 번째는 파벨시의 시장으로, 두 번째는 남부 소금창고로, 세 번째는 강을 따라 서부 정산지로 이어졌다.
태오는 세 번째 길 앞에서 멈췄다.
“여기로 가면 바다예요?”
리네아가 그의 옆에서 물었다.
“강이니까 언젠가는 만나겠죠.”
“대답이 아주 재미없어요.”
“지도에는 정확합니다.”
“당신은 가끔 지도를 연인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지도는 제 보증금을 떼먹지 않았습니다.”
리네아가 웃으며 어깨로 그를 가볍게 밀었다. 태오도 웃었다. 오늘은 두 사람이 함께 올 수 있는 날이었다. 리네아는 오전 상담을 마쳤고 태오는 기록방 고객의 자료를 모두 잠가 두었다. 두 사람의 동행은 공동 임무이기도 했지만, 서로의 시간을 허락받아 걷는 짧은 여행이기도 했다.
선착장의 옛 결제장부는 창고 내부가 아니라 관리소의 공개 표목에 이름이 남아 있었다. 세딘이 허가 범위를 좁혀 준 덕분에 태오는 계정 47과 연결된 업무 분류만 살펴볼 수 있었다.
“이 항목의 목적지는 서부 정산지군요.”
“정산지를 배로 연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외부 결제 예정으로 기록된 돈이 실제로 배에 실렸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니지요. 배에 실린 건 서류였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환전소가 발행한 지급지시서 한 장으로도 다른 곳에서 계산을 시작했거든요.”
태오는 표를 들여다봤다. 운송물의 종류는 '정산 문서'였다. 금화 무게나 포장 수량은 없었다.
“그럼 현금 운송 기록이라고 설명하면 안 되겠네요.”
“그렇지요.”
관리인은 낡은 줄자를 꺼내 선착장의 오래된 통로를 가리켰다. 일곱 해 전 홍수로 길 일부가 무너져 지금은 다른 경로를 사용한다고 했다. 기록에 남은 노선과 현재 지도가 다른 것은 그 때문이었다.
“예전에 저기 물이 넘쳤다면 문서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나요?” 리네아가 물었다.
“있겠지요. 하지만 물이 넘쳤다고 꼭 없어졌다는 건 아닙니다. 창고로 옮겼을 수도 있고요.”
태오는 그 말을 기록했다. '분실 가능성'과 '분실 확인'은 구별해야 했다.
***
강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발카스의 사자가 나타났다. 검은 비늘이 달린 작은 매였다. 매는 테이블 위에 내려앉아 콩알만 한 봉투를 떨어뜨렸다.
“또 소환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봉투를 펼치자 바렌의 짧은 전달문이 나왔다.
[옛 개인 재무관 근무표 대조 결과, 7년 전 동문 환전소 거래 승인 담당과 발카스 개인 자산 회계 담당의 직책명이 겹치는 기간 발견. 동일 인물인지는 미확정.]
리네아는 문장을 읽고 잠시 생각했다.
“그런 직책 이름은 여러 기관에서 쓸 수도 있겠죠.”
“맞아요. 그래도 확인할 기간이 좁혀졌네요.”
태오는 봉투를 보존용 주머니에 넣었다. 매가 옆에서 닭고기를 노리는 바람에 그는 작은 접시에 남은 고기를 담아 주었다.
“이게 전달 수고비입니까?” 리네아가 물었다.
“동물 급식비입니다.”
“그것도 장부에 적을 거예요?”
“마음은 있는데, 매한테 영수증을 받기가 어렵네요.”
리네아가 크게 웃었다. 매는 사람들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기만 먹었다.
그때 식당 주인이 그들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드래곤 집주인하고 싸운 세입자가 이 사람 맞습니까?”
태오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계약금을 돌려받는 중인 사람입니다.”
“그럼 우리 조카한테도 조언 좀 해 주시오. 배 운송료를 냈는데 물건이 안 왔다고 하거든.”
“여기서 바로 계약 내용을 볼 순 없습니다. 기록방에 상담 예약을 해 주세요.”
“비용은 얼마요?”
태오는 금액보다 먼저 서비스 범위를 설명했다. 누구 돈이 실제로 움직였는지 확인할 기록을 정리해 줄 뿐, 전액 환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식당 주인은 오히려 그 말에 안심하는 얼굴이었다.
“세상에 보장한다는 사람은 많지.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
태오는 웃었다.
***
오후에는 운송일지의 한 페이지를 대조했다. 일곱 해 전 해당 노선의 출항 표에는 지시서 한 묶음이 실렸다고 쓰여 있었다. 귀항란에는 반송 문서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반송 문서가 처음 실린 지시서와 같은 것인지, 혹은 별도 수수료 장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번호가 앞부분만 같아요.” 태오가 말했다.
세딘이 대답했다.
“당시에는 업무군이 같으면 앞자리를 공유했습니다. 그 뒤의 종료 기호와 수취 구분을 봐야 합니다.”
“그럼 같은 날 왕복했다고 바로 취소된 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잠시 뒤 노엘이 보낸 환전소 옛 업무규칙 사본이 도착했다. 지시서에 적힌 '외부 결제'는 반드시 현금을 배에 싣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 정산소에서 대신 돈을 지급하라는 요청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요청이 성공했다면 상대편 완료 장부가 있겠네요.”
“원칙적으로는요. 그러나 당시 재난으로 대장 일부가 따로 보관됐을 수 있습니다.”
태오는 강을 바라봤다. 흐르는 물은 누군가의 돈을 실어 나를 수 있었지만, 돈이 어느 손에 닿았는지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다.
그는 불현듯 100화 마지막에 도착한 종이배를 떠올렸다. 누군가가 정확히 이 경로를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은 환전소의 전 직원일 수도 있고 단순히 공개 기록을 찾아본 사람일 수도 있었다. 아무 근거 없이 익명 발신자를 내부 고발자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
리네아는 귀로에 태오에게 묻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제 손님 중 한 분이 당신에게 같이 상담받으면 더 싸게 해 주냐고 물었어요.”
“당신이 뭐라고 했는데요?”
“각자의 상담료와 책임 범위가 다르다고 말했어요.”
“잘하셨네요.”
“서운하지 않아요? 제가 일부러 우리 관계를 이용하지 않은 게.”
태오는 걸음을 멈췄다.
“서운할 이유가 없는데요.”
“남들은 연인끼리 돈을 합쳐 벌면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우리가 손잡는다고 고객의 비밀까지 하나로 합칠 필요는 없죠.”
리네아는 그를 바라봤다.
“진심이에요?”
“네. 당신이 저보다 훨씬 먼저 이 일을 했잖아요.”
그녀는 잠시 말없이 강물을 바라봤다. 태오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 말했나 생각했다. 그런데 리네아가 그의 손목을 잡아 가볍게 끌었다.
“오늘은 내가 좀 더 좋아해도 되겠네요.”
“그런 것도 허가가 필요합니까?”
“그렇다면 허가서는 어디 있죠?”
태오는 미소를 지었다.
“서명이 필요한가요?”
“그런 건 나중에요.”
그녀는 그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고 먼저 걷기 시작했다. 태오는 잠시 강가에 서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데도 수취 확인표가 필요 없는 순간이 있었다.
***
선착장을 지나가는 길에 태오는 오래된 노선표가 걸린 벽을 발견했다. 세 개의 길은 지금 보이는 길보다 훨씬 복잡했다. 홍수 전에는 작은 배가 중간 정산지에 여러 번 들렀고, 하역인들이 서류를 전달하면서 봉인 상태를 표시했다고 했다.
리네아는 종이 위의 화살표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 선은 바다 쪽으로 이어지네요.”
“그래요. 그런데 우리가 찾는 서류도 그 길로 갔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요. 일단 노선의 종류만 같은 거겠죠.”
“이제는 저보다 더 조심스럽게 답하시네요.”
“당신 옆에서 몇 달을 보냈는데 배우는 게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두 사람은 웃었다. 그때 선착장 노인이 다가와 옛 노선표의 한쪽이 실수로 거꾸로 달려 있다고 알려 주었다. 강물 방향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들이 자주 길을 잘못 찾는다고 했다.
태오는 그 말에 놀랐다.
“지도 자체가 틀렸으면 기록의 목적지를 잘못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지도는 맞는데 벽에 거꾸로 단 거지.” 노인이 답했다.
“그것도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네요.”
노인은 허허 웃었다.
“서류나 지도가 잘못됐다고 느끼면 일단 어느 쪽이 위인지 확인해야 해.”
태오는 그 말을 수첩에 적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적었다.
그들은 노인의 허락을 받아 노선표를 똑바로 돌려놓았다. 표면의 오래된 잉크는 거의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몇 마을 이름이 남아 있었다. 리네아는 그중 하나를 보며 어릴 적 친구가 이사 간 곳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자랐어요?” 태오가 물었다.
“아뇨. 저는 더 동쪽 숲에 살았어요. 작은 길드에서 계약을 배우려고 파벨에 온 거죠.”
태오는 처음으로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집안의 기대와 자신의 선택이 달랐고, 오래 사는 엘프 사회에서는 몇 년간의 독립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금 이 일을 계속하는군요.”
“네.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이지만 저에겐 제가 직접 고른 삶이니까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 삶을 제가 함부로 대신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리네아가 조용히 웃었다.
“그럼 바다 여행도 제가 고를 수 있겠네요.”
“물론입니다. 다만 배값은 제가 한 번 계산해 보고 싶습니다.”
“그건 허락할게요.”
선착장 관리인은 오늘 운송표의 날짜를 설명하면서 일부 표가 '배 도착일'이 아니라 '입항 신고일'로 정리되어 있다고 했다. 태오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신고가 늦으면 실제 이동과 장부 날짜가 다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 날짜를 마음대로 맞추면 안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두 기록을 모두 남겨야죠.”
태오는 원부 확인 요청서에 운송표와 도착부의 날짜를 따로 기재해 달라고 적었다. 오래된 기록은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하나의 예쁜 시간표로 합쳐 버리면 오히려 중요한 차이가 사라질 수 있었다.
강바람이 두 사람의 옷깃을 흔들었다. 태오는 리네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들에게 바다는 아직 멀었지만, 한 번도 함께 오지 않았던 강가에서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작은 여행처럼 느껴졌다.
***
노선표를 살피던 리네아는 태오의 가방에 달린 낡은 끈을 발견했다. “이거 예전에 짐 나를 때 쓰던 거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버리지 못했습니다.” “왜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진 게 별로 없었거든요. 이 끈을 매고 일하러 나가면 적어도 오늘 밥은 먹을 수 있었어요.” 리네아는 조용히 끈을 만졌다. “그 시절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태오는 멀리 움직이는 수레들을 보았다. “아주 멋진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여도 좋죠.” 그는 그제야 그녀가 자신의 용기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버텼던 시간도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강가에 섰다. 태오에게는 큰 위로였다.
태오는 작은 수첩의 모서리를 접었다가 다시 폈다. 한 번 접힌 자국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자국만 보고 누가 언제 이 종이를 만졌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일 확인할 것은 여전히 운송표의 원본과 상대 정산소의 기록이었다.
그는 강을 따라 멀어지는 배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는 배가 움직인다는 사실과 장부 속 거래가 끝났다는 사실은 달랐다. 그 구분이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
기록방으로 돌아온 뒤 태오는 발카스의 자산 명부와 옛 환전소 직책표를 맞춰 보았다. 둘 다 허가된 직책 정보만 있었다. 이름은 가려진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특정 기간에 같은 '외부 결제 승인 보조'라는 직책명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바렌에게 문의하자 답장이 왔다.
[직책명 일치만으로 직원 동일성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계약직 회계보조인의 명부 접근에는 별도 절차 필요.]
태오는 그 회신을 세딘에게 전달했다. 누군가 수상하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곧이어 선착장으로부터 도착한 기록에는 또 다른 번호가 적혀 있었다.
[서부 정산지 보존 도착부. 외부 결제 지시 반송 대조번호: E-47/4.]
태오는 그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계정 47과 연결된 듯한 표기였지만, 지금까지의 47-A·B·C와 같은 종류의 권한 표식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E는 어쩌면 환전소 자체의 서류 분류 문자일 것이다.
“이 번호로 돈을 받았을까요?” 리네아가 물었다.
“아니요. 지금 확인된 건 반송 대조번호뿐입니다.”
그는 수첩에 한 줄을 더 썼다.
[강물로 이동한 것은 지급지시서일 수 있다. 실제 돈의 이동은 상대 정산소 완료 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바깥에서는 밤배의 종이 울렸다. 태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내일의 경로를 계획했다. 강물을 따라간다고 정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기록을 찾아야 하는지는 알게 됐다.
제10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