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환전소에서 서쪽 선착장으로 장부를 이관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그 종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태오가 아침에 도착한 곳은 선착장이 아니라 파벨시 문서운송 감독소였다. 이곳에서는 폐업한 상점의 기록을 옮길 때 어떤 마차를 썼고, 누가 봉인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작 상인들의 장부 내용은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먼 곳까지 와서 운송 수레 번호만 보려는 겁니까?” 감독소 서기가 물었다.
“일단 실제로 옮겨졌는지부터요.”
“목록에 쓰여 있잖아요.”
“목록에는 옮기기로 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서기는 잠깐 태오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다들 뭘 적어 놓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실제로 뭘 했는지부터 찾는군요.”
“최근에 여러 번 속아서요.”
“누가 속였습니까?”
“서류가요.”
그 말에 서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옛 운송표는 놀랍게도 남아 있었다. 세 마차가 상자를 싣고 동문에서 출발했다. 한 대는 도중에 축이 부러져 이튿날 다시 출발했고, 한 대는 비 때문에 서문 창고에서 밤을 보냈다. 남은 한 대만 처음 예정한 날에 서쪽 선착장에 도착했다고 쓰여 있었다.
“어느 수레에 문제의 원부가 실렸습니까?”
“그건 상자 번호로 확인해야 합니다.”
서기가 낡은 접수 도장을 가리켰다.
[상자 7-D. 동문 공동환전소. 외부 결제 서식 및 폐업 결산 부속.]
태오는 번호를 적었다. 7-2, 7-2나, 제7 우편함. 지난 사건에도 숫자 7이 많았다. 이번 7-D를 같은 조직의 음모와 연결하기에는 아무 근거가 없었다. 그는 수첩 옆에 크게 썼다.
[숫자가 비슷하다고 같은 물건이 아니다.]
운송 감독소 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좋은 습관입니다. 우리도 똑같은 실수를 자주 하니까요.”
***
서쪽 선착장의 보관 창고는 강물에 가까웠다. 젖은 밧줄과 생선 냄새, 나무 상자에 스민 소금 냄새가 섞여 있었다. 태오는 그런 냄새가 익숙했다. 이세계에 떨어진 처음 넉 달 동안 하역장에서 하루 품삯을 받으며 일했기 때문이다.
그의 손을 알아본 노인 하나가 불렀다.
“어이, 태오! 이번엔 무슨 짐을 나르러 왔냐?”
“종이 찾으러요.”
“종이 한 장이면 좋겠구먼. 난 아직도 그때 네가 어깨로 밀던 밀가루 포대가 기억난다.”
“제 허리도 기억합니다.”
노인은 웃다가 선착장 관리인에게 태오를 안내했다. 관리인은 공식 문서가 없으면 구 창고 장부를 보여 줄 수 없다고 했다. 태오는 이미 받아 온 마르셀의 확인서를 내밀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거래 서류는 볼 수 없고, 보관물 이동 경로만 확인하도록 범위가 정해져 있었다.
“여기까지 준비해 온 사람이 많지 않아요.” 관리인이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준비 없이 다녔습니다.”
“그러면 돌아가야 했겠군요.”
“많이요.”
허가된 이동 대장은 세 장이었다. 상자 7-D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 뒤 '미착'이라는 표시는 상자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다. 내부의 원부와 대조할 금전 수취 확인서가 아직 붙지 않았다는 업무 상태였다.
태오는 그 사실을 몇 번 확인했다.
“그러니까 상자는 도착했고, 그 안에 들어갈 예정이던 결제 완료 증빙이 덜 왔다는 뜻일 수 있군요.”
“그렇습니다. 당시 규정상 그렇다는 겁니다. 실제 무엇이 없었는지는 안을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긴 숨을 내쉬었다. 또 하나의 단어가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었다.
***
안전 담당자 토른은 보관 창고의 남쪽 기둥을 유심히 살폈다. 태오가 왜 건축 장인을 불렀느냐고 묻자 그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일곱 해 된 상자를 찾겠다고 하면서 그 위에 쌓인 돌이 떨어지는 건 생각 안 하나?”
“저희는 서류 조사인데요.”
“서류 밑에 깔려 죽으면 원인도 서류 조사냐?”
“장인님 말씀이 옳습니다.”
토른은 만족한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는 선반에 물이 샌 흔적과 위쪽 목재가 휘어진 방향을 확인했고, 일부를 임시 보강하지 않으면 상자를 내리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돈은 누가 냅니까?” 태오가 물었다.
“보관 기관과 소유 책임자 사이에서 정할 일이지. 네 보증금에서 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말씀도 마음에 드네요.”
“당연한 말을 들을 때마다 그렇게 좋아하면 피곤하지 않나?”
“이 동네에서는 당연한 말이 제일 비싸거든요.”
토른은 기어코 웃음을 터뜨렸다.
안전 확인이 끝난 뒤 상자 7-D의 외형이 공개됐다. 포장 밖에 오래된 둥근 손바닥 표식이 있었다. 다섯 손가락이 펼쳐진 모양인데 한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이건 어떤 금고 인장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관리인은 고개를 저었다.
“보증금과 무관한 운송 검수 표식일 수 있습니다. 옛 작업장마다 쓰던 도장이 다릅니다.”
노엘이 자료 목록을 대조했다.
“동문 환전소에서는 '수령 미기재' 상자에 열린 손바닥을 그려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도장이 정확히 그 뜻으로 찍혔는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
태오는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손바닥이 비었다고 도둑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무엇을 받지 않았는지, 누가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표시일 수도 있었다.
***
그날 태오의 기록방은 작은 소동에 휘말렸다. 바슈의 도매상에서 인수표를 정리해 주고 받은 의뢰비 때문에, 근처 상단 직원이 '드래곤 사건 자료를 유료로 팔았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리네아는 발 빠르게 태오에게 말했다.
“사실 관계를 짧게 공지하세요. 고객 거래 내역은 공개하지 말고요.”
“어떤 문장으로요?”
“기록방이 고객의 허가 범위에서 배송 장부를 정리하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정 47 조사 자료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 정도면 돼요.”
태오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장을 자기 책임 아래 다시 읽었다. 바슈의 신원을 밝힐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 기록방 고객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편이 더 안전했다.
“이렇게 쓰면 어떨까요?”
그는 짧은 공지를 보여 주었다. 리네아는 두 군데만 손봤다. '모든 정보 보호'라는 과장된 표현을 빼고, 고객에게 약속한 보안 절차를 간단히 썼다.
“완벽하다고 말하면 괜히 완벽하지 않은 부분만 찾게 돼요.”
“맞네요.”
“그렇다고 너무 겸손해서 손님이 없으면 곤란하고요.”
“그게 더 현실적인 걱정입니다.”
리네아는 웃으며 그의 팔을 톡 쳤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것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공적인 계약 자문과 사적인 관계는 여전히 별개여야 했다. 리네아는 태오가 기록방 비용을 산정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았고, 태오는 그녀의 중개 상담 내용에 손대지 않았다.
***
선착장을 떠나기 전에 태오는 예전에 함께 짐을 나르던 동료 이안을 만났다. 이안은 다리를 조금 절고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넌 이제 서류만 나르냐?”
“네. 옛날 포대보다 가볍습니다.”
“거짓말. 저 가방 안엔 벽돌이라도 들었나?”
이안은 태오의 서류 가방을 살짝 들어 보고 혀를 찼다. 태오는 웃었다. 요즘은 종이가 무거웠다. 한 장이 아니라, 그 장을 누가 읽고 어떤 사람의 이름으로 처리했는지까지 들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용한테 돈 좀 받았다며?”
“이백 금화 받았습니다. 백 닢 남았고요.”
“그 돈이면 진작 여기서 일 안 해도 되겠구나.”
“이미 그만두긴 했죠. 작은 기록방을 열었습니다.”
이안은 잠시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태오는 지금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늘어놓지 않았다. 예전 품삯으로는 한 달 방값을 내기도 어려웠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장부 정리할 일 있으면 찾아와.”
“우리 조합에도 있지. 그런데 동료들 이름과 노선까지 다 남아 있어서 그걸 누구한테 보여 줘도 되는지 모르겠어.”
“그러면 공개해도 되는 항목부터 골라야겠네. 손님이 원한다는 것과 조합이 동의했다는 건 다르니까.”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예전엔 네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어. 늘 억울한 일만 생긴다고 투덜거렸잖아.”
“지금도 투덜거립니다.”
“달라진 건 돈을 받기 전에 묻는 게 늘었다는 거겠지.”
태오는 그 말에 웃었다.
그들은 선착장 근처 국숫집에서 짧게 점심을 먹었다. 이안은 요즘 강물 높이가 낮아 큰 배가 늦게 들어온다고 했다. 태오는 그 생활 정보를 수첩에 적으려다 멈췄다. 사건과 연결되지 않은 날씨까지 범죄의 단서처럼 다룰 필요는 없었다.
“뭘 적으려고?” 이안이 물었다.
“그냥 요즘 선착장 사정이요.”
“그건 적어도 돼. 근데 누가 배를 일부러 늦췄다고 쓰진 마라. 물이 낮으면 배는 느려지는 거니까.”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세계에 처음 왔을 때의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게 고마웠다.
선착장 감독소로 돌아오니 세딘의 전달문이 도착해 있었다. 보관 상자 외형 확인에 참여한 사람이 작성한 당시 검사표는 있었지만, 실제 결제증명 원본까지 확인했다는 표시가 없었다.
“그 검사표가 상자 봉인만 확인한 거면요?” 태오가 물었다.
담당자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내용물의 정확성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토른도 맞장구쳤다.
“집의 겉벽이 멀쩡하다고 안쪽의 금이 없다는 건 아니지.”
태오는 그 비유를 자신의 수첩에 옮겼다. 서류도 집과 같았다. 겉에 인장이 찍혔다고 모든 칸의 진실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선착장 게시판에 적힌 상자 관리 규칙을 읽고, 자신이 열람했던 날짜와 범위를 확인했다. 오늘은 보관 경로를 좁혔다. 내용물의 진실은 아직 닿지 못했다. 그래도 다음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는 분명했다.
***
현장 조사가 끝날 무렵 관리인은 오래된 운송 표식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물건을 인수한 사람과 장부를 보관한 사람은 달랐습니다. 이 도장이 어느 쪽의 확인인지 찾을 필요가 있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기 전에는 도장이 찍힌 상자를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할 뻔했다. 그러나 상자를 운송한 사람과 그 안의 원부를 실제 확인한 사람은 달랐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각 역할을 표로 나누었다. 토른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벽돌을 쌓는 순서와 닮았구먼. 받침이 없으면 위에 무엇을 올려도 위험해.” 태오는 펜 끝으로 표의 빈칸을 가리켰다. “그럼 오늘은 받침 하나를 찾은 셈이네요.” 토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빈칸을 남겨 두는 일이 이제는 실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할 자리를 남겨 두는 일이었으니까.
태오는 선착장 밖으로 나오면서 주머니 속에 있던 낡은 품삯 동전을 만졌다. 지금의 기록방 사장도 옛 하역장 짐꾼과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는 쉬운 결론 대신 오래 버틸 수 있는 질문을 선택하기로 했다.
***
저녁에 세딘이 보내온 보고서에는 상자 7-D의 보관 상태가 적혀 있었다. 외부 포장은 열람 가능하나, 내부 거래 원부는 제3자 개인정보 보호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감정인 디아나 벨크는 단순히 오래된 잉크의 색이 같다는 이유로 문서가 동시에 만들어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부 이렇게 느리게 확인하면 언제 끝날까요?” 태오가 말했다.
리네아가 창틀에 기대서 물었다.
“빨리 끝내려고 틀린 결론을 낼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가끔은 한 번에 답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답이 나오면 당신은 아마 의심할 거예요.”
태오는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맞았다.
그때 보고서의 마지막 줄을 읽었다.
[상자 7-D 부속 목록 중 정산 완료 확인표의 표제만 존재. 실물 첨부 여부 미확인. 기존 이동 대장에는 해당 표제 옆에 '대조 불가' 표시.]
태오는 손바닥 표식이 찍힌 상자를 떠올렸다. 돈을 받은 사람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돈을 받았다는 종이만 도착하지 않은 걸까. 어느 쪽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발카스에게서도 전달문이 왔다.
[서쪽 창고의 안전 보강 비용을 내 개인 자산으로 우선 부담할 뜻이 있다. 다만 소유·법적 부담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하겠다.]
태오는 문장을 꼼꼼히 읽었다. 비용 부담 의사와 실제 지급은 달랐다. 토른은 그가 웃자 이유를 물었다.
“드래곤이 이제 현금을 낼 준비가 된 것 같아서요.”
“네 보증금 말고?”
“맞습니다. 그건 아직 백 닢 남았습니다.”
토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이번에는 네가 말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7-D 상자 도착 확인. '미착'은 상자 자체 미도착이 아닐 가능성. 정산 완료 확인표 실물 미확인. 내 보증금 잔액 100금화.]
그리고 상자의 손바닥 문양 옆에 물음표를 그렸다. 무엇이 비어 있었는지는 다음에 확인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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