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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102화
PAYLUA ORIGINAL · 제102화

102화. 두 권의 환율표와 한 장의 백지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62자

오프라인 책장
환전소가 닫힌 지 일곱 해가 지났다는 말은 태오에게 그리 놀랍지 않았다. 파벨시에서 일곱 해는 다리가 하나 새로 놓이고, 상단 두 곳이 간판을 바꾸고, 사람 셋이 이사를 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놀라운 것은 폐업한 환전소의 장부가 여전히 현재 사람들의 삶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부 상업문서보관소의 열람실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촛불 대신 봉인 수정이 벽에 박혀 있었고, 종이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세딘과 마르셀이 조사 범위를 확인한 뒤, 태오는 계정 47과 연결된 날짜 및 서식 체계만 볼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다른 고객의 이름은 가린 채로 보여 드립니다.” 노엘 카시가 말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옛 환율표 두 권부터 보시죠.” 태오는 어리둥절했다. “결제 지시 원부가 아니고요?” “그 원부를 잘못 읽지 않으려면 먼저 단위를 알아야 하니까요.” 노엘은 두꺼운 책 두 권을 올려놓았다. 첫째는 매일 아침 고시한 교환 비율이었다. 둘째는 실제 거래가 확정된 날에 적용한 정산 비율이었다. 겉보기에는 숫자가 거의 같았다. “다르군요.” 태오가 말했다. “같으면 굳이 둘을 나눠 쓸 이유가 없겠지요.” “고시표가 금화 백 닢을 적었다고 해서 백 닢을 실제 받았다는 뜻도 아니겠네요.” “맞습니다. 손님이 교환을 포기할 수도 있고, 운송비나 수수료가 붙을 수도 있고, 환전할 물건이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태오는 숫자 아래 작은 기호들을 살폈다. 네모는 예약, 작은 갈고리는 현물 확인, 점 둘은 정산 대기. 후대에 덧붙인 색인이 처음 사용한 기호와 같은 의미인지도 따져 봐야 했다. “이건요?” 그가 세 고리 같은 문양 옆에 적힌 가는 선을 가리켰다. 노엘은 돋보기를 들었다. “그건 마감 취소 여부를 확인해야 할 표식입니다. 옛 업무 규칙에는 '발송 취소'와 '수취 불능 반송'을 따로 썼어요. 모양이 비슷하죠.” 태오는 수첩에 기호 두 개를 나란히 그렸다. 조금만 떨린 손으로 베끼면 같은 것으로 보일 만큼 비슷했다. “왜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었을까요?” “그때 담당자들은 익숙했겠지요. 미래에 자네 같은 사람이 와서 볼 줄은 몰랐을 겁니다.” “저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요?” “무조건 돈부터 찾아 달라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 아래 기호가 왜 다른지 묻는 사람.” 태오는 미소를 지었다. 칭찬이라면 받겠지만, 자신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처음 검은 산맥 동굴에 갔을 때는 발카스에게 돈을 달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 한 시간 뒤 세딘이 가져온 대조표에서 허가된 한 줄이 공개됐다. [참조: 계정 47 관련 외부 결제 지시.] [진행: 금화 표기 정산 예정.] [실물 인계: 확인 표식 없음.] “이걸 누가 받았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노엘은 고개를 저었다. “받은 사람이 있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칸은 지시 단계입니다.” “그럼 보낸 사람은요?” “당사자 이름이 적힌 부분은 봉인됐습니다. 적법한 권한을 확인해 공개해야 합니다.” “권한이 왜 필요합니까? 일곱 해 전 일인데요.” “일곱 해 지났다고 남의 돈이 공공재가 되진 않지요.” 태오는 웃다가 바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자신의 이름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했다. 세딘은 원부 하단에 붙은 얇은 종이를 가리켰다. 백지처럼 보였지만 측면에서 빛을 비추자 글씨가 눌린 자국이 희미하게 올라왔다. “무언가 위에 놓고 썼던 종이 같습니다.”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까?” “종이 손상 없이 검토할 수 있는 장비를 신청해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연필로 문지르는 건 안 됩니다.” 노엘이 곧장 덧붙였다. “보관소에서는 그런 행동을 금합니다. 가끔 탐정 소설을 읽은 방문객들이 원본을 망쳐 놓거든요.” 태오는 자신도 순간 떠올렸던 행동이라 눈을 피했다. “탐정 소설은 무섭군요.” “계약서를 안 읽는 사람보다야 낫겠지요.” “제 과거를 아십니까?” “신문을 읽습니다.” *** 정오에는 파벨 기록방의 첫 정기 의뢰인이 찾아왔다. 채소 도매상 바슈는 수레 세 대를 굴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손바닥이 새까만 장부를 펼쳐 놓고 같은 배송이 두 번 청구됐다고 불평했다. 태오는 보관소에서 본 환율표를 떠올렸다. “청구서와 실제 인수표를 따로 가지고 계십니까?” “물건을 보냈으니 당연히 받은 것 아니오?” “그날 비가 왔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러면 수레가 돌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바슈는 한참 고민하다 다른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인수 실패 확인증이었다. “아, 이거.” “같은 물건으로 두 번째 청구가 발생했는지부터 확인하죠.” 태오는 배송 지시와 실제 인수, 반송과 재운송을 네 칸으로 나누었다. 바슈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난 장부에 숫자가 있으니 돈이 움직인 줄 알았소.”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환전소 일이라도 해 봤나?” “더 비싼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바슈는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태오는 의뢰비로 은화 몇 닢을 받았다. 보증금 원금 100금화의 회수와는 전혀 다른 수입이었다. 그는 그 돈을 새 장부의 '기록방 매출' 칸에 적었다. 문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리네아가 말했다. “오늘은 드래곤 덕분에 돈 번 거예요?” “아니요. 제가 손님 장부를 정리해서 번 겁니다.” “맞아요. 그 대답을 듣고 싶었어요.” 리네아는 더 묻지 않고 자신의 중개 상담을 준비했다. 태오는 그녀가 요즘 여러 세입자에게 독립된 조언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도 그녀의 일까지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 오후 늦게 발카스가 환전소 열람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그가 들어오려다 문틀 앞에서 멈췄다. 인간형 몸으로 줄인 상태인데도 그의 어깨는 문보다 넓어 보였다. “드래곤 님. 이곳에서는 서명 후 입실해야 합니다.” 노엘이 말했다. “나를 모르느냐?” “압니다. 그런데 서명란이 비어 있습니다.” 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을 참기 위해서였다. 발카스는 펜을 들었다. 펜촉이 그의 손에서 작은 바늘처럼 보였다. 한 획을 긋자 종이가 미세하게 찢어졌다. “이런 하찮은 물건으로 어떻게 계약을 하느냐.” “지난번에 300금화 계약서에도 같은 물건을 쓰셨습니다.” 태오가 중얼거렸다. “들린다, 인간.” 노엘은 두꺼운 펜을 새로 가져왔다. 발카스는 천천히 이름을 썼다. 고대 종족이 처음부터 그 이름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그는 종이에 적힌 글자 하나를 책임져야 했다. “내 돈이 관련된 기록이라면 보여 주도록.” “본인 계약 범위를 확인하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정보는 가려야 합니다.” 발카스는 잠시 태오를 바라봤다. “전에는 내가 이 정도 재산을 가졌는데 왜 남의 장부를 기다려야 하느냐고 생각했지.” “지금은요?” “기다리는 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기다리지 않고 남의 문서를 열었다가 더 큰 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태오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발카스의 변화가 모든 책임을 씻어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분명했다. *** 기록방에 돌아온 태오는 자신이 그린 기호 두 개를 토른에게 보여 주었다. 토른은 렌즈도 쓰지 않고 금세 두 선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나는 끝이 안으로 휘었고, 다른 하나는 바깥으로 휘었구먼.” “환전소에서는 다른 종료 사유를 나타낼 수도 있대요.” “예전 드워프 광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 공사 완료와 공사 중단을 같은 도장으로 찍었다가 사람 하나가 며칠 동안 갱도 안에서 기다린 적이 있다.” 태오가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이요?” “그 사람은 구출됐어. 이후 우리 조합은 완료 도장에 둥근 테두리를 넣었다. 중단 도장과 혼동하지 않으려고.” “그럼 이런 실수가 오래전부터 있었군요.” “기록은 사람이 만들지. 드래곤도 인간도 잘못 읽을 수 있어.” 토른은 두 기호 아래에 '원본과 직접 대조하지 않은 베낀 글씨'라는 주석을 달라고 권했다. 태오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수첩에 그린 그림이 나중에 원본으로 취급되는 일을 피해야 했다. 같은 시각 리네아는 작은 상점의 임대차 계약을 상담하고 있었다. 임차인은 가게에 설치할 난로가 계약 시설에 포함되는지 묻고 있었다. 집주인은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계약서에는 완료된 시설처럼 적혀 있었다. 리네아는 종이 위에 작은 선을 긋고 말했다. “설치 예정과 설치 완료를 구분합시다. 설치일이 지연되면 누가 책임지는지도요.” 고객은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태오는 업무가 끝난 뒤 그녀에게 말했다. “환전소에서도 똑같은 걸 보고 왔어요.” “어떤 거요?” “할 예정인 일과 실제로 끝난 일을 같은 말로 적어 놓는 문제요.” “세상 모든 계약서의 단골 손님이죠.” 리네아는 손을 씻고 차를 마셨다. 태오는 그녀의 컵이 비자 조심스럽게 물을 더 따라 주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다정해요?” “평소에는 안 그랬습니까?” “평소에는 다정하다가 꼭 마지막에 한마디를 더하잖아요.” 태오는 그 말에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 한마디를 아껴 두겠습니다.” 리네아는 웃으려다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것도 마지막 한마디인데요.” “실패했네요.” 두 사람은 웃었다. 태오는 어려운 자료를 읽는 동안에도 이런 웃음이 자신을 붙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뒤 세딘에게서 회신이 왔다. 이번 원부 열람에서는 거래금액을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발카스의 미환급 100금화와 직접 대조할 기초가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태오는 그 제약이 답답하면서도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숫자부터 물을 텐데요.” “그럼 지금 알 수 없는 숫자라고 설명하면 되죠.” 리네아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전소에 적힌 금액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채권의 액수와 장부에 쓰인 금액을 함부로 같다고 할 수도 없었다. 어느 순간 엉뚱한 누군가의 돈을 자기 보증금이라고 주장하게 될 수도 있었다. 태오는 매출 기록의 옆 칸에 적었다. [외부 결제 원부 열람 비용: 기록방 사업 경비 아님. 개인 분쟁 조사 비용으로 별도 정리.] 그가 돈을 되찾는 과정에서 배운 일이 기록방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자기 채권을 조사하는 비용을 모든 고객에게 떠넘길 수는 없었다. *** 열람을 마치기 전 노엘은 이전 직원이 남긴 업무 규칙 사본을 보여 주었다. 개인 거래 내용이 아닌, 환전소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었던 당시의 일반 규정이었다. [외부 결제 지시만으로 지급 완료를 표기하지 말 것.] [지급 확인은 수취인 확인 표식 및 정산 결산 기록으로 대조할 것.] [반송된 지시는 원래 지시번호를 유지하되 종료 코드를 별도 표기할 것.] 태오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같은 번호가 있다고 해서 같은 거래가 여러 번 실행됐다는 뜻도, 한 번 성공했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가 물었다. “반송되었다면 지급 안 된 것 아닙니까?” “그 지시가 그 경로로 완결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지요. 이후 다른 경로로 처리됐을 가능성은 별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완료 원부가 필요하겠네요.” “예.” 노엘은 책장을 덮었다. 먼지가 작은 구름처럼 올라왔다. 그때 제일 아래 책등에 다른 표식이 드러났다. [폐업 결산. 미착 인수 묶음. 서쪽 선착장 이관.] 태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파벨에서 서쪽 선착장까지는 수레로 반나절 남짓 걸렸다. 그러나 이 장부가 실제로 그곳으로 갔는지조차 아직 알 수 없었다. “왜 선착장으로 보냈을까요?” “환전소가 돈만 다뤘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지요.” 노엘이 말했다. “당시에는 상품 증권도 환전했습니다. 물건의 이동과 돈의 이동을 연결하기 위해 항구 쪽에 별도 확인 장부를 두기도 했거든요.” 태오는 그 말을 수첩에 옮겼다. [서쪽 선착장 이관 표기. 장부 실물과 결제 실행 여부는 미확인.] 그에게 남은 보증금은 100금화였다. 책등에 적힌 글자는 그 액수를 한 닢도 줄여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태오는 전보다 조금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 밖으로 나서자 리네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실마리가 나왔어요?” “장부가 서쪽으로 갔을 가능성이요.” “그럼 내일은 바닷가네요?” “선착장이 바다는 아닙니다.” “알아요.” 리네아가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진짜 바다에 갈 거죠?” “네. 그때는 장부 없이 갑시다.” “좋아요. 하지만 여관 계약서는 제가 읽을게요.” 태오는 더 반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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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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