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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96화
PAYLUA ORIGINAL · 제96화

96화. 메이의 손목에 적힌 숫자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303자

오프라인 책장
메이의 정산 심사일 아침, 그녀는 수현의 방에 들어와 조용히 손목 고리를 내밀었다. “오늘은 제가 질문할 겁니다.” “알고 있어요.” “수현 씨가 저보다 먼저 대답하면 화낼 거예요.” “네. 적어도 합법적으로 화내 주세요.” 메이가 웃었다. 수현도 웃었다. 그러나 금속 고리가 햇빛에 번뜩이는 순간 둘 다 한 번쯤 눈길을 피했다. 그 고리는 오래전부터 메이에게 치료 일을 시키면서 발생한 비용을 메이 개인에게 통지해 왔다. 기록이 바뀌기 시작했어도 마법은 아직 그 기록을 그대로 따라오지 않았다. 정산실에는 키아가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분쟁 청구액을 세 개의 서류철로 나눠 두었다. 실제 지급된 마석 비용, 예비 적립금, 승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자동 이관액. 메이는 세 번째 서류철을 가리켰다. “이 금액은 제가 언제 빌린 돈인가요?” “당사자 개인 차입으로 볼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키아가 답했다. “그럼 왜 제 손목에서는 매일 제 빚이라고 말하죠?” 키아는 잠깐 침묵했다. 이 질문은 장부 금액을 읽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다. *** 심사위원은 먼저 메이가 실제로 사용한 마석의 수량을 확인했다. 메이는 몇 달 전 기억을 하나씩 떠올렸다. 누가 다쳤고, 어떤 날 물약이 부족했고, 어느 날 자신이 쉬지 못했던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수현은 그녀가 기억만으로 모든 영수증을 책임지게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사용 사실과 개인 부담 근거는 서로 구분해 주세요.” 수현이 말했다. 메이가 곁눈질했다. “아까 제가 먼저 대답한다고 했잖아요.” “죄송합니다.”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 메이가 심사위원을 똑바로 보았다. “제가 치료를 했다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임무 중 다친 동료에게 길드가 보증한 치료를 했는데, 그 비용을 제가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라고 적는 게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심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설명을 기록한 뒤 길드 보증서의 서명 부분을 요구했다. 보증서에는 왕립길드의 지급 승인 문양이 찍혀 있었다. 실제 약재상에서 지급한 물품 수량은 아직 전부 대조되지 않았다. 메이는 고리를 한 번 눌렀다. “그런데 저는 지금도 돈을 내라고 통지받고 있어요.” “강제 징수는 보류 중입니다.” “통지받는 것도 하루에 세 번이에요. 그게 쉬는 시간마다 울려요.” 심사위원은 그제야 손목 고리의 통지 횟수를 별도 항목으로 적기 시작했다. *** 심사위원은 메이의 작업기록을 살피다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어떤 치료에서는 마석 두 개가 쓰였는데, 장부의 비용란에는 마석 세 개 값이 들어 있었다. 키아는 예비 보관 마석 한 개가 함께 기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메이 개인에게 청구된 금액은 세 개 값 전체였다. “예비분은 제가 손댄 적이 없어요.” 메이가 말했다. “출고 표시가 있기는 합니다.” 키아가 답했다. “출고한 사람이 저인지도 모르잖아요. 치료할 때 제가 쓴 건 두 개였어요.” 심사위원이 장부를 다시 보았다. 당시 물품 창고에는 인수 확인이 '메이'로 기록돼 있었지만 실제 서명 진위에 관한 이의가 제기된 상태였다. 수현은 처음 보급창고에서 메이의 이름이 적힌 장부를 봤던 날을 떠올렸다. 같은 문제가 형태를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치료에 쓴 두 개는 인정하시겠습니까?” 심사위원이 물었다. 메이는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사용 사실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비용을 제가 혼자 부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심사위원은 그 구분을 그대로 적었다. 키아도 미소 지었다. 자신이 사용한 물건의 값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개인 채무로 돌리는 근거를 묻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에 수현이 말했다. “오늘 정말 잘하셨어요.” “저도 알아요.” 메이가 대답했다. 수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었다. 메이는 어깨를 펴며 덧붙였다. “이제 이런 말도 할 수 있어요. 저도 제가 잘한 걸 알고 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수현은 마음이 좋았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평생 감사만 해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의존이었다. 오늘 메이는 감사하는 사람보다 결정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키아는 이번 심사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과 아직 결정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했다. 예비 적립금 중 개인 부담 근거가 제출되지 않은 부분은 정식 청구 계산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치료 재료의 실제 지급 비용과 원정대 운영비의 정산은 별도 검증이 필요했다. “그럼 제 빚이 일부 취소되는 건가요?” 메이가 물었다. “정확히는 이번 심사 범위에서 산정 근거가 없는 항목을 개인 청구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다른 비용의 부담 주체와 금액은 아직 확정하지 않습니다.” “고리에는 어떻게 나오죠?” “정산 시스템에서 해당 항목의 표시를 변경해야 합니다. 기술 담당자 확인 뒤에요.” 메이는 숨을 깊이 내쉬었다. 수현은 그 한숨이 기대와 실망이 섞인 것임을 느꼈다. 오랫동안 쌓인 억울함이 하루 만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억울한 돈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잘못 부과됐던 항목 하나가 책임 있는 기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었다. “오늘 결정문에 그 뜻을 정확히 써 주세요.” 메이가 말했다. 심사위원이 이유를 물었다. “다음에 다른 치유사가 같은 일을 겪을 때, 그냥 '깎아 줬다'고 생각하지 않게요.” 수현은 메이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누가 대신 화를 내 줘야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 심사가 쉬는 시간에 들어가자 수현은 복도에 앉았다. 세드나는 반대편에서 왕립길드가 앞으로 제출해야 할 서류 목록을 적고 있었다. “길드가 기한 안에 보증서를 못 내면요?” 수현이 물었다. “심사 범위 안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결론을 예단할 수 없어요.” “알아요. 그냥 메이가 오래 기다렸으니까요.” 세드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수현 씨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다들 당신을 귀찮은 외부인으로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러지 않나요?” “지금은 귀찮더라도 틀린 걸 묻는 사람이라는 건 알아요.” “그게 칭찬이에요?” “제 쪽에선 아주 큰 칭찬이죠.” 수현은 웃었다. 그녀가 더 좋아하는 건 세드나도 이제 필요한 질문을 직접 하는 사람이 됐다는 점이었다. 제도는 누군가 홀로 외쳐 바뀌지 않았다. 책임을 나눠 맡는 사람들이 조금씩 같은 방향을 보는 과정이었다. *** 정산 시스템 담당자는 처음에 새 표시를 다음 날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 메이가 이유를 묻자 야간 동기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고리가 잘못된 금액을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럼 오늘 밤에도 잘못된 빚이 있다고 보일 수 있다는 거네요.” 메이가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 사실을 제 고리에 함께 표시할 방법이 있나요?” 기술자는 잠깐 당황했다. 시스템에서 금액을 즉시 수정하지는 못해도 임시 안내 문구를 넣을 수 있다고 했다. 메이는 그 기능을 확인하고 요청서를 썼다. 심사위원은 당사자의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한 통지 조치로 승인했다. 수현은 그 과정을 바라보았다. 중요한 건 금액 하나가 아니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숫자가 바뀌는 장치가 지금까지 메이에게 얼마나 큰 불안을 줬을지 생각했다. 고리가 울릴 때마다 치료 도구보다 채권자의 목소리를 먼저 들었다면 어떻게 제대로 쉬었을까. “다음에는 밤에 세 번 울리는 알림부터 줄일 수 있을까요?” 메이가 물었다. 기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제 징수 보류인 항목은 긴급 독촉을 보내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 또한 담당자의 승인만 받으면 됩니다.” 메이는 즉시 신청했다. 수현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은 듯했다. 직접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적었다. 돌아오는 길에 메이는 길에서 작은 꽃을 샀다. “오늘은 저한테 선물하고 싶어서요.” 수현은 말리지 않았다. 메이가 자신의 돈으로 산 꽃이었다. 낯선 왕도의 바람 속에서 꽃잎이 조금 흔들렸다. 그 작은 색깔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 오후에 고리 기술 담당자가 도착했다. 그는 금속 고리를 뜯지 않고 외부 정산망에서 통지 유형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가 동의서를 읽는 동안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조치를 하면 제 고리가 풀리나요?” 메이가 물었다. “아닙니다. 고리 자체는 계약 기간 동안 유지됩니다. 다만 산정 근거가 없는 예비 적립비 항목을 더 이상 개인 부담으로 표시하지 않게 됩니다.” “나머지 통지는요?” “확인되지 않은 개인 청구액의 강제 집행은 계속 보류됩니다. 항목마다 보류 사유가 다르게 표시됩니다.” 메이는 긴 서류를 끝까지 읽었다. 손목을 내밀기 전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프지는 않나요?” “잠깐 차가울 수 있습니다. 고통이 생기면 중단하겠습니다.” 기술자는 같은 설명을 두 번 반복했고 메이는 동의했다. 붉은 빛이 잠시 흐려지더니 글자가 바뀌었다. [예비 적립비 개인 산정 제외. 잔여 청구 재심사 중. 강제 징수 보류.] 메이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처음으로 고리가 그녀의 돈을 전부 빼앗으려는 문장만 보여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좋아요.” 메이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네요.” *** 저녁에 제7원정대의 젠에게서 편지가 왔다. 메이에게 하루 이틀 쉬어도 된다는 연락이었다. 카이렌이 치유 업무를 다른 담당자와 나누고, 필요한 응급 물품은 별도 예산에서 지급하도록 기록을 남겼다는 내용이었다. “카이렌이 또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니겠죠?” 메이가 걱정했다. “그 사람도 휴가 계획을 직접 적었다면서요.” “계획과 실제는 달라요.” “그건 노무사보다 메이 씨가 더 잘 아시네요.” 두 사람은 웃었다. 메이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처음 소환 민원을 보냈던 날을 떠올렸다. 카이렌을 살리려면 누군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도움을 청한 끝에 수현이 왔다. 그 일로 수현이 자기 세계를 잃어버리게 될 줄은 몰랐다. “제가 보내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수현은 곧바로 부정하지 않았다. 어떤 질문은 위로를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메이 씨가 적은 글은 확인했잖아요. 위험한 사람을 데려오라는 요청이 아니었어요. 문제는 그 뒤에 누가 무엇을 했는지예요.” “그래도 미안해요.” “미안한 마음은 받아 둘게요. 하지만 책임을 나눠서 봅시다. 메이 씨는 도움을 요청했고, 누군가는 그 요청을 다른 뜻으로 처리했어요.” 메이는 고개를 숙였다가 웃었다. “그럼 저는 남은 청구서부터 처리할게요. 수현 씨는 집에 돌아가는 걸 계속 찾고요.” “좋아요.” 수현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결말을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었다. 메이는 이곳에서 자신의 일을 이어가고 싶었고, 수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두 바람은 서로를 배신하는 일이 아니었다. *** 그날 밤 메이는 고리가 더 이상 예비 적립비 때문에 울리지 않는지 살폈다. 해가 지고 평소 알림이 오던 시각이 지나갔지만 금속은 조용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오히려 불안했다. 혹시 더 큰 청구서가 밀려오는 건 아닐까 싶었다. 수현은 그런 걱정을 비웃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던 통증과 독촉이 멈추면 사람은 한동안 그 침묵을 믿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오늘만 확인해 보죠. 내일도 조용하면 내일 기록에 적고요.” 메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침묵하는 것도 기록할 수 있군요.” “물론이죠. 특히 원래 울려서는 안 됐던 알림이라면요.” 메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작고 단단한 금속 고리는 여전히 손목에 있었지만 그날 밤은 잠을 깨우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에게 조금 긴 휴식이 생겼다. *** 다음 날 심사위원의 서면 결정문이 도착했다. 예상보다 짧은 문서였지만 조항마다 이유가 있었다. 수현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읽었다. [추후 개인 부담 승인을 주장하는 기관은 해당 약정 및 고지 근거를 제출해야 함. 단순 자동 분개 또는 손목 고리 표시만으로 개인 동의를 대신하지 못함.] 메이가 크게 웃었다. “그동안 고리가 하라는 대로 살았는데, 이제 고리가 증거는 아니래요.” “고리가 알려 준 숫자가 전부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메이는 고리를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더 이상 그것을 두려워하는 손짓만은 아니었다. 그때 세드나가 급한 소식을 전했다. 현장 실행 승인 대장의 봉인된 마지막 담당자 확인을 위한 심사가 열리게 됐다는 것이었다. 심사 대상 문서에는 오래된 서식 관리자 '에린 소렐'의 이름이 참조돼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최근 실행자인지는 아직 미확정이라고 했다. 수현은 메이에게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내일 일을 또 시작해도 될까요?” 메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은 여기까지. 대신 내일 다시 물어보세요.” 그 말이 너무 반가워 수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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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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