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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94화
PAYLUA ORIGINAL · 제94화

94화. 두 번 찍힌 배정 완료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92자

오프라인 책장
공동심사반의 당직 장부에는 출근한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했다. 수현은 길드 문서와 다르게 옆 칸에 작은 동그라미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현을 안내하던 기록원 직원은 그것이 식사 교대 표시라고 설명했다. “회신 담당자가 밥을 먹으러 간 시간까지 적혀 있네요.” “당직 교대 중 중요한 기록이 도착하면 누구에게 인계해야 하는지 확인하려고요.” 수현은 가슴 한구석이 이상하게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으로부터 오래전의 이 세계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업무를 멈추고 밥을 먹을 권리를 기록해 두었다.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 거창한 마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옛 질문이 접수된 날에는 서기 둘이 근무했다고 적혀 있었다. 당직 책임자 이름은 훼손돼 있었지만 입회했던 기록 검사인 이름은 선명했다. '호른'. 이베른은 그가 몇 년 전 은퇴해 왕도 외곽에서 책 수리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나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겠군요.” 메이가 말했다. “그분이 어떤 기록을 봤고 지금 무엇을 기억하는지부터 확인하죠.” 수현은 대답했다. “수현 씨는 가끔 기대를 막는 데 천재인 것 같아요.” “전 기대가 커질수록 기록을 더 정확히 보려는 버릇이 있어요.” 세드나는 당직 장부의 옛 서명과 현행 이관 자료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같은 날 '접수 대기'와 '배정 완료' 두 도장이 찍혀 있었다. 시간 기호는 서로 달랐다. “이게 모순인가요?” 메이가 물었다. “아직은 아니에요.” 세드나가 말했다. “어떤 절차의 완료인지 봐야 합니다.” 수현은 또 다른 과거의 사례를 떠올렸다. 서류가 접수됐다는 것과 사람이 자발적으로 업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같지 않았다. 누구는 택배 도착만으로 계약이 성립했다고 주장했고, 누구는 메시지를 읽었다는 이유로 동의했다고 처리했다. *** 장부를 더 펼치자 두 도장의 기능이 달랐다. '접수 대기'는 원문 질문에 대한 내용 심사를 의미했고, '배정 완료'는 담당 사무실이 지정됐다는 뜻이었다. 사람의 실제 이동까지 완료됐다는 표시가 아니었다. “같은 낱말이 두 번 쓰이는군요.” 수현이 말했다. “옛날 부서는 담당자 배정과 현장 확인인 배정을 서로 다르게 관리했습니다.” 이베른이 설명했다. “지금 통합 양식에선 둘 다 배정이라고 번역됐고요.” 메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제 민원에서 '배정 완료'라고 했던 것도 그저 책상 하나를 정해 놨다는 뜻일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바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처리 시기와 해당 부서의 코드가 다르니까요.” 세드나가 답했다. 수현은 두 가지 질문을 새로 썼다. 하나는 이 과거 장부의 도장이 무엇을 뜻하는가. 다른 하나는 자신의 소환 기록에서 같은 도장이 왜 사람 이동 완료로 읽혔는가. 둘의 연결은 아직 가설이었다. “누군가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 같은 표시를 재사용했다면요?” 메이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도 조사할 수 있죠. 하지만 실수인지 의도인지, 실제 누가 어떤 절차를 건너뛰었는지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수현은 속으로 자신이 참 지겨운 사람처럼 들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지겨움이 사람을 지킬 때가 있었다. *** 왕도 기록원의 교육 자료 창고에는 오래된 도장 견본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수현은 '배정 완료'라는 글자가 찍힌 작은 나무 도장을 보았다. 실제로는 아주 가벼운 물건이었다.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금방 잊어버릴 무게였다. “이 조그만 물건이 사람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니.”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베른은 도장을 내려놓게 하고 사용 규정을 보여 주었다. 당시 서기는 담당실을 지정한 뒤 그 도장을 찍었고, 수신인의 이의는 별도의 장부에서 관리했다. 나중에 두 장부를 하나로 합치자 '이의 없음'이라는 기본값이 빈칸에 자동 기입됐다. 수현은 조용히 물었다. “그러면 수신인이 실제로 답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서 보나요?” “그건 이전 장부를 찾아야 합니다. 모든 항목이 넘어오진 않았어요.” “결국 기록을 줄인 만큼 확인할 권리가 줄어든 셈이군요.” 세드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편의 자체가 잘못은 아니겠죠. 이관 과정의 검증이 부족했던 겁니다.” 두 사람은 개정 당시의 작업 지침에 표시를 남겼다. 과거 사람의 잘못을 지금의 기준으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확인 가능한 오류는 수정해야 했다. 창고 밖으로 나오자 메이가 물었다. “서류를 줄이면 일이 줄어드는 거 아니에요?” 수현은 웃었다. “보통은 그렇죠. 그런데 중요한 확인란을 없애면 나중에 확인하려고 서류가 열 배 늘어요.” 메이는 자신의 치료비 이의 신청 뭉치를 생각했는지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줄이는 기술이 정말 사람을 편하게 만들려면, 무엇을 지워도 되고 무엇을 지우면 안 되는지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 호른의 수리점에는 오래된 책과 다리가 부러진 의자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건강했고, 수현 일행이 들어오자 가게 문을 살짝 닫았다. “장부 이야기 때문에 왔다고요? 왜 이제야 그런 걸 묻지?” “지금 조사 중인 사건과 비슷한 표기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 기억만으로 결론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수현이 말했다. 호른은 그녀를 빤히 보다가 의자 세 개를 내주었다. 하나는 다리 높이가 달라 수현이 앉자 기우뚱했다. “그건 손님용이 아니야.” “제가 물어보고 앉았어야 했네요.” 호른이 웃었다. 그제야 대화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당직 시절의 일이 세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접수 대기'를 찍어 놓고 담당실 배정 완료 도장을 동시에 찍었던 이유는 기억했다. “질문의 답은 기다리고 있어도, 그 질문을 맡을 사람은 정해 놓아야 했거든. 공백을 두면 책임을 서로 미뤘지.” “그럼 완료라는 도장이 질문에 대한 답을 뜻한 건 아니군요.” “맞아. 적어도 그 당시 그 장부에선. 그런데 나중에 다른 부서가 종이를 옮겨 적으며 무엇을 지웠는지는 모르지.” 수현은 그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호른은 과거의 직원이었지 현재의 범죄를 밝혀낼 증인이 아니었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기억하게 만들어서는 안 됐다. *** 가게 한쪽에서 어린 제자가 장정할 책을 옮기고 있었다. 무거운 책 뭉치를 한 번에 들다가 중심을 잃었다. 호른이 벌떡 일어났다. “하나씩 들라니까.” 소년은 얼굴을 붉혔다. “빨리 끝내야 쉬는 시간을 받을 수 있잖아요.” 수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쉬는 시간은 무게를 많이 옮기면 받는 건가요?” 호른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온 뒤 두 시간 일을 배우고 정해진 시각에 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요즘 일이 몰려 저녁 교대를 조금씩 미루고 있었다. 수현은 학교에 다녀온 소년이 두꺼운 책을 무리해서 들고 있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급하시면 책 운반은 두 사람이 나눠 하면 어떨까요?” “인건비가 든다네.” “다쳐서 일을 못 하는 시간과 치료비도 비용이잖아요.” 호른이 수현을 보며 웃었다. “역시 노무사가 맞군.” “여기선 자격이 인정되는 것도 아닌데요.” “그래도 하는 말이 그렇잖아.” 수현은 잠깐 의자 다리를 닦고 도왔다. 허락받지 않은 상담 업무를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었지만, 사람 하나가 다치지 않도록 권하는 데에는 거창한 계약서가 필요하지 않았다. *** 호른의 가게에서 나오기 전 수현은 책 수리 비용표를 보았다. 작업 시간과 재료비가 별도로 적혀 있었다. 메이는 그 종이를 보고 감탄했다. “여긴 왜 이렇게 잘 나눠 놨대요?” “책을 수리하는 데 들어간 값과 수리한 사람이 받을 돈은 다르니까요.” 호른이 답했다. 수현은 메이의 치유 비용을 떠올렸다. 치료에 필요한 마석 값과 치료한 사람에게 줘야 할 보수는 별개의 항목이어야 했다. 그런데 길드 장부는 그 둘을 자꾸 메이 개인의 책임으로 뒤섞었다. “이 비용표를 보여 줄 수 있을까요? 금액을 인용하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항목을 구분하는 방식만 참고하고 싶습니다.” 호른은 종이를 복사해 주었다. 그는 책을 수리하느라 손이 다치는 날도 있었고, 그때는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손님이 늦는다고 화낼까 봐 쉬는 게 더 힘들었지.” “그럴 때 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를 알리고 날짜를 다시 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다들 도망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안 그러더군.” 수현은 웃었다. “정직하게 알려 주는 걸 더 좋아하는 손님도 있거든요.” 가게를 나올 때 제자는 무거운 책을 둘로 나눠 운반하고 있었다. 작업시간 표에는 휴식 표시가 새로 그려져 있었다. 호른이 불평했다. “손님이 온 날 가르칠 게 왜 이리 많아?” 수현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책을 고치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방법도 가끔 고쳐야죠.” 호른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수현도 같이 웃었다. 마음속에서는 오래된 장부 하나를 풀어 가면서 평범한 사람의 오늘을 조금 바꾼 일이 은근히 오래 남았다. *** 호른은 대화가 끝날 무렵 자신이 보존해 둔 낡은 견본 양식을 보여 주었다. 그 양식에는 도장 옆에 '업무 담당실 지정 완료'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건 진짜 기록이 아니라 서기들에게 가르치던 표본입니다. 원본하고 혼동하면 안 돼.” “그렇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현이 대답했다. 메이는 견본 아래 작은 경고문을 읽었다. [수신자의 의사 확인 없이 현장 확인인의 이동을 실행하지 말 것.] “이렇게 쓰여 있었는데도 왜 수현 씨가 왔죠?” 호른의 눈에 잠깐 어둠이 드리웠다. “그건 모르지. 나도 듣고 싶구먼. 내가 있던 때는 위험하다고 말했어. 하지만 내가 떠난 뒤 누가 무엇을 바꿨는지는 모르는 일이야.” 수현은 그가 몰랐다고 하는 일을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견본에 적힌 교육 연도와 현재 서식의 개정 연도를 대조할 수 있도록 사본 제공 동의를 구했다. 호른은 허락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내 제자에게 일을 가르치는 데 써야 하니 견본 원본은 가져가지 말게.” “그게 맞죠. 사본으로 충분합니다.” *** 그날 밤 수현은 오래된 당직 장부의 두 도장을 다시 그려 보았다. 모양은 비슷했지만 문서의 수신인이 전혀 달랐다. '담당실'이라는 말이 적힌 칸에는 부서 이름이 있어야 했고, '현장 확인인'이라는 칸에는 당사자 확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통합 화면에서는 두 칸의 차이를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수현은 그 사실을 메이에게 설명했다. 메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누군가 화면에서 '완료'를 보고 더 확인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실행 담당자가 무엇을 봤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마지막 승인 기록을 보는 거군요.” “네. 기록을 만든 사람, 기록을 믿은 사람, 실제로 움직인 사람이 모두 같지는 않을 수 있으니까요.” 수현은 세 칸짜리 표를 만들었다. 잘못된 지시가 있었다면 그 지시의 수정과 재발 방지는 각 단계에 달려 있었다. 누구 하나를 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메이는 표를 보더니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내일 또 서고에 가야 하잖아요.” 수현은 웃으며 펜을 놓았다. 메이가 먼저 퇴근을 선언하는 밤이었다. *** 돌아오는 길 메이는 물었다. “수현 씨는 왜 저런 일까지 신경 써요? 호른의 제자가 무거운 책을 드는 것 말이에요.” “그게 제 직업이었거든요. 누가 일하다 다치지 않도록 말하고, 누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자기 목소리를 빼앗기지 않게 돕는 일.” “그럼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희를 잊을까요?” 수현은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서울의 사무실, 편의점, 버스 정류장, 답하지 못한 메신저가 떠올랐다. 동시에 천막의 약 냄새와 카이렌의 고열, 메이가 처음 건넨 진정서도 떠올랐다. “잊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간 다음에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죠.” 수현은 웃었다. “네. 그게 제가 아는 삶이니까요.” 왕도 기록원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과거 견본과 현행 서식의 차이점 보고서를 제출했다. 중요한 진전은 단순했다. 옛 '배정 완료'가 사람의 이동 동의를 증명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한 가지 더 생긴 것이다. 그때 세드나가 다른 문서 한 장을 보여 주었다. 현재 소환 이의 사건에서 실제 현장 확인인 배정의 버튼을 누른 부서가 드디어 확인된 것이다. [배정 처리: 왕립 소환·회신 통합 이관반, 야간 자동 대행 절차.] 수현은 자동이라는 단어를 오래 보았다. “그럼 사람이 직접 승인한 흔적은요?” “그 부분을 이제 확인해야 합니다.” 세드나가 답했다. 수현은 펜으로 마지막 칸에 적었다. [자동 절차를 누가 설정했고, 누가 이의를 들었는가.] 도장을 찍은 손이 없다고 해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반드시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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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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