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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78화
PAYLUA ORIGINAL · 제78화

78화. 이백 걸음 사이의 신호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20자

오프라인 책장
동부 관측소의 첫 번째 재현 시험 결과를 듣고 가장 먼저 흥분한 사람은 카이렌이었다. “두 장소 사이에 글자를 보낼 수 있다면 전령이 말 타고 다닐 필요가 없겠네요!” 수현은 답장을 쓰다가 웃음을 참았다. “용사님, 신기술 도입 전에 전령을 전부 해고할 계획부터 세우시면 곤란합니다.” 메이가 편지를 빼앗아 읽더니 크게 웃었다. “카이렌이 이거 보면 한동안 놀림받겠어요.” “그 대신 일하는 방식이 바뀔 때 누가 피해를 보는지도 먼저 묻겠죠.” 수현은 답장 끝에 덧붙였다. [현재 설비는 시험적이며 전송 내용 일부가 틀릴 수 있습니다. 긴급 구조 명령은 검증된 연락 수단을 함께 사용하세요.] 카이렌이 말의 힘을 줄이고 싶어 한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구조 요청 한 번이면 사람이 다칠 수 있었다. *** 시험 당일 아침, 급수탑 근처 여관 주인이 루세를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보르였다. 그는 밤새 수신소에서 새어 나온 금속 소리 때문에 손님이 잠을 설쳤다고 했다. “저희는 밤에 시험하지 않았는데요.” 루세가 의아해했다. “그럼 오래된 종이 바람에 울었겠죠. 하지만 소리가 난 건 사실입니다.” 수현은 보르의 말을 적었다. 시험 때문에 생긴 소리인지, 기존 시설에서 나는 소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 쪽이든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면 알릴 필요가 있었다. “소리가 난 시각을 기억하시나요?” “새벽에 닭이 울기 전이었어요.” “종류는요? 종소리였나요, 철판이 흔들리는 소리였나요?” “한 번은 종처럼 울리고 한 번은 길게 긁히는 소리였습니다.” 루세는 급수탑의 오래된 바람개비를 확인했다. 축이 녹슬어 바람이 세면 금속이 부딪혔다. 그들은 한동안 소리를 들으며 기록했다. 보르가 들었다는 소리와 완전히 같다고 단정할 순 없었지만,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는 소리였다. “그럼 오늘 시험으로 더 큰 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측정해야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마력 장치는 소리를 거의 내지 않을 텐데.” 루세가 답했다. “저번 기계실에서도 그 말 들었어요. 장치가 예전엔 종을 울렸다고 하더라고요.” 루세는 웃었다. “좋아. 수신탑 바깥에도 기록 담당을 한 명 두지.” *** 두 번째 통신 시험은 강 건너 옛 급수탑에서 진행됐다. 관측소와 수신탑 사이 거리는 걸어서 이백 걸음 남짓이었다. 루세는 거리부터 측정했다. “이 정도면 신호가 닿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럼 왜 여기서 하죠?” 메이가 물었다. “일단 서로 보이지 않는 두 방 안에서, 실제로 복제된 문자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확인하려고.” 그는 도식 위의 작은 점을 가리켰다. 수신탑에는 마력 원반만 두고, 시험 내용은 관측소의 봉인된 상자에 남겨 두었다. 두 팀은 각각 별도의 기록 담당자를 세웠다. 수현은 그 자리에 없기로 했다. 이해당사자가 모든 것을 보는 것보다, 처음부터 누구도 전체를 보지 않는 편이 더 깨끗했다. *** 두 팀이 서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갈라지기 전, 수현은 출입자 명단을 확인했다. 명단에는 루세와 유엘, 아델라, 이베른, 세드나뿐 아니라 장비 상자를 운반해 준 데런도 포함돼 있었다. “데런 씨는 시험 참여자로 적어야 하나요?” “운송 담당이지, 판독에는 관여하지 않으니까 구분하는 게 좋겠어요.” 세드나가 답했다. 데런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말만 잘 데려오면 됩니다.” “말도 중요한 참가자죠.” 수현이 말했다. “그러면 말 이름도 장부에 넣을까요?” “운송 기록에는 넣는 편이 낫겠네요. 어느 말이 힘든 길을 갔는지도 알아야 하니까.” 데런이 웃었다. “이젠 말도 출퇴근부가 생기겠군요.” 수현은 카이렌의 교대표가 처음 생겼을 때가 떠올랐다. 대원들이 장난으로 서명란에 이상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다. 이제는 그 표가 휴식과 수당을 증명하는 자료가 됐다. 어떤 도구는 시작할 때 우스워 보이다가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험을 앞두고 루세가 다시 당부했다. “수신팀이 문장을 알아맞혔다고 소리를 지르지 마. 송신팀이 듣고 답을 고칠 수도 있으니까.” “이백 걸음 거리에서 들릴까요?” 메이가 물었다. “바람이 좋은 날이면.” 그들은 송신소와 수신탑 사이에 얇은 천을 둘렀다. 수신자가 송신자의 손짓을 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수현은 그 모든 과정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다시 시험 감독관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첫 시험은 성공처럼 보였다. 송신팀이 보낸 그림, 네모 안에 세 개의 점이 있는 모양이 거의 정확하게 도착했다. “해냈어요!” 유엘이 소리쳤다. 루세는 바로 축하하지 않았다. 잔류 판에 시험 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는지 검사한 다음, 수신탑에서 찍힌 시간 표식을 확인했다. “이번엔 우리가 의도한 메시지가 나온 건 맞아.” “그럼 외부 입력도 가능한 건가요?” 수현이 물었다. “이 두 장소 사이에서는 가능하다는 말이지. 다른 세계와는 관계없어.” 수현은 웃었다. “알아요. 하지만 이 정도는 기뻐해도 되겠죠?” 루세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다만 기뻐한 뒤에 오류율도 적어야 해.” *** 두 번째 시험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정해진 문자를 보냈는데 수신 기록판에는 이전 경고 문구의 일부가 함께 나타났다. [전송 완료.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없음.] 수현은 종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래전 수신 문자열과 닮아 있었다. “이런 문구가 지금도 붙는군요.” “구형 장비라서 자동 경고판이 살아 있겠지.” 루세는 두 기록을 분리했다. 시험자가 보낸 네모와 점 세 개, 장치가 덧붙인 경고문. 누군가 결과만 읽으면 한 사람이 긴 문장을 보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었다. “이게 오래된 기록에서도 일어났을 수 있겠네요.” “그래.” “그러면 ‘당신의 요청을 받았습니다’라는 첫 문장도 기계 문구였을 수 있고요.” “가능해.” 수현은 그 사실이 씁쓸했다. 그러나 마음이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이제 적어도 어떤 오해가 생길 수 있는지 눈앞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실험이 끝난 뒤 수신소의 기록에는 보낸 문자뿐 아니라 자동 경고문이 붙었다. 그 경고문을 본 아델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예전에 관측소가 폐쇄되기 전에도 이런 식으로 문장이 덧붙었어요. 신호가 오면 관리자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기계가 자기 말을 보낸 거죠.” “그때도 사람들은 진짜 사람이 대답한 것으로 믿었나요?” 수현이 물었다. “가끔은 그랬겠죠. 제가 어릴 때도 탑이 사람 목소리를 따라 한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메이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무섭지 않았어요?” “당연히 무서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대부분은 쇳소리였고, 누군가 일부러 꾸민 얘기도 있었고, 몇 가지는 지금까지 모르겠어요.” 수현은 아델라를 보았다. 확인한 것과 모르는 것을 섞지 않는 태도가 좋았다. “그럼 외부 세계에서 왔다는 소문도 있었나요?” “있었어요. 그러나 어느 이야기도 제가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수현은 더 묻지 않았다. 소문은 연구의 질문을 만들어 줄 수 있어도 결론을 대신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수신 기록판의 모서리에 붙은 경고 문구와 송신팀의 원문을 분리해 보존했다. 누군가 나중에 이 두 장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두 종이에는 같은 시험 번호와 서로 다른 작성자를 표시했다. “이걸 왜 그렇게까지 나눠요?” 유엘이 물었다. “나중에 두 사람이 보낸 말을 한 사람이 보낸 것처럼 읽지 않게 하려고요.” “옛날 기록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우리는 그걸 확인하는 중이고요.” *** 세 번째 시험에 앞서 급수탑의 노후 계단에 경고 표식이 붙었다. 아래쪽 난간이 흔들려 한 번에 두 사람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누가 마지막으로 안전 점검했죠?” 수현이 물었다. “행정실 인계표엔 작년 가을이 마지막이네요.” 아델라가 답했다. “작년이면 꽤 오래됐네요.” “옛 시설은 다 그렇죠.” 수현은 난간을 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 올라가야 하는 건 아니죠. 오늘 시험은 아래층만 쓰도록 계획을 바꿉시다.” 루세가 계산표를 다시 봤다. “그러면 장비 배치가 달라져 결과가 비교하기 어렵겠는데.” “시험 결과가 달라지는 건 적으면 되지만, 다친 사람이 생기는 건 지우기 어렵잖아요.” 결국 그들은 세 번째 시험을 취소했다. 아델라는 감독청에 계단 보수 요청을 올렸다. 수현은 현장에서 중단한 일을 실험 기록에도 분명히 남기도록 했다. *** 그날 밤 한 기술자가 수현에게 개인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다른 곳에 옮겨 놓은 장치가 있으면 이 두 장소보다 더 먼 곳에도 보낼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가능성은 있겠죠.” “그럼 외부 계열로 분류된 신호가 다른 세계에 간 것일 수도 있잖아요.” “가능성과 확인은 달라요.” “그 말만 하면 연구가 늦어집니다.” 수현은 그를 바라봤다. “연구를 늦추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른 세계인지도 모르는 곳에 사람의 주소를 무작정 적어 보내거나, 사람을 장치 안에 세워 놓고 작동시키는 일을 막고 싶은 거예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도 가족이 다른 도시에서 저를 찾고 있어요. 이 기계가 되면 편지를 바로 보내고 싶습니다.” 수현의 얼굴이 누그러졌다. “그 마음은 이해해요. 저도 집에 돌아가고 싶으니까요. 그러니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죠.” *** 해가 지자 보르가 따뜻한 빵을 가져왔다. 여관이 가까워 수신팀 모두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침에 소음 문제를 따진 사람이 이런 걸 가져와도 되나요?” 루세가 물었다. “소음이 싫은 거지, 사람이 싫은 건 아니에요.” 수현은 빵을 받으며 웃었다. 사람들의 의견이 한 가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했다. 관측소의 연구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밤의 종소리는 싫을 수 있었다. 그들은 동네에 시험 일정과 소음 연락처를 알리는 작은 공고를 붙이기로 했다. 루세는 실험 비용 항목에 주민 설명 시간을 넣었다. 전에는 기술 시험과 무관한 잡무라고 생각했던 일이었지만, 이제는 실험이 오래 이어지려면 필요한 절차라는 걸 이해했다. 수현은 보고서 끝에 ‘주민 의견’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돌아갈 길을 찾으려 시작한 조사였는데 그 사이에 작은 마을의 불편함까지 기록하게 됐다. 어쩌면 낯선 세계에서 가장 익숙해진 일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적는 일이었다. *** 마차에 돌아온 데런은 장비 상자 하나에 물이 스며든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젖은 상자를 그대로 싣지 않고 내용물을 꺼내 확인했다. 금속판은 멀쩡했지만 종이 완충재가 눅눅해져 있었다. “이건 다시 싸야 합니다.” “한밤중에요?” 유엘이 물었다. “내일 출발할 거니까 지금 확인하는 겁니다. 오늘 젖은 걸 내일 발견하면 더 늦어요.” 수현은 데런의 말을 기록 담당자의 의견 옆에 적었다. 전송 시험의 정확성에는 기계만 아니라 운송 상태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데런이 마차의 흔들림과 습도를 적자 루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관측은 내가 안 해 봤는데, 다음에도 부탁할게요.” “일로 부탁하는 거면 수당도요.” 데런이 웃었다. “당연하지.” 수현은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직접 일의 범위와 대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메이는 실험을 마친 사람들에게 저녁을 준비했다. 아델라는 식탁에 앉아 수프를 뜨다가 웃었다. “일을 빨리 끝내면 좋지만, 일을 끝냈다는 이유로 밥을 못 먹게 하는 것도 이상하죠.” 루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이런 자리가 좋았다. 장치를 해체하고 난 뒤에야 기술자들이 비로소 사람의 얼굴로 보였다. 그때 세드나에게 짧은 통지가 왔다. [수현의 비자발적 현장 확인 배정 사건, 정정심사 1차 면담 일정 확정.] “이제 누가 저를 이곳으로 보냈는지 알 수 있는 건가요?” 수현이 물었다. “처리 기록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실행 책임까지 바로 밝혀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수현은 종이를 접었다. 기술 실험과 행정 심사가 서로 다른 길을 돌아 같은 곳으로 가고 있었다. 한쪽은 신호가 어디서 왔는지 묻고, 다른 쪽은 누가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묻고 있었다. 그날 기록에는 작지만 확실한 결론이 있었다. 두 시설 사이에서 의도한 문양이 전송됐다. 그 사이에 안전 경고문도 따라붙었다. 외부 세계와의 연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현은 작은 성공을 인정하고, 큰 성공을 상상으로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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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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