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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75화
PAYLUA ORIGINAL · 제75화

75화. 외부라는 이름의 경계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76자

오프라인 책장
“외부 계열이 외부 세계라는 뜻은 아니라고요?” 이수현은 세드나가 가져온 문서를 두 번 읽었다. [구분: 외부 계열. 해석: 관측소 관할 범위 밖에서 연결되거나, 관측소의 등록 목록에 속하지 않는 경로.] 아델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 바깥으로 한 발짝만 나가도 외부 계열이라는 말입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요. 등록망에 속하지 않은 기계나 통로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루세가 답했다. 수현은 문서에 줄을 그었다. “그럼 이 표현이 다른 세계를 증명하는 건 전혀 아니네요.”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메이는 실망한 얼굴로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 사람은 관측소의 번호가 온 세상 바깥을 가리키는 단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 말은 낡은 행정용 분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현도 아쉬웠다. 그러나 한 가지는 남아 있었다. 분류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입력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 비상 원장은 지하 보존함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외부 관할 목록에는 보존 원장이 한 차례 중앙 기록원으로 보내졌다는 인계번호가 있었다. 그 문서의 끝에서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보존 이관 증빙: 에린 소렐 경유 확인.] 세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에린이라는 이름이 또 나왔네.” “정확히는 ‘에린 소렐’이요.” 수현은 문장 끝을 짚었다. “그리고 이건 소환 기록의 에린이라는 이름과 동일하다는 증거는 아니에요.” “하지만 실재 인물 확인이 가능할 수도 있죠.” 루세는 인계번호를 살폈다. “저 이름은 장치 설계자나 사용자가 아니라 보존 이관 경유자일 수도 있어. 기록을 맡아 전달하는 역할이라면 관측소 신호 자체를 보낸 사람은 아니야.” 이베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자 표기가 실제 서명인지 자동으로 붙은 직함인지부터 봐야겠습니다.” 수현은 공책에 둘로 나누어 적었다. ‘에린 소렐 이름 표기 확인.’ ‘동일 인물 여부 미확인.’ 반복되는 이름이 답이 되지 않도록. *** 중앙 기록원에 도착하자 나이 든 관리관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필릭이었다. 그는 빈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당시 보존 문서를 가져가려는 겁니까?” “아뇨. 비상 원장에 대한 이관 확인이 목적입니다.” “좋습니다. 전에는 누군가 와서 관측소가 숨긴 비밀을 달라고 하더군요. 비밀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저도 만나고 싶었어요.” 수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필릭은 보존 창고의 원장 목록을 가져왔다. 이관됐다는 비상 원장의 이름은 있었지만 실물 위치 칸은 비어 있었다. “여기선 보낸 걸로 되어 있는데 받았다는 서명이 없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그러면 분실인가요?” 메이가 물었다. “그렇게 단정하긴 이릅니다. 다음 부서가 묶음 번호를 다르게 붙였을 수도 있죠.” 필릭은 다른 서가의 책을 가져왔다. 거기에는 옛 관측소에서 들어온 ‘비상 원장’이 아니라 ‘야간 운영 묶음’이라는 표제가 있었다. 수현은 가장자리에 그려진 파도 문양을 보았다. “비상 원장의 이름이 바뀐 걸까요?” “가능성은 있지만 목록이 같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 이베른은 비상 원장 묶음의 이관 경로를 도식으로 그려 벽에 붙였다. 화살표가 세 번 꺾여 있었다. 동부 관측소, 동부 감독청, 왕도 중앙 기록원. 그 뒤에는 두 갈래가 생겼다. 실물 원장과 별도 작업자 회신지의 보관처가 달라진 것이다. “이렇게 갈라진 이유는 뭘까요?” 메이가 물었다. “보존 규칙이 달라서일 수도 있죠. 기계 상태 기록은 기술실에, 사람의 진술은 행정실에 보낸다든지.” 수현이 답했다. “그럼 누가 모두를 합쳐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만나지 못하겠네요.” “그럴 수도요.” 이베른은 한 장을 더 붙였다. 거기에는 이관 기록을 작성한 사람과 접수한 사람의 업무 번호만 있었다. 수현은 두 번호가 같은 날, 같은 시간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한 사람이 보낸 것과 받은 것을 다 처리했다는 건가요?” “일괄 이관 시스템을 썼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름이 안 남은 사람의 서명이 없었다고 곧바로 거절했다고 볼 수는 없겠네요.” “맞습니다. 다만 사람이 확인했다는 증거도 아니죠.” 장부를 나눠 읽을수록 수현은 자신이 이세계에 오던 날의 문서 오류와 닮은 점을 발견했다. 빈칸이 누군가의 동의가 되거나, 이관 완료가 내용 확인 완료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닮았다는 것과 같은 사건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저는 이관의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과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로 적겠습니다.” 필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요청이 드문 건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만 장부를 뒤지지요.” “저도 원하는 결론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집으로 가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결론이요.” 수현이 웃자 필릭의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러면 더더욱 꼼꼼하게 봐야겠군요.” *** 중앙 기록원 뒤편에는 옛날 야간 근무자들이 썼다는 작은 휴게실이 있었다. 현재는 장부 수선용 종이를 말리는 방으로 쓰이고 있었다. 메이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다가 물었다. “보존실 사람들은 낮에도 밖에 못 나오나요?” 필릭이 웃었다. “나오는 사람은 나오죠. 그러나 바쁠 땐 서가에서 빵을 먹기도 합니다.” “그럼 차라리 식사 시간을 정해 두는 게 어때요?” “왕도 기록원은 길드와 달라요. 각자의 책임이 있죠.” 수현은 거들지 않았다. 메이의 의견을 대신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메이가 차분하게 다시 물었다. “서가에서 빵을 먹으면 종이에 부스러기가 떨어질 수 있잖아요. 업무가 바쁠수록 정해진 시간에 식당에서 식사해야 자료를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필릭은 생각에 잠겼다. “보존 자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사람도 지킬 수 있고요.” 메이는 수줍게 웃었다. 수현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메이는 이제 수현에게 ‘이 말 해도 될까요’라고 묻지 않았다. 현장의 사실을 보고 스스로 제안하고 있었다. 그때 기록실 보조원이 차를 들고 들어왔다. 차 쟁반에는 손잡이가 부러진 잔이 있었다. 메이는 그 잔을 다른 쟁반으로 옮기면서 손을 베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런 잔은 수리하거나 버려야 할 것 같아요.”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시네요.” 보조원이 말했다. “사소하다가 다치면 치료실로 가니까요.” 보조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이제 자신의 직업이 단지 상처를 치료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작업자 회신지의 묶음 번호를 다시 대조하던 중, 수현은 목록 끝에 ‘청구 없음’이라는 표시가 붙은 것을 보았다. 그 단어는 오래된 항목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여기 청구가 없다는 건 비용을 받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필릭이 목록을 살폈다. “아마 보존 이관 수수료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예산과 개인 채무는 관련이 없겠네요.”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수현은 괜히 웃었다. 요즘은 ‘청구’라는 글자를 보기만 해도 메이의 고리가 떠올랐다. 세상에는 같은 단어가 너무 많았다. 뜻을 정확히 구분하려면 문서의 작성 목적부터 알아야 했다. 그들은 마침내 기계 자동 수신판의 보존 위치를 확인했다. 오래전 급수탑에 있던 수신판이 아니라 중앙 기록원으로 옮겨진 작은 복제판이었다. 원본이 아니라는 표기가 남아 있었다. “원본이 다른 데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폐쇄 당시 관측소로 다시 돌아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럼 원본은 여전히 기계실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추측입니다. 안전 점검이 끝나기 전에는 찾으러 들어가면 안 됩니다.” 수현은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오늘 찾은 건 원본의 위치가 아니라 원본을 찾는 다음 절차였다. 자꾸만 끝에 서 있는 것 같다가도, 사실은 다음 시작 앞에 서 있었다. *** 그날 오후 메이는 카이렌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었다. 원정대의 시험 운영 결과는 어떤가, 젠의 발목은 나았는가, 다음 휴식 순번은 누가 정하는가. 수현은 문장 사이에 부상자의 이름이 너무 상세히 적혀 있는 부분을 보고 조용히 물었다. “그 사람은 이 편지가 여러 사람 손을 거쳐도 괜찮다고 했나요?” 메이는 깜짝 놀랐다. “아니요. 카이렌에게만 쓰는 거라 생각했어요.”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전령이 읽거나 길드에서 보존할 수도 있잖아요.” 메이는 이름을 지우고 ‘부상 대원’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서류가 어렵네요. 말을 하나 더 적어야 할지 덜 적어야 할지.” “제가 확실히 아는 건, 필요 없는 사람까지 알게 만들면 다시 거두기 어렵다는 거예요.” 메이가 웃었다. “그건 제가 치유술 쓰는 것과 비슷하네요. 한 번 쓴 마력은 돌아오지 않아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쪽이든 한 번 나간 것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보내기 전에 잠시 멈추는 편이 나았다. *** 늦은 오후 필릭은 장부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비상 원장의 내용을 적은 책이 아니라, 그 책을 누가 언제 묶음으로 옮겼는지 적은 목록이었다. [이송: 야간 운영 묶음 4번. 첨부: 비상 원장 1책, 작업자 회신지 2장, 기계 자동 수신판 1장.] 수현의 손이 멈췄다. “회신지가 두 장이라고요?” “그렇군요.” “우리가 찾던 현장 확인 동의 회신지일 수도 있을까요?” 메이가 물었다. “확정할 수 없어요. 이것은 관측소 야간 작업자 회신지니까. 소환 당시의 회신지와는 시대도 용도도 다를 수 있죠.” 그럼에도 의미가 있었다. 원장에 들어 있던 데이터와 별도로 사람이 작성한 두 장의 회신지가 기록됐다. 기계가 만든 수신판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원본 위치를 알아볼 수 있습니까?” “다음 이관 대장에 붙은 지폐 같은 작은 꼬리표를 찾아야 합니다. 한 묶음이 다시 나뉜 모양이군요.” 수현은 이베른이 눈을 비비는 것을 보고 제안했다. “여기서 멈추죠. 내일 다시 시작합시다.” “아직 해가 떠 있는데요?” “원래 허가받은 시간이 끝났어요. 보존실 직원도 퇴근해야 하잖아요.” 필릭은 잠깐 수현을 보더니 웃었다. “오랜만에 보존실 사람이 퇴근할 수 있느냐고 묻는 신청인을 봤네요.” *** 중앙 기록원에 머문 마지막 날, 필릭은 열람 장부의 빈칸을 보여 주었다. 기록을 본 사람의 성명은 있었지만 열람한 자료의 범위가 빠져 있었다. “혹시 나중에 누가 이 자료를 밖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하면 곤란해지겠죠?” 수현이 물었다. “그래서 지금 확인하는 겁니다.” 수현은 열람한 문서의 제목과 페이지 번호를 적었다. 필릭은 실제로 가져간 것이 인증 사본 두 장뿐이라고 명시했다. 그에게 특별히 친절하려는 게 아니었다. 나중에 누군가 이 기록을 다시 찾는다면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름 하나를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메이가 말했다. “이름이 같아도 같은 사람인지 모를 때가 있으니까요.” “그럼 에린 소렐이랑 예전 신고 담당 에린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야 해요. 동명이인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다른 직무일 수도 있고, 서식 제목에 적힌 옛 이름일 수도 있어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첫 진정서에서 메이는 카이렌의 휴식을 요구했다. 이제는 한 줄의 이름이 누군가의 신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이름을 확인하면 그 사람이 한 일도 다 알 수 있을까요?” “아뇨. 사람의 이름은 시작일 뿐이에요.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실제로 무슨 권한을 가졌고 무엇을 했는지를 확인해야죠.” 메이는 문득 수현에게 웃어 보였다. “그럼 계속 귀찮겠네요.” “네. 서류는 원래 계속 귀찮습니다.” *** 돌아가는 길에 세드나가 물었다. “수현, 만약 비상 원장에서 정말 사람이 쓴 회신이 발견되면, 넌 어떤 문장을 찾고 싶어?” 수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서울에서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 돌아올 수 있다는 말. 아니면 그저 ‘괜찮냐’는 짧은 물음. 다 기대하고 있었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은 많아요.” “그런데?” “그래도 그 사람이 실제로 적은 말만 찾을 거예요.” 세드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먼 곳에서 비가 시작됐다. 수현은 외투 깃을 세웠다. 이세계의 비도 서울의 비처럼 차갑게 옷깃 안으로 흘러들었다. 아직 돌아갈 길이 발견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중계소가 가리키는 ‘외부’라는 말의 범위는 좁혀졌다. 밖이라는 이름은 때때로 그저 한 조직의 바깥을 뜻했다. 그 사실이 실망스러운 것은, 그녀가 정말 찾는 바깥이 그보다 훨씬 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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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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