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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71화. 허가서의 세 줄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453자

오프라인 책장
이수현이 동부 중계 관측소의 위치를 처음 본 것은 지도 위가 아니라 세 장의 거절 통지서 위였다. 첫 번째는 토지 관할이 불분명하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는 오래된 마력 축전지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는 안전 경고였다. 세 번째는 더 간단했다. [현장 조사 목적이 불명확함.]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 한다, 이렇게 쓰면 명확할까요?” 수현이 종이를 내려놓자 세드나가 찻잔을 밀어 주었다. “목적은 분명하지. 다만 관측소 관리인에게 그 이야기를 증명할 자료가 없잖아.” “그럼 ‘구형 수신 시험의 보존 원장과 식별자 생성 규칙 확인’이라고 쓸게요.” “그게 맞아.” 수현은 펜을 움직였다.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신청인으로 서류를 내는 일이었다. 지난 몇 주 사이 그 차이를 뼈저리게 배웠다. 왕도 서쪽 보관소의 르네는 별도 봉투를 하나 건넸다. 앞서 발견한 기록판의 세 자리 식별자와 보존 흔적을 옮겨 적은 인증 사본이었다. 밀봉 가장자리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서명이 있었다. “원판은 여기에 두겠습니다. 현장에 가져가실 것은 사본뿐이에요.” “좋습니다. 원본을 등에 지고 산길을 다닐 만큼 모험심이 있진 않아요.” “그 말은 용사님 앞에서 하지 마세요.” 메이가 웃었다. 그 웃음을 듣자 수현은 조금 편안해졌다. 사람을 웃게 하려고 하는 농담과 무서움을 숨기려는 농담은 달랐다. 지금 자신이 하는 건 후자에 더 가까웠다. *** 동쪽으로 향하는 길은 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왕도의 평탄한 포장도로가 끝나자 마차가 느리게 흔들렸고, 낮은 언덕 뒤로 굴뚝 없는 탑 하나가 보였다. 꼭대기에는 한때 방향을 가리켰을 법한 금속 날개가 기울어져 있었다. 데런이 고삐를 느슨하게 잡았다. “여기서부터 바퀴가 깊게 빠집니다. 지난 비에 길 아래 흙이 쓸려 갔어요.” “걸어서 갈까요?” “사람은 걸어도 장비는 못 걷죠. 먼저 짐을 줄여야 합니다.” 루세는 금속 상자 두 개를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하나에는 절연 장갑과 측정용 판이, 다른 하나에는 안전용 차폐 천이 있었다. “이건 반드시 가져간다. 장식품은 내려놔.” “장식품이 있어요?” 수현이 물었다. “저기 커다란 황동 나침반. 아까 기록원의 새 직원이 넣었어.” “길을 찾으려면 나침반이 필요하지 않나요?” “자성이 틀어진 고철이면 차라리 해를 봐.” 데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장비를 두 차례에 나누어 옮기기로 했다. 이러면 도착 시간이 늦어질 것이었다. 수현은 일정표의 종료 시간을 그 자리에서 고쳤다. “원래 오늘 저녁까지 기록을 읽으려 했는데 내일로 미룹니다.” “한 번 들어가면 밤샘해서 끝낼 수도 있는데.” 루세의 조수가 중얼거렸다. “야간 출입 허가도 없고, 바닥이 안전한지도 몰라요.” 수현은 데런의 신발 밑창을 보았다. 진흙이 두껍게 달라붙었다. 이런 길에서 다친 사람이 생기면 기록을 찾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먼저였다. “돌아오는 길을 남겨 두고 가죠.” *** 관측소 입구에는 문 대신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쇠사슬 아래에서 눈썹이 짙은 여자가 기다렸다. 오른쪽 허리에는 열쇠가 가득한 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관리인 아델라입니다. 신청서에 적힌 기록 보존 조사 맞습니까?” 세드나가 허가문을 보여 주었다. 아델라는 줄마다 손가락을 짚으며 읽었다. “한 가지 더 확인하죠. 이 건물은 폐쇄된 지 열여덟 해입니다. 뒤쪽 기계실은 발을 들여놓지 못합니다. 기록실만 제한적으로 볼 수 있어요. 물건은 옮기면 안 되고, 손상된 서류를 발견하면 위치부터 적으세요.” “네.” 수현이 답했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그 이상한 실험은 안 됩니다.” 루세가 어깨를 폈다. “기기 상태 조사와 비파괴 측정만 하겠습니다.” “계약서에 그 말 꼭 쓰세요.” 아델라가 내민 출입 장부에는 이전 방문자의 이름이 몇 줄 있었다. 수현은 날짜에 눈길이 갔다. 마지막 점검이 두 달 전이었다. 그런데 방문 사유는 모두 ‘먼지 제거’라고 적혀 있었다. “관측소 전체가 아니라 기록실을 청소한 거죠?” “그렇습니다. 비가 새면 장부를 말리고, 쥐가 갉아먹으면 보존실에 알립니다.” “그때 원장을 가져간 적은 없습니까?” “보낸 적은 있어요. 그러나 어느 건인지는 인계 장부를 봐야 알죠.” 수현은 그 답이 마음에 들었다. 기억에 의지해 자신 있게 말하는 대신 찾아봐야 한다고 답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조사가 조금 덜 위험해졌다. *** 기록실의 문이 열리자 묵은 종이 냄새가 밀려왔다. 선반 아래쪽은 습기로 불룩했고, 벽에는 오래된 물길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이베른이 먼저 손을 들어 모두의 움직임을 막았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동선을 정하겠습니다. 원장 표면에 먼지가 있다고 털면 더 훼손됩니다.” 그는 작은 종이 위에 선반 번호를 적었다. 아델라가 벽에 걸린 보존 목록을 펼쳤다. ‘동부 신호 원장 제1책’. ‘외부 대역 시험 보충표’. ‘폐쇄 전 최종 인계표’. 찾던 물건이 실제로 있을지도 몰랐다. 수현은 숨을 고르며 첫 번째 목록을 가리켰다. “이 원장부터 보겠습니다.” “원장은 보실 수 없습니다.” 아델라의 대답은 단호했다. 수현은 귀를 의심했다. “방금 기록실을 볼 수 있다고….” “건물 안에 있다고 해서 관측소 소유인 건 아니에요. 동부 통신 감독청 보존 지정 자료입니다. 이걸 열려면 감독청의 자료 접근 승인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세드나가 허가문을 다시 확인했다. 정말로 거기에는 ‘현장 기록실 출입’만 적혀 있었다. ‘보존 원장 열람’이라는 문구는 없었다. “제가 신청을 잘못했네요.” 수현이 말했다. “그런 실수를 인정하는 방문객은 오랜만입니다.” 아델라가 대꾸했다. 루세가 못마땅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 아무것도 못 보는 겁니까?” “볼 수 있는 것부터 보죠.” 수현은 서가를 훑었다. “보존 지정 자료의 관리 목록과 인계 장부는 누가 관리하나요?” “제 책임입니다.” “그럼 그 두 가지는 열람해도 될까요?” 아델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열쇠를 꺼냈다. *** 관측소에 머물던 낮, 수현은 이베른과 함께 관리 목록의 이관 기록을 날짜별로 정렬했다. 오래된 봉투를 더 열 필요가 없도록 겉면의 표기만 베껴 적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수현의 손목이 저려 왔다. “왜 제가 해야 하는 조사에는 항상 종이가 이렇게 많죠?” “종이를 하나씩 확인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베른이 대꾸했다. “그 대신 결과를 믿는 사람이 줄어들겠죠.” “그래도 종이에 번호가 겹치는 건 너무하잖아요. 한 번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구분되는 시스템이 그리워지네요.” “그 자동 시스템이 옛 장부를 변환할 때 문제를 일으킨 건 기억하시죠?”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 “아, 그 말은 취소합니다.” 두 사람은 웃었다. 그러나 표를 정리하다가 정말 이상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특정 달에는 기록물 반출 서명이 전부 같은 필체로 적혀 있었다. 수현은 원본과 대조할 수 있게 세 줄에 표시했다. “누가 남의 서명을 대신한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당시 당직 관리인이 공동 인계를 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직무 대행이라는 표시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현재 목록에는 없습니다.” 수현은 본인이 본 것을 정확히 적었다. ‘같은 필체로 보이는 항목 세 건’, ‘대리 기록 여부는 미상’.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기에는 아직 한 줄이 부족했다. 아델라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오래된 표찰을 하나 가져왔다. 표찰에는 관측소 출입자의 옷깃에 달던 작은 구리 표시가 붙어 있었다. 한쪽에는 숫자, 다른 쪽에는 모양이 새겨졌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여러 부서로 오가며 심부름을 했습니다. 옷깃의 표찰 번호가 실제 이름보다 먼저 적히곤 했죠.” 수현은 표찰을 돌려 보았다. “그럼 우리가 이름을 찾으려 할 때 번호를 찾는 편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요. 번호판도 돌려 썼어요.” 데런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동네 장부는 사람한테 불친절하네요.” “사람에게 친절하도록 만들지 않아서 그래요.” 수현이 대답했다. 그 말이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된 관측소의 관리자들이 후대의 조사자를 괴롭히려고 번호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은 빠르게 물자를 옮기고, 야간 근무가 끝나면 다른 사람이 받아 적을 수 있도록 한 실무 방식이었을 터였다. “한 가지 더 물어도 될까요?” 수현이 말했다. “관측소가 폐쇄되기 전, 기록을 옮기던 사람들이 몇 명이었나요?” “보존 대상은 스물여섯 명 정도였어요. 모두 이름이 남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그 사람들 중 누가 이름 없이 일했을 수도 있겠네요.”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측소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임시 인력들이 기록을 정리했다고 했다. 폭풍 때문에 길이 막혀 식량을 배달하던 사람까지 장부를 옮겼다. 그들의 근무 계약은 누가 관리했는지 알 수 없었다. 수현은 조사 신청서의 ‘관련자 범위’ 항목을 수정했다. 기술자와 관리관만이 아니라 보존 인수 담당과 임시 운송 인력도 포함하도록 요청했다. 특정 사람의 이름을 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이 어떤 손을 거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점심이 되자 아델라가 식사 종을 울렸다. 아직 목록의 절반밖에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 보조원이 책장을 덮지 말고 식사를 가져와 먹자고 했다. “종이 옆에 뜨거운 국을 두면 쏟을 수도 있습니다.” 이베른이 반대했다. “그럼 식당에서 먹고 오면 되죠.” 수현이 말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오늘 가능한 분량을 줄이면 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식사하러 가죠.” 그들이 비운 기록실의 문에는 ‘점검 중, 식사 후 재개’라는 종이가 걸렸다. 수현은 식탁에 앉고서야 빈속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배고픔을 잊었다는 이유로 몸이 덜 배고픈 건 아니었다. *** 인계 장부에는 낡은 표식이 반복됐다. 네모 안에 짧은 사선 세 개. 그때의 기록판에 남아 있던 보관소 기호와 닮았다. 그러나 기호 아래에는 전혀 다른 숫자들이 붙어 있었다. 수현은 사본을 옆에 놓았다. “같은 기호가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이베른이 확대 유리를 들었다. “모양은 유사하지만 이것만으로 같은 계열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당시 이관 부서는 도장판을 함께 썼습니다.” “그럼 오늘 얻은 건 원장 자체가 아니라 원장으로 들어가는 절차네요.” 세드나는 신청서 빈칸을 채웠다. 자료 이름, 보존 번호, 열람 목적, 원본 훼손 방지 방식. 아델라는 저녁 전에 감독청으로 서류를 보낼 수 있는 전령을 소개했다. 그때 데런이 바깥에서 들어와 말했다. “돌아갈 길의 작은 다리가 내려앉았습니다. 마차가 건널 수 없어요.” “사람은?” “사람도 지금은 건너지 않는 게 낫겠습니다.” 수현은 창밖을 보았다. 다리 아래 물이 불어 있었다. 처음에는 귀찮은 변수가 또 생겼다고 생각했다. 곧 오늘 조사에 필요한 진짜 조건이 그 다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아델라 씨, 이 근처에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민가가 있나요?” “서쪽 제방을 따라 한참 가면 여관이 있어요. 안전한 길은 제가 표시해 드리죠.” “저희가 밤에 몰래 원장을 열까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아델라가 피식 웃었다. “문 앞에서 하는 질문이 다 보였으니까요. 몰래 열 사람이었으면 권한이 없다는 걸 적어 놓지도 않았겠죠.” 수현은 허가 신청서에 날짜와 시간을 적고 서명했다. 돌아갈 방법을 찾는 데 또 하루가 필요했다. 그것이 실패라고 느껴지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배운 몇 안 되는 확실한 사실 중 하나가 떠올랐다. 방향을 맞게 잡았더라도, 무너진 다리를 건너야 할 의무는 없다. *** 숙소의 식당은 낮게 울리는 빗소리로 가득했다. 수현은 오늘 쓴 돈을 정리했다. 마차 편도 요금, 기록 사본 보존비, 여관의 숙박료. 제7원정대에서 유급 자문을 하던 때와 달리 지금 이 비용은 그녀 개인 조사비였다. 데런에게 운송 노임을 제대로 지급할 돈이 충분한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런 씨, 애초에 부른 기간보다 일정이 길어졌어요. 추가 운송비 협의해야죠.” “길이 끊긴 건 누구 잘못도 아닌데요.” “잘못이 없으니까 돈도 안 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데런은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마부 시절엔 폭우 때문에 며칠 갇혀도 돈 못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출발 전에 정한 하루 비용을 추가 지급하겠습니다. 동의하세요?” “동의합니다. 다만 말 먹이는 영수증을 따로 써 주세요. 안 그러면 제가 다 먹은 것처럼 보이니까.” 둘은 웃었다. 메이가 종이를 받아 들고 마차 안에 남긴 약재에 물이 들지 않도록 자루를 바꿔 묶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창가에 앉아 기록판의 세 자리 숫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숫자 세 개가 너무 많은 사람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 알아낸 것은 분명했다. 원장은 실재했다. 하지만 기록을 보기 위해서는 권한이 필요했고, 모두가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한 길도 필요했다. 그 두 가지를 생략하면, 어느 쪽도 제대로 도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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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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