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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70화
PAYLUA ORIGINAL · 제70화

70화. 발신자가 둘인 답장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56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서쪽의 오래된 작업실에는 한밤중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누구도 마석을 가동하지 않았다. 오늘 이수현이 보러 온 것은 새로운 전송이 아니라 과거에 남은 기록이었다. “밤에까지 열람해야 합니까?” 수현이 물었다. 루세는 담요를 의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낮에는 기록판이 너무 따뜻해져서 흔적이 번져. 밤에 식힌 상태에서 비교하면 더 잘 보이는 경우가 있어. 그렇다고 오늘 꼭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수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자신도 제대로 쉬지 못한 날이 많았다. 작업자가 밤을 새워야 한다면 정당한 교대와 중단 기준이 필요했다. “오늘 작업하는 분들은 근무 시간을 확인했나요?” “네가 물을 줄 알았어. 두 시간 단위로 교대하고, 쉬는 사람은 안 깨워.”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일찍 배웠네요.” “그 말은 칭찬으로 받지.” 수현은 미소 지었다. 오늘은 누가 밤을 새워야만 진실이 드러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남아 있는 기록을 정확히 읽기 위해 시간을 나눠 쓰는 작업이었다. *** 접수함의 바닥에서 확인된 것은 작은 기록판 두 장이었다. 한 장은 원격 수신 중계대의 내부 점검용, 다른 한 장은 외부 대역 시험용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베른이 장부를 펼쳤다. “보관 표기상 둘은 같은 날짜에 이관됐습니다. 다만 같은 시험의 앞뒤인지, 별개 작업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먼저 각 기록이 말하는 것만 확인하죠.” 수현이 말했다. 루세는 냉각된 기록판에서 희미한 문자를 읽었다. [시험 입력: 외피번호 삼항-칠. 송신 대역: 대기.] 다른 판에서는 전혀 다른 문장이 나왔다. [수신 흔적: 확인 요청. 답장 원문 미검증.] 메이가 옆에서 숨을 들이마셨다. “답장이 왔다는 건가요?”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루세가 말했다. “자체 반사인지 외부 입력인지는 아직 모르고요.” 수현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은 ‘서울에서 응답이 왔다’였다. 하지만 그 말은 이 두 줄만으로 할 수 없었다. “검증할 방법이 있나요?” “일회용 식별자가 남아 있다면 그걸 다른 곳에서 독립적으로 보존한 기록과 대조할 수 있어.” “그 다른 곳이 어디인지 아나요?” “아직.” *** 수현은 기록판에 적힌 ‘삼항-칠’이라는 이름을 다시 보았다. 오래된 민원 외피의 보관 번호와 비슷했다. 그러나 서류마다 번호의 의미가 다른 것을 이미 몇 번이나 겪었다. “같은 번호여도 같은 봉투는 아닐 수 있죠.” “맞습니다.” 이베른이 말했다. “그래서 당시 시험대장에 적힌 표본 설명이 필요합니다.” 르네가 봉투 하나를 가져왔다. 두 장의 문서가 들어 있었고 한 장은 실험용 출력지, 다른 한 장은 별도 접수대의 우편대장이었다. 두 문서는 서로 다른 부서에서 보관돼 왔으며, 최근까지 같은 기록으로 묶여 있지 않았다. “이건 독립 자료로 볼 수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보관 경로는 독립적입니다. 하지만 같은 원천의 기록을 복사한 것일 수 있어요. 그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문장을 두 곳에서 발견했다고 두 사람이 증언한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실험용 출력지에는 수신된 문자열 일부가 남아 있었다. [당신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답장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수현의 입술이 굳었다.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래된 중계대가 만든 자동 경고문일 수도 있고, 실제 누군가의 답장일 수도 있었다. ‘답장을 강요하지 마십시오’라는 문장은 이상하게 가슴을 찔렀다. “이 문장이 누구에게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루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돼. 그리고 이게 너한테 온 답장이라고도 말할 수 없어.” 수현은 웃으려다 그만두었다. 오래 기다리던 문장이 눈앞에 있어도 자신이 받을 편지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 휴게 시간에 메이는 수현과 나란히 앉았다. 탁자 위에는 빵 두 조각과 따뜻한 차가 있었다. “아까 슬펐어요?” “조금요.” “누군가 응답했을지도 모른다는 게요?” “그걸 믿고 싶어서요. 그런데 믿고 싶은 마음이 증거가 되면 안 되잖아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자신이 서류에서 오류를 찾으면 곧바로 비용을 돌려받을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청구와 지급, 개인 부담 책임을 하나씩 구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수현은 그 말을 들으며 잔을 감쌌다. “요즘 메이 씨는 저보다 더 잘 기다리는 것 같아요.” “아니요. 저도 매일 고리가 풀리는 꿈을 꿔요.” 수현은 그제야 웃었다. “저는 매일 휴대폰에 신호가 뜨는 꿈을 꿔요.” “꿈에서라도 연결되나요?” “네. 문제는 알람이 울리면 여기라는 거죠.” 둘은 잠깐 웃었다. 메이의 고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수현의 휴대폰에는 여전히 신호가 없었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현실을 잊는 일이 아니었다. ***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을 때 루세가 뜻밖의 말을 했다. “두 번째 기록판의 가장자리에서 시험 식별자 일부를 찾았어.” 수현의 가슴이 뛰었다. “정확히 뭐라고 적혀 있죠?” “세 자리만 남아 있어. 전체 숫자는 훼손됐지.” “그래도 다른 대장에서 찾을 수 있나요?” “동일한 세 자리를 가진 기록이 수십 개면 의미가 없어. 하지만 보관 기간과 생성 규칙을 알고 있다면 후보를 줄일 수는 있어.” 이베른이 고개를 들었다. “우편대장에 생성 방식이 적혀 있습니다. 특정 주간에만 사용한 접두 부호군이에요.” 수현은 잠시 숨을 멈췄다. 세 자리 숫자가 갑자기 서울행 주소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값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당시 장치가 무엇을 시험했는지 확인할 새로운 길이 생겼다. “그럼 1차 판정은요?” 루세가 읽어 주었다. [외부 계열 수신 가능성: 배제 불가. 실제 외부 발신 확인: 미완료. 응답 상대 및 위치: 불명. 대조할 독립 식별자 일부 확인.] “배제 불가라는 말을 성공이라고 쓰면 안 되겠죠.” “절대 안 되지.” *** 그 시각 제7원정대에서 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카이렌의 진료기록 열람 신청이 정식으로 접수됐다는 내용과, 첫 대체 휴무 훈련에서 생긴 문제를 수정했다는 보고였다. 수현은 두 편지를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에 관한 미완성 기록이었다. 다른 하나는 동료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조금씩 고쳐 가고 있다는 실제 소식이었다. “왜 같이 보세요?” 세드나가 물었다. “제가 여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 잊고 싶지 않아서요. 돌아갈 길을 찾는 동안 이곳이 멈춰 있지는 않으니까.” 세드나는 미소 지었다. “너도 멈춰 있지 않고.” 수현은 창가로 갔다. 멀리서 왕도의 등불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어쩌면 서울에서도 누군가가 퇴근하며 불을 끄고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을 떠올리자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 시험 기록을 보는 동안 수현은 마음속으로 여러 번 서울을 불렀다. 이름만 떠올려도 어깨가 저렸다. 책상 위에 놓았던 작은 머그잔, 퇴근하면서 늘 지나던 지하철 출입구, 아직 답하지 못한 업무용 메일. 그리운 것들은 대개 큰 사건이 아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던 하찮은 풍경이었다. “수현 씨.” 메이가 불렀다. “네?” “지금 당장 답장이 오면 뭘 할 거예요?” 수현은 놀라서 메이를 보았다. “제가 살았다고 말하겠죠.” “그리고요?” “먼저 믿을 수 있는 답장인지 확인할 거예요.” 메이는 피식 웃었다. “역시 수현 씨답네요.” “기대가 크면 더 꼼꼼해져야 하니까요.” 수현은 자신이 서울에 남긴 편지 초안을 꺼냈다. 아직 봉인 상태였다. 그 편지는 어디로도 전송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늘만큼은 위안이 됐다. 누군가의 답장처럼 보이는 기록이 나와도 자기 편지의 회신이라고 오해하지 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베른은 두 기록판의 보존 이력을 따로 작성했다. 첫 번째 판은 중계대의 공식 작업실에서 나왔고, 두 번째 판은 구형 관측실의 이동 상자에서 발견됐다. 두 판이 분리 보관된 기간은 길었지만, 맨 처음 기록될 때부터 독립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과거 기록을 증명하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모든 걸 남기지 않았을까요?” 수현이 물었다. “그때는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겠지요.” 이베른이 대답했다. “우리가 오늘 중요한 걸 다 남기는지도 나중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수현은 지금 쓰는 조사일지의 한쪽 구석에 날짜, 담당자, 본인이 직접 본 것과 전해 들은 것을 분리해 적기 시작했다. 미래의 누군가가 이 기록을 본다면 그녀의 추측을 사실이라고 읽지 않았으면 했다. 작업실 한쪽에선 교대 시각이 됐다. 나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담당자에게 수신판의 상태를 설명했다. 졸린 얼굴의 기술자에게 루세가 쉬운 말을 골라 한 번 더 확인했다. “오늘은 외부 수신 성공이 아닙니다. 오래된 수신 흔적의 보존 상태를 읽은 겁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이상한 결과가 나오면 먼저 멈추고 원본을 보존하세요.” “네.” 수현은 그 대화를 들었다. 누군가의 그럴듯한 이야기보다, 교대하는 사람이 정확한 한 줄을 기억하는 일이 나중에 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었다. 잠시 후 르네가 휴게실에서 작은 판정 초안을 가져왔다. 제목은 ‘잠정 독립성 검토’였다. 두 판이 서로 다른 보관 경로를 거쳤다는 사실과 아직 같은 출처의 재복제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수현은 표의 빈칸에 표시했다. “여기에 ‘수신지가 외부 세계일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해요.” 르네가 고개를 들었다. “어떤 기준이 필요합니까?” “이곳 장치 내부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정보인지 확인하고, 그 정보가 미리 유출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야죠. 받은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 사람도 동의해야 하고요.” 루세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그래야 해. 식별자 몇 자리만 맞는다고 다른 세계를 찾았다고 발표하면 안 돼.” 수현은 잠정 초안 아래 ‘외부 세계 입증 아님’이라는 문장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누군가 그 문서를 단독으로 읽더라도 기대만으로 결론을 바꾸지 않도록. “기록이 늘어날수록 희망도 조금씩 늘어나네요.” 메이가 말했다. “네. 희망은 느려도 괜찮아요. 대신 거짓말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메이는 수현의 어깨에 손을 얹기 전에 눈짓으로 물었다. 수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손이 닿았다. 둘은 한동안 나란히 앉아 있었다. *** 자정 무렵 르네가 마지막 서류를 가져왔다. 두 기록판이 각각 어디서 접수됐는지를 비교한 임시 판정서였다. 같은 시험에서 발생한 흔적일 수도 있었지만, 문서상 발신 표기는 둘로 나뉘었다. [첫 기록: 길드 민원 중계대의 전송 요청.] [둘째 기록: 외부 계열의 확인 응답으로 분류된 불명 수신.] “발신자가 둘이라는 거네요.” 메이가 말했다. “기록의 분류가 그렇다는 뜻이에요.” 수현은 서둘러 설명했다. “실제로 둘이었는지 아직 확인해야 해요.” 그녀는 판정서에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 외부 수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기록으로 유지하되, 외부 세계에 도달했거나 서울에서 답장이 왔다는 결론은 보류할 것. 일회용 식별자 일부의 원본 보존 경로를 찾아 후속 비교할 것. 안전 검증 없는 인체 실험은 계속 금지할 것. 르네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결론을 내리지 않는 건 답답하지 않습니까?” “아주요.” “그래도 이렇게 적으시겠습니까?” “네. 제 고향이 걸린 일이잖아요.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해요.” 그때 루세가 낡은 우편대장 한쪽의 여백을 가리켰다. 세 자리 식별자 옆에 오래된 보관소를 뜻하는 기호가 작게 남아 있었다. “이 표시는 어디죠?” 수현이 물었다. 이베른이 숨을 삼켰다. “왕도 안이 아닙니다. 옛 동부 중계 관측소의 원장 보관 표시예요. 폐쇄된 지 오래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현은 지도 위에 그 장소를 표시했다. 그리 멀지 않아 보였지만 도로 사정과 접근 허가부터 확인해야 했다. 지금 당장 달려갈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다음에 확인할 질문은 분명해졌다. 이수현은 공책 끝에 한 줄을 적었다. [누군가 답했다는 증거를 찾는다. 그 누군가를 상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밤의 마지막 종이 울렸다. 아직 집으로 가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문이 정말 존재하는지를 시험할 때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서로 다른 곳에 남은 기록이, 같은 사람이 만든 메아리가 아니라는 증거. 그 증거가 동부 관측소에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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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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