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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처음부터 접수되지 않았던 말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47자

오프라인 책장
삼항 일곱 보존함 안쪽에서 나온 얇은 종이에는 제목이 없었다. 대신 모서리에 짧은 문장이 있었다. [현장 확인 요청. 수신 대상 미지정.] 수현은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이름이 없었다. 자신을 가리키는 다른 표식도 없었다. 메이가 써 보낸 진정서의 원문과 연결된 초기 접수표였다. 당시 발신자는 제7원정대의 치유사 메이로 적혀 있었지만 수신 대상은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저를 골랐다는 뜻인가요?” 르네는 고개를 저었다. “이 기록만으로는 배정 결정이 언제 이뤄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발신 원문에 특정한 이수현이라는 사람을 요구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수현은 손을 펼쳤다. 자기가 낯선 곳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품은 의문이었다. 메이가 자신을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메이는 사람을 살려 달라는 부탁을 어디론가 보냈을 뿐이었다. “그럼 누가 이쪽에서 받을 사람을 정했는지 찾아야겠네요.” “네. 그런데 부속 회신표가 없습니다.” “없다는 건 분실이라는 뜻인가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작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없는 자료를 누군가 숨겼다고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쓰긴 했지만 사본을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서로 다른 가능성을 분리해야 다음 질문이 정확해진다. *** 르네는 오래된 중계실의 ‘현장 확인 후보’ 선정 방식을 설명했다. 민원 접수자와 현장 확인인은 별도였다. 확인인은 자발적으로 응답 가능 상태를 알려야 했고, 배정 담당자는 필요한 전문분야를 대조했다. 고위험 사건이라도 의사 확인 없이 사람을 데려오는 규칙은 기본 문서에 적혀 있지 않았다. “전문분야라면 노무 상담 같은 건가요?” 수현이 물었다. “그 시대 표현으론 계약·보수·위임 분쟁입니다.” “그게 왜 제게 연결됐는지는 아직 모르는군요.” “맞습니다.” 이베른이 한 장을 더 펼쳤다. 수신 대역표의 가장자리에 ‘외부 계열’이라는 구형 표식이 있었다. 안쪽 대역은 왕도와 길드 관할 구역을 가리켰고 외부 계열은 일반 대역표의 바깥에 남겨 둔 기술 시험용 분류였다. “이게 다른 세계라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자료가 없습니다.” 이베른이 말했다. “옛날에는 장치가 도달하지 못하는 구역을 모두 이렇게 적기도 했습니다.” 수현은 눈을 감았다 떴다. 소환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장부의 한 줄이 어떻게 서울의 책상까지 이어졌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적어도 ‘외부 계열’이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저를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멀리 돌아온 것처럼 느꼈다. 수많은 기록을 읽고도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출발점에서 자신은 설명을 들을 권리조차 없었다. 이제는 기관이 어떤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적고 있었다. *** 오후에 토베는 구형 대기의 재개 표에서 이상한 표기를 찾아냈다고 했다. 메이의 민원 접수 직후 처리표에는 ‘현장 확인인 후보 문의’가 아니라 ‘회신 경로 정비’라고 적혀 있었다. 그다음 장에서야 확인인 배정 절차가 이어졌다. “그러면 처음 목적은 사람을 배정하는 게 아니었나요?” 수현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연락 경로를 먼저 고치려던 작업일 수 있지요.” 토베가 말했다. “그 과정에서 배정 상태가 완료로 표시됐다면요?” “그건 기술 기록과 운영 기록을 같이 검토해야 합니다.” 루세는 곧바로 반박했다. “수신 경로 수리가 사람의 이동을 일으켰다고 결론내릴 순 없어. 우리에게 그런 작동 원리가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알아요.” 수현이 말했다. “그걸 증명할 생각도 없어요. 어떤 명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순서부터 확인하려는 거예요.” 수현은 종이에 선을 두 개 그렸다. 하나는 민원의 접수와 담당 부서의 이관 경로였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서울에서 종이를 열어 본 순간부터 이동했던 사건의 시간표였다. 두 선 사이에 아직 연결되지 않은 공간이 남아 있었다. “이 두 개를 억지로 이어 붙이면 틀릴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르네가 대답했다. “그래서 누가 언제 제 이름을 적었는지 찾아야 해요. 장치가 알아서 결정했다고 말하기 전에요.” *** 저녁에는 메이와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접시에 놓인 빵은 단단했고 수프는 지나치게 뜨거웠다. 수현은 숟가락을 들고 한참 불다가 웃었다. “여긴 모든 게 기다리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수프도요?” “수프는 특히요.” 메이는 웃다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제 민원을 다시 보니까 기분이 어땠어요?” “슬펐어요.” “제가 잘못해서요?” “아니요. 그렇게 다친 사람들이 도움을 받으려면 특별한 봉투를 찾아야 했다는 게요. 그리고 그 부탁을 누군가 다르게 읽은 것 같아서요.” 메이는 수프를 저었다. “저는 그때 누가 와도 좋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단지 카이렌이 죽지 않았으면 했으니까요.” 수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마음은 이해해요. 하지만 누가 와도 좋다는 말과 누군가를 억지로 데려와도 된다는 말은 다르죠.” “네. 지금은 알아요.” 메이가 말했다. “그리고 다음에 도움을 요청할 땐 제가 무슨 절차로 요청하는지도 알려 달라고 할 거예요.” 수현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 정정실의 작은 탁자에는 메이의 원문과 후속 접수표의 시각이 나란히 놓였다. 수현은 각 문서 사이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계산했다. 왕도 물시계와 길드의 기록 기준이 달라 오차가 있었다. 그녀는 분 단위 숫자 옆에 ‘추정’이라고 적었다. “이 정도면 시간 순서를 확정해도 되나요?” 르네가 물었다. “앞뒤 관계는 일부 확인되지만 정확한 간격은 모르겠어요. 시계가 서로 달랐다면 같은 시각이 아닐 수 있잖아요.” 토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당시 중계대는 한쪽이 모래시계를, 다른 쪽이 마력시계를 사용했다. 양식 통합 뒤에는 두 기준이 자동으로 같은 칸에 옮겨졌다. 가장 기초적인 날짜와 시각조차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제가 서울에서 종이를 펼친 시간이 어떤 기준으로 적혔는지 알면 도움이 될까요?” “서울의 시간을 우리에게 어떻게 대응시키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루세가 말했다. “시간이 같은 속도로 흘렀다는 증거도 없고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온 지 여러 주가 지났지만 서울에서 같은 시간이 지났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만약 몇 시간만 흘렀다면 다행일까. 반대로 수년이 지났다면 어떨까. 그녀는 일부러 그 생각을 멈췄다. 답이 없는 가정은 마음만 갉아먹었다. 메이는 조용히 물었다. “어떤 소식을 가장 확인하고 싶어요?” “제 사무실이 아직 있는지요.” “일하는 곳이요?” “네. 제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게 책상 위 문서였으니까요. 누군가 그걸 발견했는지, 제가 갑자기 사라진 걸 어떻게 생각했는지….” 수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귀환 신청서에는 ‘서울’만 적혀 있었다. 그 이상의 정보를 알려 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정확한 주소를 적어 바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면 언제쯤 세부 주소를 알려 줄 건가요?” 메이가 물었다. “정말 필요하고, 그걸 누가 어떻게 보관하는지 확인한 뒤요. 아직은 그럴 이유가 없어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치료 기록을 열람할 때 필요한 범위만 공개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고민이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이름으로 그 사람의 모든 정보를 가져가도 되는가. 잠시 후 토베가 제3연락기록반의 당시 근무표를 가져왔다. 그 날짜에는 세 사람이 근무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처리 담당 표시와 실제 근무 시각이 맞지 않는 칸도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은 휴가란에 있으면서 같은 날 장부에 등장했다. “휴가 중에도 작업했나요?” 수현이 물었다. “아니면 사후에 처리한 사람이 부서 공용 명의를 썼을 수 있습니다.” 토베가 말했다. 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이름만 보고 책임을 정하면 안 되겠네요.” “맞습니다. 실제 접수대를 조작한 사람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들이 다음으로 찾아야 할 건 근무표가 아니라 장치 작동 기록과 출입 장부였다. 수현은 문서의 오른쪽에 ‘실제 담당자의 신원과 동의 확인’이라고 적었다. 같은 단어를 이토록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오후가 저물 때 이베른이 낡은 편람에서 한 줄을 발견했다. 외부 경계시험 접수함은 평소 민원 중계대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보관해야 했지만, 일정 기간 같은 지하 창고에 놓였다는 기록이었다. “그럼 둘이 신호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같은 건물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모릅니다.” 루세가 답했다. “하지만 잔류 신호를 검증할 때 참고해야 해요. 내부 반사가 외부 수신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수현은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확실한 사실과 가능성을 더 엄격히 나눠야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원문과 후속표 사이에 작은 빈 종이를 끼웠다. 자신이 실무에서 쓰던 방법이었다. 두 기록을 이어 붙이려는 사람에게 이 사이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빈 종이는 왜 넣었어요?” 메이가 물었다. “아직 모르는 걸 표시한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자리에 제가 생각한 이야기를 적어 버리면 진짜 자료가 들어올 자리가 없잖아요.” 메이는 미소 지었다. 언젠가 자신도 치료비 장부의 빈칸을 이렇게 표시하겠다고 했다. 잘못된 기록을 지우기 전에 그 기록이 왜 생겼는지 물어볼 수 있도록. *** 보관실 열람이 끝난 뒤 수현은 오래된 장비를 제자리에 넣는 작업을 지켜봤다. 함의 덮개는 쉽게 닫히지 않았다. 틈새에 낡은 천이 끼어 있었다. 작업자는 무리해서 힘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도구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힘으로 누르면 바로 닫힐 것 같은데요.” 메이가 말했다. “그러면 안쪽 판이 깨질 수도 있죠.” 수현이 답했다. 작업자는 천 조각을 제거하고 내부 판의 위치를 확인한 뒤 덮개를 닫았다. 수현은 그 과정을 보며 생각했다. 오래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설명되지 않는 틈이 있다고 해서 억지로 결론을 밀어 넣으면 자료가 부서진다. 르네가 작은 보존증을 내밀었다. “오늘 확인한 범위가 기록돼 있습니다. 장치 기능 검증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남겼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엔 기술 조사 계획과 별도로 봐야겠네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돌려보내는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원본을 망가뜨리면 안 되니까요.” 수현은 미소 지었다. 처음엔 누구보다 서둘렀을 메이가 지금은 가장 신중한 사람이 됐다. 그들은 창고 문을 잠그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바깥 공기는 선선했다. 수현은 오래된 장비보다 먼저 자기 발밑의 계단을 보았다. 오늘은 다치지 않고 돌아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 숙소에 돌아오자 르네의 회신이 도착했다. 부속 회신표를 찾기 위해 현장 확인 배정 당시 사용한 ‘외부 중계 경계시험 접수함’을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 기록의 상태가 불안정하여 비파괴 열람으로 제한되고, 실제 전송 시험은 실시하지 않는다. 다음 날 수현은 르네, 루세, 세드나와 함께 보관실로 갔다. 접수함은 예상보다 작았다. 낡은 책상 서랍만 했고, 나무 속에 여러 겹의 금속판이 박혀 있었다. “이게 사람을 데려오는 장치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런 기능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루세가 말했다. “오늘은 기록판의 잔류 상태만 읽을 겁니다.” 수현은 장치 앞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낯선 기계가 갑자기 빛나면서 자신을 서울로 돌려보낼 가능성을 잠깐 상상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스스로 지웠다. 그녀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문을 다시 지나고 싶지 않았다. 작업자가 바깥 덮개를 열자 내부 기록판의 가장자리에 작은 문구가 나타났다. [수신 확인 응답: 미완료] [재전송 사유: 경로 복구] [후속 담당자: 기록 없음] 세드나가 수현을 바라봤다. “적어도 그 시점의 수신 확인은 끝나지 않았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을 쓰기에는 여전히 모자랐다. 그런데 판의 맨 아래 한 문장이 더 나타났다. [외부 회신 대기. 시험 식별자 수신 시 원본과 대조할 것.] “시험 식별자요?” 루세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당시에도 신호가 진짜 밖에서 돌아온 건지 확인하려고 했다는 뜻이야.” 수현은 조용히 물었다. “그 시험의 결과는 남아 있나요?” 루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이제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아.” 수현은 자신의 공책에 새로운 항목을 적었다. 원본을 찾는 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누가 제대로 응답했는지 묻는 일로 돌아왔다. [첫 응답의 주인을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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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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