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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7화
PAYLUA ORIGINAL · 제7화

7화. 힐러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347자

오프라인 책장
“치유 비용이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메이가 서류를 넘기다 말고 물었다. 수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도 처음 보는 항목이 너무 많았다. 정화진 유지비, 소생 대비 적립비, 특별 회복 충당금. 게다가 ‘전출 인원 정산 포함’이라니. 처음에는 평범한 진정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잠 못 자는 용사와 지친 치유사, 임금과 안전 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원정대. 해결할 일이 간단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문제의 모양은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서류를 펼칠 때마다 새로운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뒤에는 대개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이쯤 되면 길드가 아니라 서류로 만든 던전이었다. “확인해야 할 게 두 가지 있어요.” 수현이 메이 앞에 종이를 놓았다. “실제로 메이 씨가 쓴 비용하고, 길드에서 메이 씨 몫으로 적어 둔 비용이요.” “다른 거예요?” “다를 수도 있죠.” 메이가 고개를 숙였다. “저는 그냥 물약이 필요하면 샀어요. 안 사면 다친 사람들이 못 버티니까.” “영수증은요?” 메이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뭐, 사긴 했는데…….” 수현은 웃었다. “없으셔도 괜찮아요. 우선 기억나는 것부터 정리해 봅시다.” 메이가 긴 숨을 내쉬었다. 수현은 그 반응에 마음이 아팠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서류 이야기가 나오면 먼저 겁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비용을 떠안게 된 사람이 오히려 증빙을 못 챙겼다고 사과하는 모습도 익숙했다. “저기, 수현 씨.” “네?” “정말 이런 걸 다 해야 하나요?” 수현이 잠시 메이를 바라봤다. “아니요. 원래는 메이 씨가 여기까지 할 필요 없죠.” “그런데…….” “그런데 누가 안 해 줬잖아요.” 메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네요.” *** 길드 바로 뒤편에는 작은 약재시장이 있었다. 수현은 메이와 함께 가게 세 곳을 돌았다. 첫 번째 가게에서는 회복 물약이 너무 비쌌고, 두 번째에서는 물약이 아니라 향수를 팔았으며, 세 번째에서는 주인이 메이를 보자마자 계산서를 내밀었다. “외상값부터 갚아!” 메이가 움찔했다. “죄송해요. 이번 주에 길드에서 정산이…….” “맨날 그 소리야!” 가게 주인은 두꺼운 팔로 계산대를 짚었다. “지난달 것도 안 들어왔어. 왕립길드가 보증했다더니, 나중에 책임은 다 우리한테 떠넘기잖아.” 수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왕립길드가 보증했다고요?” “그래! 여기 보증서!” 주인이 종이를 꺼냈다. 문서에는 길드 문장이 찍혀 있었다. [전투 중 필요한 치료 물품은 지정 상점에서 우선 지급한다. 대금은 길드 정산 절차에 따라 지급한다.] “메이 씨 이름은 어디에도 없네요.” 수현이 말했다. 주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채무자가 메이 씨가 아니라 길드로 적혀 있는데요.” “그게…….” 주인은 문서를 받아 다시 읽었다. 잠깐 후 귀까지 붉어졌다. “길드 담당관이 치유사에게 받으라고 했어!”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설명을 들으셨군요. 그럼 담당관이 보낸 지시서도 있나요?” “있긴 하지.” 그가 서랍을 뒤졌다. 얇은 쪽지가 나왔다. [물품 지급은 치유사에게 우선 청구. 추후 길드 정산 시 조정 예정.] 수현은 마지막 단어에 펜 끝을 댔다. “'조정 예정'이요. 조정됐다는 기록은 있나요?” “없어.” “언제부터요?” “석 달.” 메이가 입을 틀어막았다. 수현도 할 말을 잃었다. 석 달 동안 왕립길드가 보증한 비용을 치유사 개인에게 청구했다. 길드가 끝내 책임을 질지 여부는 확인해야 했지만, 적어도 메이가 자발적으로 빌린 돈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사장님.” 수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약을 주지 못해서 곤란하신 건 이해합니다. 외상값을 못 받으면 가게도 힘드니까요.” 가게 주인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메이 씨에게 계속 돈을 내라고 하시기 전에, 이 보증서를 작성한 쪽에 정산을 요청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길드가 안 주면 어떡해?” “그건 저도 확답 못 합니다.” 수현은 솔직히 말했다. “대신 오늘 같이 접수할 수는 있어요.” 주인은 메이를 바라봤다. 메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주인이 한숨을 쉬었다. “좋아. 내가 보증서 사본을 줄게. 대신 이번엔 꼭 제대로 처리해 줘.” 수현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저는 길드 직원이 아니에요.” “그럼 뭔데?” “이분 편에서 사실을 정리하는 사람이요.” 주인이 피식 웃었다. “처음 듣는 직업이군.” “한국에선 꽤 흔합니다.” *** 돌아오는 길에 메이는 걸음을 늦췄다. “수현 씨는 왜 이렇게까지 해 줘요?” “의뢰를 받았으니까요.” “근데 돈도 못 받잖아요.” 수현이 입을 다물었다. 아. 그러네. 노무사 일을 하면서 공짜 상담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날이 몇 번이었더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계산부터 하지 않는 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정산하죠.” 수현이 웃었다. “대신 그때는 이세계 물가부터 공부해야겠네요.” 메이가 웃었다. “정말 돌아가고 싶죠?” 그 말에 수현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후의 햇빛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름도 비슷했고, 바람도 비슷했다. 그런데 건물 사이로 보이는 성벽과 용 모양의 구름이 여기가 전혀 다른 곳이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 줬다. “그렇죠.” 수현은 작게 대답했다. “집에 고양이는 없지만, 냉장고에 사 둔 떡볶이가 있거든요.” 메이가 눈을 깜빡였다. “떡볶이요?” “돌아가면 제일 먼저 먹을 거예요.” “그렇게 맛있어요?” “많이요.” “그럼 나중에 저도 먹어 보고 싶네요.” 그 말이 어쩐지 마음에 남았다.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메이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도 조금 궁금했다. 메이가 눈을 붙인 동안 수현은 카이렌과 함께 막사 뒤편을 돌아봤다. 환자들이 누워 있는 침대는 여섯 개였다. 그중 둘은 비어 있었고 넷에는 사람이 있었다. 한 병사는 발목을 다쳤고, 다른 병사는 창날에 스친 상처가 덧나 열이 있었다. 수현은 병사들의 상태를 치료사처럼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 그럴 능력이 없었다. 다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에게 알렸는지,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기록할 수는 있었다. “저분은 언제부터 아팠습니까?” 카이렌이 한 병사를 가리켰다. “그제부터요.” “치료받았나요?” “메이가 한 번 봤습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이 더 급했어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다시 확인이 필요하겠네요.” 그녀는 병사에게 다가갔다. “어디가 가장 불편하세요?” “다리요. 근데 메이 님께는 말하지 마세요.” “왜요?” “그분도 많이 지쳤잖아요.” 수현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환자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치료사는 지쳤다고 말하지 못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모두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었다. “메이 씨는 지금 쉬고 있어요. 다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볼게요.” “다른 치유사가 있습니까?” “찾아봐야죠.” 수현은 카이렌에게 물었다. “왕립 치료소는 어디 있나요?” “성벽 안쪽에 있습니다. 일반 병사는 등록 절차가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그 절차는 누가 진행하죠?” “원정대 담당관이요.” 수현은 잠깐 하늘을 바라봤다. 결국 또 브레그인가. 하루 종일 사람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데, 하필 제일 보기 싫은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할 때가 있다. “그럼 그 담당관실에 신청서를 넣어 봅시다.” 카이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혼자서요?” “아뇨. 젠하고 같이요. 수현 씨는 여기 계세요.” 수현은 놀라 그를 바라봤다. 카이렌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희 문제니까 저희도 직접 말해야죠.” 수현은 웃었다. “맞아요.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카이렌이 젠을 불러 함께 담당관실로 향했다. 수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변한 건 서류만이 아니었다. 자기 일을 자기 말로 설명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 조금 뒤 카이렌이 작은 종이 한 장을 들고 돌아왔다. “치료소 접수증입니다.” “벌써요?” “젠이 담당관님께 상처를 직접 보여 드렸어요. 생각보다 빨리 해 주시더라고요.” “그분은요?” “많이 화내셨죠.” “그랬겠네요.” 둘이 웃었다. 접수증에는 다음 날 아침 진료 시간과 담당 사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환자가 치료받게 된 건 수현의 말 한마디 때문이 아니었다. 카이렌이 나섰고, 젠이 설명했고, 담당자가 접수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수현에게는 마음에 들었다. 좋은 제도는 누군가 한 사람이 계속 싸워야만 작동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이렇게 계속하면 저 없어도 하실 수 있겠는데요?” 수현이 말했다. 카이렌이 의외로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럼 수현 씨는 가시는 겁니까?” “언젠가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죠.” “……그렇군요.” “왜요?” “아니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배워야겠습니다.” 수현은 웃었다.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 수현은 원정대 공용 기록표 맨 아래에 작은 칸 하나를 더 만들었다. [다음 근무 전에 필요한 도움]이라고 적힌 칸이었다. 젠은 보조 궁수 한 명이라고 썼고, 데런은 마차 바퀴를 고쳐 줄 기술자라고 적었다. 오르카는 별다른 말 없이 오른손으로 왼팔을 받치더니 '다음 출정 전에 진료'라고 적었다. 수현은 그 세 줄을 오래 바라봤다. 필요한 도움을 적는 일은 불평을 늘어놓는 것과 다르다. 무슨 일을 맡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누군가 도울 수도 있는 법이었다. “이것도 담당관께 내야 하나요?” 젠이 물었다. “네. 필요한 걸 받으면 체크 표시도 합시다.” “그럼 못 받으면요?” “못 받았다고 적죠.” 젠이 피식 웃었다. “정말 솔직하게 적어도 됩니까?” “최소한 우리 기록에선요.” 그 말에 셋이 조금 편하게 웃었다. *** 천막으로 돌아오자 카이렌이 방패를 손질하고 있었다. 수현은 메이를 의자에 앉혔다. “오늘은 메이 씨 차례예요.” “뭐가요?” “휴식이요.” “저는…….” “괜찮다는 말 금지.” 카이렌이 옆에서 웃었다. 메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아니, 왜 제 말만 막아요?” “카이렌 씨도 막았어요.” “그럼 저 지금부터 뭐 하죠?” “주무세요.” “부상자는요?” 오르카가 방패를 들어 보였다. “저 오늘은 팔 안 아픕니다. 정말로요. 다 낫진 않았지만 누워 있을 수는 있어요.” 젠도 손을 들었다. “붕대 갈아야 하는 사람은 제가 불러드릴게요. 급한 사람은 상황실에 알리겠습니다.” 메이가 멍하니 동료들을 바라봤다. “다들 왜 이래요?” 데런이 어깨를 으쓱했다. “맨날 네가 우리를 살렸잖아. 하루쯤은 우리가 지켜 줄 수도 있지.” 메이의 입술이 떨렸다. 수현은 모르는 척 창밖을 바라봤다. 누군가의 어깨에만 모든 책임이 쌓이는 순간을 막으려면 이렇게 일을 나누는 것부터 필요했다. 그때 천막 앞에 작은 수레가 도착했다. 처음 보는 병사가 안쪽을 기웃거렸다. “제7원정대의 치유사는 어디 있습니까?” “지금 쉬고 있습니다.” 수현이 대답했다. “왕립길드 긴급 물품입니다.” 병사가 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 수현이 뚜껑을 열었다. 붕대와 마력 회복 물약이 들어 있었다. 메이가 벌떡 일어났다. “이건…….” “지급 확인부터 할게요.” 수현이 상자 안을 세었다. 붕대 여덟 꾸러미. 물약 세 병. 정화 분말 두 봉지. “주문 수량보다 적네요.” 병사가 어깨를 움츠렸다. “나머지는 본부에서 확인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오늘 받은 수량만 적죠.” 수현이 수령 기록을 작성했다. 메이가 직접 각인을 찍었다. 그걸 본 병사는 신기하다는 얼굴이었다. “원래 이렇게 까다롭게 받는 겁니까?” “까다롭게가 아니라 제대로 받는 거죠.”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상자 하나였다. 그런데 메이는 그 상자를 보며 웃고 있었다. 수현은 그제야 알았다. 잘못된 청구서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 내일 다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물건이 실제로 도착해야 한다. 그때 세드나가 나타났다. “이수현. 계약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데요?” “네가 제출한 보증서 때문에 상회와 길드 사이의 채무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잘됐네요.” “하지만 특별 회복 관리국이 이의를 제기했다.” 수현이 고개를 들었다. 세드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쪽은 제7원정대의 치료 비용을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왜요?” “나도 그게 궁금하다.” 세드나는 얇은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특별 회복 충당금 및 관련 기록은 상위 계약의 일부로 취급한다. 무단 열람 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 수현은 문서를 오래 바라봤다. 분명 물건을 제대로 받게 만들었는데, 누군가는 그걸 불편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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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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