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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청구서는 혼자 걷지 않는다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54자

오프라인 책장
동부 정산실에서는 사람보다 서류가 먼저 줄을 섰다. 이수현은 접수창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서울의 공공기관 민원실을 떠올렸다. 차이점이 있다면 여기서는 번호표 대신 작은 종이새가 날아와 차례를 알려 준다는 것이었다. 메이의 차례가 되자 종이새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정말 편리하네요.” 수현이 말했다. “가끔 엉뚱한 사람한테 앉아요.” 세드나가 답했다. “그럼 편리함은 취소합니다.” 메이는 웃다가 창구 앞으로 갔다. 정산 담당 키아는 세 사람을 보고 서류철을 꺼냈다. C-47. 그 번호는 수현에게 오래된 적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아무도 계산 방식을 설명해 주지 않았고, 이제는 원가와 예비 적립금을 구분하는 단계까지 왔다. “오늘은 어떤 항목을 확인하실 건가요?” 키아가 물었다. 메이가 직접 말했다. “제가 쓰지 않은 예비 마석 적립금은 잠정 산정 제외라고 들었습니다. 나머지 약재와 치유 비용 중 누가 실제 물품을 지급받았는지,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한다는 승인 근거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키아는 세 묶음의 문서를 내밀었다. 수현은 메이의 시선을 받았지만 대신 서류를 받지 않았다. 메이가 먼저 읽었다. *** 장부 첫 장에는 숫자들이 가득했다. 마석 두 개, 붕대 열 꾸러미, 수송비, 치료 보조비. 문제는 모든 비용이 ‘치유사 사용분’이라는 큰 항목 아래 들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저는 수송비를 낸 적이 없어요.” 메이가 말했다. “수송비 자체는 발생했습니다.” 키아가 답했다. “그게 왜 제 빚이냐는 뜻이에요.” 키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녀는 어떤 항목이 실제 발생했는지와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가 다르다는 말을 인정했다. 다만 본부 정산 시스템에는 둘이 한꺼번에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수현은 질문지를 내밀었다. 세 가지 구분이었다. ‘비용이 실제 발생했는가’, ‘어느 예산에서 지급하기로 했는가’, ‘그 비용을 개인에게 청구할 근거가 있는가’. “이 질문들은 같은 걸 반복하는 것 같지만 다릅니다.” 수현이 말했다. 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번 심사에선 별도로 확인하려 합니다. 일부 출고 원본이 남아 있지 않아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면 예상 절차를 알려 주세요. 그렇다고 그동안 임금에서 계속 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메이가 또렷하게 말했다. 수현은 그녀를 바라보다 눈을 내렸다. 처음 만났을 때 메이는 관리자 앞에서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오늘 그녀는 필요한 자료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었다. *** 키아는 변명하지 않고 서류에 표시를 남겼다. 예비 적립금의 잠정 제외와 기존 강제 징수 보류는 계속 유지된다. 다른 항목은 실제 출고 및 개인 청구 승인의 출처가 확인될 때까지 심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고리는요?” 메이가 물었다. “손목 고리의 통지 기능은 다른 계약관리 부서에서 심사합니다. 여기서 바로 해제할 수는 없습니다.” 메이의 얼굴에 실망이 스쳤다. “결국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군요.” “같이 조회하실 수 있도록 담당 창구를 적어 드리겠습니다.” 수현은 옆에서 말했다. “지금 결론이 났다고 해서는 안 되겠네요. 하지만 어느 기관에 무엇을 신청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어요.” 키아는 회신 기한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필요한 장부 중 일부가 회복 관리국에 있어서 요청 회신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자료 요청 날짜와 다음 검토 예정일을 적었다. 수현은 그것만으로도 이전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기다리라’는 말과 ‘언제 어떤 자료를 확인하는지’ 알려 주는 말은 다르다. *** 창구 밖으로 나온 메이는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계단 끝에 앉았다. “수현 씨, 오늘은 이겼다고 할 수 있나요?” “어떤 점에서요?” “그냥 조금이라도요.” “받지 않은 물품을 받았다고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다시 확인했죠. 다만 아직 계산이 끝나지 않았어요.” 메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웃었다. “좋아요. 오늘은 그걸로 만족할래요.” “나중에 담당자가 불편한 말을 하면요?” “자료를 보여 달라고 해야죠.” “그리고요?” “제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물어봐야죠. 제가 허락하지 않은 부담은 왜 생겼는지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메이는 대단한 마법을 쓰지 않았다. 마물이 달려들지도 않았다. 단지 나중에 혼자 다시 왔을 때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곳에서 수현이 바꾸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다. *** 오후에 루세가 전해 온 연구 기록에는 중계 장치의 작은 결함이 적혀 있었다. 내부 문자 복제 실험에서 일부 글자가 사라지는 이유를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외부와 연결된 건가요?” 수현이 급하게 물었다. “아직 아니야. 반사판의 방향이 틀어져서 내부 출력이 두 번 겹쳤을 뿐이야.” “그럼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좋은 소식이지. 무엇이 실패했는지 알았으니까.” 루세는 신호가 원본인지 복사본인지 구분하기 위해 각 문서에 고유한 일회용 식별자를 붙이는 시험을 제안했다. 다만 식별자가 실제로 외부로 넘어가더라도 받은 쪽의 독립 확인 없이는 다른 세계에 닿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사람을 옮기는 실험은 여전히 하지 않을 거죠?” “하지 않아. 내일도, 네가 소리친다고 해도.” “저 그렇게 자주 소리치나요?” “아니. 다만 눈으로 해.” 수현은 웃었다. 자신이 조급해졌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웠다. *** 숙소로 돌아왔을 때 오르카의 편지가 기다렸다. 라비엔이 보낸 서류를 길드가 제대로 접수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수현은 망설이다가 오르카에게 짧은 회신을 작성했다. 현 계약이 없는 자신이 공식 대리인은 아니며, 라비엔의 동의가 있어야 해당 기록을 볼 수 있다는 안내였다. “너무 차갑게 보이진 않을까요?” 메이가 물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대신 결정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그녀는 이어서 적었다. [라비엔 씨가 원한다면 필요한 자료 목록을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어느 선택이든 당사자의 결정이 우선입니다.] 메이가 회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엔 씨가 돌아오지 않아도 우리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짜 재회일지도 몰라요.” *** 정산실에서 나온 뒤 메이는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작은 광장에 있는 무료 진료소를 가리켰다. 전날부터 야전 부상자 몇 명이 치료를 기다린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제가 잠깐 상태만 확인해도 될까요?” 수현은 반사적으로 ‘지금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메이가 스스로 판단할 일이었다. 대신 그녀의 근무 상태를 물었다. “오늘 원정대에서 공식 근무로 배정받았나요?” “아뇨. 제가 자원한 겁니다. 치유 마석은 진료소에서 제공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무리하지 않을 기준을 먼저 정해요.” 메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인 사람을 사제에게 연결하는 데까지만요. 제 마력을 크게 소모하는 치료는 하지 않을게요.” “좋아요. 하지만 그 약속은 저한테가 아니라 메이 씨 자신에게 한 거예요.” 진료소는 작았다. 침대 네 개와 긴 탁자 하나가 놓여 있었고, 바깥에는 아이 둘이 종이접기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책임 사제는 메이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에게 바로 가장 어려운 환자를 맡겼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는 먼저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오늘은 응급 분류만 도와드릴 수 있어요. 마력을 많이 쓰는 치료는 다음 교대 사제에게 부탁해 주세요.” 사제는 잠깐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교대 담당이 옵니다.” 수현은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밖에서 아이들이 종이로 만든 새가 바람에 날리자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아이는 자기 새를 내밀었다. 수현은 그 작은 나눔을 보며 메이가 자신에게 준 따뜻한 빵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마음을 내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자기 몫을 모두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시간이 지나 메이는 계획대로 진료를 마쳤다. 그녀는 어떤 환자에게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인계했고, 다음 담당자에게 환자 이름과 증상을 직접 전달했다. 환자의 동의가 없는 세부 내용은 수현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피곤하죠?” 수현이 물었다. “조금요. 근데 지난번처럼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저녁 먹으러 가요.” “제가 사도 돼요?” “오늘은 비용 장부에 적는 대신 그냥 제가 살게요. 개인적인 밥으로요.” 메이가 활짝 웃었다. 식당에서는 데런이 보내 준 편지를 읽었다. 그는 이전엔 말을 몰고 온 시간을 공식 업무에서 제외했지만 이제는 실제 호송 시간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서류가 복잡하다는 불평도 있었다. 단순한 이동과 위험 호송을 구분하는 기준을 대원들이 다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데런 씨도 자기 몫을 확인하네요.” 메이가 말했다. “맞아요. 당연한 보수를 달라고 말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죠.” 그들은 빵을 나눠 먹었다. 메이는 자기 치료비 고리를 한 번 내려다봤다. 금속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예전처럼 떨리지 않았다. “언젠가 이 고리가 풀리면 제일 먼저 뭘 할지 알아요?” “뭔데요?” “하루 쉬려고요.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고.” 수현은 웃었다. “그날은 제가 일정을 먼저 잡아 드릴게요.” “아뇨. 제가 제 일정표에 쓰고 싶어요.” “그럼 당연히 메이 씨가 쓰셔야죠.” 메이는 창밖을 보았다. 이곳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수현이 돌아가더라도, 수현이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수현은 그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든든했다. *** 귀환 조사 자료를 정리하던 수현은 메이의 비용 분쟁 기록과 자신의 소환 기록을 서로 다른 서랍에 넣었다. 세드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부터 같이 시작한 일이어서 그런지 떼어 놓기 쉽지 않네.” “맞아요. 그런데 목적이 다르잖아요. 메이 씨는 부당한 개인 청구를 해결하고 싶고 저는 동의 없는 소환 경위와 귀환 방법을 알고 싶어요.” “서로 도와줄 수는 있고.” “그럼요. 하지만 서로의 권리를 담보로 삼으면 안 돼요.” 그 말에 메이가 고개를 들었다. “제가 빚 문제를 해결해야 수현 씨가 돌아가는 건 아니겠죠?”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생각 없어요. 제 귀환을 돕는다는 이유로 메이 씨가 원치 않는 진술을 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메이는 안심한 듯 웃었다. 수현도 표정을 풀었다. 두 사람의 문제는 한 장의 봉투에서 시작됐지만 해결 방법은 반드시 같을 필요가 없었다. 잠깐 뒤 데런의 편지가 도착했다. 말 관리 시간과 호송 시간이 분리된 보수 표가 첨부돼 있었다. 그는 금액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명시하면서도 실제 일한 시간을 더는 지우지 않겠다고 적었다. 수현은 편지를 접었다. 자기 없이도 기록이 정확해지는 일은, 돌아갈 길을 찾는 데 못지않게 기쁜 소식이었다. *** 밤에 수현은 자신의 비용 장부를 꺼냈다. 원정대 자문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숙박비와 식비를 개인 항목으로 적고 있었다. 왕도 기록원의 조사 지원으로 정당하게 제공되는 열람 시설은 별도로 표시했다. 그녀 자신이 남의 비용을 엄격히 나누면서 자기 비용을 대충 섞고 싶지는 않았다. 한 장을 넘기자 맨 위에 메이가 예전에 작성한 진정서 사본이 보였다. [우리를 사람처럼 대해 주십시오.] 그녀는 그 문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개인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서류는 쉽게 걷고, 한 사람의 동의를 확인하는 서류는 쉽게 빠뜨리는 세계. 자신이 돌아가더라도 그런 기록은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기록을 쓰고 있었다. 그때 키아의 추가 통지서가 왔다. [과거 C-47 청구 목록과 제7원정대 외부 보호 예치 계정 사이의 자동 분개 내역 일부 확인. 원장 대조 필요.] 수현은 편지를 다시 읽었다. 다섯 번째 지급 보류금과 메이의 청구가 같은 돈이라는 증거는 아니었다. 다만 별도 사건처럼 보이던 두 장부가 같은 자동 분개 시스템을 지나갔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돈이 혼자 걷는 건 아니니까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누군가 금액을 옮기고, 누군가 이름을 붙이고, 누군가 그 기록을 승인한다. 그 과정이 밝혀진다면 메이가 왜 빚을 떠안게 됐는지도 조금 더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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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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