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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다섯 번째 몫의 이름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11자

오프라인 책장
세드나가 수현에게 보여 준 것은 소환 기록이 아니었다. 제7원정대의 아주 오래된 보수 장부였다. “이건 왜 가져왔어요?” “이베른이 정정실에서 두 서류의 이관 번호를 대조하다가 찾아냈어. 다섯 번째 몫이 누군가에게 지급됐다는 기록 말이야.” 수현은 의자에 앉았다. 사라진 라비엔을 찾을 때도 이 이름 없는 지급 몫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R-0 응급 보호 계정과 연결돼 있어서 의혹만 남겼다. 초반 장부의 에린과 원격 수신의 에린 소렐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두 표기가 서로 다른 시대와 업무에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을 확인하려는 거죠?” “돈이 실제 사람에게 갔는지, 아니면 기록 보존을 위한 예치금이었는지.” “이것도 사건이 많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둘은 조용히 웃었다. 수현은 곧 표정을 가다듬었다. 한 사건에 나온 숫자가 다른 사건의 번호와 같다고 무작정 연결하는 일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 이베른이 보여 준 장부에는 다섯 번째 몫 옆에 작은 기호가 있었다. 사람 이름 대신 ‘지급 보류 보관’이라는 구형 약자였다. “그럼 실존하는 다섯 번째 대원이 아니었다는 거죠?” 메이가 물었다. “그렇게까지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베른이 말했다. “다만 이 행 하나로 다섯 번째 사람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어요.” 수현은 지급 처리의 의미를 물었다. 돈이 장부상 계산됐다는 것과 실제 수령자가 받았다는 것은 구분해야 했다. 기금의 계정이 열려 있으면 담당자가 잔액을 옮기기만 해도 ‘지급 완료’처럼 표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옛 규칙에선 지급 보류금도 회계 마감을 위해 임시로 보내 놓았습니다.” 이베른이 설명했다. “그 뒤 실제 지급인지 환입인지 별도 대장을 확인해야 했지요.” “그 별도 대장은요?” “일부만 남았습니다. 성역에서 가져온 사본과 대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이는 손목을 어루만졌다.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확인하는 일은 그녀에겐 여전히 현재의 문제였다. 자신에게 청구된 치료비 중 예비 적립금이 임시 제외됐지만, 누가 최종 부담해야 하는지 결정되지 않았다. 다섯 번째 몫을 잘못 이해하면 다른 사람의 부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수현 씨, 이건 제 빚하고 같은 건가요?” “연결 가능성을 확인하는 거예요. 지금은 다른 계정으로 보아야 해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 서류는 제가 따로 챙길게요.” “맞아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섞어서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한 건씩 정확히 보자는 거죠.” *** 이베른은 예전 왕실 보호 사업에 쓰던 회계 편람을 꺼냈다. 제목은 거창했지만 내용은 단순했다. 치료를 위해 보관한 금액, 인력에게 지급할 예정인 금액, 사용되지 않아 돌려줘야 할 금액을 구분하는 표였다. “보호를 받는 사람의 이름이 없는데 지급 몫을 잡을 수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임시로는요. 당시에는 환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전에 치료부터 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설명을 들은 수현은 북방 회복소에서 마주한 환자 두 명의 기록을 떠올렸다. 신원 공개가 금지된 이유도 있었다. 무분별하게 기록을 공개하면 누군가의 병력이 소문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비공개라는 이유로 금액을 누구에게든 떠넘길 수는 없었다. “그러면 보관 계정이 환자에게 개인 청구로 바뀌려면 별도 문서가 필요하겠네요.” “네. 그쪽은 원계약과 개인 부담 전환의 구분과 같습니다.” 세드나는 별도 문서가 실제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신청을 냈다. 메이는 자신의 분쟁과 연결되는 내용에 한해서만 공개를 허용했다. 누구도 라비엔의 의료 기록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부상자의 이름보다 누가 어떤 근거로 돈을 움직였는지예요.” 수현이 정리했다. *** 점심을 먹으러 나온 길에 메이는 작은 시장에서 약재를 골랐다. 과거 같았으면 값비싼 약을 사면서도 장부에 자기 이름을 적었을 것이다. 오늘은 보급 담당의 구매 승인서를 먼저 확인했다. “이런 것도 제 일이었나 싶었어요.” 메이가 말했다. “지금은요?” “치유는 제 일인데, 다친 사람이 생겼다고 물품 구매 비용까지 전부 제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죠.” 수현은 웃었다. “그걸 메이 씨가 직접 말하니 더 좋네요.” “전에는 책임감이 있으면 다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책임감이 큰 사람이 세상 돈을 다 내야 하잖아요.” “듣고 보니 정말 이상해요.” 둘이 웃는 사이 약재상은 영수증을 내밀었다. 메이는 한 번 더 물품 수량을 확인했다. 다섯 묶음이라 적힌 칸에는 실제로 다섯 묶음이 놓여 있었다. 별것 아닌 장면인데 수현에겐 마음이 놓였다. *** 그날 저녁 북방에서 라비엔의 편지가 도착했다. 오르카를 통해 수현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편지는 짧았다. 그는 회복소에 남아 치료를 받는 동안 기록 업무를 계속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출 당시 보수와 치료 비용에 관한 설명을 다시 받았고, 종료 절차의 예상 기간을 안내받았다는 소식도 적었다. [제가 어디서 일할지 결정할 시간과 자료가 생겼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진전입니다.] 수현은 글을 여러 번 읽었다. 라비엔을 발견했던 날 오르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기억했다.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모두의 소원이었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후 어디에서 살지는 라비엔 자신의 선택이었다. “오르카 씨한테 답장해야겠네요.” 메이가 말했다. “네. 라비엔 씨가 돌아오는 게 기쁜 소식일 수는 있지만, 돌아오지 않아도 나쁜 결말은 아니라고요.” “그렇게 적으면 오르카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잠깐은요. 그래도 알아들을 거예요.” *** 그날 오후 세드나는 다섯 번째 몫의 예치 항목을 더 자세히 비교하기 위한 제한 열람을 신청했다. 신청 목적은 원정대원 신원 추적이 아니라 지출 구분이었다. 수현은 그 차이를 강조해 문서에 적었다. “혹시 명단에 실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으면 어떻게 하죠?” 이베른이 물었다. “목적상 필요하지 않으면 가려 주세요. 우리는 이 돈을 누가 받았다는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니까요.” “수령인이 실제 환자였는지는요?” “그 사실 자체가 필요한 경우라면 당사자 권한부터 따로 확인해야겠죠.” 이베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한 열람실의 장부에는 낡은 잉크와 새로 덧쓴 주석이 겹쳐 있었다. 예치, 이월, 환입, 이관. 네 단어가 비슷하게 생겨서 수현은 용어표부터 만들었다. 이곳에서 ‘지급’이라고 부르는 행위 중 실제 현금을 넘기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점점 알게 됐다. “우리 세계에서도 비슷해요.” 수현이 말했다. “입금 예정, 승인, 정산 완료, 실제 지급. 네 가지를 한 화면에서 전부 같은 초록색으로 보여 주면 나중에 큰일 나죠.” “초록색이 무슨 뜻입니까?” “일단 다 끝났다는 느낌을 주는 색이요.” “그러면 이 장부엔 초록색을 쓰지 말아야겠군요.” 수현은 한참 웃었다. 이베른은 진지하게 공책에 적었다. 두 사람은 사용된 날짜를 하나씩 대조했다. 다섯 번째 몫이 열린 날과 외부 보호 예치 계정이 열린 날은 가까웠지만 같지 않았다. 돈이 옮겨진 경로도 아직 이어지지 않았다. 수현은 마치 끊긴 다리를 보듯 그 간격을 바라봤다. “동일한 회계 담당자가 처리한 건가요?” “도장은 같지만 담당자 이름은 다릅니다. 관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같은 부서로만 봐야겠네요.” “그렇습니다.” 정작 중요한 문장은 장부 중간에 있었다. 원정대 최초 편성 인원을 표시하는 칸이 네 명으로 정정돼 있었다. 수현은 그 숫자를 보자 숨을 멈췄다. 이전에 다섯 번째 대원이 있었다고 추정한 이유가 약해지는 자료였다. “이 정정은 언제 했나요?” “편성 승인 직후로 보입니다. 다만 사본에만 날짜가 남아 있고 원본은 확인 중입니다.” “그럼 처음부터 다섯 명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네요.” “맞습니다. 다만 편성 명부와 보호 예치 장부가 서로 다른 목적이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수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틀린 가설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그 가설을 중심으로 쌓아 올린 추리도 많았다. 하지만 사건은 자기 자존심을 지키려고 조사하는 게 아니었다. 수현은 세드나에게 말했다. “초기 다섯 번째 사람이 실제 대원이었을 거란 표현, 다음 보고서에서 빼 주세요.” “알겠어. 대신 왜 정정했는지는 남기자.” “네. 나중에 다른 사람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요.” 세드나는 수현의 노트를 잠시 들여다봤다. 첫 장에는 카이렌의 휴식 문제, 다음 장에는 메이의 비용, 그 뒤로 원정대 계약과 R-0 기록이 이어져 있었다. 빼곡한 메모 사이에는 틀린 추정에 줄을 그은 흔적도 많았다. “네 공책은 정말 지저분하네.” “생각을 고칠 때마다 지우니까요.” “근데 그게 더 믿을 만해 보여.” 수현은 눈을 들었다. 세드나의 칭찬은 언제나 조금 어색했다. “오늘만 잘 보관해 두세요. 나중에 생각 바꿀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다음 장에 그렇게 적지 뭐.” 수현은 웃었다. 자신이 본 종이들은 정확한 사람을 지우기도 했고 없는 사람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제는 그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답을 새겨 넣지 않기로 했다. 남아 있는 기록이 실제로 말하는 범위만큼만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메이는 보관소에서 받은 새 안내장을 보여 주었다. 정산 자료에 등장한 금액 중 누가 부담할지 미결인 부분은 당사자에게 별도로 통지하며, 최종 결정 전에는 당사자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제 청구 건에는 적용될까요?” “담당자에게 확인해야겠죠. 다만 적어도 그런 절차가 있다는 건 분명해졌네요.” 메이는 웃었다. “요즘은 뭔가를 알아낼수록 해야 할 일이 늘어나요.” “그렇죠. 그래도 예전엔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잖아요.” 둘은 시장으로 걸어갔다. 하늘은 밝았고, 누군가 길모퉁이에서 빵을 굽고 있었다. 이천지가 낯설었던 수현에게 이 도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익숙함이 귀환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매일 확인했다. *** 저녁 식탁에서 세드나는 다른 각도의 질문을 꺼냈다. 다섯 번째 몫이 실제 개인 지급이 아니었다면, 왜 그처럼 오해하기 쉬운 명칭을 사용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엔 장부를 보는 사람이 회계 담당자뿐이었을 수 있어.” 세드나가 말했다. “그러면 안 보는 사람은 어떻게 확인해요?” 메이가 물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지.” 수현은 빵 조각을 내려놓았다. 계약서가 대단한 주문처럼 쓰일 때도 그랬다. 작성하는 사람에게만 익숙한 언어를 쓰고, 서명하는 사람은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믿게 했다. “예치금이면 예치금, 지급이면 지급이라고 쓰면 좋겠네요. 어떤 말을 쓰는 게 법적으로 정확한지도 확인하고요.” “그걸 고치려면 누가 신청해야 하죠?” “장부를 쓰는 기관이 먼저 개선할 수 있겠죠. 이해관계자도 의견을 낼 수 있고요. 다만 제가 대신 양식을 바꾸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어요.” 메이가 웃었다. “그 얘기는 이제 안 해도 알겠어요.” “그럼 저도 조금 쉬어도 되겠네요.” 세드나가 찻잔을 들었다. 셋은 잠깐 아무 서류도 보지 않고 저녁을 먹었다. 수현은 그 고요가 소중했다. *** 밤늦게 이베른이 전한 사본에는 다섯 번째 몫 옆의 보관 상태가 조금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보호 대상 신원 확인 전 임시 예치. 현금 지급 아님. 종료 후 환입 예정. 환입 결과 별도 기록.] 수현은 오랫동안 한 줄을 보았다. 과거 장부에서 다섯 번째 대원처럼 읽혔던 항목은 실제로 한 사람에게 지급된 돈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입 결과가 없는 이상 그 돈이 제대로 돌아갔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에린이라는 이름과의 연결은요?” 세드나가 물었다. “아직 못 찾았어요. 옛 응급 신고 담당의 인적 사항도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수현은 공책에서 오래된 추정을 지우고 새 문장을 썼다. [다섯 번째 몫은 현재 지급 보류 계정으로 분류. 수령인 실재 또는 환입 여부 미확인.] 문장 하나가 짧아지는 데 몇 주가 걸렸다. 수현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별로 창피하지 않았다. 반대로 틀린 추정을 유지하면 다른 사람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이 무서웠다. 방을 나서려는데 이베른이 불렀다. “다섯 번째 몫의 환입 목록 옆에 옛 민원 중계대 수리비가 적혀 있습니다.” “같은 돈으로 수리했나요?” “아직은 모릅니다. 단지 같은 마감표에 적혀 있을 뿐이지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의 연결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서둘러 선을 긋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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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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