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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기록 담당자는 기억을 팔지 않는다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97자

오프라인 책장
강변 기록 보존소는 물 냄새가 났다. 오래된 석조 건물의 벽에는 갈대가 자라고 있었고, 입구의 안내판에는 작은 글씨로 '증언을 강요하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이수현은 그 문장을 마음에 들어 했다. “좋은 기관이네요.” 세드나가 물었다. “건물은 보수할 곳이 많아 보이는데?” “입구에 써 둔 말이 좋아요.” 두 사람은 사전 면담을 신청한 방문객으로 등록했다. 메이는 동행하지 않았다. C-47 후속 심사 자료를 정리할 날이었고, 원격 수신 기록 담당자의 개인적 증언은 메이의 비용 분쟁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 수현은 그 사실이 편했다. 서로의 일을 전부 함께하지 않아도 가까운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이제 조금 알게 됐기 때문이다. 메르라는 옛 기록 담당자는 생각보다 젊었다. 수현은 '과거 근무 이력'이라는 문구만 보고 백발의 노인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마주 앉은 남자는 마흔을 조금 넘긴 듯한 얼굴에 검은 머리가 성성했다. “제가 작성한 것과 단순히 전달받아 보관한 것을 구분해서 물어봐 주십시오.” 메르가 말했다. “기억나는 것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수현은 녹취 장치가 있는지 물었다. 이곳의 작은 수정구는 대화를 기록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메르가 동의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면담 뒤 함께 확인하는 요약서만 작성했다. “에린 소렐이라는 이름을 보신 적 있습니까?” “네. 제 이전 업무 담당자로 기록에 나옵니다.” “직접 만난 적은요?” “없습니다. 퇴직 후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그럼 최근 원격 수신 기록에 그분 이름이 적힌 이유를 아십니까?” 메르는 입술을 축였다. “구형 장부를 새 양식으로 옮길 때, 최초 장비 관리자 이름을 자동으로 머리글에 넣었습니다. 수신 발생 당시 담당자와는 다른 칸이었지요.” 수현의 손이 멈췄다. “그럼 원문에 적힌 에린이라는 이름을 최근 사건의 실제 담당자로 읽으면 안 된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장부가 동일한지 제가 검토한 건 아닙니다.” 수현은 문장을 그대로 적었다. 또 하나의 실마리가 풀렸지만 그 답이 기대했던 방향은 아니었다. 소환 당일 그녀를 지켜본 사람이 에린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단지 오래된 시스템의 표제였을 수도 있었다. *** 면담이 이어졌다. 메르는 제3연락기록반이 없어진 뒤 서류를 옮기는 일을 맡았다. 원격 수신 실험은 후대의 복제 장치에서 관찰한 신호를 오래된 색인에 연결할 목적으로 운영됐다고 했다. 수현은 사건 당시 어떤 위험 설명이 있었는지 물었다. “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메르가 분명히 말했다. “저희가 다룬 건 문자와 수신 시각, 사라진 첨부 문서의 보존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소환 당시 현장 확인인 배정 기록은 누가 작성했습니까?” “제 업무 범위 밖입니다. 그 기록은 3번 접수대가 관리합니다.” “알겠습니다.” 수현은 원망하지 않았다. 모든 일을 아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각자가 본 사실을 모으는 중이었다. 세드나는 보존실의 자료 이관 도장을 묻고, 메르는 허락된 범위에서 날짜와 담당 반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R-0라는 번호가 어떻게 두 종류의 기록을 묶게 되었는지가 조금 드러났다. 초기에는 여러 부서가 같은 긴급 사건을 처리할 때 편의를 위해 공통 참조번호를 발급했다. 그러나 관리 시스템이 바뀌면서 참조번호가 같은 문서를 동일 계약으로 읽는 문제가 생겼다. 실제 법적 관계와는 무관한 분류 편의였다. “그래서 보호 원계약의 비용이 소환 기록으로도 보였군요.” 수현이 말했다. “정확히 어떤 비용이 이동했는지는 별도 대조가 필요합니다.” 메르는 신중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쓰겠습니다.” *** 면담을 마친 메르는 수현에게 보존소의 작은 전시실을 보여 줬다. 과거 기록 담당자가 쓰던 책상과 펜, 뒤집힌 인장, 닳아 버린 서류 상자가 유리장 안에 있었다. 그중 한 칸에는 글자가 겹쳐 보이는 장부 두 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건 복제 오류 사례입니다.” 메르가 설명했다. “한쪽엔 '검토 중'이라고 쓴 문장이 다른 쪽엔 '검토 완료'로 보였지요. 복제할 때 잉크의 끝부분이 사라졌거든요.” 수현은 장부를 자세히 살폈다. 글씨 하나가 흐려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뜻은 완전히 달랐다. “그러면 사람이 직접 대조했어야 했네요.” “네. 그런데 당시에 너무 많은 기록을 짧은 시간에 옮겨야 했습니다.” “인력이 부족했나요?” “부족했죠. 검토자도 부족했고요.”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누군가의 동의가 기록에서 사라진 이유가 기술만은 아닐 수도 있었다. 사람이 부족하고 시간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오류를 키웠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그것이 실제 원인인지 확인하려면 해당 시기의 인력 배치와 승인 기록도 보아야 했다. “그럼 당시 검토를 담당한 사람들을 벌하면 문제가 해결됩니까?” 수현이 물었다. 메르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는 따져야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봐야 합니다.” “동의합니다.” 세드나가 뒤에서 말했다. 수현은 유리장 아래 작은 금속판을 읽었다. [원본이 남아 있더라도, 원본을 확인할 절차가 없으면 사본의 실수를 고칠 수 없다.] 그녀는 오래전 어느 기록 담당자가 그 문장을 남겼을지 궁금했다. 에린이었을까, 메르였을까, 아니면 이름이 잊힌 또 다른 사람이었을까. 이제는 이름을 아는 것보다 기록이 무엇을 잘못 말하는지 알아내는 편이 더 중요했다. 전시실을 나오는 길 수현은 메르에게 말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오늘 들은 이야기를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곳에도 기록이 있나요?” “아주 많죠. 종이보다 화면이 더 많을 뿐이에요.” 메르는 웃었다. “어디든 기록이 많으면 사람이 적게 보이는 날이 있겠군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자꾸 확인해야 하나 봐요. 이 종이가 누구의 삶을 설명하려고 쓰였는지.” *** 점심시간이 되자 메르는 면담을 잠시 멈추자고 했다. 수현은 한편으로 아쉬웠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르는 병원 약을 먹어야 했다. 잠깐의 휴식은 다른 사람의 일을 핑계로 밀어붙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보존소 앞 작은 찻집에서 세드나가 말했다. “네가 찾으려던 에린은 현재 담당자가 아닌 것 같군.” “그럴 가능성이 커졌죠.” “실망하지?” 수현은 컵을 내려놓았다. “기대했던 답은 아니에요. 그런데 틀린 방향으로 더 멀리 가기 전에 알았다는 점은 다행이죠.” 그녀는 서울에서 상담했던 한 사건을 떠올렸다. 직원이 퇴직금 계산서를 받았는데 회사가 엉뚱한 사람의 근무 기간을 복사해 넣었다. 그 사건은 악의를 찾는 일로 시작됐지만, 결국 자료 입력 과정의 오류를 확인하는 일이 되었다. 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했다. “에린의 이름이 오래된 머리글에 남았다고 해도 제 소환이 정당해지는 건 아니에요.” 수현이 말했다. “그렇지.” “제가 동의한 적이 없으니까요.” 세드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 오후 면담에서 메르는 한 가지 오래된 업무 관행을 털어놓았다. 제3연락기록반이 폐지되기 직전, 수신 여부가 불분명한 문서는 회신란에 '미응답'이라고 적고 다음 보존소로 넘겼다. 문제는 회신란이 빈 채 이관되면 새 시스템에서 '응답 확인 불필요'로 잘못 읽히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건 상당히 위험한데요.” 수현이 말했다. “당시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수정 요청서를 낸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메르는 작은 상자에서 공개 가능한 이관 의견서를 꺼냈다. 인적 정보는 가려져 있었지만 문구는 선명했다. [미응답은 동의가 아님. 수신 확인 불능을 절차 완료로 자동 변경하지 말 것.] 수현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누군가 자신이 여기로 오기 훨씬 전부터 같은 실수를 지적하고 있었다. 익숙한 좌절감이 밀려왔다. 문제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때때로 누구도 고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더 서글펐다. “그런데 왜 바뀌지 않았나요?” 메르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가 바꿀 권한이 없었으니까요. 다음 부서에서는 다른 일을 먼저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문제를 제기한 기록은 남았나요?” “네.” 수현은 웃지도 못했다. 한 사람의 경고가 보존됐는데, 경고가 필요한 시스템은 그대로 남았다. 보존이 해결은 아니었다. 면담 종료 전 메르는 수현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혹시 최근에 원격 수신 장치를 작동시켰습니까?” “아주 제한된 모형 문자 시험만 했습니다. 사람이나 외부 주소 전송은 하지 않았고요.” “잘하셨습니다.” “왜죠?” “옛 기록에서 가장 불분명한 건 수신 확인인이 누구의 의사로 배정됐는지거든요. 그걸 모른 채 다시 가동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수현은 그 말을 면담 요약서 마지막에 적었다. 메르가 문구를 읽고 직접 확인 서명을 했다. 수현도 서명했다. 이것은 증언을 모두 사실로 확정하는 문서가 아니라, 그가 실제로 무엇을 말했다는 기록이었다. ***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수현은 메르의 증언을 다시 정리했다. 종이 위에는 '본인이 직접 관찰함', '업무 자료에 따라 알고 있음', '추정함'이라는 세 칸을 만들었다. 메르가 직접 수행한 데이터 이관의 절차는 첫 번째 칸에, 오래된 담당자의 퇴직 시기는 두 번째 칸에 적혔다. 최근 소환을 누가 실행했는지는 어느 칸에도 확정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세드나가 보고서를 들여다봤다. “이렇게까지 분리해야 하나?” “면담에서 나온 말은 전부 같은 무게가 아니니까요.” “메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해?” “아뇨. 기억에 따라 말한 부분과 기록을 보고 말한 부분이 다르다는 뜻이에요. 본인도 그렇게 구분해 달라고 했잖아요.” 세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들은 부분도 확인해야겠군.” 그녀는 자신이 적은 기록을 펼쳤다. 메르가 보여 준 옛 이관표의 번호가 수현의 것과 달랐다. 한쪽엔 17, 다른 쪽엔 71이었다. 세드나는 곧바로 잘못 적었다며 펜으로 고치려 했다. “잠깐요.” 수현이 말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먼저 확인하고, 정정 이유도 남겨요.” “내가 잘못 쓴 것 같은데.” “그럴 수 있지만, 원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죠.” 세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옆에 있으면 글씨를 고치는 일도 간단하지 않군.” “맞아요. 하지만 나중에 누군가 왜 숫자가 달라졌는지 묻는다면 답할 수 있잖아요.” 둘은 다음 날 기록원에 대조 요청을 넣기로 했다. 마차 바퀴가 작은 돌에 걸려 덜컹거렸다. 수현은 서류를 꼭 붙들었다. 조그만 숫자 하나라도 잘못 남기면 누군가의 행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여러 번 보아 왔다. *** 세드나는 마차가 왕도 성문을 통과할 때 수현에게 물었다. “오늘 메르가 말한 내용을 다른 기록과 대조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모르겠어요. 그래도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는 정해졌죠.” “또 기다림이군.”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림이 곧 포기는 아니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서두르는 것도 용기가 아니었다. 오늘 만난 기록 담당자는 모른다는 말을 정직하게 했고, 그것만으로 수현의 다음 질문은 조금 더 선명해졌다. *** 돌아오는 길에 수현은 숙소 쪽 하늘을 올려다봤다. 빗구름 사이로 저녁빛이 비쳤다. 그녀가 기대했던 것은 누군가 자신을 소환했다고 말해 주는 증인이었다. 그러나 오늘 만난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모른다고 하면서도, 왜 모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세드나가 묻자 수현은 대답했다. “이제 조사할 대상은 에린이란 이름보다 ‘미응답’이 ‘확인 불필요’로 바뀐 과정이에요.” “원격 수신 사건과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기록 비교를 요청해야죠.” 왕도 보관소에 도착했을 때 르네는 새 열람 허가를 보여 줬다. 수현의 비자발적 소환 배정 기록에 적용된 전산 변환 규칙을 확인하는 제한 열람이었다. 세부 개인정보는 제외하기로 했다. “면담 전에 제출하신 요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수현은 종이 아래의 항목을 읽었다. [원문 미응답 → 신양식 확인 면제: 해당 변환이 적용되었는지 대조 허가.] 그녀는 눈을 감았다 떴다. 돌아갈 수 있는 문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누가 자신의 동의를 묻지 않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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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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