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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56화
PAYLUA ORIGINAL · 제56화

56화. 두 번 찍힌 치료비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56자

오프라인 책장
동부 정산실의 대기 번호는 아침부터 쉰일곱 번까지 올라갔다. 메이는 자신이 받은 열세 번째 표를 꼭 쥐고 있었다. 이번에는 수현이 대리인으로 앞에 서지 않았다. 그녀의 별도 자문 계약은 끝났고, 정산 분쟁의 당사자는 메이였다. 수현은 메이의 요청을 받아 대기실에서 자료 정리를 도울 뿐이었다. “긴장돼요.” 메이가 속삭였다. “그럴 수 있어요. 저도 처음 중요한 회의에 들어갈 때는 그랬거든요.” “수현 씨도요?” “물론이죠. 특히 상대방이 제 말보다 서류 두께를 더 믿을 것 같을 때요.” 메이는 품에서 종이 다섯 장을 꺼냈다. 치료한 사람과 날짜, 사용한 약재와 마석, 자신이 직접 구매한 물품, 길드가 지급했다고 기재한 물품, 끝내 수령하지 못한 물품을 나눈 기록이었다. 수현은 어제 함께 맞춰 본 순서대로 종이가 정리된 걸 확인했다. “오늘 목표가 뭔지 기억해요?” “누가 제 빚을 없애 줄 거라고 약속받는 게 아니라, 그 금액이 왜 제 이름으로 왔는지 근거를 요구하는 거요.” “맞아요.” “그리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대답하기.” 수현은 미소 지었다. “제일 중요하죠.” 창구가 열리자 메이는 혼자 먼저 들어갔다. 세드나는 별도 위임에 따라 법적 절차가 아니라 길드 내부 계약관리 관행을 설명하기 위해 배석했다. 수현은 문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메이는 고개를 돌렸다가 천천히 다시 앞을 보았다. 걷는 발걸음이 조금 떨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 점심을 한참 넘겨서야 문이 열렸다. 메이는 피곤한 얼굴로 나왔지만 손에는 접수 확인서가 있었다. “제 설명을 끝까지 들었어요.” “그래서요?” “담당자가 항목별 청구 전환표를 보여 줬어요. 다만 전부 복사해 줄 순 없대요.” 메이는 종이 하나를 펼쳤다. 거기에는 원천 회복 비용, 예비 마석 적립금, 시설 운영 분담액, 추후 환급 예정액이 서로 다른 칸으로 인쇄돼 있었다. 두 항목에는 같은 지불 참조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건 같은 돈인가요?” “번호가 같다는 건 관련 거래라는 뜻일 수도 있어요. 실제 이중 청구인지 계산해 봐야죠.” 수현은 말했다. “내부 참조번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사기라고 하지는 맙시다.” 메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드나가 따라 나왔다. 그녀는 정산실에서 제공한 열람 요약과 이관 시점 자료를 수현에게 설명했다. “구형 장부에서 신형 장부로 옮길 때, 예비 비용을 정산된 비용처럼 표시한 흔적이 있대. 담당자도 계산을 다시 해 봐야 한다고 했어.” “그럼 청구가 잘못됐을 수 있겠네요.” “있지. 하지만 그게 메이 개인의 모든 부담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야.” “알아요.” 메이가 먼저 대답했다. 수현은 메이를 돌아봤다. 처음 손목 고리가 붉게 빛났을 때, 메이는 자신이 빚을 진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는 확정된 사실과 확인이 필요한 금액을 구분해 말하고 있었다. *** 키아는 메이의 면담이 끝난 뒤 부서의 회계 절차를 설명할 수 있는 공개 자료를 가져왔다. 서류에는 지출 항목이 네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 실제 물품을 구입한 돈, 미래에 대비해 보관한 예비금, 시설을 유지하는 데 드는 경비, 정산을 위해 잠시 묶인 금액이었다. “예비금을 누군가에게 이미 지급한 것처럼 적으면 안 되는 거죠?” 메이가 물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계약에 따라 충당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어서 원문을 확인해야 해요.” 키아는 손가락으로 항목 사이의 굵은 선을 그었다. “이 선이 원래 장부에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지금 우리 일입니다.” 수현은 옆에서 듣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 장부를 확인한 사람의 이름도 남아 있습니까?” “일부는 남아 있습니다. 다만 담당자의 실명 공개는 심사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직책과 승인 유형만 먼저 확인할 수 있겠네요.” 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범위에서 제공하겠습니다.” 메이는 키아의 대답을 듣고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고압적인 감사관을 만나게 될까 걱정했는데, 눈앞의 실무자도 어떤 칸이 왜 이상한지 알아보려는 사람이었다. “저는 이런 일을 처음 해 봐요.” 메이가 말했다. “일하면서 치료한 사람의 수는 기억하지만 그때 쓴 마석의 번호까지 외우진 못해요.” 키아는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처치 기록 양식을 꺼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당시 기록이 있어야 하죠. 자료가 없다면 없다고 남기고 다른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수현은 조금 놀랐다. 이 왕국에도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메이는 이 말을 적었다. 잠시 뒤 그녀는 자신이 쓴 목록의 맨 위에 '기억과 자료가 다른 경우 확인 요청'이라고 덧붙였다. 밖으로 나올 무렵 수현은 키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 직접 도와준 건 메이 씨니까 제게 고맙다고 하지 마세요.” 키아가 말했다. “저는 절차를 설명했을 뿐입니다.” 수현은 웃었다. “그 절차가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날 메이는 빚에 대한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쪼개어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수현은 자신이 대신 싸우는 것보다 그 일이 더 오래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날 오후 정산실의 실무 담당자 키아가 세 사람을 다시 불렀다. 키아는 젊은 여성이었고, 책상에는 서로 다른 색의 장부 세 권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권한 안에서 현재 처리 가능한 사항을 설명했다. “강제 징수 보류는 계속됩니다. 아직 추가 승인을 얻지 못했으니까요.” “채무 취소도 아닌 거죠?” 메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금액 확정은 따로 심사합니다.” “그럼 왜 제출하라는 서류가 바뀌었나요?” “원천 지급표의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확인돼서요. 그게 없으면 개인에게 어떤 금액을 넘겨야 하는지 계산할 수 없습니다.” 수현이 물었다. “원천 지급표는 누가 작성했고 누가 승인했나요?” “작성 부서는 확인됐습니다. 승인란은 보존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한은요?” “보름 안에 잠정 결과를 통지할 예정입니다. 지연되면 사유를 알려 드려야 합니다.” 메이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당장 고리가 풀릴 수 없다는 사실에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면 오늘 기록해주세요. 저는 제가 받지 않은 약품에 비용을 내겠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키아가 펜을 들었다. “그대로 적겠습니다.” “그리고 받은 것 중 실제로 제가 사용한 건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예.” 메이는 마침내 숨을 길게 내쉬었다. *** 정산실 밖에는 작은 치료소가 있었다. 대기 의자 끝에 앉은 노인이 손을 떨고 있었다. 보호자로 보이는 여성이 차례를 기다리다가 울먹였다. 접수 창구에서는 '서류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이 들렸다. 메이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가려 했다. 수현은 붙잡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메이 씨, 오늘 쉬기로 한 시간도 계산하세요.” “알아요. 다만 이분은 지금 위험해 보여요.” 치료소 담당 치유사가 노인에게 다가와 상태를 확인했다. 메이는 자신이 필요한지 물었다. 담당자는 응급 처치 인력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메이는 멈춰 서서 보호자에게 가까운 의자를 내주었다. “예전 같으면 제가 끝까지 치료했을 거예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오늘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돌아서기가 조금 어렵네요.” “도움을 주려는 마음하고 모든 일을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달라요.” “그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보호자는 메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는데도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메이는 어리둥절해했다. 수현은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에게도 뒤로 물러날 권리가 있었다. *** 그날 저녁 메이는 장부를 들고 길드의 작은 자료실에 갔다. 수현은 뒤따르지 않았다. 메이는 처음 혼자 가 보겠다고 말했다. 돌아와서는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문 앞에서 세 번 돌아갈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들어갔네요.” “네. 안내하는 분한테 제가 필요한 자료를 물었어요. 처음에는 왜 이제 와서 묻느냐고 하더군요.” 수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이런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요. 이제 알아서 묻는 거라고요.” 메이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러니까 자료실 담당자가 잠깐 말이 없더니 장부 목록을 보여 줬어요.”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좋은 대답인데요.” “사실 화가 조금 났어요. 왜 이제 와서 묻냐는 말이 제가 잘못한 사람이라는 뜻처럼 들려서.” “그럴 수 있어요.” “그래도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하면 제게 불리한 문장만 남을 것 같았어요.” 메이는 종이를 꺼냈다. 자료실의 접수증과 공개 가능한 목록이었다. 그 목록에는 메이가 그동안 본 적 없는 예비금 집계표가 있었다. “이건 내일 요청해 보려고요. 원본은 필요하지 않고, 제 이름에 연결된 금액과 계산 기준만요.” “맞아요. 필요한 범위부터 확인하면 돼요.” 메이는 수현을 바라봤다. “처음에 저 혼자였다면 또 도망쳤을 거예요.” “지금은요?” “여전히 도망치고 싶긴 해요. 그래도 다음 날 다시 가 볼 용기는 있어요.” 수현은 웃었다. 용사 파티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오늘은 메이일지도 몰랐다. 괴물보다 장부가 더 무서울 때도 있다는 사실을 수현은 잘 알았다. *** 메이는 다음 날 자신이 쓴 지출 내역을 젠에게 보여 줄지 고민했다. 젠도 원정대의 보급 문제를 잘 알았지만, 치료 대상자의 이름까지 볼 필요는 없었다. 수현은 이름과 병명을 지우고 재고 수량과 날짜만 보여 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럼 젠도 물품이 실제로 왔는지 확인할 수 있겠네요.” “네. 필요한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일이 많아요.” 메이는 대장 사본에 검은 종이를 대어 가렸다. 처음엔 기록을 가리는 게 잘못을 숨기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환자의 사생활을 지키면서 보급을 점검하는 건 다른 일이었다. 젠은 가려진 사본을 읽고 붕대 입고 수량이 하루씩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럼 어제의 소모량으로 표시된 건 실제로는 오늘 사용한 물품일 수도 있겠군요.” 메이는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이 혼자 모든 장부를 읽는 것보다, 역할이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만 확인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었다. 수현은 이 작은 실험의 결과를 보며 미소 지었다. 누군가의 병력은 숨기고, 틀린 숫자는 드러낼 수 있었다. *** 숙소에 돌아온 두 사람은 장부 사본을 다시 펼쳤다. 수현은 비용 흐름을 화살표로 연결했다. 왕실 예비금에서 관리국으로 넘어간 금액, 관리국이 성역에 지급한 금액, 성역에서 물품으로 출고된 금액, 메이에게 통지된 금액. 이 가운데 두 화살표가 같은 번호를 가리켰다. “여기서 증빙을 확보해야 하겠네요.” “그러면 이중 청구인지 알 수 있나요?” “적어도 같은 금액이 실제로 두 번 빠져나갔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청구액과 지급액은 다르니까요.” 메이는 열심히 적었다. “청구와 지급은 다르다.” “네. 돈을 내라고 한 문서와 실제 낸 문서도 달라요.” “조금 어지럽네요.” “전 늘 그래요.” 수현은 진심이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아가 보낸 공식 통지서였다. [예비 마석 적립금 항목은 원천 확인 종료 시까지 개인 청구 산정에서 별도 보류한다. 잔여 항목에 대한 심사는 계속한다.] “그럼 일부는 줄어든 거죠?” 메이가 물었다. “아직 최종액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항목을 지금 당장 메이 씨 빚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메이는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길고 긴 싸움이 단번에 끝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불안한 사람이 무조건 설명을 듣는 대신, 설명을 요구하고 답을 기록하는 당사자로 앉았다. “수현 씨.” “네.” “처음에 제가 그 봉투를 보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수현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지금 우리는 서로 모르고 살았겠죠.” “그건 조금 슬픈데요.” “저도 그래요.” 수현이 웃었다. “그렇지만 슬프지 않으려고 그때의 잘못된 계약까지 괜찮다고 할 필요는 없잖아요.” 메이는 오래 고개를 끄덕였다. 손목 고리는 여전히 차갑게 빛났다. 그런데 오늘은 고리가 자신이 누군지 전부 설명하는 물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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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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