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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돌아갈 문을 두드리는 사람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993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서쪽 지하 보관소 3번 접수대에는 사람이 다섯 명이나 줄을 서 있었다. 수현은 그 광경을 보고 어이없어 웃었다. 차원을 넘나드는 비밀의 열쇠를 찾으러 왔는데 번호표부터 뽑아야 했다. “이제야 우리 세계 같은 기분이 드네요.” “어떤 부분이요?” 메이가 물었다. “중요한 일을 처리하려면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요.” 세드나는 번호표를 두 장 가져오려고 했다가 하나만 뽑았다. 수현이 당사자 신청을 하고 자신은 입회인으로만 동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가 수현에게는 고마웠다. 번호가 불리자 창구 뒤에 앉은 중년 여성이 안경을 올렸다. 이름표에는 '르네, 임시 보존 담당'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수현 씨. 소환 민원 번호 R-0 관련해서 문의하셨죠?” 수현은 숨을 삼켰다.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일에 동의했다는 기록이 있습니까?” 르네는 서류를 열었다. 눈앞의 장부에는 '배정 사실 확인'과 '동의 확인'이 별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앞 칸에는 마석 문양이 찍혀 있었고, 뒤 칸은 비어 있었다. “동의 확인은 접수돼 있지 않습니다.” 수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의 말과 일치하는 기록을 보여 주었다. “그럼 저는 돌아가겠다고 요구할 수 있나요?”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귀환 의사 신청이 접수돼 있어요. 다만 실제 귀환 수단이 작동하는지, 원래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녀는 정직하게 말했다. 수현은 오히려 그 대답이 반가웠다. 억지로 희망을 주는 사람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 르네는 이동형 중계함의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원래는 여러 행정망 사이에서 보낸 말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는 장치였다. 오래전 원격 확인 실험 중에는 '외부 계열 주소'라는 알 수 없는 기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록이 물리적인 이동이나 차원 이동을 의미한다는 증거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저를 실제로 여기 데려온 건 뭘까요?” 수현이 물었다. “그건 현재 조사 중입니다. 장치가 직접 작동했는지조차 확실치 않아요.” 르네는 바닥에 작은 도면을 펼쳤다. 접수의 거울에는 수신자가 아닌 사람이 확인인으로 배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원래 대리 권한을 자동으로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경로를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서명을 하면 돌아갈 수 있어요?” 메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닙니다. 종료 확인 신청은 할 수 있지만, 귀환이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실제 원문 민원이 끝났는지도 당사자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신청인도 아닌데 민원을 끝낼 의무가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없습니다. 당신에게 종료를 강요할 수 없어요. 다만 확인인으로 배정된 기록이 살아 있어 종료 요청을 처리할 때 한 차례 사실을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수현은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와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그 말을 들었다. 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 *** 절차를 확인하는 동안 작은 변수가 생겼다. 중계함 보관실의 마석이 안정성 검사 중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경보가 울리고 직원이 손짓했다. “전원 대피해 주십시오. 실험을 중단합니다.” 수현은 당장이라도 장치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만 열리는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 위험을 읽었다. 루세 기술자는 보관실 문을 닫고 압력 기록을 확인했다. “누가 장치를 만졌나요?” 세드나가 물었다. “안전 점검용 시동만 걸었습니다. 외부 주소를 연결하지도 않았어요.” 루세는 명확히 말했다. 수현은 발을 돌렸다. 그녀가 원한 귀환은 자기 목숨이나 다른 사람의 안전을 걸고 뛰어드는 도박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 기다리는 동안 메이가 작게 물었다. “혹시 방금 문이 열릴 뻔한 건 아닐까요?” “모르죠.” 수현이 답했다. “그런데 위험하니까 대피하라고 했잖아요. 우리가 그 말을 무시하고 들어가면 여기서 해 온 일이 다 거짓말이 되겠죠.”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아프지 않게 마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수현은 생각했다. *** 점검 결과 마석의 불안정성은 오래된 접속부의 균열 때문이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시험은 중단됐다. 루세는 장치를 쓰기 전에 부품 교체와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르네는 신청서 한 장을 다시 내밀었다. [비자발적 현장 확인인 배정에 대한 이의 제기 및 귀환 지원 요청] 수현은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그녀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동의 기록에 대한 설명, 잘못 배정됐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 귀환 방법에 관한 정보 제공, 위험한 실험 참여를 거절할 권리였다. 그런 권리가 현행 왕국 법에서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최소한 신청을 접수받겠다는 기관의 문장은 분명했다. “저는 이 절차에 동의한 적 없어요.” 수현이 말했다. “그 사실을 써 주세요.” 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쓰시는 게 좋습니다.” 수현은 펜을 잡았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문장은 또박또박 적혔다. [본인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민원을 열람한 직후 이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전의 배정과 이동에 동의한 사실이 없으며, 원래 거주하던 곳으로 돌아갈 방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한 줄 더 적었다. [아울러 본인의 동의 없이 위험한 실험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절합니다.] 신청서는 접수됐다. 번호가 발급됐다. 그뿐이었다. 문이 열리지도, 하늘이 갈라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수현의 이름이 처음으로 다른 세계의 문서에서 '승인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 '자기 의사를 적는 사람'으로 남았다. *** 밤에 숙소로 돌아오니 카이렌에게서 서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종됐던 대원이 아니라 귀환이 늦어졌던 대원이 무사히 돌아왔고, 근태 정정은 감독관 승인 아래 처리됐다고 했다. 제7원정대의 30일 운영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위험 업무 사전 고지와 보급 수령 확인은 이제 대원들 스스로 지키고 있었다. 메이의 C-47 건도 답장이 왔다. 동부 정산실이 개인 청구 승인 문서를 추가 확인 중이며, 그때까지 강제 징수 유예를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메이는 예전처럼 수현의 얼굴만 쳐다보지 않았다. 직접 통지서를 읽고 자신의 장부에 옮겼다. “아직 끝난 건 아니에요.” “알아요. 그래도 이번엔 제가 알아요.” 메이가 말했다. 수현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자기가 떠나도 이들이 계속 자기 몫의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물론 또 어려운 날이 오겠지만, 더는 모든 질문이 용사 한 사람의 검이나 치유사 한 사람의 희생에만 얹혀 있지는 않았다. *** 르네는 접수서의 작은 글씨를 손으로 가리켰다. 안내문에는 귀환 지원이 기술 시험을 자동 허가하는 절차가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수현은 그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실험에 참가하려면 별도 동의서가 필요하군요.” “예. 그리고 언제든 참여 의사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진행된 안전 기록은 규정에 따라 보존될 수 있어요.” 르네가 답했다. 수현은 그 구분을 확인했다. 자기 뜻을 바꾸는 일과 기록 자체를 없애는 일은 서로 달랐다. 중계함이 귀환과 관련된 장치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다음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제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귀환 지원도 중단되나요?” “원칙적으로는 별개입니다. 다만 어떤 자료가 없어 조사가 느려질 수는 있지요. 그 경우도 구체적으로 알려 드려야 합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절차와, 위험을 설명한 뒤 선택권을 주는 절차는 달랐다. *** 보관소의 대기실에는 다른 민원인들도 있었다. 한 노인은 폐쇄된 마을의 기록을 찾아 달라고 했고, 젊은 상인은 돌아오지 않는 물품 송장에 항의했다. 수현은 그들의 말을 전부 듣지는 않았다. 자신이 여기서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려는 순간, 세상에는 다른 종류의 '돌아오지 않음'도 많다는 사실이 보였다. 젊은 상인이 책상을 두드렸다. “송장을 확인했는데 왜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까?” 직원은 접수만 확인됐고 최종 수령 기록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멀리서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민원 봉투를 떠올렸다. 접수된 것과 누군가에게 제대로 도착한 것은 다르다. 수령 확인이 없으면 서로 다른 사람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메이가 옆에서 물었다. “우리가 그분도 도와드려야 할까요?”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담당 직원이 응대하고 있어요. 우리가 개입할 이유는 아직 없어요.” 메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 지었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네요.” “그렇죠. 필요할 때 도울 수 있으면 좋지만, 모든 사람의 일을 대신 맡을 수는 없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렸다. 처음보다 대기실이 조금 조용해졌다. *** 보관소를 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 데런은 이수현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었다. “제7원정대로 돌아갈 겁니까?” “일단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원정대와 제 일을 다시 정리해야겠어요. 남은 미결 자료는 세드나 씨가 공식 경로로 계속 확인할 수 있을 거고요.” “그럼 저도 여기서 마차 일을 계속할 수 있겠군요.” 데런은 담담했다. 수현은 그 말에 안도했다. 데런도 자기 생활과 일정이 있었다. 수현이 고향을 찾는 동안 그의 삶까지 무한히 붙잡을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남은 경비 정산은 내일 오전에 확인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도 됩니까?” “뭐죠?” “정말 돌아갈 수 있게 되면, 우리에게 인사는 하고 가실 겁니까?” 수현은 발걸음을 멈췄다. 장난처럼 던진 질문이었지만 데런의 얼굴은 진지했다. “가능하다면 당연히요.” 그녀가 말했다. “다만 방법을 알기 전에는 약속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갑자기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것도 답이네요.” 데런은 웃었다. 수현은 자신이 처음 이세계로 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자신이 갑자기 사라진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서늘해졌다. 메이가 옆에서 말했다. “저는 수현 씨가 돌아가면 슬프겠지만, 돌아가길 원한다는 건 알아요.” 수현은 메이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때까지는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두 사람은 한동안 손을 놓지 않았다. *** 그날 밤 수현은 앞으로 필요한 질문 목록을 다시 만들었다. 당장 답을 얻을 것, 기다려야 할 것, 자신이 직접 결정해야 할 것을 세 구역으로 나눴다. 에린의 이름은 아직 마지막 두 구역에 걸쳐 있었다. 이름이 같은 기록 두 개를 찾은 것만으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녀는 노트에 한 문장을 적었다. [민원은 누구의 사정으로 시작됐는가. 그리고 그 민원을 끝낼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처음 카이렌에게 두 시간만 쉬라고 했던 때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도 이 세계를 바꿀 대단한 권한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기록을 대신 지워 버리는 마법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작은 변화들을 기억했다. 메이가 자기 이름으로 비용 명세를 읽은 날, 오르카가 라비엔의 선택을 존중한 날, 카이렌이 병간호를 떠난 대원의 빈자리를 동료들과 나누던 날. 어쩌면 사람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은 문을 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지도 몰랐다. 그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될 수 있었다. 수현은 그 생각을 종이에 적다가 지웠다. 멋있는 문장은 쉽게 쓸 수 있다.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않은 사실까지 그럴듯한 말로 덮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대신 짧게 썼다. [내일은 접수번호가 실제 담당자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할 것.] 그리고 촛불을 껐다. *** 자정 가까이 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르네의 공식 심부름꾼이었다. 그는 3번 접수대에서 봉인한 회신서를 전달했다. 수현은 조심스럽게 봉인을 떼었다. [귀환 의사 신청 확인. 외부 계열 주소 대조 작업의 사전 검토를 시작함. 기존 원격 수신 실험의 기록 보존본이 발견됨.] 그 아래에는 낯선 문장이 있었다. [외부 계열 주소 일치 가능성 평가를 위해 최초 수신 당시 확인인의 발신지에 관한 자필 진술 필요.] “서울 주소를 쓰라는 건가요?” 메이가 물었다. “아직 몰라요. 위치 정보를 어디까지 적어도 되는지부터 물어야겠어요.” 수현은 조심스러웠다. 누군가 고향을 찾아 줄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개인 정보를 아무 제한 없이 적어 주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자료가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알아야 했다. 회신서의 마지막 줄에는 심사 담당자의 서명이 있었다. 그 위에 최초 원격 실험 당시 책임자 서명이 작게 복원돼 있었다. [초기 수신 경로 기록 담당: 에린.] 수현은 숨을 멈췄다. 같은 이름이 R-0 보호 계약의 최초 구조 신고 기록에도 있었다. 우연히 이름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었다. 동일인이라는 확인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처음으로 두 문서에서 같은 역할의 이름을 보게 된 셈이었다. “에린.” 수현이 낮게 읽었다. 메이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 사람이 누군지 이제 알 수 있을까요?” “아직은요. 이름이 같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서명의 원본이 있다면 필체나 직책을 대조할 수 있겠죠.” 수현은 서류를 접지 않고 오래 바라봤다. 어느 날 낯선 봉투가 서울의 사무실에 나타났고, 그녀는 그걸 열었다. 그 뒤 이곳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과로로 쓰러져 가는 용사에게 두 시간만 쉬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두 시간이 자신을 데려온 절차의 시작을 찾는 데까지 이어질 줄은. 밖에서 새벽 종이 울렸다. 수현은 잠들지 않은 손으로 노트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다음 조사에서 확인할 것: 에린은 같은 사람인가, 발신지는 어디인가, 그리고 돌아갈 장소를 누가 증명할 수 있는가.] 그녀는 펜을 놓았다. 아직 돌아갈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문 앞에 서서 자신의 이름으로 질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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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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