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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49화
PAYLUA ORIGINAL · 제49화

49화. 누가 답장을 받아야 하는가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95자

오프라인 책장
수현은 그날 밤 '좌표 계열 외부'라는 말을 종이에 열 번쯤 써 보았다. 한글로 적어도 낯설고 이세계 문자로 적어도 낯설었다. “수현 씨, 그렇게 쓰면 답이 나와요?” 메이가 따뜻한 물을 내밀었다. “안 나와요. 근데 잊어버리진 않겠죠.” “그럼 저도 하나만 적을게요.” 메이는 수현의 노트 가장 아래에 작게 써 주었다. [오늘의 휴식도 기록할 것.] 수현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조사자의 일이란 쉴 때 쉬지 못하면 관찰한 사실도 흐려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신만 그 사실의 예외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 다음 날 아스텔은 먼저 복원 결과에 관한 제한 사항을 설명했다. '외부 좌표'는 고대 통신 규정에서 왕국 행정망 밖을 뜻할 수도 있었다. 차원이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근거는 부족했다. 수현은 낙담하면서도 사본을 받았다. 듣고 싶은 말과 적혀 있는 말이 다를 때 후자를 먼저 적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한편 임시 보존인과의 연락은 여전히 간접적이었다. 서점 접수대를 거쳐 온 답장에는 서명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작은 양피지가 첨부됐다. 이동형 중계함의 검사를 맡았다는 사람의 점검 기록이었다. [잔존 마력 있음. 송신·수신 기록은 분리 보관됨. 이용자 실재 확인 전 시동 금지.] 세드나는 날짜와 필체, 양피지 재질부터 확인했다. 실물이 맞더라도 작성자가 실제 기술자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내용을 참고 정보로만 볼 수 있었다. 수현은 답장에 이렇게 적었다. [검사를 맡으신 분의 신분을 공개하기 어렵다면, 제게 검증 가능한 공식 접수처를 알려 주십시오. 개인 정보가 아니라 장치 안전과 절차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 점심 무렵 예상하지 못한 손님이 왔다. 하르벤 운송 감독관이었다. 그는 특별 회복 관리국 표식을 단 조끼를 벗지 않은 채 성역 회의실에 앉았다. 그가 R-0 자료 회수를 요구했던 일이 떠올라 수현은 긴장했다. “이번에는 서류를 가져가시려고 오셨나요?” 세드나가 물었다. “아닙니다. 기록 관리국에서 제게 출석 요청을 했습니다. 과거 이관 문서의 담당 범위를 확인하라고요.” 하르벤은 단호한 얼굴이었다. 서부 성역 원본 보관 절차가 계류 중이라 이동 기록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 지시는 자료 회수였지 삭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수현은 그 말을 메모하고 되물었다. “그럼 어떤 법적 근거로 원본을 옮기려 했는지 서면으로 확인 가능할까요?” 하르벤은 자료가 유실되는 걸 막기 위해 상급 기관이 회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세드나는 관할이 겹쳤던 당시 규정을 확인하자고 했다. 누구도 그 자리에서 하르벤을 범인으로 확정하거나 무죄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전 이런 이야기가 밖에 새면 여러 사람이 오해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하르벤이 말했다. “그래서 당사자 동의와 보관 절차를 지키자는 겁니다.” 수현이 답했다. “오해가 생길까 봐 사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으니까요.” 하르벤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이 작성한 지시서 사본을 세드나에게 제출했다. 내용에는 원본을 이송하되 기존 보존 기관의 인계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인계 확인을 못 받으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회수는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를 추측하는 대신 절차가 실제로 어디서 멈췄는지 알게 된 건 진전이었다. *** 회의 뒤 수현은 기록실 복도를 걷다가 벽에 붙은 오래된 규정을 읽었다. [수신을 확인하지 못한 문서는 발송 완료로 기재하지 않는다.] 문득 자신의 소환을 생각했다. 메이가 편지를 보냈고 수현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뒤 수현이 받았다는 사실을 누가 확인했을까. 혹시 '현장 확인인'이라는 역할 자체가 잘못 배정된 건 아닐까. 그녀는 아스텔에게 관련 문서를 재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민원 봉투의 발신 시간과 자신이 서울에서 열어 본 시간, 왕국 기록에 남은 수신 시간이 서로 맞는지 비교하고 싶었다. 자료를 대조하자 세 개의 시간표가 등장했다. 왕국력의 접수 시간, 성역 마석 시계의 보관 시간, 소환 통지에 남은 알 수 없는 시간 기호. 처음 두 개는 환산이 가능했지만 세 번째는 기준이 없었다. “그럼 실제로 같은 순간인지 아직 몰라요.” 수현이 말했다. “맞습니다. 시간 기준이 다르면 숫자가 같아도 같은 시각은 아니죠.” 아스텔이 답했다. 수현은 서울의 사무실 시계를 기억해 보려 했다. 메이가 보낸 진정서를 열었을 때는 늦은 오후였다. 그러나 몇 월 며칠이었는지는 스마트폰 달력 없이 자신감이 없었다. 그녀는 기억나는 사실과 불확실한 사실을 구분해 적었다. *** 저녁에 왕립길드에서 도착한 통신문에는 메이의 C-47 청구와 관련된 작은 진전이 있었다. 동부 정산실은 원계정과 개인 청구 전환 사이의 승인 문서가 미첨부 상태라고 밝혔고, 이를 이전 담당 부서에 추가 요청했다. 강제 징수 유예는 여전히 유지됐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메이가 물었다. “문서를 찾는 사람이 고생하고 있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정리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속도를 높여 달라고 신청할 수는 있겠죠. 결론을 대신 써 넣을 수는 없고요.” 수현의 말에 메이는 입술을 삐죽였다. “수현 씨는 너무 신중해요.” “저도 답답해요.” “그럼 오늘은 같이 투덜거려요.” 두 사람은 숙소 계단에 앉아 종이 위로 내려앉는 먼지를 털었다. 누가 더 많이 기다렸는지, 누구의 서류가 더 지저분한지로 실없는 농담도 나눴다. 거창한 문제를 다루는 날에도 이상하게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 하르벤과의 면담 뒤 수현은 원본 회수 지시서의 발행 시기와 보호 계약의 체결 시기를 대조했다. 서로 몇 년이나 차이가 났다. 회수 지시가 소생 비용을 잘못 산정한 사건의 직접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 하르벤 감독관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뜻인가요?” 메이가 물었다. “그것도 아직 몰라요. 정해진 절차를 따랐는지와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구분해야 해요.” 세드나는 지시서에 적힌 인계 확인란을 가리켰다. 하르벤은 이관 기관의 이름을 적었지만 성역 측 수령 서명은 없었다. 실제 인계가 완료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려면 양쪽의 자료가 필요했다. “혹시 제가 관련 직원에게 질문해도 됩니까?” 하르벤이 물었다. 수현은 의아했다. “직접 확인하시겠다고요?” “이 일로 내 이름이 몇 달째 이곳 기록에 올라가 있는데 정확한 결과는 받지 못했습니다. 저도 알고 싶습니다.” 세드나는 공식 연락 범위에 동의했다. 하르벤이 전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수현이 그의 상급자도 아니었다. 그는 당사자 중 한 명으로서 자신에게 허용된 자료를 열람 신청할 수 있었다. 수현은 회의록에 그렇게 적었다. 이름이 기록에 올라간 사람에게도 무슨 이유인지 질문할 길이 있어야 했다. *** 오후에는 발데르 정산실장이 보낸 수정 표가 도착했다. 이관된 원계정의 비용 의뢰 주체 열에서 일부 기호가 다른 항목과 섞였다는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성역 보관 요청'과 '현장 치료 요청'이 이전 시스템에서 같은 칸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을까요?” 메이가 물었다.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기록이 바뀐 사실만 확인됐어요.” 수현은 표의 날짜와 담당 부서 이름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하닌 전 회계 서기가 말했던 자동 이관 관행이 떠올랐다. 그가 증언한 절차와 실제 자료가 일치하는지 비교해 볼 가치가 있었다. 세드나는 해당 서기를 다시 불러 증언을 요구하기보다, 먼저 기존 증언의 원문과 지금 받은 표를 대조하자고 했다. 그 결과 일부 이관 기준은 정확히 일치했지만 한 줄의 날짜가 달랐다. 수현은 그 부분을 빨간 점으로 표시했다. “이건 표기 오류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확인 없이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죠.” 세드나가 말했다. 메이는 허탈해했다. “자꾸 '확인해야 한다'만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럴 때일수록 확인이 끝난 것부터 챙겨야죠.” 수현은 메이의 장부에 세 가지를 적어 주었다. 강제 징수 유예가 유지된 사실, 새 담당 부서가 지정된 사실, 개인 청구 승인 문서가 현재 미첨부라는 사실. 그리고 그 외는 전부 조사 중이라고 표시했다. “한 줄이라도 결론이 있네요.” 메이는 작게 웃었다. *** 하루를 마칠 무렵 수현은 자신의 소환 기록에도 비슷한 표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신청인', '현장 확인인', '답변 기관'이라는 세 칸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바뀌었다면 누구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었다. 아스텔은 별도의 접근 권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메이의 치료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현의 소환 기록을 자동 열람할 수는 없었다. 수현은 자신의 이해관계자 신청을 다시 제출했다. “또 신청서예요?” 메이가 물었다. “그러게요. 이 정도면 제가 세계 이동이 아니라 서류 이동을 하고 있는 건가 봐요.” 모두가 웃었다. 수현은 그 농담이 좋았다. 무거운 일을 다루는 동안 웃을 수 있다는 건, 아직 자신이 사람으로 남아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데런은 돌아가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겠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잠시 고민했다. “친구에게 전화하고, 뜨거운 국을 먹고, 집에 있는 우편함부터 확인할 것 같아요.” “우편함이요?” “네. 혹시 제가 사라진 동안 또 이상한 봉투가 도착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메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수현 씨는 여기서 벗어나도 계속 서류를 볼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직업병이 좀 심해요.” 수현은 웃다가 곧 진지해졌다. 돌아갈 수 있다면 너무 오랫동안 걱정만 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상에 다시 도착하더라도 여기서 배운 것을 잊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은 좋은 뜻으로 영웅이 됐다가 쉼 없이 소모되고, 어떤 사람은 치료를 하다가 자기 생활을 담보로 잡혔다. 그 일을 본 뒤에는 다시 예전처럼 모든 서명을 쉽게 넘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식사를 마치고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들이 담긴 상자를 정리했다. 처음 메이가 보낸 봉투의 사본, 라비엔의 기록, 왕도 기록원의 답변, 이름 없는 보존인의 메시지. 모두 다른 곳에서 왔지만 이제 수현은 발신자와 수신자를 구분하려 했다. [누가 보내고, 누가 받았는가. 누가 답할 수 있는가.] 문서마다 그 질문을 남기는 습관이 생겼다. 짐을 정리하던 세드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오기 전에는 나도 문서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일이 처리됐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 “이제는 아니에요?” 수현이 물었다. “적어도 접수한 사람에게 무엇을 알려 줬는지 확인하려고 해.” 세드나는 웃었다. “그게 일을 더 늘리는 것 같았는데, 따지고 보면 다시 설명할 일을 줄여 주기도 하더군.” 수현은 그 말을 오래 들여다보듯 생각했다. 서류의 끝에는 사람의 질문이 남는다. 사람에게 도착하지 않은 답변은 아무리 도장이 선명해도 제 역할을 못 할 때가 있었다. 메이가 가방을 닫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은 우리한테도 누가 제대로 답을 해 주겠죠?” “그러면 좋겠어요.” 수현은 희망을 약속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일 찾아갈 접수대의 이름은 정확히 노트에 남겼다. 실제 장소와 담당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간 셈이었다. *** 밤중에 서점에서 새 답장이 왔다. 이번에는 연락 주소가 적혀 있었다. [임시 보존인의 면담 창구: 왕도 서쪽 지하 보관소 3번 접수대. 신분 검증 가능. 다만 이동형 중계함의 사용 허가는 안전 심사 이후.] 수현은 처음으로 직접 방문 가능한 기관 이름을 얻었다. 비밀스러운 편지의 주인이 누군지는 여전히 몰랐지만, 이제는 대면하여 확인할 수 있는 접수대가 생겼다. 세드나는 방문 전 신청자 명부를 확인하고, 아스텔에게 중계 장치의 안전 자료를 요청했다. 데런은 교통편과 대기 장소를 알아봤다. 메이는 수현의 상태를 살펴 피로가 심하면 출발을 늦추자고 했다. “한참 기다렸는데 하루 더 쉬라고요?” 수현이 물었다. “지금 쓰러지면 며칠 더 못 움직이잖아요.” 그 말에 수현은 입을 닫았다. 본인이 남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이튿날 아침 수현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해가 한 뼘 높이 떠 있었다. 며칠 만에 머리가 조금 가벼웠다. 그녀는 짐을 싸며 마지막으로 노트 첫 장을 펼쳤다. [현장 확인인 이수현. 귀환 희망. 동의 기록 미확인.] 노트 마지막 장에는 새 문장을 적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본인에게 절차를 설명할 사람.]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오랜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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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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