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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48화
PAYLUA ORIGINAL · 제48화

48화. 세 통의 확인함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18자

오프라인 책장
서부 성역의 사본 문서실은 그날 따라 소란스러웠다. '접수의 거울'이라는 구판 매뉴얼을 찾기 위해 직원 셋이 창고를 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인데 누가 갑자기 찾으니 이상하네요.” 아스텔 수녀가 말했다. “중요한 절차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죠.” 수현은 빈 탁자에 서류를 정리했다. 서고에서는 마석 기계에 책을 얹으면 잉크가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내용은 희미하게 흔들릴 뿐 읽기 어려웠다. 고문서 해독 담당자가 원문과 후대 필사본을 대조한 뒤 읽을 수 있는 부분부터 옮겨 주었다. [접수의 거울은 민원 요청을 받은 쪽의 주소와 발신 쪽의 주소를 맞춰 주는 중계 방식이다. 세 통의 확인함을 혼동하지 말 것.] “세 통이요?” 메이가 물었다. 아스텔은 다음 문장을 읽었다. [첫째, 신청인이 보낸 말. 둘째, 확인인이 받아 적은 사실. 셋째, 해당 사실에 책임을 지고 회신하는 기관의 말.] 수현은 세 칸의 이름을 노트에 옮겼다. “그러니까 민원인이 말한 것과 조사자가 확인한 것과 기관이 답한 것은 서로 다른 거군요.”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아스텔이 답했다. “그런데 오래된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주소를 구분했는지는 저도 몰라요.” 수현은 마지막 글자를 자세히 보았다. 세 통의 확인함이 모두 채워져야 '회신 완료'로 넘어간다는 내용은 없었다. 한쪽의 미응답이 남아 있으면 독촉이나 재접수가 가능하다는 뜻만 있었다. *** 매뉴얼에는 '사람의 이동'이라는 표현이 한 번 등장했다. 정확히는 '수신인이 아닌 현장 확인인의 위치가 이동되었을 경우'. 수현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이 문장이요. 위치가 이동된다고 하잖아요.” 아스텔이 돋보기를 들었다. “원문의 이동이 장소 변경을 뜻하는지, 기록의 이관을 뜻하는지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누가 번역했는지 확인해야 해요.” “그럼 제가 겪은 현상과 관련이 있는지도 미확정이네요.” “맞아요.” 수현은 잠깐 눈을 감았다. 기대하는 마음은 컸지만, 사소한 단어 하나를 출구라고 단정하면 그다음에는 더 크게 실망할 것이다. 메이가 조용히 손을 잡았다. “그래도 하나씩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좋겠어요.”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 사본의 뒷부분에는 현장 확인인에게 적용되는 보호 규정이 있었다. 위험한 현장으로 보낼 때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복귀 요청이 접수되면 지체 없이 원래 접수 장소를 대조한다는 조항이었다. 수현은 매뉴얼을 가리켰다. “저는 이쪽으로 오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어요. 그럼 신청서를 잘못 받은 거 아닐까요?” 세드나가 대답했다. “적어도 동의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청은 할 수 있어. 하지만 이 문서가 현행 규정인지, 너에게 적용되는지도 조사해야지.” “맞아요. 이런 걸로 제가 왕국에서 갑자기 특권을 얻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수현은 매뉴얼 내용을 요약한 비공개 질의서를 썼다. 제목은 간단했다. [외부 현장 확인인 배정 동의의 유무 및 귀환 의사 접수 절차 확인 요청.] 그렇게 쓰니 사무실에서 매일 보던 민원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용이 차원을 넘나드는 문제일 뿐이었다. *** 아스텔은 기록을 찾다가 30화 당시의 R-0 원계약 사본을 떠올렸다. 메이의 개인 부담 분쟁과 연결된 자료였다. 그녀는 문서를 한데 모으지 않고 열람 권한을 다시 확인했다. 수현도 메이에게 한 번 더 물었다. “이번 대조에 보호 계약의 비용 부분이 필요하대요. 괜찮겠어요?” “그 부분만요.” 메이가 말했다. 두 기록을 대조하자 뜻밖의 차이가 보였다. 응급 보호 원계약에서 회신해야 할 대상은 보호 대상자뿐 아니라 '보호 비용의 의뢰 주체'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후대 정산표에는 보호 비용 의뢰 주체가 '현장 사용자'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장 사용자라면 치유사일 수도 있겠죠.” 메이가 말했다. “그럴 수 있지만 실제 비용을 누가 의뢰했는지와는 달라요.” 수현은 원계약의 빈칸을 가리켰다. “여긴 원래 의뢰 주체를 직접 적게 되어 있네요. 메이 씨 이름이 왜 그 자리에 들어갔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해요.” 아스텔은 발데르 정산실장에게 자료 대조를 요청했다. 그는 자동 이관 때 필드명이 일치하지 않으면 임시 기본값이 기입되는 관행이 있었다는 과거 증언을 재확인하겠다고 했다. 이것만으로 부당 청구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확인할 지점은 더 구체적이 됐다. *** 밤에는 메이가 복도에 앉아 긴 편지를 썼다. 라비엔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북방 회복소에서 헤어진 뒤 그의 현재 치료 상황과 기록 업무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만 직접 답하기 싫은 이야기는 적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왜 그렇게 써요?” 수현이 물었다. “제가 메일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 저한테 치료 이야기만 묻는 건 좀 싫을 것 같아서요.” “좋은 생각이에요.” 메이는 편지를 접고 웃었다. “제가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써도 될까요?” “그건 써도 되죠. 대신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면 더 좋고요.” 수현은 숙소 창가로 돌아왔다. 메이가 스스로 타인의 의사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는 모습은 이 세계에서 만난 어떤 마법보다 믿음직했다. *** 아스텔은 옛 매뉴얼을 보여 주기 전에 수현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부 성역에서 아주 오래전 근무했던 직원이 민원을 모두 해결해야 퇴근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분은 매일 마지막에 남았어요. 새 민원이 끝도 없이 오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수현이 물었다. “한 동료가 그에게 말했죠. 민원이 끝나지 않아도 하루 일과는 끝날 수 있다고.” 수현은 웃었다. 그 말은 이세계에 와서 자신이 처음 카이렌에게 한 말과 닮았다. 아스텔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민원 중계실은 담당자 교대 기록을 만들었다고 해요. 담당자가 자리를 떠나도 기록이 남아서 다음 사람이 이어받도록요.” 수현은 눈을 빛냈다. 현장 확인인 역할이 누군가의 영구적인 의무가 아니라면, 자신이 돌아간 뒤에도 이곳의 분쟁을 처리할 수 있어야 했다. “담당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록도 있나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실제 사람의 차원 이동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예요.” 아스텔의 답은 또 신중했다. 수현은 그 신중함을 존중했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과 자신을 데려온 장치가 돌아가는 길을 열어 준다는 말은 같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도 평생 묶이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었다. *** 매뉴얼에는 민원 중계실의 오류 사례가 실려 있었다. 한 사례에서는 신청인의 말이 회신 담당자의 말로 잘못 복제됐고, 다른 사례에서는 대리인에게 원본 작성자의 권한이 있다고 표시됐다. 두 경우 모두 기록 정정이 필요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거 메이 씨 치료비 문제하고 닮았어요.” 수현이 말했다. “맞아요. '현장 사용자'를 비용 의뢰 주체로 바꿔 적은 일 말이죠?” 메이가 답했다. 그들은 메이의 이름을 예제로 쓰지 않고, 가상의 인물과 비용을 넣어 색인 오류를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실무적으로 어디서 잘못된 분류가 생길 수 있는지 정리했다. 세드나는 원계약의 '보호 비용 의뢰 주체'와 후대 정산표의 '현장 사용자'가 서로 달라졌다고 메모했다. 이 차이가 단순한 양식 변경인지, 담당자 변경 지시가 있었는지, 정산 시스템의 임의 이관 때문인지는 확인해야 했다.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잘못된 결과를 어떻게 바로잡을지를 먼저 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아스텔이 말했다. “맞아요. 다만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없애자는 건 아니고요.” 수현은 답했다. “결과를 바로잡는 것과 책임을 묻는 건 둘 다 필요할 수 있어요. 순서와 근거를 놓치지 않으려는 거죠.” 메이는 자신의 손목 고리를 내려다봤다. 붉은 불빛은 꺼져 있었지만 금속의 무게는 여전히 느껴졌다. 그녀가 이 장치를 풀 날이 온다고 해도, 왜 채워졌는지 설명을 듣지 못한다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었다. *** 점심시간에 수현은 성역 직원들의 식당을 찾았다. 주디가 예전에 말한 교대 개선 시범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후속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북방 회복소에서 함께 일하던 노엘이 보낸 편지였다. [교대표를 다시 쓰면서 야간 근무 뒤 실질 휴식이 없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아직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모든 변경을 시행하지 못하지만, 대체 인력 요청을 정식으로 올렸습니다.] 메이는 그 내용을 읽고 기뻐했다. “노엘이 예전에는 불평만 하고 끝냈는데, 지금은 무엇을 요청할지 적었네요.” “좋네요.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려 달라고 해요.” 수현은 말했다. 라비엔에게서도 짧은 안부가 왔다. 그는 오래된 전출 계약의 종료 절차를 검토하고 있으며, 회복소의 기록 업무는 당분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오르카에게 보내는 편지는 별도로 적었고, 전달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수현은 누군가의 귀환 문제를 추적하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의 선택이 계속된다는 점을 생각했다. 라비엔은 살아 있다는 사실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무엇을 일하고 내일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를 정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자꾸 그분을 사건의 단서로만 보면 안 되겠어요.” 수현이 말했다.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으로도 봐야겠죠.” 둘은 라비엔에게 답장을 썼다. 본인이 정한 연락 범위만 지키겠다는 짧은 문장이었다. *** 오후에 마석 복제 시험을 준비하던 루세가 상담을 요청했다. 시험에 참여한 직원 중 한 명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이유로 참여를 중단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상급자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 직원이 어떤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안내받았나요?” 수현이 물었다. “잔류 마력 측정 과정에서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알렸습니다.” “그럼 중단을 요청할 때 불이익이 있는지도 안내했나요?” 루세는 잠시 생각했다. “그건 빠뜨렸네요.” 수현은 직원 본인을 만나 말할지부터 확인해 달라고 했다. 상담에 응한 직원은 과거 유사한 실험에서 심하게 어지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도 같은 증상이 생길까 봐 무서웠다.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제가 중요한 일을 방해하는 사람처럼 보일까요?” “그런 걱정을 하실 수 있어요.” 수현이 말했다. “하지만 기술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에요. 이번 실험은 안전 승인과 참여 동의가 별도로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담당자와 다시 상의해 보세요.” 루세는 직원의 뜻을 확인하고 대체 인력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일정은 미뤄졌다. 수현은 그 소식에 누군가 불평하더라도 실험이 늦어지는 게 꼭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수현은 매뉴얼의 '동의 확인'이라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남에게는 당연한 절차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귀환을 위해서라면 생략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마다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이튿날 오전, 성역의 종탑에서 작은 진동이 일어났다. 기록원 마석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울리는 경보였다. 서가 직원들이 출입자를 안내했고, 수현 일행도 정해진 대피 장소로 나갔다. 문서 몇 장이 더 궁금하다고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밖에서 루세 기술자를 만났다. 그는 종탑의 진동이 고대 중계 장치의 작동과 관련 있다는 확증은 없다면서도, 장치 잔여 신호를 확인하는 실험이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실험은 언제 하나요?” “안전 승인 뒤에요. 그리고 당사자가 참여할지는 별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수현은 즉시 답했다. “저는 필요하면 설명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검사용 부품처럼 쓰지는 말아 주세요.” 루세는 불쾌해하기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기계는 고칠 수 있지만 사람은 그리 쉽지 않으니까.” 그는 고대 중계함의 시험용 복제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원본을 바로 켜는 것보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니까 문을 열어 보는 대신 문이 진짜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부터 찾는군요.” 수현의 말에 루세가 웃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 문이 어느 쪽으로 열리는가겠죠.” 그때 아스텔이 급히 나왔다. 오래된 문서 한쪽에서 수신 주소의 일부가 복원됐다는 소식이었다. [확인인 최초 수신처: 이름 미등록. 좌표 계열 외부.] 수현은 숨을 삼켰다. '외부'가 자신의 세계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왕국 안의 다른 마을이 아니라, 분류 자체가 다른 주소가 등장했다. 그녀는 손을 움켜쥐었다. 끝을 모르는 절차가 한 걸음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 [외부는 무엇의 외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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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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