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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용사의 외출 신청서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79자

오프라인 책장
수현은 그날 아침 소년의 접수증부터 확인했다. 이름은 토미, 직업은 심부름꾼. 그는 자신이 어디서 받은 편지인지 말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수현이 말했다. “다만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전달한 사람이 위험한 일을 시키지는 않았죠?” 토미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시장의 서점에서 일정한 돈을 받고 심부름을 했을 뿐이며, 쪽지를 쓴 사람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돈을 먼저 내고 맡기는 보관 우편이었다. 세드나가 서점의 영업 기록을 확인하자고 했다. 수현은 동의했다. 누가 메모를 맡겼는지 보는 것과 어린 전달원을 다그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누가 썼는지보다 어떻게 연락을 다시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할 수도 있어.” 세드나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답장을 두 장 썼다. 첫 장에는 자신의 뜻을 적었다. 민원 종료와 귀환 둘 다 원한다는 것. 어느 절차에도 사후 동의를 소급해 써 주지 않겠다는 것. 두 번째 장에는 확인할 질문을 적었다. 중계함의 관리 주체, 현재 작동 상태, 안전 위험, 이용자 동의 확인 방식. “이렇게 질문이 많으면 답이 안 올 수도 있어요.” 토미가 말했다. “그럼 답이 안 왔다는 사실을 적어 두면 돼.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소년은 멋쩍게 웃었다. 수현은 심부름 비용을 정상적인 접수대에서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누군가가 답장을 받을 때까지 어린아이에게 기다리는 시간을 떠맡길 생각은 없었다. *** 제7원정대에서 카이렌의 연락이 왔다. 예상보다 급한 소식이었다. 가족 병간호 때문에 외출했던 대원이 오늘 귀대해야 하지만 고향의 다리가 침수돼 돌아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길드 장부는 자동으로 '무단 이탈 의심' 표시를 띄우고 있었다. “왜 무단 이탈로 표시됐죠?” 수현이 물었다. “정해진 날짜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그렇게 찍힙니다.” 카이렌은 불편한 목소리였다. “제가 직접 들은 사정과 장부에 적힌 말이 다른데도요.” “그럼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연락을 남겨 주세요. 구조가 필요한지부터 판단하시고요.” “이미 젠을 보냈습니다. 강물이 불어나 위험해서 다리는 못 건넙니다.” “젠에게 무리해서 건너라고 하지 마세요. 그 대원에게는 안전한 장소로 가라고 전하시고, 근무 표시는 '귀환 지연 사유 확인 중'으로 정정 요청할 수 있는지 세드나 씨에게 물어볼게요.” 카이렌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예전이라면 제가 직접 뛰어갔을 겁니다. 검을 들고 다리를 건너는 건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사람을 구할 때도 위험 평가는 필요하죠.” 수현이 답했다. “용사라는 이유로 다리를 수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가 조금 웃었다. “이번에는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안전한 우회 길을 찾겠습니다.” 통신이 끝나자 수현은 손에 땀이 난 것을 깨달았다. 카이렌에게 처음으로 쉬라고 말한 날처럼, 누군가 무리하지 않게 만드는 일은 늘 조금 겁났다. 그러나 그 겁을 무시하고 용기라고 부르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었다. *** 세드나는 외출 지연 장부를 바꾸려면 담당 감독관의 사유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레그는 처음에는 불편해했으나, 홍수 경보를 확인한 뒤 변경 신청에 서명했다. 변경은 승인 대기 상태였다. 아직 근태가 최종 정정된 건 아니었다. 수현은 그 결과를 카이렌에게 전달했다. 사유를 증명해도 자동 불이익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했지만, 최소한 당사자가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남았다. 그날 오후 서점에서 답장이 도착했다. 편지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질문에 답하려면 구판 '접수의 거울'을 확인하시오. 이동형 함은 소환을 허락하거나 취소하는 장치가 아니라 회신 경로를 붙잡는 보조 설비임. 관리자는 현직이 아닌 임시 보존인.] 수현은 '회신 경로를 붙잡는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을 붙잡는다는 걸까. 목소리인지, 종이인지, 혹은 사람인지. 세드나도 해석을 유보했다. “구판 접수의 거울이 어떤 자료인지 찾아보자. 기계 이름일 수도 있고 책 제목일 수도 있어.” 그들은 왕도 기록원의 소장 목록을 조회했다. '접수의 거울'이라는 제목의 작은 매뉴얼은 서부 성역 분관에 사본 한 부가 남아 있었다. 원본은 봉인 중이었다. “우리가 다시 서부 성역으로 가야 한다는 거네요.” 메이는 어깨를 내렸다. “왕복이 잦아지니까 출장비가 제법 나오겠어요.” 수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비용이 저 개인 빚으로 올라가지 않는 건 확인했죠?” “여행 경비 정산서에 따로 적었어요.” 메이는 즉시 장부를 보여 주었다. *** 이동 준비 중 수현은 문득 일주일짜리 자문 계약의 마지막 날을 확인했다.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왕도와 성역을 계속 오가려면 계약 조건을 다시 정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명목상 자문인으로 남아 일하면서도 보수를 받지 못할 수 있었다. “계약 연장 얘기를 또 해야 하네요.” 메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 사정도 더 분명히 할 거예요.” 수현은 새 협의 메모를 작성했다. 제7원정대 운영 자문과 개인 귀환 조사는 서로 다른 목적이다. 후자의 비용을 원정대 예산에서 부담시킬 이유는 없었다. 원정대 일을 실제로 돕는 기간과 시간에 대해서만 기존 일당을 청구하고, 개인 조사에 필요한 이동과 숙박은 별도로 정산해야 했다. 세드나가 서류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구분이 맞아. 네 귀환 문제는 왕립길드의 업무인 것처럼 확정할 수 없어. 별도 조사에 대한 협조는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 요청을 해야겠지.” “좋아요. 저도 제 귀향을 핑계로 남의 공금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수현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췄다. 그렇다고 이 세계에 와서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누가 자신을 불렀는지, 왜 이동했는지 확인되면 책임 소재도 다시 따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질문에 답할 대상조차 없었다. *** 제7원정대의 외출 지연 건을 처리하며 세드나는 브레그 감독관에게 한 장의 질문서를 보냈다. 출정에 필수적인 대원이라고 해도 안전한 복귀 경로가 막혔을 때 어떤 규정으로 지연 사유를 처리할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브레그는 짧은 답을 보내왔다. [현재 예외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 현장 판단으로 임시 표기 수정 검토.] “상급 감독관도 모른다고 하네요.” 메이가 말했다. “그럴 수 있죠. 모든 경우가 미리 적혀 있지는 않으니까요.” 수현은 답장에 감사를 적고, 지연 사유에 대한 현장 증언과 기상 자료를 함께 제출할 방법을 제안했다. 담당자가 모른다고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의를 가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남겨야 했다. 곧이어 카이렌이 짧은 통신을 걸어 왔다. 그는 부재 대원의 가족 상황을 다른 대원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알려도 되는지 물었다. “그분한테 물어보는 게 먼저죠.” 수현이 말했다. “제가 원정대장이라서 보고를 받아야 하는 정보도 있습니다.” “맞아요. 다만 모두가 알아야 할 정보인지와 지휘관이 알아야 할 정보인지는 다를 수 있어요.” 카이렌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의 병명까지 대원들에게 전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필요한 건 그 대원이 언제까지 복귀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나눠 맡는가였다. “사람의 사정은 단순한 작전 자료가 아니군요.” “그렇죠.” 수현은 답했다. “누구나 가족에게는 한 명의 사람이지, 원정대의 빈자리 숫자가 아니잖아요.” *** 수현은 오후에 토미가 일하는 서점을 찾아갔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조용한 가게였다. 주인은 쪽지를 맡긴 사람의 신원을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달료가 미리 지급됐고 물건을 직접 접수한 직원의 근무 기록은 남아 있다고 했다. “본인 확인 없이 비밀 편지처럼 주고받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 수현이 물었다. “내용을 모르는 전달인은 보호해야 하니까요. 손님이 모든 정보를 맡겨 놓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주인의 설명에는 일리가 있었다.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수현은 익명성을 깨는 것보다, 공식 창구를 통해 장치 관리 정보를 검증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점 주인은 봉투에 찍힌 작은 도장을 보여 주었다. 도장은 왕도 기록원 산하의 오래된 보관 우편 양식과 유사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발신자를 기관 직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발신자에게 제 질문서를 전해 주시겠어요? 신원 공개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담당 기관을 알려 달라고 썼습니다.”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서점 주인은 접수 번호를 발급했다. 토미가 심부름을 하지 않아도 정식 배달 경로가 있었다. 수현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게를 나서려는데 책장 한쪽에 '고대 중계 장치 안전 운용 규정'이라는 낡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책을 꺼내 들었다. 내용은 복잡했지만 첫 장에는 분명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장 확인은 당사자 생존과 권리를 보호하는 범위에서 시행한다. 응답이 늦어진다고 사람을 위험에 놓지 않는다.] 수현은 잠시 그 문장을 바라봤다. 오래된 제도가 지금도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누군가는 같은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 저녁 전 데런이 수현에게 마차 비용 정산서를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출장 비용으로 전부 계산했지만, 왕도 기록원을 오가며 수현의 개인 귀환 조사에 사용한 부분이 섞여 있었다. “그럼 원정대에서 줄 수 있는 비용은 어느 부분이죠?” 데런이 물었다. “원정대 운영 자문과 관련된 왕복 이동, 회의 참석, 자료 제출이요. 나머지는 나중에 책임 주체가 확인될 때까지 따로 보관합시다.” 데런은 장부를 둘로 나누었다. 그는 자기 일당과 말 관리비도 별도 항목으로 구분했다. 일행이 움직였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개인 노동을 공짜로 계산할 수는 없었다. “저는 원정대 일로 고용된 마부이지만 개인 조사에 동행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네요. 그 기간의 보수는 어떻게 할지 우리끼리부터 합의해야겠어요.” 수현은 세드나와 확인해 마차 운송은 어느 계약에 속하는지 따로 정리하기로 했다. 계약 종료 날짜가 다가오니 더 미뤄서는 안 됐다. 데런은 한참 계산하다 웃었다. “돈 때문에 같이 다니는 게 아닌 줄 알았는데, 역시 돈은 중요하군요.” “중요하죠. 특히 일하는 사람한테요.” 수현의 대답에 데런도 웃었다. 그들은 숫자를 수정하고 서로 서명했다. 수현은 그날 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외출 지연 대원: 안전한 귀환 경로 확인 우선, 근무 표시 변경 신청 대기.] [익명 중계함 정보: 접수 경로 확보, 관리 실재 여부 별도 확인.] [개인 귀환 조사와 원정대 자문 비용: 구분 정산 시작.] 종이는 많아졌지만 흐름은 전보다 맑아졌다. 누가 무엇을 맡았는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해질 무렵 다시 카이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귀환이 지연된 대원은 우회 마을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젠은 다리를 건너지 않았고 데런이 알려 준 지형도로 안전한 경로를 확보했다. 브레그는 경보 해제 뒤 복귀 일정을 새로 정하자고 말했다. “다행이에요.” 수현이 말했다. “저는 오늘 큰일을 한 게 없습니다.” 카이렌은 담담했다. “잘 안 나선 게 큰일이었을 수도 있죠.” 수현이 웃었다. 그날 밤 수현은 메이에게 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울의 지하철, 편의점, 비 오는 날의 배달 음식, 늦은 밤에도 환한 거리. 메이는 그중 작은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가 가장 신기하다고 했다. “마법 없이 밤에도 불이 켜져 있다니, 사람들은 안 자나요?” “그게 문제예요.” 수현은 한숨을 쉬었다. “불이 항상 켜져 있으면 모두가 항상 일할 수 있다고 착각하거든요.” 메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세계든 비슷하네요.” 수현은 마음속으로 그 말을 오래 굴렸다.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똑같이 지치고, 쉬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 한다. 그녀가 그곳에 돌아가야 하는 이유와 이곳에서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이유는 어쩌면 같은 데서 나왔다.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살고 싶다는 것. 그녀는 내일 서부 성역으로 보내는 문서 봉투 위에 적었다. [접수의 거울 열람 신청. 신청인 이수현. 종료도 귀환도 본인 의사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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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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