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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45화
PAYLUA ORIGINAL · 제45화

45화. 폐전신탑의 열쇠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564자

오프라인 책장
폐전신탑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다녔다. 왕도 서쪽의 작은 장터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폐시설'이라는 말을 듣고 울타리 너머 폐허를 상상했지만, 길가에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났고 아이들은 낮은 담 위를 뛰어다녔다. “이런 곳에서 고대 마법이 작동한다고요?” 메이가 물었다. “작동하는지는 모르죠. 기록에는 원본 설비가 옮겨졌다고만 써 있어요.” 수현은 시선을 장터에서 거두지 않았다. 누군가 오래된 설비를 버렸다면, 그걸 주워 쓴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장터 사람들을 위험에서 멀리하기 위한 계획이 먼저 필요했다. 관리권을 가진 도로국 직원은 탑 내부 출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낙석 가능성과 보수 예산이 없다는 이유였다. “탑이 오래됐으니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건 이해합니다.” 수현이 말했다. “그럼 내부 설비의 목록과 외관 조사 기록부터 볼 수 있을까요?” 직원은 한숨을 쉬었다. “왜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하면 더 들어가고 싶어 할까요?” “저도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서 왔어요.” 직원이 눈을 깜박였다. “그게 무슨 농담입니까?” “설명하면 길어요. 일단 제가 하고 싶은 건 위험한 곳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거예요.” 직원은 생각보다 빨리 태도를 바꿨다. 기록과 설비 관리가 문제라면 그의 업무 범위에 들어왔다. *** 도로국 장부에 따르면 탑은 통신선이 끊긴 뒤 수년 전 폐쇄됐다. 그러나 지하 부속실은 왕도 기록원이 별도 보존 대상으로 표시해 놓았다. 서류 하단에는 임대 관리인이 아니라 '보존인 대리'라는 직책이 적혀 있었다. “직책만 있고 이름이 없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그럼 관리 담당을 확인할 수 있는 연락 경로가 있나요?” 담당 직원이 오래된 호출부를 꺼냈다. 고리 모양 문양을 누르면 다른 쪽 창구에 이름과 목적이 전달되는 장치였다. 다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현재는 작동하지 않았다. “고장난 전화기네요.” 수현이 중얼거렸다. “전화기?” “먼 곳의 사람에게 소식을 보내는 물건이요. 우리 세계에도 비슷한 게 있었어요.” “그럼 잘 아시겠네요.” “쓰는 법은 알죠. 고치는 법은 몰라요.” 메이가 웃었다. 수현은 이 세계 사람들 눈에 자신이 모든 걸 아는 이방인처럼 보이는 게 가끔 곤란했다. 노무사가 컴퓨터를 쓴다고 서버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기술자를 부를 수 있는지,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했다. 직원은 한동안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며 난감해하다가 관할 기록원에 공동 점검 요청서를 보내기로 했다. *** 기다리는 동안 수현은 카이렌에게 받은 서신을 읽었다. 제7원정대 평가회의 이후 위험 업무를 거절하거나 조정 요청한 사람이 세 명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한 명은 부상 때문에 활을 당기기 어렵다고 했고, 한 명은 야간 경계 뒤 바로 낮 작전 배치가 힘들다고 했다. 세 번째는 가족이 병들었다며 며칠간 자리를 비우고 싶어 했다. 카이렌은 세 번째 사람의 요청 앞에서 오래 망설였다고 적었다. 그가 빠지면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수현은 답장을 썼다. [부재 요청을 거절하기 전에 대체 가능한 업무와 작전 일정을 먼저 검토해 주세요.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이유를 설명하되, 개인의 가족 상황을 공개적으로 캐묻지 마세요. 책임을 전부 카이렌 님 혼자 지지 않는 방법도 찾아보시고요.] 그녀는 마지막에 농담을 덧붙였다. [그리고 밥 먹은 건 이제 증인 없이도 믿겠습니다.] 서신을 부치고 돌아오자 도로국 직원이 작은 책자 한 권을 건넸다. 책자에는 고대 민원 중계실의 '현장 확인인'이라는 용어가 설명돼 있었다. [현장 확인인은 민원 신청인의 대리인이 아니다. 양쪽 장소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회신을 전달하는 자로, 소환 의사 여부와 종료 동의는 독립적으로 기록한다.] 수현은 첫 문장부터 멈춰 섰다. 자신은 메이의 대리 권한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현장 확인인' 역할을 배정받았다는 뜻이었다. “내가 동의한 적은 없는데.” 그녀가 말했다. 세드나는 문장을 끝까지 살폈다. “옛 장치에서 '소환'이라는 말을 실제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회신 요청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어. 지금 네가 넘어온 현상과 같은지는 확인해야 해.” “그럼 제가 온 건 오작동인가요?” “추측하지 않겠어. 우선 동의 기록이 있는지 알아보자.”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였는지 누군가 의도한 일인지 몰라도, 그 사실 하나는 정당한 조사 대상이었다. *** 그날 오후 기록원 기술자 루세가 도착했다. 그는 허리가 굽을 정도로 큰 도구 가방을 들고 있었다. 통신 마석을 다루는 손은 빠르지만, 현장 안전 조사에 대한 태도는 신중했다. “지하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두 명 이하입니다. 지상에서 통로를 지켜 줄 사람이 있어야 하고, 침수 흔적이 보이면 즉시 돌아와야 합니다.” 수현은 손을 들었다. “저는 들어갈 필요 없겠죠?” “본인 서명이 필요한지 확인하기 전까진요.” 루세가 대답했다. 세드나와 기술자가 먼저 들어가 외관만 확인하기로 했다. 이내 그들은 먼지 묻은 목록판을 가지고 나왔다. 그 위에는 '접수, 배정, 회신, 종료'라는 네 칸이 있었지만, 마지막 칸에 끼우는 결정판만 없어져 있었다. “누가 떼어 간 걸까요?” 메이가 물었다. “아니면 폐쇄할 때 다른 곳으로 옮겼을 수도 있죠.” 루세는 장비 번호를 가리켰다. 종료판의 마지막 관리 주체는 '왕도 중계국 임시 보존인'으로 적혀 있었다. 사람 이름은 없었다. “이름 대신 직책만 남았네요.” 수현은 종이를 바라봤다. “제가 여기 온 경위부터 이렇게 빈칸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세드나는 목록을 돌려주며 말했다. “빈칸이 있다면 채워야 하고, 채울 수 없다면 없는 채로 적어야지. 누군가 대신 상상해서 채우면 안 돼.” 그 말이 왠지 위로가 됐다. *** 탑 내부를 점검하기 전 루세는 데런과 함께 외부 담장을 돌았다. 마차가 들어갈 길, 피난할 수 있는 빈터, 무너질 위험이 있는 벽을 확인했다. 수현은 지도를 들고 필요한 곳만 표시했다. 현장 전문가의 판단을 들으면서 자신이 모르는 곳에는 억지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저 벽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다고요?” “흔들림을 측정하기 전에는 모르죠.” 루세가 말했다. “위험할 수 있으니 접근 금지 구역을 넓히겠습니다.” 그는 낡은 담 앞에 줄을 쳤다. 장터 상인 한 명이 불평했다. 손님들이 그 길로 오가는데 돌아가게 만들면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그 점은 이해합니다.” 수현이 말했다. “그런데 담이 무너진 뒤에 손님들이 다치면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우회 표지판을 설치하고 어떤 기간 동안 통제되는지 안내하면 좋겠어요.” 도로국 직원은 반신반의했지만 상인의 의견도 들었다. 우회 길이 표시된 지도를 상인 가게 앞에 붙여 주기로 했다. 수현은 그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왜 필요한지 설명할 책임도 관리 기관에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다른 상인은 길이 막히면 재료 납품이 늦어진다고 했다. 데런은 짐마차가 지날 수 있는 옆길을 찾았다. 완전히 편해지는 방법은 없었지만, 누구도 이유를 모르는 채 손해를 감수하게 두지는 않았다. *** 건물 관리 장부의 수리 내역을 살피던 중 세드나는 '고대 장치 보존' 비용이 몇 번 지출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지출 날짜와 장비 점검 기록이 일치하지 않았다. “누가 비용을 받았는지 모르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사용료가 아니라 보관 위탁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드나가 답했다. 그들은 계약서 원본이 있는지 물었다. 도로국 직원은 오래전 관할이 바뀌면서 일부 자료가 왕도 기록원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수현은 비용이 누군가에게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횡령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과 인수인계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루세는 그보다 장비 번호를 더 유심히 봤다. “이 번호는 원본 장치 번호가 아니라 운송할 때 붙이는 보관 상자 번호네요.” “그걸 어떻게 구분하죠?” 데런이 물었다. “앞자리 문양이 달라요. 통신 장치는 원 모양이고 보관 상자는 두 개의 네모 모양입니다.” 그는 오래된 기술자 수첩을 보여 주었다. 수현은 복잡한 그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차이는 알아들었다. 중계 장치가 이동했다는 기록이 실제 기계의 이동을 뜻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장치의 부품이나 보관함만 옮겨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원본 설비 이전'이라는 기록을 다시 확인해야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기록은 글쓴 사람이 그때 무엇을 '설비'라고 불렀는지가 중요합니다.” *** 점검을 기다리는 동안 오래된 탑 근처에서 일하던 경비원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삼십 년 전 탑이 폐쇄되던 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는 자신은 없었다. 수현은 대략적인 연령과 근무 기간을 물어 기억의 시간 범위를 확인했다. “그때 뭘 보셨나요?” “사람들이 상자 하나를 들고 내려갔어요. 아주 조심스럽게요. 나무 상자인데 안쪽에서 종소리 같은 게 났죠.” “어디로 갔는지도 보셨나요?” “마차에 실었어요. 그다음은 모릅니다.” 세드나가 즉시 기록했다. 경비원은 마차에 인장이 있었다고 했지만 어느 기관의 인장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수현은 그 부분을 '미확인'으로 적었다. “누군가 빼돌렸을까요?” 메이가 물었다. “그런 결론은 내리기 일러요. 정식으로 이전했을 수도 있죠.” 수현의 대답에 경비원은 어깨를 내렸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도둑맞은 마법 종' 이야기가 퍼졌지만 실제로 누가 도둑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말해 주신 내용을 기록원에 전달해도 될까요?” 수현이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름 대신 '당시 야간 경비원'이라는 신분만 적어 달라고 했다. 수현은 동의했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증언의 진정성을 없애는 일은 아니었다. *** 세드나가 제출한 중간 보고서에는 세 가지 가능성이 나란히 쓰였다. 첫째, 장치 전체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경우. 둘째, 보조 부품만 이동된 경우. 셋째, 보관 문서의 '이전'이 실제 시설 이전을 뜻하지 않는 경우. 수현은 보고서 마지막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장비 검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는 출입 허가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 도로국 직원은 그 문장을 읽고 조금 당황했다. 당장 출입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위험이 해소된 뒤 허가를 내면 돼요. 조사 일정이 급하다는 이유로 벽 상태가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데런이 거들었다. “장비를 잃으면 다시 찾을 수도 있지만, 사람을 잃으면 그렇지 못하죠.” 직원은 결국 안전 점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근 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 상인에게도 기간 미정이라는 사실과 다음 점검 예정일을 안내했다. 수현은 지연이 누구에게 부담이 되는지 기록했다. 왕도로 돌아가는 길에는 우회 통로를 지나 시장의 작은 빵집에 들렀다. 주인은 탑이 안전해지면 다시 손님이 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날까지 장사 잘되면 좋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아가씨도 찾는 사람을 찾길 바라오.” 주인의 말에 수현은 웃다가 잠깐 숨이 막혔다. 그녀가 찾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길이었다. 어쩌면 두 세계를 이은 누군가를 만나야 길을 알게 될지도 몰랐다. 그래도 지금은 아무나 붙잡고 도와 달라고 할 수 없었다. *** 해가 지기 전 루세는 안전 점검 결과를 전달했다. 지하실 입구는 지금 상태로는 재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현장 사진을 대신하는 기록 판본과 측정표가 첨부됐다. 복구 작업은 관리 기관의 허가가 있어야 할 수 있었다. 수현은 그 결론에 동의했다. 돌아가고 싶다는 조급함 때문에 동료를 무너지는 건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날 밤 작은 여관에서 세드나가 손으로 그린 도면을 펼쳤다. “중계실은 건물 전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접수와 회신 장치를 묶은 기관 이름일 가능성이 커.” “그럼 다른 장소에서도 종료 확인을 할 수 있나요?” “가능성을 확인할 자료가 있어. 여기 '보조 중계함'이라는 항목.” 수현은 도면 끝의 점 세 개를 보았다. 왕도 서쪽 탑, 서부 성역, 그리고 목적지가 적히지 않은 이동형 함. “이동형이라면 누군가 지금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무엇을 보냈고 누가 받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수현은 창문 밖으로 장터의 등을 바라봤다. 밤인데도 사람들은 작은 가게를 닫고 가족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 평범한 풍경이라 잠시 눈물이 날 뻔했다. 그녀는 자신도 그 평범한 저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누군가와 싸울 필요도, 마물에 대비할 필요도 없는 저녁으로. 다음 날 확인할 항목을 적으려는데, 문 아래로 쪽지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이동형 중계함은 회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그 이름을 묻지 마시오.] 서명이 없었다. 수현은 문을 벌컥 열지 않았다. 누군가 아직 복도에 남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곧장 뒤쫓는 것이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녀는 세드나에게 쪽지를 보여 주고 여관 접수대의 야간 출입 기록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그 쪽지가 협박인지 경고인지, 친절한 안내인지도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 이동형 중계함에 대해 수현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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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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