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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39화
PAYLUA ORIGINAL · 제39화

39화. 살아 있는 사람의 퇴직서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28자

오프라인 책장
라비엔과의 면담 다음 날, 오르카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는 식당에 오자마자 빵을 두 조각 먹었다. 수현은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전날까지 그는 긴장 때문에 국물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잠은 좀 주무셨어요?” “네. 오랜만에요.” “다행이네요.” 오르카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라비엔이 편지를 쓰면 제가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적어 주고 싶습니다.” “좋죠. 중간에 분실되지 않도록 전달 방식도 정하면 되고요.” 그는 제7원정대의 숙소 주소를 적었다. 수현이 발송 후 접수번호를 전달받는 방식을 제안하자 오르카는 가볍게 웃었다. “당신이 없었으면 저는 편지만 기다렸겠군요.” “편지가 안 오면 또 걱정했겠죠.” “이제는 언제 어디서 멈췄는지 물어볼 수 있겠군요.” 두 사람은 편지 봉투에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안심했다. 이름이 적힌 봉투가 언제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 오전에는 라비엔이 별도의 서류 열람에 동의했다는 통지가 왔다. 열람 범위는 자신과 제7원정대 사이의 전출·근무 종료 기록, 그리고 북방 회복소 외부 기록 담당자로 일하게 된 경위였다. 다른 환자 기록은 제외됐다. 베라는 수현과 세드나를 불러 서류 세 장을 놓았다. 첫 장에는 라비엔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원정대 전투 업무에서 일시 제외한다는 진료 의견이었다. 두 번째는 '특별 전출'이라는 제목의 통지였다. 세 번째는 '기록 협력 계약'이라는 회복소의 문서였다. “날짜가 이상합니다.” 수현이 말했다. 전출 통지는 진료 의견보다 하루 먼저 작성돼 있었다. 그것만으로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예정된 전출이었거나 사전 검토 문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성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특별 전출은 언제 효력이 발생하나요?” “당사자에게 통지되고 필요한 인수 절차가 완료될 때입니다.” 세드나가 답했다. “여기엔 당사자 수령 확인이 있나요?” 베라는 서류를 뒤집어 보여 주었다. 수령 확인란은 비어 있었다. 오르카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럼 그때 라비엔은 아무것도 몰랐겠군.” “그렇게 단정하긴 어려워요.” 수현이 말했다. “말로 들었을 수도 있고 다른 기록이 있을 수도 있죠. 다만 현재 문서만으로는 통지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네요.” 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엔은 별도 전달된 확인 질문에 ‘당시 전출 통지를 본 기억이 없고, 기록 업무를 맡는 데는 동의했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 문장을 그대로 적었다. 모든 것을 강제로 당했다는 주장도 아니었고, 모든 절차에 동의했다는 주장도 아니었다. *** 문제는 세 번째 서류였다. 북방 회복소의 기록 협력 계약에는 보수 대신 치료와 숙식을 제공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이게 보수 전체인가요?” 수현이 물었다. “그 당시에는 임시로 이렇게 정해졌다고 합니다.” 베라가 말했다. “나중에 은화로 지급된 기록이 있나요?” “일부 지급 내역은 있습니다. 하지만 서류 보관 비용과 치료 비용이 분리돼 있지 않아서, 정확한 계산은 아직 확인해야 합니다.” 메이는 손목을 움켜쥐었다. “또 치료비가 나오는군요.”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라비엔 씨의 경우와 메이 씨의 경우를 같은 청구로 취급하면 안 돼요. 기관과 계약 목적이 달라요.” “네. 알아요. 그런데 너무 비슷해서요.” “비슷한 구조가 있다면 조사할 이유가 생기죠. 그래도 계산 근거는 각각 확인해야 해요.” 세드나는 계약서의 도장 하나를 짚었다. “B-13 운영 비용 위임 인장.” 수현은 서부 성역에서 받았던 리온 법무관의 의견서를 떠올렸다. 그 인장은 회복 운영 비용을 위임할 수는 있지만 개인 신분 변경이나 복무 계약 체결을 승인할 권한은 없었다. “그럼 이 인장이 계약 자체를 승인한 건 아니겠죠?” “그런 효력은 확인되지 않았어.” 세드나가 말했다. “운영비를 지급한다는 뜻으로 찍혔을 가능성은 있지만, 계약 동의 여부는 별도의 문제야.” 수현은 적었다. [운영비 승인과 개인 계약 체결의 승인 주체 구분.] 그 구분을 못하면 공작가가 모든 일을 직접 지시했다고 몰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공작가 인장이 찍혔으니 모든 일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둘 다 위험했다. *** 점심 무렵 하르벤 운송 감독관의 새로운 공문이 도착했다. 그는 R-0 관련 원본 보존 조치가 길어지면서 특별 회복 관리국의 정산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게 협박인가요?” 메이가 물었다. “공문 자체는 지연에 대한 의견서예요. 위협하려는 의도인지 여기서 알 순 없어요.” 세드나가 답했다. 수현은 공문에 첨부된 비용표를 살폈다. 표에는 ‘회복 대상 지정 비용’과 ‘개인 부담 전환 비용’이 한 묶음처럼 쓰여 있었다. 그런데 R-0 원계약에는 개인 채무로의 자동 전환 근거가 없다는 점이 이미 확인됐다. “이 표를 만든 부서가 어디인지 물어봐야겠어요.” 수현이 말했다. “하르벤 씨가 직접 작성한 건가요?” “운송 감독관에게 정산표 작성 권한이 있는지는 확인해야 해.” 세드나가 말했다. 수현은 통신 문안을 작성했다. [분쟁 중 비용의 산정 원칙, 작성 부서, 개인 부담 전환에 사용한 별도 문서의 식별번호를 확인 요청함.] 그녀는 고의로 정산을 조작했다고 쓰지 않았다. 아직 조작인지, 해석의 차이인지, 오래된 양식의 문제인지도 몰랐다. *** 오후에 라비엔이 다시 짧은 면담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오르카 없이 수현과 세드나만 만나고 싶다는 의사였다. 오르카는 그 말을 듣고 순간 굳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엔이 그렇게 원하면 그러죠.” 접견실에 들어서자 라비엔은 서류를 펼쳐 놓고 있었다. “제가 지금도 제7원정대 소속입니까?” 그는 첫 질문부터 곧장 핵심을 찔렀다. 세드나가 답했다. “길드 명부에는 특별 전출 후 원정대 현장 편성에서 제외된 것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전체 계약 관계가 어떻게 종료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해요.” “그렇군요.” “왜 물으세요?” 수현이 물었다. “나는 여기서 계속 일할 건지, 다른 곳으로 갈 건지 내 의사로 정하고 싶어요. 그런데 몇 년이나 전에 끝났다고 생각한 계약이 뒤에서 내 이름을 붙잡고 있을까 봐 두렵습니다.” 수현은 그 말을 기록했다. “현재 계약 문서와 보수 정산을 확인해 보고, 종료나 변경에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안내받도록 신청할 수 있어요. 다만 제가 대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더 좋습니다.” 라비엔은 잠깐 웃었다. “전엔 누군가 ‘당신은 회복 중이니 중요한 일은 대신 결정해 주겠다’고 했거든요. 고마운 말 같지만 오래 듣고 있으면 제 이름이 없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 면담 말미에 라비엔은 낡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몇 해 전 제7원정대로 보내려다 반송된 편지의 사본이었다. 봉투에는 배달 실패 사유가 적혀 있었다. [수취 담당자 부재. 대체 수령인 확인 불가.] “그게 전부였나요?” “그 뒤로 두 번 더 시도했습니다. 한 번은 주소가 바뀌었다고 돌아왔고, 한 번은 접수증 자체가 없었어요.” 수현은 날짜를 확인했다. 원정대가 이동하던 시기와 겹쳤다. 수취 담당자가 일부러 편지를 숨겼다는 증거는 없었다. 다만 편지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발송 기록과 수신지 변경 이력을 확인하겠습니다. 라비엔 씨가 원한다면요.” “원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오르카에게 이 사본을 보여줘도 됩니다.” 수현은 그 자리에서 전달 동의를 적고 서명을 받았다. *** 라비엔이 접수서에 서명한 뒤 수현은 그가 작성한 문장을 다시 읽어 주었다. 원하는 것은 ‘즉시 퇴직’이 아니라 ‘현재 계약 관계와 선택 가능한 종료 절차 확인’이었다. 라비엔은 그 구분을 직접 고쳤다. “사람들이 자꾸 제가 어디로 돌아갈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전에 여기서 어떤 일을 계속할지 제가 정하고 싶어요. 일할 힘이 없는 날도 있고, 몸이 괜찮아진 날도 있으니까요.” “그럼 현재 업무와 가능한 업무, 근무 시간에 관한 의견도 같이 정리해 보실래요?” 수현이 물었다. 라비엔은 오래 생각한 뒤 기록 보존 업무는 계속하고 싶지만 환자 이동 시 현장 동행은 거절하고 싶다고 했다. 다리가 좋지 않아 먼 거리를 걷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당한 요청인지는 이곳 규정에 따라 확인해야겠지만, 당사자 의견은 분명하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그들은 회복소 인사 담당자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수현은 라비엔에게 서류 사본을 직접 보관하라고 권했다. 그가 받아 든 종이는 제7원정대에서 근무하던 때 쓰던 얇은 종이와 달리 두껍고 잘 찢어지지 않았다. “종이가 좋아졌네요.” 라비엔이 말했다. 수현은 웃었다. “종이가 좋아진 김에 내용도 좋아져야죠.” 그 말에 라비엔도 웃었다. 오후에는 베라가 과거 계약 협의 때 참석했던 직원의 근무 기록을 확인했다. 그 직원은 이미 다른 시설로 전출돼 있었다. 세드나는 해당 직원에게 질문지를 보내는 것이 가능한지 물었다. 베라는 연락할 수는 있지만 답변 의무와 답변 범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현은 질문을 세 가지로 줄였다. 라비엔에게 전출을 누가 고지했는지, 기록 협력 업무가 언제 시작됐는지, 치료와 숙식 외에 보수 지급 기준을 어떻게 안내했는지였다. 그 외의 추측은 넣지 않았다. “왜 이렇게 짧게 써요?” 오르카가 물었다. “질문이 길다고 답이 많아지는 건 아니거든요. 상대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실부터 묻는 편이 좋아요.” 데런은 수현의 질문지를 읽고 하나를 덧붙이자고 제안했다. 당시 인수 장부의 재확인 도장을 누가 찍었는지였다. “그것도 좋은 질문이네요. 다만 그 직원이 관여한 적 있는지는 먼저 확인해야겠어요.” 수현이 말했다. 데런은 동의했다. 모두가 조금씩 조사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저녁 무렵에는 카이렌에게서 소식이 왔다. 제7원정대의 30일 시험 운영이 중간 점검을 통과했다는 내용이었다. 휴게 기록과 실제 배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위험 업무 사전 고지와 보급품 수령 확인은 현장에 정착하는 중이라고 했다. “좋은 소식이네요.” 수현은 반갑게 답했다. “그런데 제가 없어도 괜찮나요?” 카이렌이 물었다. “왜요?” “원정대가 자꾸 제 의견을 묻거든요. 예전엔 저는 전투만 하면 됐는데.” 수현은 피식 웃었다. “그게 더 어려운 일일 때도 있죠. 그래도 지금은 같이 책임을 나누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카이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라비엔이 살아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오르카가 제게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만나러 가고 싶지만 우선 그분께 물어보겠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엔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오르카에게 전달하도록 허락된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려도 되는지는 아직 확인해야 했다. 오르카가 카이렌에게 말한 이유는 이해하면서도 이후 전달 범위에 대해서는 조심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카이렌 씨도 그분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원정대 전체에 알리는 건 잠시 기다리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신이 끝난 뒤 수현은 오르카와도 같은 약속을 확인했다. 오르카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수현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과 사생활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부딪힌 순간이었다. 둘 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 밤에 오르카가 사본을 읽었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편지를 가슴에 안고 말했다. “이 친구는 돌아오려고 했던 게 아니네요.” “적어도 연락하려고 했던 건 맞아요.” 수현이 답했다. “그것만으로도 됐습니다. 제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시간은 사실이 아니었네요.” “그 마음까지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오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숙소로 돌아와 계약서 세 장을 다시 펼쳤다. 전출, 진료, 기록 협력. 종이마다 이름은 같았지만 효력은 같지 않았다. 어느 날은 환자였고, 어느 날은 기록관이었으며, 어느 날은 떠날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중 무엇이 라비엔의 현재 삶을 결정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는 한 장의 도장이 아니라, 당사자의 선택이 먼저 있어야 했다. 수현은 새 접수서를 작성했다. [라비엔 본인 신청. 원정대 계약의 현재 효력 및 종료 절차 확인, 별도 기록 협력 계약 정산 요청.] 그리고 밑에 작게 적었다. [퇴직서를 받아야 할 사람은 퇴직을 결정한 사람이지, 대신 쓰려는 사람이 아니다.] 창밖에는 눈이 그쳤다. 북쪽의 긴 밤이 조금 짧아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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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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