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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37화
PAYLUA ORIGINAL · 제37화

37화. 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하는 일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07자

오프라인 책장
오르카는 그날 새벽 식당 문이 열리기 전부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현이 들어오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과가 나왔습니까?” “제가 결과를 보관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그럼 빵부터 드세요.” “또 빵입니까?” “여기 아침 메뉴가 빵이니까요.” 오르카는 한숨을 쉬었다. 수현도 식탁에 앉으며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생각했다. 라비엔의 방패만 돌아온 뒤 긴 세월이 지났다. 이곳에서 하루 더 기다리는 시간이 오르카에게 얼마나 길게 느껴질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는 빨리 끝내기 어렵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정보를 열람하겠다는 요청에 ‘친구니까’라는 이유만으로 허가를 내리면, 잘못된 정보가 잘못된 손에 갈 수도 있었다. *** 오전 심사를 마친 베라는 두 사람을 작은 접견실로 불렀다. 세드나도 동석했다. “L-4 신원 확인 요청은 일부 인정됐습니다. 다만 전체 이름과 주소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오르카의 손이 잠깐 굳었다. “그럼 무엇을 알려 줄 수 있습니까?” “현재 신청인의 요청에 적힌 인물과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근거가 되면 시설이 당사자에게 연락 의사를 전달할 겁니다.” 수현은 오르카를 바라봤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에게 질문하십시오.” 베라는 오래된 인계 기록의 기록 담당자에 관해 공개된 항목부터 설명했다. 당시 L-4는 방패 기사 경력이 있는 외부 동행자로 기재돼 있었다. 오른쪽 다리를 다쳐 절뚝였다는 증언과, 방패의 수리 이력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오르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라비엔도 방패 기사였습니다.” “그런 사람은 많습니다.” 베라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신원 대조를 위한 독립된 증거가 필요합니다.” 오르카는 자기 가방에서 접어 둔 종이를 꺼냈다. 라비엔의 방패 보강판을 수리한 공방의 표식과, 오르카가 기억하는 수리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건 제 기억뿐입니다. 공방 기록과 대조해 주세요. 원본 방패는 제7원정대 보관창에 있습니다.” 수현은 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소리를 지르거나 당장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추측을 나눠 말하고 있었다. “접수하겠습니다.” 베라가 말했다. “그리고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조 결과가 일치하더라도 당사자에게 연락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르카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분명했다. *** 그날 오후에는 더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났다. 수현의 새 자문 계약 종료일이 멀지 않았다. 세드나는 서부 성역에서 보낸 달력과 북방 회복소 날짜 표기를 나란히 놓았다. “네 계약은 열나흘이고, 이미 열이틀째야.” 수현은 눈을 크게 떴다. “벌써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눈 때문에 하루를 더 썼잖아.” “저는 이동할 때 날짜가 느리게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세드나는 서류를 밀어 주었다. 계약 연장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재계약 의사를 수현이 직접 표시해야 했고, 일당과 위험 범위, 숙식, 귀환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수현은 문장 하나씩 읽었다. “제안서에는 북방 회복소와 서부 성역의 비전투 자문, 자료 정리 지원이라고 되어 있네요.” “네. 사전 동의 없는 전투 참여 의무는 여전히 없어.” “계약 종료가 자동 연장되는 건 아니고요?” “아니. 이번에도 별도 서명 필요해.” 수현은 잠시 생각했다. 혼자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서의 효력이 얼마나 실질적인 보호가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계약 내용을 아무렇게나 정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일주일만 연장해요. 그 사이 제 귀환 의사 신청에 대한 답이 오면 다시 판단하고 싶어요.” 세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승인 담당자에게 그렇게 전달할게. 아직 확정된 건 아냐.” “네.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간이 끝나면 새 일을 맡지 않겠습니다.” 수현은 명확히 말했다. *** 오후 늦게 주디가 방문객 대기실을 찾아왔다. 회복소 교대 기록 시범 운영 때문에 간호사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했다. “어제는 참여하겠다고 하던 사람도 오늘은 이름을 쓰기 싫다고 해요.” “벌써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재고가 한 상자 안 맞았습니다. 관리자에게 보고하려고 했더니 누가 마지막으로 셌느냐는 얘기부터 나왔죠.” 수현은 탁자를 두드리지도, 분노를 앞세우지도 않았다. “그러면 바로 정한 목적과 달라졌네요. 지금 필요한 건 책임자를 고르는 게 아니라 재고를 다시 확인하고 누락 지점을 찾는 일일 거예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겁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시범 운영을 잠깐 멈추고 의견을 들어 보세요. 기록 방식 때문에 부당한 책임이 생기면 안 된다는 조건을 다시 합의하면 좋겠어요.” 주디는 한숨을 쉬었다. “작은 종이 하나 바꾸는 것도 어렵군요.” “작은 종이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니까요.” 수현은 그 말이 추상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카이렌의 출정 기록에서 단 하루의 오류가 사람을 얼마나 오래 붙들 수 있는지 이미 보았다. *** 저녁에 베라가 다시 접견실로 불렀다. 이번에는 서류 대신 밀봉한 전달 요청서가 있었다. “L-4 관련 대조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신청서에 적힌 라비엔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은 식별 항목이 있습니다.” 오르카는 숨을 들이켰다. “그럼 살아 있습니까?” 베라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 결론을 제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관련 당사자에게 연락받을 의사가 있는지 문의해야 합니다. 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전달 가능한 창구를 확인하고 연락을 보내겠습니다. 무기한 기다리게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현이 물었다. “그럼 연락 의사가 없다고 답하면, 그 결정도 존중해야겠죠?” “네. 다만 보호 대상의 안전이나 실종 신고의 적법 절차와 관련된 최소한의 확인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오르카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한참 뒤 그가 말했다. “전달해 주십시오. 나는 라비엔을 데려가라고 온 게 아닙니다. 살아 있다면 잘 지내는지만 알고 싶습니다.” 베라는 그 말을 적었다.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 그날 오후 오르카가 외출한 사이, 수현은 회복소 외곽의 작은 우편 창구를 찾아갔다. 북방의 편지는 대부분 계절에 따라 운송 시간이 달랐다. 눈이 내리면 며칠 동안 이동을 멈췄고, 마차가 출발한 뒤에도 중간 역참에서 발이 묶일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연락이 안 오면 사람들이 자꾸 나쁜 일을 상상해요.” 우편 담당자가 말했다. “받는 쪽에서 잘 받았다고 알려 줄 방법은 없나요?” “확인편지를 다시 보내면 됩니다. 문제는 그것도 길에서 멈출 수 있죠.” 수현은 잠깐 생각했다. “그럼 발송 장소와 경유지를 적은 접수증을 양쪽에서 보관하면 어떨까요? 편지가 멈춘 곳을 찾을 수는 있겠죠.” “그렇게 하는 큰 상단도 있어요. 하지만 개인 편지는 비용이 더 듭니다.” “얼마나요?” 담당자가 알려 준 금액은 은화 반 닢이었다. 수현은 오르카에게 선택지를 전할 수 있도록 적었다. 비용을 대신 내거나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데런이 회복소 마차 창고의 운송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찾았습니다. 옛날엔 성역에서 출발한 환자와 서류가 같은 수레에 실릴 수 있었지만, 도착 뒤에는 담당 부서가 서로 달랐습니다.” “그럼 장부가 분리되는 게 자연스럽겠네요.” “맞습니다. 환자 명부와 서류 인계 목록이 다른 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요.” 수현은 그 자료를 테르논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물었다. 데런은 담당 관리인에게서 공개된 운송 표준 양식을 베껴 왔다고 했다. 수현은 출처를 정확히 적고 참고 자료로 분류했다. 그날 저녁, 오르카는 우편 확인 서비스의 비용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은화 반 닢이면 적지 않은 돈이군요.” “맞아요. 그래도 연락이 끊겼을 때 어디서 막혔는지 물을 수는 있겠죠.” “그럼 제가 내겠습니다. 라비엔이 연락을 받는 데 동의하면요.” 그는 접수증 양식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수현은 그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쓰는 일도 그 사람의 의사와 무관한 결정이 될 수 있었다. 오르카는 이제 상대의 대답이 오기 전에는 편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밤이 되어 세드나는 서부 성역에서 가져온 명부를 다시 정리했다. 라비엔이 특별 전출되던 날의 원정대 기록 담당자 항목에는 서명란이 비어 있었다. 다른 날엔 기록관이 이름을 쓰거나 부상 때문에 업무를 넘기면 대리자가 이름을 썼다. 그런데 그날은 공백이었다. “이게 중요한 건가요?” 수현이 물었다. “중요할 수도 있어. 적어도 책임자가 확정됐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까.” “라비엔이 업무를 넘겼다는 기록이 없으면 그분을 책임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네요.” “그렇지.” 세드나는 원정대 본부에 확인 요청을 쓰기로 했다. 수현은 그녀가 결론을 급하게 내리지 않는 점이 고마웠다. 처음 만났을 때 세드나는 그저 규정을 따지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은 규정이 실무에서 누구를 지키고 누구를 놓쳤는지 같이 보는 사람이었다. 수현은 문득 물었다. “세드나 씨는 이 일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무섭지 않아요?” 세드나는 잠시 침묵했다. “무섭지. 그래서 더 정확히 적는 거야. 내가 한 일을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니까.”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이 아닌 사람도 용기를 내는 방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늘 큰 소리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날 밤 회복소의 창문 하나에 늦도록 불이 켜져 있었다. L-4의 연락 요청을 검토하는 사무실이었다. 수현은 그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안에 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누군가가 문서를 읽고 질문에 대답할 시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됐다. 오르카는 그 곁에 섰다. “제가 계속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일이 없을까요?” “내일 면담을 허용하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그는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먼저 잘 지냈냐고 묻고 싶습니다.” 수현은 웃었다. “그거면 좋은 시작일 것 같아요.” *** 밤에 수현은 오르카에게 같이 걸을지 물었다. 둘은 눈이 쌓인 안뜰을 천천히 돌았다. 담장 밖에는 검은 숲이 있었고,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별 없는 하늘로 흘러갔다. “어쩌면 만나기 싫다고 할 수도 있겠죠.” 오르카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요.” “그때도 기다려야 합니까?” “다른 선택을 해야겠죠. 그분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오르카 씨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예요.” “나는 그 친구가 나를 원망할까 봐 두렵습니다.” 수현은 걸음을 멈췄다. “왜요?” “그날 제가 옆에 없었습니다. 출정도, 이송도, 그 뒤의 연락도 전부 놓쳤으니까요.” 그는 잠시 숨을 삼켰다. “친구가 없어졌는데 저는 계속 전장에 있었어요.” 수현은 섣불리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죄책감이 필요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라비엔 씨가 오르카 씨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할지는 만나기 전엔 몰라요. 그래도 오늘 오르카 씨가 여기까지 온 일은 사실이에요.”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충분한지는 그분이 결정하겠죠.” 오르카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돌아와 보니 세드나가 계약 연장 제안의 접수증을 놓아 두었다. 승인 여부는 아직 미정이었다. 수현은 접수증을 일지에 끼웠다. 문득 자신이 이 세계에 온 처음 날을 떠올렸다. 카이렌의 침대 옆에서 두 시간 쉬게 해 달라고 말하던 때였다. 그때는 출정 명령을 미루는 일이 가장 큰 싸움인 줄 알았다. 이제는 한 사람에게 연락을 전달하기 전에 그 사람의 뜻을 묻는 과정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회복소의 연락 담당자가 밀봉한 작은 답신을 가져올 예정이었다. 수현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이곳에서 배워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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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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