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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29화
PAYLUA ORIGINAL · 제29화

29화. 서류를 회수하라는 명령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25자

오프라인 책장
성역 문 앞에 검은 망토 세 명이 나타났다. 이수현은 처음엔 환자 이송 인력인 줄 알았다. 그들은 무기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걸음도 조용했다. 하지만 지하 보존실 앞에서 문서 한 장을 펼쳤을 때 이야기가 달라졌다. [서부 성역 R-0 관련 보존 자료. 왕립길드 특별 회복 관리국으로 즉시 회수.] 선두에 선 남자가 말했다. “봉인 점검에 들어갈 자료입니다. 지체 없이 인계하십시오.” 아스텔은 문서를 보더니 서둘러 열쇠를 꺼내지 않았다. “보존실 규정에 따른 회수 명령의 근거와 인수자를 확인하겠습니다.” 남자의 입가가 굳어졌다. “왕립길드 명령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확인해야겠지요. 제가 보존 책임자니까요.” 수현은 속으로 작은 박수를 쳤다. 명령서와 실제 인수 행위 사이에는 확인할 일이 많았다. 서류 한 장을 들고 왔다고 모든 기록을 아무에게나 넘기면, 보존실은 보존실이 아니었다. *** 세드나가 회수 문서의 인장 번호를 확인했다. B-13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특별 회복 관리국의 자체 인장이 찍혀 있었다. “공식 등록은 돼 있군.” 세드나가 말했다. “그럼 우리 조사도 여기서 끝나는 건가요?” 메이가 물었다. “아직 아니에요. 회수 권한이 있는지, 현재 진행 중인 열람 신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봐야 해요.” 수현은 회수 명령서 맨 아래를 가리켰다. “사유가 두 가지네요. 봉인 보수와 보관 장소 변경. 어느 쪽이 주목적인가요?” 남자가 찡그렸다. “왜 그런 걸 묻습니까?” “봉인 보수라면 여기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보관 장소 변경이라면 이전 기록이 필요할 테니까요.” “당신은 누구요?” “제7원정대 자문인입니다. 자료 인수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현재 열람 신청인의 동행자예요.” 수현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았다. 아스텔의 권한을 대신 행사할 생각도 없었다. 남자는 세드나를 돌아봤다. “저 여자는 자꾸 일을 어렵게 만듭니다.” 세드나가 무표정하게 답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입니다.” *** 지하 보존실 앞에서 실랑이가 길어지는 동안 수현은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확인했다. 지금까지 열람이 허용된 부분의 사본이 정식으로 인증돼 있는가. 수현이 손으로 베낀 메모만으로는 나중에 원본이 바뀌었다는 의혹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아스텔은 봉인된 열람 확인서를 꺼냈다. 두 명의 참관인이 원본의 보존 상태와 공개 범위를 확인한 문서였다. “이건 성역 보존 규정에 따라 남겨 두겠습니다.” “사본을 한 부 더 받을 수 있을까요?” “당사자 관련 부분만요. 다른 환자의 이름은 삭제하겠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명령이 수상하니 우리가 원본을 숨겨 두면 안 됩니까?” “안 돼요.” 수현이 즉시 말했다. “불법일 수도 있는 일을 막겠다고 우리가 먼저 기록을 훔치면 더 어려워져요. 누구에게 무엇을 인계했는지 남기는 게 먼저죠.” “그러다 증거가 없어지면요?” “그래서 현재 상태 확인서와 이전 기록을 남기는 거예요. 그리고 정식으로 보존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하고요.” 오르카는 방패를 바닥에 세웠다. “칼보다 답답하군요.” “저도 알아요.” 수현이 말했다. *** 결국 서부 성역의 상급 관리자가 왔다. 그는 회수 요청이 실제로 등록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일 진행 중인 열람 심사와 보존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원본을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다고 했다. “회수 명령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설명했다. “인계에 필요한 절차가 끝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자는 불쾌한 얼굴로 일행을 바라봤다. “그럼 오늘은 명령서를 접수만 하십시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인수 담당자 이름과 기관 직책도 남겨 주세요.” 아스텔이 말했다. 남자는 마지못해 명패를 펼쳤다. 이름은 하르벤. 특별 회복 관리국 운송 감독관이었다. 세드나는 그의 신분을 서부 성역 등록부와 대조했다. 적어도 명패는 등록돼 있었다. 하르벤 일행이 물러간 뒤에야 메이가 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무서워졌어요.” “저도요.” 수현은 솔직히 답했다. “자료를 회수하려는 이유가 정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점이 겹치는 이상 절차를 더 꼼꼼히 봐야겠죠.” *** 그날 저녁 성역 복도에서 오르카와 데런이 말다툼을 벌였다. “라비엔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서 종이만 붙들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오르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데런도 물러서지 않았다. “환자 실종 문제라면 사람을 찾으러 가야겠죠.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잖습니까!” “북방 회복 전초소라는 단서가 있잖아.” “그곳이 아직 있는지도 확인 안 했습니다.” 수현은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잠시 말을 들었다. 오르카는 라비엔과의 관계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다. 데런은 아무 준비 없이 북쪽으로 가는 일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틀린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두 가지 일을 나눠서 할 수 없을까요?”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어떻게요?” “오르카 씨는 북방 전초소의 현재 명칭과 이동 경로를 알아봐 주세요. 데런 씨는 거기까지 가는 마차와 물자, 위험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원본 기록 문제는 저와 세드나가 맡을게요.” 오르카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하면 빨리 갈 수 있습니까?” “더 안전하게 갈 수 있겠죠. 빠른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데런이 손을 내밀었다. 오르카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잡았다. 수현은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다만 실제 위치가 확인되기 전엔 둘 다 출발하지 마세요.” *** 밤에 성역 안쪽 경비실에서 불이 꺼졌다. 잠깐의 정전이었다. 마법 등불이 하나씩 꺼지고 복도는 어둠에 잠겼다. 수현은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꺼냈다가 망설였다. 남은 배터리 7퍼센트. 이걸 쓰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여기 손전등이 있어요.” 그녀는 화면을 아주 짧게 켰다. 하얀 빛이 문짝과 계단 끝을 밝혔다. 세드나가 놀라 그녀를 보았다. “마법입니까?” “전기예요. 설명은 길고, 에너지는 짧아요.” 두 사람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계단을 내려갔다. 정전은 잠시 뒤 끝났다. 지하 보존실 문은 봉인된 채였고, 당직 사제는 비상등을 켜 보안 점검 기록을 남겼다. 수현은 안도했다. 그리고 즉시 물었다. “정전이 자주 있나요?” “드뭅니다. 오늘은 서쪽 수정석 공급선에 문제가 있었어요.” “기록실 안쪽 봉인에 영향이 없었다는 확인도 해 주시겠어요?” “점검했습니다. 정상입니다.” 우연한 정전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 꾸민 일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사건이 복잡할수록 우연을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했다. *** 아스텔은 회수 문서가 접수된 뒤 다른 기록 보존 담당자 둘을 불렀다. 세 사람은 원본 봉인을 직접 확인하고, 통에 찍힌 표식과 보존실 문 잠금 기록을 대조했다. 수현은 그 과정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 걸음 떨어져 서 있었다. “지금 하는 게 원본 검증인가요?” 메이가 속삭였다. “적어도 원본의 현재 상태를 남기는 절차예요.” “원본이 누가 손댄 건지 알 수 있어요?”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봉인 상태와 출입 기록 정도겠죠.” 세드나는 담당자에게 봉인표의 보관 사본이 있는지 물었다. 아스텔은 보존실에 동일한 표식을 찍은 인장 목록이 있다고 했다. 그 목록에는 열람 날짜와 책임자가 모두 남아 있었다. “그럼 이 기록을 나중에 비교할 수 있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그렇죠. 적어도 지금과 달라졌는지 확인은 가능하겠지요.” 아스텔은 세심하게 봉인표를 그렸다. 글씨가 아니라 그림이었다. 한쪽 끝에 작은 흠이 있었고, 인주가 조금 번진 자국도 있었다. “기술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아스텔이 겸연쩍게 말했다. “아뇨. 지금 가지고 있는 방법으로 정확하게 남기는 거죠.” 수현은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노트에 보존 절차를 적으며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자료를 원래 장소에서 옮기면 이전 보관소도 인수증을 보관하나요?” “네. 출발 시각과 도착 시각, 인수인 이름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요?”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책임지는지 모르는 물건은 받을 수 없으니까요.” 수현은 그 말을 듣고 라비엔의 기록철이 옮겨졌을 때 남은 메모를 떠올렸다. 방패와 기록철이 분리돼 이동했다. 그때도 이런 인수증이 남았을 것이다. “혹시 과거 운송장 사본도 같은 방식으로 보관하나요?” “그렇습니다. 당시 책임자의 서명이 있다면요.” 한 장의 회수 명령서를 확인하는 일이 과거의 기록을 확인할 또 다른 방법을 알려 준 셈이었다. *** 복도에서는 하르벤의 부하 한 명이 성역 관리인과 언쟁을 벌였다. 그는 짐을 싣고 돌아가야 한다며 말을 준비해 놓았다고 했다. “원본을 가져가야 회수 보고가 끝납니다.” 성역 관리인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당신의 상관이 제출한 서류는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심사 중인 자료의 인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명령을 어기겠다는 건가?” “아니요. 그 명령을 정해진 방식대로 실행하겠다는 겁니다.” 수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참았다.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은 알고 있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종종 일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문득 하르벤의 부하가 수현을 바라봤다. “당신이 그 여자인가?” “어떤 여자요?” “길드 장부를 뒤집고 다닌다는 외부인.” “장부를 뒤집은 적은 없는데요. 펴 본 적은 있습니다.” 상대는 대꾸하지 못했다.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아니오. 그냥 일이 오래 걸리는군.” 그는 자리를 떠났다. 수현은 그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의 이름이 퍼졌다는 사실은 마음에 걸렸다. 세드나에게 그 일을 전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혼자 밤길을 다니지 마. 이전 숙소에서 있었던 일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잖아.” “알아요. 경비가 있는 숙소에 머물게 해 주세요.” 그녀는 겁이 났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조사 대상이 중요한 것과 자기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 서부 성역의 관리관은 방 안으로 그들을 불러, 회수 요청이 보통 때라면 하루 안에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 분쟁과 외부 자문 계약이 겹쳐 지연되는 것이었다. “정식 심사가 끝나고도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면 별도 명령이 필요합니다.”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계약 당사자나 담당 기관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의 입증이 필요하고요.” 메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제 이름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제게 청구된 비용의 근거가 되는 장부가 사라지면 안 되니까요.” 수현은 메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서 더 이상 누군가 대신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요. 필요한 자료만 정리해 드릴게요.” 메이는 자신이 받은 청구 고지와 징수 보류 결정문을 제출했다. 다른 사람의 병력은 첨부하지 않았다. 관리관이 접수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럼 일단 검토해 보겠습니다.” 수현은 메이에게 말했다. “잘하셨어요.” “수현 씨가 말했잖아요. 제 이름으로 직접 물어야 한다고.” 그 말은 고맙고도 조금 서글펐다.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배워야 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다음 날 아스텔은 보존실에 들어가 보관함을 확인했다. 원본은 그대로 있었다. 대신 오래된 문서철 틈에서 작은 녹색 표식이 발견됐다. “어제부터 있던 건가요?” 수현이 물었다. “그걸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봉인 점검용 표식과 다릅니다.” 세드나는 그것을 만지지 말라고 했다. 성역 관리자가 표식을 별도 봉투에 넣고 발견 시각과 장소를 적었다. 수현은 하르벤을 의심하는 말을 삼켰다. 누가 언제 남겼는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잠시 뒤 리온 법무관의 답신이 도착했다. [회수 명령은 유효하게 접수됐으나, 개인 권리 관련 분쟁이 계류 중인 자료는 심사 종료 또는 별도 보존 결정 전까지 대체 사본 확보가 필요.] 아스텔이 답신을 읽고 고개를 들었다. “적어도 오늘 원본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군요.” 수현은 서류를 꼭 쥐었다. “사라지지 않는 것과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요.” 그때 세드나가 새 통지를 보여 주었다. [R-0 원계약의 비식별 열람 심사. 신청 자격 일부 인정. 내일 오전 심사 예정.] 수현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서류가 갑자기 회수되려 한 날, 처음으로 원계약을 볼 기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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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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