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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없는 사람에게 지급된 임금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61자

오프라인 책장
문제의 지급 명세에는 수취인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수취인 칸에 이름 대신 숫자가 적혀 있었다. [R-0 / 기본 근무 보수 지급 완료 / 은화 열두 닢] 이수현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빛을 받으며 그 줄을 세 번 읽었다. 수취인의 이름이 지워져 있는 것과 애초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은 달랐다. 회계 프로그램에서 거래처를 공란으로 둔 채 송금을 완료한 것과 같은 문제였다. 한국이라면 은행 계좌라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곳은 은화와 마력 영수증의 세계였다. “지급 완료라면 누군가 받았다는 뜻 아닌가요?” 메이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계정 안에서 다른 계정으로 옮겼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지급의 정의부터 확인해야 해요.” “돈을 줬다고 써 놓고 안 줬을 수도 있단 말이에요?” “확인해 봐야죠.” 세드나는 장부의 기호를 손끝으로 짚었다. “이건 개인 지급 코드가 아니다. 내부 예치금 이동 표시야.” “그럼 원정대 최초 계약 때 다섯 번째 몫으로 잡힌 은화와 연결되나요?” “번호가 이어져. 하지만 그 돈이 같은 은화인지까지는 모르겠어.” 수현은 그 차이를 메모했다. 장부의 숫자가 이어진다는 이유로 사람의 의도를 연결하는 것은 위험했다. 대신 숫자가 어디를 거쳤는지부터 찾을 수 있었다. *** 아스텔은 수현과 세드나에게 별도의 책상을 마련해 주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기록철은 선반에 둔 채, 익명 처리한 지급 항목만 복사해서 내왔다. “원본에 표시하면 안 됩니다.” “네. 우리가 쓰는 종이에만 표를 만들겠습니다.” 수현은 종이 위에 네 개의 칸을 그었다. [발생 날짜 / 지급 사유 / 상대 계정 / 지급 증거] 메이가 옆에서 날짜를 불러 주고 세드나가 계정 번호를 읽었다. R-0 준비금으로 시작한 돈은 서부 성역의 회복 보관료 계정으로 옮겨졌다. 그중 일부는 마석 선지급으로 빠졌고, 나머지는 ‘임시 대상자 관리비’에 묶였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금액이 개인 정산으로 넘어갔다. “개인 정산으로 넘어간 날짜가 제 계약 시작일보다 빠르네요.” 메이가 말했다. “맞아요. 그런데 메이 씨 고리에 청구가 뜬 건 나중이고요.” “왜 제게 왔을까요?” “원계정의 비용을 누군가 승계하도록 만든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세드나가 계약서를 뒤적였다. “부속서 번호가 두 번 바뀌었어. 첫 번째 개정은 메이 배치 전. 두 번째는 메이 배치 직후야.” “메이 씨에게 개정 사실을 알렸다는 기록은요?” 세드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표시가 없었다. 그런데 표시가 없다는 사실이 고지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수현은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적었다. ‘개정 안내 발송 여부’, ‘수령 확인 원본’, ‘비용을 처음 확정한 책임 부서’. “이제 정식 질문을 보낼 수 있겠네요.” *** 점심 식사에서 데런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누가 돈을 빼돌린 겁니까?” “아직 그런 결론은 아니에요.” “장부가 이상하잖아요.” “이상한 장부와 횡령은 다른 이야기죠. 비용을 잘못 계산했을 수도 있고, 원래 규정이 잘못 설계됐을 수도 있고, 진짜 악의가 개입했을 수도 있어요.” 데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다 잘못된 것 아닙니까?”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 달라져요. 기록 오류라면 정정하고 돈을 돌려주면 되지만, 누군가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면 그 책임을 따로 물어야죠.” “그럼 돈도 돌아올까요?” 메이가 물었다. 수현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걸 약속할 수는 없어요. 다만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근거가 없는 금액이라면 바로잡을 신청은 할 수 있겠죠.” 성역 식당의 국은 지나치게 싱거웠다. 수현은 소금통을 찾다가 문득 웃었다. 세상에 간이 안 맞는 문제만큼은 어디서든 즉시 정정할 수 있는데. 그날 오후 제7원정대에서 전령이 왔다. 장부 공개를 기다리던 젠이 직접 보낸 쪽지였다. [원정대 시험 4일째. 보급 누락 0건. 야간 비상 출정 1건. 카이렌이 대기조에 업무를 위임함.] 수현은 짧은 답장을 적었다. [좋은 변화입니다. 다만 기록이 없는 날도 빠짐없이 적어 주세요. 그리고 아침은 드셨죠?] 세드나가 그 답장을 보고 피식 웃었다. “마지막 문장은 보고서에 넣을 필요 없지 않나?” “제일 중요한 항목일 때도 있죠.” *** 오후 늦게 보존실의 마력 계산기가 고장을 일으켰다. 푸른 표식이 갑자기 붉게 변하더니 같은 금액을 두 번 표시했다. 아스텔이 장치를 끄자 기록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오래된 수정이 마력을 제대로 못 읽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장부 숫자가 저절로 바뀌진 않아요.” “그럼 장부 금액과 고리 청구 화면을 비교할 때도 장치 상태를 확인해야겠네요.” 메이는 손목을 움켜쥐었다. “제 고리도 잘못 읽은 걸까요?” “그럴 가능성은 따져 볼 수 있어요. 다만 장부에 적힌 금액이 이미 이상하잖아요. 두 문제를 구분해 봐야죠.” 수현은 메이의 고리에서 실제로 표시된 금액과 표시 시각을 기록하게 했다. 아직 안전점검 중이므로 직접 손대지는 않았다. 메이가 피곤하다고 말하자 조사도 잠깐 멈췄다. “돈 문제 때문에 환자를 만드는 건 안 되죠.” “저 환자 아니에요.” “그럼 더 좋네요. 환자가 되기 전에 쉬면 되니까.” 메이는 불평하는 척하면서도 손목에서 힘을 뺐다. *** 숫자의 흐름을 확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느렸다. 성역 장부는 출고를 은화 단위로 정리했고, 길드 장부는 마석 단위로 기록했다. 마석은 등급에 따라 값이 달랐고, 보관 중 부서지면 사용한 것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석 한 개가 은화 여덟 닢이면 같은 거 아닌가요?” 메이가 물었다. “장부에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등급이나 당시 단가가 달랐을 수도 있죠.” 수현은 환율을 계산하는 사람처럼 표를 만들었다. 출고 수량 옆에 당일 단가, 실제 수령자, 이동한 계정 번호를 적었다. 자신이 가격을 모르는 항목에는 무리해서 숫자를 채워 넣지 않았다. 정오가 지날 무렵 마석 보급 담당 여성이 열람실에 들어왔다. 이름은 나리였다. 그는 두 권의 작은 책을 들고 와 말했다. “요청하신 당시 재고 대장입니다. 다만 사용 기록은 우리 부서가 관리하지 않았습니다.” “보급창고에서 내보낸 수량까지만 책임지는 거군요.” “네. 그 뒤는 치료실에서 확인합니다.” “그럼 수령 확인은 누가 했나요?” 나리는 대장을 펼쳤다. 출고자 서명은 분명했지만 수령란에는 ‘응급 보존실’이라는 부서명만 있었다. “사람 이름이 없네요.” “급한 상황에서는 부서 인장으로 받기도 해요.” “그때 누구에게 실제로 넘겼는지 기억하시나요?” 나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날 근무자가 아니었습니다. 전임 담당자의 서명이 있기는 해요.” “연락할 수 있을까요?” “원하신다면 담당 부서에 문의하겠습니다. 다만 이미 다른 성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수현은 감사 인사를 했다.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수현은 장부를 돌려준 뒤 나리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같은 물건이 여러 장부에 등장할 때 어떻게 대조해 왔어요?” “보통은 번호와 마력 맥을 비교합니다. 다만 아주 오래된 물건은 맥을 읽는 수정이 손상됐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숫자만 맞춘 결론도 성급할 수 있었다. 수현은 검증할 수 있는 물건의 범위를 따로 표시했다. *** 잠시 쉬는 시간에 메이가 성역 입구의 작은 분수로 나갔다. 수현은 물을 마시러 가다가 그가 낯선 치유사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은 긴장한 얼굴로 손목 고리를 비교하고 있었다. “수현 씨, 이분은 다른 원정대에서 일하는 치유사 린입니다.” 린은 인사를 하면서도 손목을 소매 속에 숨겼다. 메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린도 비용 문제로 왔다고 해서요.” 수현은 곧바로 물었다. “여기서 구체적인 비용을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분의 계약은 제가 알 권한이 없으니까요.” 린은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제 고리에도 같은 글자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R-0 말씀이세요?” 린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R-2라고 적혀 있어요.” 메이는 깜짝 놀랐다. “그럼 우리 같은 제도인 건가요?” “번호가 비슷하다고 같은 비용은 아닐 수 있어요.” 수현은 대답을 서둘렀다. “다만 자기 명의 계약과 청구 항목을 열람할 방법은 확인해 보세요. 원한다면 신청서에 어떤 항목을 물어야 할지 일반적인 양식은 알려 드릴 수 있어요.” 린은 종이를 받아 들고 오랫동안 바라봤다. “저는 누가 제 이름으로 빚을 만들었는지 물을 생각도 못 했어요.” “먼저 빚이 언제 어떤 근거로 발생했는지부터 물으면 좋겠네요.” 그가 돌아간 뒤 메이가 말했다. “제가 처음에 수현 씨를 만났을 때 같아요.” “그때 메이 씨는 겁이 나도 진정서를 썼죠.” “네. 그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지만요.” 수현은 분수 물소리를 들었다. 서로 다른 사건을 함부로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질문할 길을 알려 주는 일은 어느 사건에서나 필요했다. *** 다시 정산실로 돌아가자 세드나가 원본 결재 흐름을 정리해 놓았다. 그는 각 기록의 오른쪽에 자신이 확인한 수준을 적었다. [원본 확인.] [사본 대조.] [담당자 진술.] [추정.] “이렇게 표시하니까 훨씬 보기 좋네요.” 수현이 말했다. “네가 늘 구분하라고 했잖아.” “맞아요. 하지만 제가 없는 날에도 쓸 수 있다는 게 더 좋아요.” 세드나는 펜을 돌리며 웃었다. “네가 떠난 뒤 내 일이 너무 많아지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군.” “불필요한 문서를 줄일 방법도 같이 찾죠.” “대신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요?” “처음부터 일이 잘못됐다는 걸 알아봤어?” 수현은 잠시 생각했다. “아뇨. 처음엔 메이 씨한테 고리가 채워졌다는 사실만 이상했어요. 그게 정당한 제도인지조차 몰랐죠. 그래서 물었고, 보여 준 종이들을 비교했어요.” “특별한 마법은 아니군.” “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틀릴 가능성도 인정해야 해요.” 세드나는 종이 더미를 봤다. “그 시간이 사람마다 허락되는 건 아니지.” 수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더욱 기록 열람과 질문의 권리가 중요했다. 일하느라 바쁜 사람에게 아무 때나 기록실에 와서 진실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었다. 해 질 무렵 아스텔이 오래된 색인부를 들고 왔다. 그 안에는 R-0의 최초 계정 개설 당시 분류가 적혀 있었다. [임시 인적 대상 등록 / 최초 담당자: 에린 / 본인 식별 대기] 수현은 숨을 삼켰다. “에린이 계약 당사자인가요?” “아직 알 수 없어요.” 아스텔이 말했다. “‘최초 담당자’는 작성자를 뜻할 수도 있고, 보호 요청을 맡은 사람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에린은 실재했던 사람인가요?” “그 이름이 기록에 있었다는 것만 확실합니다.” 오르카가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봤다. “우리가 여태 찾던 다섯 번째 사람일 수도 있겠군요.” “그럴 가능성은 생겼어요. 하지만 다섯 번째 계약자로 등록됐는지까지는 확인이 안 됐습니다.” 수현은 새로운 줄을 적었다. [에린: 계약 당사자? 최초 담당자? 보호 대상? 확인 필요.] 그 이름에 관한 생각을 할수록 처음의 수수께끼는 오히려 커졌다. 누가 첫 번째 계약서를 작성했고, 다섯 명분의 돈은 왜 필요했는가. 라비엔은 그 장부를 알고 있었는가. 아스텔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이 기록의 최초 접수 날짜가 이상합니다.” “왜죠?” “서리달 열셋째 날보다 더 앞서요. 그때는 제7원정대가 아직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원정대의 비용이 원정대보다 먼저 만들어졌단 말인가요?” 메이가 되물었다.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나중에 원정대 계정이 다른 옛 계정을 이어받았거나요.” 수현은 두 가지 가능성을 나란히 적었다. 아직 어느 쪽에도 동그라미를 치지 않았다. 그때 보존실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 세드나가 어떤 항목을 발견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수현, 이체 명세의 발신 부서를 봐.” 마석 선지급을 요청한 부서는 특별 회복 관리국이었다. 그러나 개인 채무로 바꿔 적은 부서에는 전혀 다른 명칭이 있었다. [왕립길드 계약 유지 사무소] 수현은 그 이름을 처음 보았다. “여긴 누가 관할하죠?” 세드나의 표정이 단단해졌다. “사라진 부서야. 오래전에 통합됐다고 들었거든.” 정산의 실마리는 과거로 한 단계 더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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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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