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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98화
PAYLUA ORIGINAL · 제198화

198화. 모르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55자

오프라인 책장
실험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수현은 어깨가 굳었다. 자신이 이곳에 온 절차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동의를 무시했는지 기억했기 때문이다. 루세는 그런 수현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았다. 오늘의 시험이 살아 있는 사람이나 소지품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세 번 설명하고, 시험 중단권을 가진 직원의 이름부터 확인했다. 검토실의 새 장치는 커다란 문이 아니었다. 책상 한쪽에 놓인 유리판 두 장과 독립 전사판, 그리고 따로 떼어 둔 오래된 반향판이었다. 고장 난 접점은 수리했고 모든 전원 경로에 차단 장치를 설치했다. 각 부서가 서명한 것은 실험 참가 동의가 아니라 작업 범위와 책임 구분이었다. “오늘 확인하려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루세가 말했다. “첫째, 원점 후보가 우리 장치와 독립적인 신호를 만드는가. 둘째, 그 신호가 시간 차이를 포함하는가. 셋째, 같은 질문을 반복했을 때 답이 달라지는가.” “세 번째가 중요하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반향이라면 달라지기 어렵죠.” 나엘은 외부로 보낼 짧은 문장을 적었다. ‘이 통신을 받은 곳이 있다면 그곳의 날짜와 스스로 정한 임의의 단어를 기록하십시오.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현의 이름이나 서울 주소는 적지 않았다. 수신 지점에 있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신원을 특정하는 말도 삼갔다. 첫 시험은 실패했다. 루세는 실패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반향판의 물리적 연결을 그림으로 다시 그렸다. 이번에는 누구도 ‘한 번만 더’라고 말하지 않았다. 장치를 멈추고 열기를 식히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직원들은 교대 근무표에 따라 밖으로 나가 물을 마셨다. 수현은 창문 앞에서 작은 먼지가 빛 속에 떠 있는 것을 바라봤다. 오늘 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오래 걸렸다. 검사원은 실패한 유리판도 폐기하지 않았다. 실패가 일어난 위치와 접점 상태를 기록하고 별도 봉투에 넣었다. 그 판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음 연구자가 같은 장비로 똑같은 위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수현은 그 봉투에 적힌 ‘미검증’이라는 말을 한참 보았다. 이전에는 그 말이 벽처럼 느껴졌지만 오늘은 안전한 문턱처럼 보였다. 종이가 돌아왔지만 되돌아온 문장은 보냈던 것과 똑같았다. 루세가 기록판의 잔류 반사를 확인하고 즉시 시험을 멈췄다.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실패 이유를 확인하지 못한 채 계속 버튼을 누르는 것은 지난 사건의 반복이었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소리도 종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엘은 ‘미응답’이라고 적었다. 이따금 직원들이 ‘실패’ 대신 ‘원점 거절’이라고 쓰려 했지만 수현이 말렸다. 누가 답하지 않은 이유를 추정해서는 안 됐다. 세 번째 시험은 해가 기운 뒤에 진행됐다. 해가 질 무렵 장치 담당자 중 한 사람은 열이 있는 동료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때문에 시험은 잠시 중단됐다. 검토실 직원들은 대체 근무자가 도착할 때까지 기록판에 손대지 않았다. 수현은 창가에 앉아 오늘 아침부터 한 일을 수첩에 적었다. 장치가 멈춘 시각뿐 아니라 누가 휴식을 취했고 누가 비상 정지를 담당했는지도 남겼다. 어떤 검증이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이 무리했다면 성공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었다. 대체 근무자가 도착한 뒤 루세는 시험 순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수현은 그 절차가 번거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래전 E-17 사건에서는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서류의 의미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오늘은 누구도 이전 사람의 동의를 이어받았다고 가정하지 않았다. 새로 업무를 맡은 직원은 자신이 맡을 위험과 중단 절차를 직접 설명 들었다. 수현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이곳에 도착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이 사실은 이 한 가지 질문을 연습하는 데 쓰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모르면 다시 설명하고, 원하지 않으면 멈춘다. 단순한 일이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래된 전사판의 줄이 한 번 흔들렸고, 다른 곳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짧은 문장이 찍혔다. 글자는 수현이 알아볼 수 있었다. 한국어였다. ‘이건 무슨 장난인가요?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이름 대신 파란 귤이라고 쓸게요.’ 수현은 한국어 문장을 읽자마자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상대는 아주 평범한 구어체를 썼고, 끝에 장난을 의심하는 문장까지 덧붙였다. 왕도에서 보존된 오래된 번역 서식에는 없는 표현이었다.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한국 사람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과거에도 외부의 언어를 흉내 내는 기술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녀는 루세가 기록판을 감정하는 동안 자신이 이해한 뜻만 한국어 그대로 적었다. “그 문장은 좋은 소식입니까?” 나엘이 물었다. “좋은 소식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상대가 놀란 것 같아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실험실 안에서만 쓰는 질문을 보냈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해요.” 수현은 다음 메시지에 자신의 상황을 너무 자세히 쓰지 않기로 했다. 사람을 걱정시키거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정보를 전할 권한도 지금은 없었다. 먼저 상대가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중요했다. 수현은 숨을 멈췄다. 글자를 읽는 일이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누군가 정말로 반대편에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보다 먼저 오랜 버릇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은 누군가가 지금 대답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루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워지지 않은 옛 기록일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들은 첫 번째 응답의 시각 표식과 장치 보존 기록을 대조했다. 문장은 최근에 기록된 것처럼 보였지만 오래된 장치에 남아 있던 글을 꺼냈을 수도 있었다. 수현은 다섯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지하철 개찰구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네 번째 시험에서는 아예 다른 질문을 보냈다. 질문을 정하는 데도 논쟁이 있었다. 한 기술자는 서울의 특정 건물 이름을 묻자고 제안했다. 수현은 그 답이 옛 문헌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상대가 개인정보를 확인해 주는 데 동의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은 어떤 유명한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자고 했지만, 수현은 그 또한 미리 녹음된 답변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그들은 상대방이 대화를 이어가며 새로 만든 답을 보내도록 하는 질문을 택했다. 나엘은 질문 아래에 짧은 안내를 붙였다. '답변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습니다.' 그 문장을 다른 세계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수현은 아주 쉬운 한국어로 직접 옮겨 적었다. 긴 경고보다 분명한 한 문장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기술자들은 그 문장까지 원본 질문과 분리해 기록했다. ‘앞서 파란 귤이라고 쓴 분이 있다면, 이번에는 세 개가 아닌 네 개의 사물 이름을 적어 주세요.’ 원점에 있는 사람이 이전 문장을 읽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루세는 장치를 일시 정지하고 공개 회선 상태를 확인했다. 응답이 돌아왔다. ‘책, 컵, 가방, 우산. 지금은 밤입니다. 정말 누구세요?’ 나엘이 펜을 떨어뜨렸다. 나엘이 떨어뜨린 펜은 바닥에서 한 번 구르고 장치 아래에 멈췄다. 누구도 급하게 그것을 주우러 들어가지 않았다. 기계가 켜져 있는 구역에 몸을 넣어도 되는지 먼저 확인했다. 수현은 그 기묘한 평온함이 오히려 긴장됐다. 반대편에서 한국어로 대답이 왔다고 생각하면 당장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지켜지는 질서가 내일 누군가를 안전하게 데려올 수도 있었다. 루세는 모든 사람이 제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장치를 중단했다. 그는 첫 번째 질문에 없던 단어가 어떻게 두 번째 답변에 나타났는지 기록했다. 다른 직원은 종이가 들어오던 순간의 독립 시간 표식을 따로 적었다. 수현은 그들이 숫자를 복사하지 않고 각자 자기 눈으로 확인한 것을 적는 모습에 안도했다. 하나의 관찰이 여러 번 복제됐다고 독립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여전히 확정하고 싶지 않았다. 두 개의 연결된 문답은 단순 반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다른 왕국 사람이 한국어를 알아내어 장난쳤을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있었다. 그렇기에 독립 검사관을 불러 기록 원본을 봉인했다. 독립 검사관은 장치에 남아 있던 이전 시험 기록과 오늘의 통신을 대조했다. 수현이 원하지 않는 개인 정보는 가림 처리하고, 공개해야 하는 것은 장치의 상태와 신호가 만들어진 순서에 한정했다. 그는 ‘독립 응답 가능성 높음’이라고 적은 뒤 바로 그 아래에 ‘원점 소재 불명’이라고 덧붙였다. 수현은 두 문장이 같은 무게로 놓인 것에 안심했다. 검사관은 루세에게 같은 시험을 다른 날 반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루세는 안전장치의 열 상태를 다시 점검해야 하므로 오늘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검사관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현은 과학이란 답을 얻기 위해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어떤 답을 얻었을 때 그것을 의심할 수 있게 기록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반향판과 송신 원본을 각각 다른 방에 보관하고 장치가 만들어 낸 글을 외부의 필사 기록과 비교했다. 세드나가 수현에게 물었다. “지금 어떤 기분이에요?” “불안해요.” “기쁠 줄 알았어요.” “기쁜데 그래서 더 불안해요. 틀렸다는 결론을 듣고 싶지 않아서요.” 나엘은 조용히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수현은 한 모금 마셨다. 한때는 이 세계의 종이가 자기 말만 되돌려주는 것처럼 느꼈다. 누구도 자신의 서울을 알지 못했고, 서류는 자꾸 ‘완료’를 찍었다. 지금은 아주 멀리서 누군가가 ‘정말 누구세요?’라고 묻고 있었다. 시험을 일단 중단하자는 결정에 반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아 있는 상대방이 확인되지 않은 통신을 장시간 계속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았다. 검토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답이 연구 기록으로만 쓰이며 실험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냈다. 다음 문답은 상대가 다시 원할 때만 진행하기로 했다. 그날 밤 독립 검사관의 예비 판정이 나왔다. 기록판의 글자는 왕도 반향판에서 생성된 표식과 일치하지 않았고, 두 차례의 질문 사이에 독립적인 응답 내용이 확인됐다. 다만 실제 장소가 서울인지, 응답자가 어떤 사람인지, 경로가 물리적으로 인체 이동에 사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수현은 예비 판정문을 끝까지 읽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세계와 닿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근거로 누군가를 밀어 넣을 문이 존재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수현은 작은 종이에 한국어로 적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사람입니다. 급한 위험에 처한 상태는 아니고,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답하고 싶지 않으면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주소를 쓰지 않았다. 상대가 진짜 한국에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지를 보내며 이름도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연락처를 먼저 적지 않고 자신의 의사만 전달하는 일. 그녀는 그 단순한 원칙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돌아온 응답은 뜻밖에도 짧았다. ‘당신이 누구든 괜찮은 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안전이 확인된 뒤에 해 주세요.’ 수현은 오래 종이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검토실을 나와 복도 끝까지 걸었다. 창문 밖에서는 시장이 문을 닫고 있었다.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늦은 배송을 마친 마부, 저녁을 사러 나온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반대편 세계에도 비슷한 풍경이 있을 것이다. 한국어로 '정말 누구세요?'라고 물었던 사람도 어쩌면 지금은 자기 방에서 불을 끄고 있을지 모른다. 수현은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과 그 사람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래 서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문장은 누군가를 불안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 메시지에는 자신이 위험에 갇혀 있다고 과장하거나 당장 구조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가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을 끌어내지 않는 것도 대화의 시작이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이 상대의 안전을 먼저 묻고 있었다. 그 자체가 멀리 떨어진 두 세계를 연결하는 첫 번째 다리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검토실은 추가 시험을 일시 중지했다. 독립 검사와 개인정보 안전 검토가 끝날 때까지 기술자가 할 일이 더 많았다. 수현은 그 결정을 지지했다. 돌아가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해서 자신이 해 오던 질문을 버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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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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