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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93화
PAYLUA ORIGINAL · 제193화

193화. 공란에 서명한 기관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34자

오프라인 책장
E-17 사건 공동심사반은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출석한 기술청 직원 둘은 자기 부서의 표식이 원래부터 승인 도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통합 이관반 직원들은 담당실을 지정했을 뿐 사람을 이동시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회선 관제실은 정지 요청을 받았지만 실제 작동을 확인할 장치가 없었다고 했다. 수현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부서마다 자기 일의 끝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일들이 합쳐진 결과로 자신은 여기에 있었다. 누군가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과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저는 범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적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회의실의 시선이 모였다. “저를 데려온 실행 경로를 확인해 달라고 했고,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답을 모르겠다면 모른다고 적어 주세요. 하지만 그래서 아무 책임도 없다는 결론은 아니잖아요.” 심사위원 마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공동보존실의 원본 관리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오늘은 심사회의에 임시 입회해 서식의 이관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서류 한 장이 앞으로 나왔다. E-17 야간 자동 이관을 유지하겠다는 운영 방침에는 사람의 서명 대신 기관의 공용 인장이 찍혀 있었다. 확인된 사실은 이러했다. 오래된 경고문에는 당사자 동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절차를 중단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후대 운영 지침에서는 당사자 의사가 미수신일 때 정지시키는 대신 담당실을 자동 배정하도록 설정했다. 두 문장을 합쳐 만든 요약 서식은 ‘배정 완료’를 ‘집행 완료’로 출력했다. “이걸 누가 바꿨습니까?” 수현이 물었다. 심사반 서기가 자료를 확인했다. “변경 요청의 작성 부서는 확인됐습니다. 통합운영 개선실입니다. 당시 책임자 개인의 승인란은 공란이고, 기관 일괄 승인란만 남아 있습니다.” “공란에 사람이 서명한 셈이네요.” “행정적으로는 그렇게 처리된 것 같습니다.” “아니요. 사람이 서명한 게 아니라, 사람이 서명해야 하는 자리를 비워 놓고 기관이 계속 기계를 돌렸다는 거죠.” 회의실 한쪽에서 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수현은 그 소리가 자신에게 향한 불평이기를 조금 바랐다. 적어도 듣고 있다는 뜻이니까. 청문회를 잠시 쉬는 동안 기술청 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직원을 대표해 발언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과거 공용 인장을 관리했던 사람들 중에 여러 차례 추가 인력 요청을 한 이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식 보고서에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개인 메모가 보존돼 있었다. 수현은 그 자료를 증거로 곧바로 쓰지 말고 보존 경위를 먼저 확인하자고 했다. 메모가 진실일 가능성과 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아야 할 이유가 동시에 있었다.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이미 다친 사람이 있어요.” 수현은 대답했다.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해요. 실수를 확인하는 일은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일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얼굴은 여전했지만, 자신이 들은 말을 어디에 기록해야 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수현은 그 질문이 책임 있는 조사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실제 장치 가동 원인을 아직 밝히지 못했다. 심사반은 당시 통합운영 개선실의 예산 요청도 확인했다. 자동 배정 시스템 도입 계획에는 야간 처리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구가 있었다. 인원은 늘리지 않고 요청 건수는 줄이겠다는 방식이었다. 첫 달에는 처리 속도가 크게 나아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자동 배정에 따라 잘못 분류된 사건을 다시 검토하느라 어느 부서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빠져 있었다. 수현은 그 숫자를 보고 한참 말이 없었다. 사람의 동의를 확인하는 시간을 줄여 성과로 계산하면서, 나중에 잘못된 일을 되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용에 넣지 않은 셈이었다. 동의를 얻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절차를 없애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행정 서비스가 빨라졌다는 보고가 거짓이라는 뜻인가요?” 젊은 기록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부 지표는 사실일 수 있어요. 단지 그 지표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 주지 않을 뿐이죠. 빠르게 처리된 수치와 정확하게 처리된 수치는 같지 않아요.” 세드나는 지표를 수정해 다른 피해 사례의 재검토 시간도 계산하도록 요청했다. 심사반은 해당 부서가 회신을 누락한 이유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수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선의를 칭찬하기 위해 위험한 실무를 지워 버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했다. E-17의 종점 반응은 한 차례 확인되었으나 그것이 수현의 신체 이동을 일으켰다는 물리적 증거는 불완전했다. 마르센은 야간 배정 담당이었지만 인체 접속을 승인할 권한이 없었다. 에린 소렐의 과거 반대 의견도 무효화된 절차가 아니라 별도로 보관된 의견서였다. 책임을 추궁하려고 누군가의 이름을 연결하는 일은 쉬웠다. 하지만 쉬운 결론이 옳은 결론은 아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심사위원 한 사람이 물었다. “기관의 실패를 개인의 죄로 대신 채우지 마세요. 그리고 개인의 죄를 못 찾았다는 이유로 기관의 실패까지 없던 일로 만들지 마세요.” 수현 자신도 말한 뒤 잠깐 숨을 골랐다. 익숙한 회의실이 아니라 다른 세계의 나무 책상 앞이었다. 그녀가 가진 것은 한국의 자격증뿐이었고 그 자격증은 이 왕국에서 아무런 강제력을 갖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피해 당사자라는 사실은 이곳 법과 무관하게 남아 있었다. 세드나는 추가 조치 요청서를 냈다. 강제 이관 절차의 잠정 중지, 유사 사례 전수 대조, 수현의 생활·귀환 조사 비용 부담 주체 확정, 독립 감사관 임명. 심사반은 그중 일부를 즉시 승인하고 나머지는 정식 심사로 넘겼다. 구형 자동 이관이 남아 있는 현장에는 오늘부터 사용 금지 통지와 수령 확인을 보내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세드나는 구형 자동 이관과 관련된 첫 번째 정정 통지를 작성했다. 발송 기관, 받는 부서, 실제로 해야 할 일, 조치 확인을 보내야 할 시각이 각각 다른 칸이었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공문이 너무 길다고 불평하자 그녀는 오히려 한 줄을 더했다. ‘미확인 서식으로 분류된 건을 사람이 직접 재심사할 것.’ 수현은 그 문장의 비용을 물었다. 담당자가 얼마나 필요하고, 이미 진행 중인 사건 중 어떤 것부터 확인할지, 야간에 일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예산 담당자는 난색을 보였다. 수현은 그가 비협조적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과거의 잘못된 운영으로 생긴 추가 업무가 왜 새 인력 배정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결국 심사반은 시범 기간을 정하고 각 부서의 업무량을 집계하도록 했다. 당장 왕국 전체가 바뀌는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현은 그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거창한 선포문 하나보다 실제로 문서를 읽을 수 있는 직원 한 명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회의 뒤 복도에서 한 젊은 직원이 몰래 다가왔다. 그는 작년에 비슷한 처리를 한 적이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물었다. 수현은 개인 조사를 진행할 권한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대신 사실대로 정정 신고를 하고 기록이 사라지지 않게 보존하라고 권했다. 잘못을 고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숨기는 것보다 확인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발송 확인이 아니라 수령 확인이죠?” 수현이 물었다. “네.” 세드나가 웃지 않고 대답했다. 그만큼 중요한 말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누군가 수현을 불렀다. 통합운영 개선실의 현직 주무관이었다. 그의 이름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당시 직원도 아니었고 오늘의 결정에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자신의 업무가 왜 이렇게 복잡해졌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수현은 복도 창가에서 그가 접어 온 메모를 읽었다. 문장마다 ‘시행 예정’, ‘보류’, ‘완료’라는 말이 있었다. 그녀는 완료라는 두 글자 위에 원을 그리며 물었다. “무엇이 끝났다는 건가요? 공문을 만든 건가요, 실제 현장에서 사람이 달라진 절차로 업무를 한 건가요?” 그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공문을 보낸 상태입니다.” “그럼 그 말로 적어 주세요.” 주무관은 메모의 두 글자를 지우고 ‘수령 확인 요청 발송’이라고 고쳤다. 아주 작은 정정이었다. 그는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수현은 괜찮다고 말했다. 오늘 그가 고친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 문장을 보는 사람들의 기대였다. 누군가 처리 완료라고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 다음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여러 번 서류를 고쳐 쓴 듯 잉크가 묻은 손을 내밀지 못했다. “부서에서 오래된 지침을 계속 썼습니다. 제가 그 시기에 있던 직원은 아니지만,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잘못을 고치겠습니다.” 수현은 잠시 그를 보았다. “그게 당신 한 사람의 잘못이라는 말을 듣고 싶으세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고쳤다고 하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주무관은 담당 부서별 조치 회신을 일주일 안에 모으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날짜를 적었다. 또 하나의 약속을 얻은 날이었다. 약속은 기록할 때부터 시작되고 실제로 지켜질 때에야 끝난다. 오후에는 제7원정대의 근무 개선 사례를 검토했다. 카이렌이 원정대 교대 제도를 유지하려면 상부에서 대체 인력 예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서였다. 수현은 자신의 유급 자문 계약이 끝난 상태이므로 공식 결재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마틸은 첫 번째 점검 대상 기관을 정하는 기준을 설명했다. 오래된 이관 절차의 사용 횟수뿐 아니라 실제 당사자에게 수신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사례가 우선이었다. 수현은 모든 미회신 사례를 강제 이동 피해라고 묶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자료만으로는 사람의 피해를 추정할 수 없고, 다른 이유로 연락이 끊긴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단지 위험 신호가 같은 방식으로 감춰졌는지를 먼저 살피자는 것이었다. 마틸은 각 기관이 통지문을 받은 뒤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별도 목록을 마련했다. 그 목록은 공개된 이름 없이도 추적할 수 있었다. 수현은 서명을 요구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떠나더라도 조사와 정정은 기관의 책임으로 계속되어야 했다. 그녀가 없다는 이유로 멈추는 제도라면 처음부터 제대로 고쳐진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것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나란히 적는 일을 도왔다. 궁수 젠의 야간 정찰시간, 데런의 말 관리와 이동 대기 시간, 메이의 치료와 휴식 시간이 다른 항목으로 기재됐다. “사람이 쉬면 용사가 약해지는 줄 알았는데요.” 세드나가 농담했다. “잘 쉬는 용사가 덜 다치고 오래 일하죠. 전쟁에서 무조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교대표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날 저녁 수현은 여관 식당에서 빵을 먹었다. 한때 그녀의 이야기는 누가 자신을 불렀고 왜 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누가 잘못을 고쳐야 하는지가 분명해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을 찾는 일이 여전히 어려웠지만, 그 길을 막아 놓은 서류의 거짓말을 한 장씩 치운 셈이었다. 여관 주인은 수현의 찻잔을 바꾸어 주며 물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느 기록원 가족과 마주쳤다. 기록원은 오늘 청문회에서 잘못된 서식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사람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은퇴 후에도 그날의 이야기를 피했고, 가족들이 다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이야기를 들어 주되 알고 있는 모든 자료를 건네지 않았다. 심사 과정에 공개된 부분과 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은 달랐다. “그럼 우리 가족은 아무것도 모른 채 기다려야 합니까?” 그가 물었다. “아닙니다. 공개할 수 있는 근거와 심사 절차를 안내받을 권리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비난을 제가 덧붙여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는 한참 분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수현은 세드나가 안내해 준 공식 문의 창구의 위치를 적어 주었다. 기록이 잘못되면 피해자는 한 사람이 아닐 수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실수로 범인 목록에 올라갔을 때 그 가족도 상처를 받을 수 있었다. 책임을 묻는 방법이 정확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더 분명해졌다. “사건이 이제 끝났습니까?” “아직요. 그래도 오늘은 끝나는 방법을 배웠어요.” “뭐죠?” “모르겠다는 대답을 끝이라고 쓰지 않는 것.” 주인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값 정산도 출발하는 날에 합시다.” “그건 아주 훌륭한 행정 처리입니다.” 수현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사라진 동의의 자리를 다시 확인한 오늘, 자신에게 처음으로 조금 다른 여유가 생겼다.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에도 잘못된 제도를 멈추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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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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