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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184화. 되돌아온 신호의 주인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07자

오프라인 책장
루세는 동쪽 시험실에 네 개의 종이 상자를 늘어놓고 말했다. “오늘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문자를 보내고 받는 장치의 반응을 비교하되, 옛 경로를 작동시키지 않습니다. 사람도, 개인 물건도, 수현 씨의 주소도 연결하지 않아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가 시험 대상이 아니라 구경꾼이 된 느낌이네요.” 수현이 웃었다. “정확하게는 참관인입니다.” 루세는 진지했다. “그리고 원치 않으면 언제든 나가셔도 돼요.” “나가면 기록에는 뭐라고 써요?” “참관 종료. 동의 철회와 구별하겠습니다. 시험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니까요.” 수현은 마음에 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까지 수십 번 들었던 '참석하면 동의한 거 아니냐'는 논리를 정면으로 막는 구분이었다. 실험 대상은 숫자 네 개와 문양 하나였다. 어느 쪽에도 개인의 이름이나 주소는 없었다. 수신함 둘은 서로 다른 서랍에 보관했고, 서로 다른 직원이 기록했다. 오래된 음형 보정값을 적용한 경우와 적용하지 않은 경우를 모두 적어 두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한 수신함에서 종이 울렸다. 수현은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루세가 펜을 들었다. “첫 번째 수신. 문자 다섯 가운데 넷만 읽혔습니다.” 다른 수신함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시험을 마치고 뚜껑을 열자 안쪽 판에 다섯 번째 문양이 남아 있었다. “성공 아닌가요?” 젊은 보조원 유린이 물었다. “어떤 성공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루세가 대답했다. “첫 번째 상자의 일부 전송은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상자의 흔적이 전송 때문인지 장치 안의 잔류 문양 때문인지는 모르고요.” 수현이 끼어들었다. “조금 전에 상자에 넣었던 시험 표식이 남아 있는 건 아닐까요?” 루세는 검은 천을 펼쳐 가려 놓았던 봉인을 살폈다. 보조원이 전날의 시험 표식을 따로 닦아 냈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완전한 세척 확인은 없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는 분명 어제 닦았어요.” “잘못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수현이 말했다. “닦았는지와 남지 않았는지는 다른 일이에요. 지금 필요한 건 그 차이를 적는 거죠.” 루세는 표준 검사를 다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린은 쉬는 시간이 지났다고 했다. 교대 직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세는 곧바로 검사를 멈췄다. 수현은 그 순간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옛 실험 기록에는 '한 번만 더'라는 말이 늘 가장 위험한 고비마다 등장했기 때문이다. 점심이 지나서야 교대 직원이 도착했다. 지각이 아니라 다른 건물의 침수 정리 지원 때문에 늦었다고 했다. 시험실 책임자는 처음에 출근 지연으로 기록하려 했지만, 세드나가 다른 부서의 지원 요청서를 확인하게 했다. “우리가 시킨 일을 하고 왔는데 출근하지 않은 걸로 적으면 안 되죠.” 수현이 말했다. 책임자는 투덜거리며 기록을 고쳤다. 그러나 보조원이 작업대 옆에서 수프를 먹는 동안 누구도 실험을 재개하자고 재촉하지 않았다. 수현은 그 조용한 점심시간이 꽤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후에 다시 확인한 두 번째 판에는 예상과 다른 문양이 나타났다. 처음 시험의 네 번째 숫자처럼 보였지만 각도가 조금 달랐다. 루세는 즉시 실험을 중단하고 시험물 교체 전후 사진을 그림으로 남겼다. 여기서 '사진'이라는 말은 수현에게만 자연스러웠다. 실제로는 얇은 양피지에 그림을 옮긴 것이다. “왜 멈춰요? 한 번만 더 하면 비교될 텐데.” 유린이 아쉬워했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의 원인을 모르니까요. 다음 회차는 별도 승인입니다.” 루세가 설명했다. 수현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오늘의 결과는 우스울 정도로 소박했다. 문자 일부는 전달됐고, 한 부분은 오염됐을 수 있으며, 독립 수신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록이야말로 자신이 필요로 하던 정확함이었다. 시험실 밖에서 돌아온 세드나는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반환 검토실이 T-3 보관군의 누락된 회신 번호 두 개를 찾았다고 했다. 하나는 정식 제출되지 않은 내부 확인 요청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어 있는 응답칸을 가지고 있었다. “둘이 다른 날 작성됐어요.” 세드나가 말했다. 수현은 날짜를 보고 잠시 생각했다. E-17과 같은 밤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사용된 시간 기준도 달랐다. 다만 원점 인증 질문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어떤 요약표에서 귀환 가능 상태로 옮겨지는 과정을 확인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걸 곧바로 E-17이랑 연결하지는 맙시다.” 그녀가 말했다. 루세가 웃었다.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인데요.” “저도 배운 게 많아요. 특히 일이 잘 풀린 것처럼 보일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건요.” 실험실에서 돌아오며 수현은 길가의 작은 문구점에 들렀다. 잉크병 두 개와 낱장 종이를 샀다.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서류와 필기도구가 이곳에서 가진 유일한 무기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것으로 마왕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 옆에 누군가 몰래 찍은 승인 도장을 이의 제기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저녁에 수첩을 펼치자 시험실의 불규칙한 문자 흔적이 눈앞에 떠올랐다. 원점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회신은 누군가에게 돌아가라는 지시가 될 수 없다. 수현은 실험 결과 옆에 조그맣게 적었다. '되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신호와 누군가 실제로 보낸 답장은 다르다.' 그리고 빈 페이지를 남겼다. 언젠가 그 페이지에 독립적인 회신의 출처를 적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이틀 뒤 루세는 시험 결과를 공식 검토회의에 올렸다. 검토회의는 작았지만 진지했다. 기술관 둘, 보존 담당자 하나, 안전 담당자 하나, 그리고 참관인으로 수현과 세드나가 참석했다. 시험판은 회의실에 가져오지 않았다. 전날 비작동 상태로 봉인했고, 원본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모사 그림만 제출했다. 첫 번째 기술관은 전송 성공률을 계산하고 싶어 했다. 그는 다섯 문자 중 네 문자가 판독됐으니 성공률이 팔십 퍼센트라고 말했다. 루세는 곧바로 반대했다. “수신된 네 문자가 외부에서 온 것인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표본 다섯 개로 성공률을 계산해도 그 숫자가 다른 장소와 시간에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럼 아무것도 계산할 수 없다는 겁니까?” “아닙니다. 우리 실험에서 기록된 반응의 빈도는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걸 독립 외부 통신의 성공률이라고 부르지 말자는 말입니다.” 수현은 그 대화를 들으며 의뢰인과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회사가 직원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응답한 사람이 몇 명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전체 직원이 만족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결론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회의 중 보존 담당자가 물었다. “수신 문양과 자동 경고문이 섞였다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루세는 준비해 온 종이 세 장을 펼쳤다. 첫째는 기존 장치의 잔류 반응을 모두 기록하는 검사표, 둘째는 독립 수신함 두 개의 보존 기록, 셋째는 전송을 하지 않는 대조 시험이었다. “장치를 켜지 않은 날에도 같은 문양이 나타나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그 다음 서로 다른 보존자가 작성한 기록이 동일한 기원에서 복사된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하고요.” “그렇게 하려면 예산이 많이 듭니다.” “예산 때문에 증거 기준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루세가 말했다. 다른 기술관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시험이 국가 전체의 기술 발전을 늦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수현은 그가 조급해하는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도 매일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쓰이는 사람들의 몸을 시험 재료로 당연하게 취급할 수는 없었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수현이 물었다. 회의장 책임자가 허락했다. 수현은 자기 일이 기술의 진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먼저 말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기술이 있다고 알려 주면 기대하게 됩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는데 성공했다고 표현하면 그 기대가 실험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는 힘이 될 수 있어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죠.” “하지만 당신은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정확한 정보를 원합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제 몸을 허락 없이 쓰라는 뜻은 아닙니다.” 회의장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기술관은 처음엔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자신이 사용한 '팔십 퍼센트 성공'이라는 표현을 고치겠다고 했다. 결과표에는 '본 시험의 다섯 문양 중 네 문양 반응 관측, 독립 전송 여부 미검증'이라고 적기로 했다. 회의가 끝난 뒤 유린이 수현을 찾아왔다. 그는 어제부터 자신이 실수한 사람처럼 여겨질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잔류 문양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될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저는 지시대로 닦았어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기록에도 그렇게 남았고요.” “그런데 남아 있었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죠?” 수현은 잠깐 생각했다. “그걸 지금 당장 한 사람에게 물으면 정확한 답이 나올까요? 세척 절차가 충분한지, 확인 방법이 있었는지, 같은 일이 예전에도 있었는지 먼저 봐야 할 것 같아요.” 유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시험실 책임자에게 자신이 사용한 세척 지시서를 보여 주기로 했다. 수현은 그 지시서를 손에 넣으려 하지 않았다.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 기관이 정식으로 보존할 일이었다. 오후에 루세는 시험 장치의 과거 사용 일지를 조사해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자동 경고문을 지우려면 특정 순서로 세 번 점검해야 했는데, 오래된 지침서에는 그 중 두 번만 적혀 있었다. 실무 교육에서 마지막 점검을 구두로 알려 주던 관행이 있었다고 했다. 어느 세대부터는 구두 교육이 끊겼다. “이것도 기록이 이어지지 않은 문제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E-17 당시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루세는 선을 그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 닮은 문제가 나왔다. 교육 공백, 잔류 표식, 비어 있는 수령 확인.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음모로 묶고 싶다면 쉬울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고의로 사람을 소환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여전히 모르는 사실이 많았다. 저녁에는 작은 시험실 개정안이 붙었다. 자동 경고문과 실제 수신 문양을 다른 잉크로 표시하고,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대조 시점도 기록하며, 작업자가 피곤하면 검사 중단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수현은 그 표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정말 다른 세계에서 답장이 온다면, 자신은 이 작은 표 덕분에 그 답장을 조금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절차는 기적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적이라 부를 만한 것을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지도 몰랐다. *** 새 시험 계획의 끝에는 다음 검토 날짜가 적혔다. 누구도 그 날짜를 '다음 성공 날짜'라고 부르지 않았다. 유린은 자기 손으로 세척 확인란을 새로 만들었다. 잔류 문양이 관측되면 그것을 숨기지 않고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루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시험실 책임자는 확인 시간을 정식 근무로 계산하기로 했다. 수현은 어느 항목에도 자기 서명을 보태지 않았다. 다만 관찰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 가지를 묻고 싶었다. “만약 다음에도 외부 신호가 아니라고 나오면요?” 루세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을 하나 더 줄일 수 있겠죠.” 수현은 그 말을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실패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연구라면 언젠가는 믿을 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는 수현을 시험 참가자로 잘못 적은 방문 명부가 발견됐다. 나엘이 방문 목적을 수정해 주었다. 참관인은 검사 대상이 아니었고, 서류에 참석했다고 적혀 있다고 해서 위험한 실험에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수현은 변경 전후 사본을 모두 보존하자고 요청했다. 실수가 없었다고 가장하기보다 무엇이 어떻게 고쳐졌는지 남기는 편이 좋았다. 오늘의 작은 정정이 훗날 또 다른 누군가의 동의를 보호할 수 있기를 바랐다. *** 유린은 개정된 시험실 지침을 다시 읽다가 수현을 불렀다. “그럼 다음 시험에서 문양이 또 남아도 제가 혼나는 건 아니겠죠?”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일이지 누군가를 미리 혼낼 일이 아니죠. 물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건 따로 확인해야 하고요.” 유린은 안심하며 새 점검표를 접었다. 시험의 목적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보고서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서 처음 배운 얼굴이었다. 수현은 그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정확히 모르겠다고 쓰는 용기가 연구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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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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