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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83화
PAYLUA ORIGINAL · 제183화

183화. 승인한 사람은 서류 속에 없었다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82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반환 검토실은 E-17이 사용된 연도의 원점을 찾으려면 '결정 서명철'부터 살펴야 한다고 했다. 수현은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찾은 모든 서명철은 결정이 아니라 전달 기록만 남긴 경우가 많았다. 그곳에서 또다시 책임자를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결정했다는 서명인가요?” 나엘은 질문을 받자 빈 종이를 꺼내 세 칸을 그었다. “자료를 열람할 사람을 결정한 서명, 반환 경로를 검토할 담당자를 지정한 서명, 실제 경로를 사용해도 된다는 서명입니다.” “마지막이 없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확인 전에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 수현은 나엘의 솔직함이 좋았다. 그러나 책자를 읽을수록 화가 나기도 했다. 제도가 제대로 나눠 놓은 항목이 있는데도 실무에선 자꾸 하나로 묶였다. '처리 담당 지정' 옆에 같은 모양의 도장이 있고, 다른 장에는 '승인 완료'라는 약어가 찍혔다. 문서를 손에 쥔 사람이 문맥을 놓치면 이상한 결론이 나올 수 있었다. 세드나가 빛에 종이를 비춰 보았다. “보존 담당자의 인장이 여기까지 찍힌 건 이해해요. 그런데 왜 심사 책임자 칸에도 같은 잉크가 있죠?” “그건 당일의 교대용 복사 인장입니다.” 나엘은 서랍에서 작은 나무 도장 하나를 꺼냈다. 검은 손잡이에 닳은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 “이 도장은 문서를 받은 팀이 어느 팀인지 적는 겁니다. 쓰는 사람이 이름을 적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죠.”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누가 받았는지도 흐려진 거네요.” 수현은 말하고 나서 자신이 너무 앞서갔나 싶었다. 나엘은 고개를 젓지 않았다. “당시에 문서를 쌓아 둘 공간이 부족했대요. 빨리 분류하려고 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개인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별도의 문제죠.” 그 무렵 퇴직한 서기관 도린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왔다. 도린은 검토실의 옛 장부를 교정하던 사람이었다. 기록에는 그의 이름 옆에 '구판 회송 검토'라는 말이 있었다. 수현은 처음으로 실제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었다. 도린은 왕도 북쪽 장난감 수리점에서 작은 목마의 다리를 고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남자는 자신을 찾아온 세 사람을 보고 즉시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먼저 목마의 접착제가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급한 일이면 두 분 뒤에 있는 노란 접수함에 넣어 주세요.” “급한 척하고 싶진 않아요.” 수현이 대답했다. “다만 정확히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앉으세요.” 도린은 세 사람에게 거친 차를 내왔다. 수현은 질문을 서둘러 늘어놓지 않았다. 우선 E-17과 비슷한 옛 서식의 승인란이 어떤 역할이었는지 물었다. 도린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설명했다. “한 사람에게 편지를 돌려주려면 먼저 편지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하지. 그래서 확인자를 지정했어. 그 서류에 찍힌 완료는 확인자 지정이 끝났다는 뜻일 때가 많았지.” “그런데 후대에는 반환 경로 승인처럼 읽힐 수 있었겠네요.” “그래. 나도 그 문제를 보고했어.” “언제요?” 도린은 벽에 걸린 액자를 바라봤다. 그 안에는 낡은 직원증과 함께 '공로 퇴직'이라 적힌 표창장이 있었다. “퇴직하기 두 해 전. 상관이 그러더군. 도장은 옳은데 해석이 잘못됐으면 해석하는 사람을 교육시키면 된다고.” “교육은 했습니까?” “한 번. 참석자 절반이 야간 근무라서 오지 못했지.” 수현은 펜을 멈췄다. 익숙하게 불편한 현실이었다. 안전교육 참석을 의무로 해 두고 정작 교대 인력을 주지 않는 조직. 참석 못 한 사람을 탓하기 전에 참석할 수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 교육 명부는 남아 있나요?” “남아 있을 거야. 다만 듣지 못한 사람 이름을 찾아 잘못을 뒤집어씌우지는 마.” “그럴 생각 없습니다. 이 관행이 이어진 이유를 확인하려는 거예요.” 도린은 오랫동안 수현을 봤다. 그리고 작은 수첩 하나를 열었다. 표지에는 도장 제작비와 교대 인건비 내역이 적혀 있었다. “누가 내 말을 믿지 않을까 봐 이건 챙겨 놨어. 야간조 대체를 해 달라는 신청이 거절된 날짜들이야. 일부는 정산을 못 받아서 대신 일하던 사람도 있었지.” 수현은 수첩을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도린에게 어떤 부분을 공개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개인 이름은 가려 달라고 했다. 동의서에 표시한 뒤 수현은 날짜와 예산 항목만 받아 적었다. 도린이 말했다. “나는 그날 기계를 작동시킨 사람이 누군지 몰라. 누구를 소환했다는 소문도 퇴직 뒤에 처음 들었어. 그건 진실대로 써 줘.” “그렇게 쓰겠습니다.” 수현은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접수증 뒤에 적었다. 도린의 증언은 제도상의 교육 공백을 보여 주지만 E-17 실행자를 특정하지 못한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한 문장 안에서라도 나눌 필요가 있었다. 그날 저녁 공동심사반에 간단한 의견서를 냈다. 원점 확인표의 담당자 지정란과 실제 경로 사용 승인란을 별개로 다뤄 달라는 것이었다. 또 당시 야간조 교육 명부와 대체 인력 배치표를 함께 보존하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요청은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왜 그렇게 처리했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의견서를 받아든 젊은 심사 직원이 난처하게 웃었다. “저희는 노동 문제를 다루는 곳이 아닌데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노동법을 적용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당시 직원이 어떤 조건에서 서류를 처리했는지가 자료의 신뢰도를 바꾸니까요.” “그 정도라면 검토할 수 있겠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거리로 나왔을 때 손바닥을 폈다. 손에는 볼펜 자국과 작은 종이 조각이 묻어 있었다. 칼을 쥐지 않아도 손은 이렇게 피곤할 수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도린의 가게 앞에서 봤던 작은 목마를 떠올렸다. 다리가 부러진 물건은 다시 붙여도 마르기 전에는 뛰게 할 수 없었다.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는 일도 그랬다. 고치기 전처럼 이미 '완료'라며 밀어붙이는 순간, 누군가 또다시 넘어질 수 있었다. *** 도린의 수첩에 적힌 교육 날짜를 대조하던 세드나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두 차례 교육 중 첫 번째는 평일 낮에 열렸고, 두 번째는 비상 장치의 수리 기간과 겹쳤다. 기술 담당자가 모두 빠졌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교육 참석자가 실제 장치의 야간 업무를 맡지 않는 사람들 위주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 교육 명부가 있어요.” 세드나가 말했다. “그런데 야간 대행 표의 근무자 이름은 같은 시기의 다른 문서에 있습니다.” “두 목록을 겹쳐 놓으면 누구를 탓하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 개인의 훈련 상태를 확인하기보다는 교육이 실제 운영에 도달했는지만 봅시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목록의 이름을 모두 읽고 싶다는 충동은 없지 않았다. 이름을 찾으면 일이 더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그러나 사전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잘못된 시스템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해서 그 사람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었다. 지시한 사람과 그 지시를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기관도 함께 살펴야 했다. 서고 직원이 비식별 표로 바꿔 준 두 자료를 대조하니, 교육 참석률은 낮았고 야간 근무표에는 대행 빈칸이 많았다. 특히 어느 해에는 대행을 맡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별도 서명이 없었다. 대신 일괄 처리가 끝난 뒤 담당실 이름으로 도장을 찍었다. “이런 도장이 사전 동의까지 대신해 버린 건 아니겠죠.” 수현이 말했다. “아직 모릅니다.” 루세가 답했다. 그 답을 들으면서 수현은 중요한 차이를 느꼈다. 원인을 확인하려면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빈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했다고 선언하는 일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수현은 도린의 가게를 다시 방문했다. 교육 자료의 비식별 표를 보존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거야. 야간조가 교육을 안 들었다는 보고만 남아서 늘 게으른 사람들이라는 소릴 들었어. 그런데 그날도 그 사람들은 장치를 지키고 있었거든.” “교육을 안 받은 이유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네요.” “아니, 더 정확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누가 근무를 바꿔 줬는지 확인해야지. 그게 없으면 교육 지시는 종이에만 남는 거야.” 도린은 목마의 다리에 덧대어 놓은 작은 나무 조각을 가리켰다. “이것도 마찬가지야. 접착제를 좋은 걸 쓴다고 다 고쳐지는 게 아니지. 마를 때까지 누가 안 건드리게 지켜야 해.”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 절차도 마찬가지였다. 비상 중단 명령을 적는 사람이 있어도 그걸 전달하고, 받았는지 확인하고, 실제 장치가 멈췄는지 볼 사람이 없으면 명령은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그 시기 직원들 중 아직 연락할 수 있는 분이 있나요?” 도린이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려고요. 본인이 원하면 면담하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도린은 조금 안심한 듯했다. 그는 예전 동료 한 명이 왕도 바깥으로 이사했지만 아직 편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주소를 요구하지 않았다. 도린이 먼저 참여 의사를 확인해 주기로 했다. 동의가 확인되면 연락 방법을 받으면 됐다. 왕도로 돌아오는 길에 세드나는 물었다. “그 사람이 거절하면요?” “거절했다고 적어야죠. 본인 이야기를 꼭 들어야 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 사실을 알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잃게 만들 순 없죠.” 세드나는 더 묻지 않았다. 수현은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유와 남의 삶을 지키려는 이유가 같은 곳에 있음을 생각했다. 누구도 자기 의사 없이 타인의 사정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저녁, 검토실은 오래된 교육 명부의 정확성을 다시 살피겠다는 결정을 냈다. 직원들의 이름 대신 교대 인원과 교육 실시 횟수만 먼저 비교하기로 했다. 심사관은 이것이 사건 책임을 규명하는 결론이 아니라 자료 보존에 필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수현은 그 문장을 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아직 모르는 것을 적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 이튿날 도린은 수현에게 작은 나무 도장 하나를 선물로 보내 왔다. 표면에는 아무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동봉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 네 이름을 찍어 달라고 해도 그 사람에게 먼저 묻게나. 무슨 뜻으로 찍는 도장인지 말이야.' 수현은 웃으며 도장을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쓰임새가 없는 물건일지도 몰랐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뜻을 정하기 전에는 아무런 결론도 찍히지 않는 도장. 그녀는 서고에서 받았던 복잡한 신청서를 꺼내 빈 도장과 나란히 놓았다. 신청자의 서명은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본인이 원하는 일을 분명하게 남기는 수단이었다. 수현은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도린의 퇴직 동료가 면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회신도 도착했다. 그는 오래된 업무를 다시 떠올리는 일이 고통스럽고, 지금은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설득하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다만 도린이 공개를 허락한 교육 관련 비식별 자료는 그대로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누군가의 침묵을 가해의 증거로 삼지도, 조직의 책임을 피하는 구실로 삼지도 않기 위해서였다. 세드나가 물었다. “정말 그분 이야기는 듣지 않을 건가요?” “네. 적어도 지금은요. 그분이 거절했으니 우리가 아는 건 그분의 의사뿐입니다.” “그러면 사건을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겠네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남의 권리를 지키면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죠. 제 동의를 묻지 않은 사람을 조사한다고 해서 저도 같은 일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 말은 수현 자신에게도 무거웠다. 오래된 기록 앞에서는 어떤 비밀이라도 들춰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도 그녀는 도장이 없는 나무 조각을 상자에 넣었다. 아직 허락받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 도린이 전해 준 작은 목마는 수현의 여관방 구석에 오래 놓여 있었다. 수현은 어느 날 문득 그것을 들어 보다가 한쪽 다리의 접착제가 완전히 마른 걸 확인했다. 고쳤다는 말과 바로 탈 수 있다는 말이 다른 것처럼, 기록 정정도 확인과 적용이 별개였다. 그녀는 그날 접수된 교육 명부 보존 요청이 심사관에게 실제 도착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발송표와 수령표가 따로 남아 있었다. 수현은 작은 안도와 함께 다음 조사 항목을 적었다. 이제는 적어도 무엇이 전해졌는지 물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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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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