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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18화. 회복 관리국의 계산법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31자

오프라인 책장
특별 회복 관리국의 건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데 필요한 돈을 관리하는 곳이라면 넓은 치료실이나 창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건물은 회색 돌벽과 세 개의 작은 창문이 전부였다. 정문에는 아주 단정한 글씨로 ‘미결 비용 담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현은 간판 앞에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치료보다 청구서를 더 많이 만드는 곳이네요.” 동행한 세드나가 낮게 웃었다. “여긴 실제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야. 길드와 성역 사이의 비용을 정산하는 기관이지.” “아니까 더 이상하죠. 메이 씨 손목에서 경고가 뜨는 곳이 여기잖아요.” 오늘 방문은 정식 일정이었다. 메이가 자신의 미정산 치료비에 이의를 제기했고, 세드나는 계약관리실에서 관련 자료 열람을 중재했다. 수현은 메이의 위임을 받아 함께 왔다. 카이렌은 원정대 건강 상태 점검을 맡느라 야영지에 남았다. 문지기는 두 사람의 출입증을 확인한 뒤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안쪽 대기실엔 사람들이 많았다. 팔을 다친 병사, 아이의 손을 잡은 노파, 종이뭉치를 가슴에 안은 전령. 누구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벽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해서 붙어 있었다. [회복 비용은 규정에 따라 산정됩니다.] 수현은 그 문장이 친절한 안내가 아니라 질문을 막는 문처럼 느껴졌다. *** 담당자는 마른 체구의 여성, 이네사였다. 차갑다기보다 지친 얼굴이었다. 그녀는 메이가 제출한 자료를 차례로 훑었다. “길드 보증 물품과 개인 부담 물품을 혼동하신 것 같습니다.” “그걸 구분하려고 왔어요.” 수현이 답했다. 이네사는 두 개의 장부를 꺼냈다. 첫째는 환자에게 사용한 마석의 재고, 둘째는 비용 부담자의 목록이었다. “치유사가 사용한 마석은 환자의 상태와 계약 조건에 따라 개인 비용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메이가 본인 몸을 치료한 게 아니에요. 출정 중 다친 대원을 치료했습니다.” “그것도 개인 치유 행위로 분류될 수 있지요.” “어떤 경우에요?” 이네사는 규정집에서 한 문장을 찾아 주었다. [지정된 한도를 초과하여 사용한 회복 자원은 사용자의 추가 부담으로 한다.] “사용자는 누구를 말하죠? 마석을 든 치유사인가요, 치료받은 환자인가요, 명령한 기관인가요?” 이네사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별도 시행 지침이 있습니다.” “그 지침을 보고 싶습니다.” “열람 등급이 제한돼 있습니다.” 수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무턱대고 다 보여 달라는 요구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메이 씨에게 실제 적용된 지침의 항목명과 계산식을 통지해 주세요. 전체 문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이네사는 메이를 돌아봤다. “이의를 계속하시겠습니까?” 메이는 손목을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네. 제가 치료한 분들의 상처는 필요해서 치료했어요. 그 대가가 왜 제 빚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말은 크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 정오쯤 이네사는 계산표를 들고 돌아왔다. 메이의 빚 일부는 실제 마석 비용이었다. 나머지에는 ‘소생 대비 공통 충당금’과 ‘관리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수현의 눈에 걸린 건 숫자 옆에 붙은 작은 표기였다. [공통 충당금 대체 지급 출처: R-0.] “R-0에서 비용을 대신 냈다는 건가요?” 수현이 물었다. “일시적으로 선지급하고 개인에게 정산합니다.” “그럼 같은 금액을 누가 몇 번 낸 건가요?” “무슨 뜻입니까?” “R-0에 돈이 들어왔고, 거기서 마석 대금을 냈고, 메이 씨에게 다시 청구했다면 결국 어느 계정에 최종 정산되는지 봐야 하잖아요.” 이네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선지급은 빌려준 것이지 지급 완료가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그래서 대여 계약이나 비용 부담 동의가 어디 있는지 궁금한 거예요.” “제 업무는 정산입니다. 계약의 타당성은 다른 부서에서 판단합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구조였다. 각 부서는 자기 업무만 한다. 그런데 모든 부서의 업무가 합쳐져 한 사람에게 빚이 되면, 그 빚의 책임자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 정산 사실과 법적 부담의 근거를 구분해서 회신해 주세요.” 이네사는 잠시 수현을 바라봤다. 피곤한 얼굴에 아주 작은 존중이 떠올랐다. “그 요청은 정당합니다. 다만 오늘 결론은 못 내릴 겁니다.” “오늘 결론이 난다고 기대하진 않았어요.” *** 대기실로 돌아온 메이는 의자에 앉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그동안 제가 게을러서 빚이 생긴 줄 알았어요.” “왜요?” “치유술을 더 잘했으면 마석을 덜 썼겠죠. 환자를 더 빨리 고쳤으면 비용도 적게 들었을 테고요.” 수현은 옆에 앉았다. “실력이 비용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모든 비용을 개인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죠. 필요한 장비를 지급하기로 한 곳이 지급했는지, 환자 상태가 어땠는지도 봐야 하고요.” “제가 잘 못한 부분도 있으면요?” “그것도 확인해야죠. 그걸 숨기면 오히려 메이 씨한테 불리해요.” 메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현 씨는 저를 무조건 편드는 줄 알았는데.” “메이 씨가 억울하지 않게 하려면 사실을 편들어야 해요. 그게 더 오래 가요.” 메이는 한참 있다 웃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나 봐요.” 수현은 괜히 목이 메었다. 그녀는 물병을 열어 메이에게 건넸다. 물은 미지근했지만 그날 마신 것 중 가장 시원하게 느껴졌다. *** 수현은 대기실의 빈 탁자를 빌려 작은 그림을 그렸다. 장부 이름 네 개를 쓰고 화살표로 이어 붙였다. [길드 준비금 → R-0 → 마석 공급처 → 회수 청구 → 중앙 충당금] 메이는 종이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돈이 한 바퀴 도는 건가요?” “실제 현금이 저 순서로 움직였는지는 더 확인해야 해요. 지금은 장부상 정산 경로만 연결한 거예요.”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 놨을까요?” “한 번에 큰 비용을 지출하는 곳과 나중에 나눠 받는 곳이 다르면 필요할 수도 있죠. 보험이나 공제처럼요.” “보험이요?” “여러 사람이 조금씩 돈을 모아 두었다가 큰 사고가 나면 사용하는 방식이 있어요.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문제는 누가 동의했고, 누가 얼마나 내고, 어떤 때 받을 수 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거죠.” 메이는 한참 종이를 바라봤다. “그럼 모두가 조금씩 내면 다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제대로 운영된다면요.” 수현은 서류 뒤쪽에 다른 질문을 적었다. ‘R-0 돈의 최초 출처는 누구의 몫인가’, ‘정산 후 남은 금액은 어디에 있는가’, ‘회계상 비용과 당사자 채무가 일치하는가’. 돈의 흐름을 쫓는 게 곧 범인을 찾는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필요한 제도까지 오해해서 없애지 않도록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네사는 멀리서 그 표를 보더니 다가왔다. “이건 어디서 얻은 자료인가요?” “오늘 설명해 주신 내용을 제가 정리했어요. 틀린 부분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이네사는 화살표 한 개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마석 공급처에는 실제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회수 청구가 언제 확정되는지는 계약 유형별로 달라요.” “그럼 여기에는 물음표를 달아야겠네요.” 수현은 바로 수정했다. “그걸 왜 지우지 않습니까? 틀린 부분인데.” “어디서 잘못 이해했는지 남겨 두려고요. 다음에 같은 실수를 안 하게요.” 이네사는 펜으로 작은 글씨를 적어 주었다. [확정 전 청구는 미수 예정액으로 관리. 확정채무와 구별.] 수현은 그 문장에 선을 그었다. “메이 씨 팔찌에는 확정된 빚처럼 보이는데요.” “팔찌의 통지 문구가 정산 단계까지 구분해서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그럼 문구 자체도 문제일 수 있겠네요.” 이네사는 한숨을 쉬었다. “맞아요. 내부에서도 민원이 많았습니다.” “그걸 고치는 업무는 누구 담당이죠?” “장치 관리팀입니다. 여긴 비용만 계산하니까요.” 수현은 새 화살표를 하나 더 그렸다. 복잡한 기금보다 더 무서운 건 책임이 부서 사이에 숨어 버리는 구조였다. 메이가 말했다. “제가 다치면 치유사는 저를 치료하고, 장치팀은 고리를 고치고, 정산실은 돈을 계산하는군요.” “네.” “그런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면 누가 듣죠?” 수현은 답을 쉽게 내놓지 못했다. 이네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오늘은 우리가 듣고 있습니다.” 메이가 고개를 들었다. 작지만 분명한 대답이었다. 수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면담 기록에 그 질문까지 남겨 주세요.” 이네사는 오래된 양식을 꺼내 한 줄을 추가했다. 분쟁 대상은 돈뿐이 아니라 장치에 의한 통증과 치료 접근 제한이라는 내용이었다. 메이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적힌 기록을 오래 바라봤다. 오후 늦게 이네사는 추가 자료 한 장을 내밀었다. 특별 회복 관리국의 내부 장부 전체가 아니라, 메이의 청구액이 이동한 경로만 확인한 표였다. [초기 지급 재원: R-0 예치금.] [회복 관리국 회수 대상: 개인 부담금.] [회수액 입금 계정: 중앙 회복충당금.] “R-0로 돌아가는 게 아니네요.” 수현이 말했다. “원래 중앙 계정으로 합산합니다.” “그러면 선지급한 사람에게 상환되는 구조가 아니라, 다른 기금으로 이동하는 구조일 수도 있겠어요.” 이네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계정 간 대체 처리는 승인받은 절차입니다. 그 승인에 어떤 설명이 붙었는지는 제 권한 밖입니다.” 수현은 질문을 바꿨다. “혹시 처음부터 이렇게 처리된 건가요? 아니면 중간에 바뀌었나요?” 이네사는 서랍을 열어 오래된 분류표를 확인했다. “변경일이 있습니다. 제7원정대 창설과 같은 달입니다.” 그 순간 수현은 서리달 열셋째 날을 떠올렸다. 다섯 번째 계약자 이름이 사라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어떤 사람의 승인을 받았죠?” 이네사는 잠시 망설였다가 답했다. “변경 통지의 승인 인장은 벨튼 공작 명의입니다.” 수현은 ‘명의’를 따로 적었다. 실제로 그가 내용을 읽고 승인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 이네사가 자료를 정리하러 들어간 사이, 수현은 대기실에서 장치 관리팀의 안내를 찾아 읽었다. 팔찌 점검은 별도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장치 결함이 확인되면 그 비용은 면제되는 구조였다. “안전점검을 받는 비용도 먼저 내야 하나요?” 메이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문구로는 그렇네요. 불가피한 의료 위험이 있으면 선점검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어요.” “손목이 뜨겁고 아파도 비용부터 걱정해야 한다니.” 수현은 그 불편함을 기록했다. 당장은 팔찌의 정산 상태를 바꿀 권한이 없었다. 그러나 치료를 제한하는 장치에 대한 안전점검은 비용 다툼과 독립해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메이는 직접 점검 신청서에 서명했다. 이번에는 수현이 이름을 대신 적어 주지 않았다. “오늘은 제가 적을게요.” “네.” 메이가 종이를 내밀었다. “이제 내 이름으로 된 서류가 무섭지만은 않아요.” 수현은 웃었다. 좋은 서류는 사람을 붙잡는 종이가 아니라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종이여야 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메이는 후드를 뒤집어썼다. 세드나는 우산도 없이 서류 가방을 가슴에 꼭 안았다. “오늘은 뭐가 해결됐나요?” 메이가 물었다. “빚이 왜 생겼는지는 일부 알았어요. 하지만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는 아직 다툼 중이고요.” “그럼 반쯤이네요.” “반쯤도 아니죠. 그래도 잘못된 계산이 있는지 확인할 길은 생겼어요.” 그때 건물 정문에서 이네사가 뛰어나왔다. “잠깐만요.” 그녀는 수현에게 접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공식 자료는 아니고, 기록 위치만 적은 안내였다. “오늘 보신 계정 변경 관련해서는 인장 사용 대장도 있습니다. 본인 동의 없이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개 심사 자체는 신청하실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수현이 말했다. 이네사는 메이의 손목을 잠시 바라봤다. “그 고리, 아직 뜨거워지죠?” “네.” “재검토 결정이 나기 전이라도 통증이 심하면 장치 안전점검을 요청하세요. 비용 분쟁과 착용자의 안전은 별개 절차입니다.”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길드로 돌아오는 마차에서 종이를 펼쳤다. [인장 사용 대장. 중앙 등록 번호 B-13.] 이제 벨튼 공작이 범인인지 묻기 전에, 누가 언제 그의 이름으로 문서를 승인했는지부터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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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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