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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7화
PAYLUA ORIGINAL · 제17화

17화. 돌아온 것은 방패뿐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62자

오프라인 책장
에드갈은 왕립길드 중앙 평가관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낡은 여행화를 신고 있었다. 키가 크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다만 그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브레그와 세드나가 동시에 허리를 곧게 폈다. 수현은 그 장면을 보고 메모했다. 이 사람이 어떤 권한을 갖는지 알아두어야 했다. “제7원정대 시험 조정의 중간 평가를 맡은 에드갈이다.” 그는 굵은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지. 규칙이 너무 많다.” “아직 다 설명하지도 않았는데요.” 수현이 답했다. “설명서를 보면 알지.” 에드갈은 한 장짜리 확인표를 들어 보였다. “출정 전 위험 확인, 부상 정도 기록, 지급 물품 수령 확인, 철수 기준. 현장이 전투보다 서류에 시간을 더 쓰겠군.” “현장에 안 가 보셨다면 그렇게 보일 수 있죠.” 브레그가 놀라 수현을 쳐다봤다. 수현은 말투를 조금 낮췄다. “어제 수로 구조 때는 이 확인표 덕분에 역할을 나눴어요. 기록 때문에 늦어진 시간과 위험을 줄인 효과를 같이 보시면 좋겠습니다.” 에드갈이 펜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수치로 증명할 수 있나?”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았고, 비교 대상이 될 이전 구조 기록도 있습니다. 다만 네 번의 출정만으로 규칙의 효과를 확정할 순 없어요.” 에드갈이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봤다. “확정할 수 없다고?” “네. 그래서 열흘 시험 중인 거잖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약점을 인정하는 말이 오히려 입을 막은 모양이었다. *** 평가가 끝난 뒤 수현은 공식 질의서를 제출했다. 최초 편성 당시 에드갈이 감독관이었다는 자료를 첨부했다. “서리달 열셋째 날의 예비 계약 접수를 기억하시나요?” 에드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오래전 일이다. 많은 후보자가 드나들었지.” “다섯 명 몫의 지원금이 책정됐지만 편성 명부에는 네 명뿐입니다.” “중도 취소가 있었겠지.” “취소된 사람에게 배정된 돈은 어디로 가나요?” “반환되거나 다른 계정으로 옮겨지겠지. 정확한 건 정산실에 물어봐라.” 수현은 서류를 한 장 더 내밀었다. “그 계정이 특별 회복 관리국 R-0예요. 누가 이관 지시를 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에드갈의 손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종이를 덮었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정식으로 받은 열람 결과에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절차대로 질문했군.” 에드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차대로 답을 받게 될 거다.” “혹시 라비엔 씨의 전출도 아십니까?” “그 기사는 내가 맡은 지 얼마 안 돼 다른 부서로 갔다.” “본인 동의를 확인하셨어요?” “개별 전출에 내가 직접 동석하진 않는다.” “그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죠?” 에드갈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방패를 보게. 사람이 사라졌다는 말만 듣지 말고.” 수현은 되묻기도 전에 그가 돌아서는 것을 봤다. 서류에 정통한 사람인데 마지막에는 물건을 확인하라고 했다. 이상한 조언이었다. *** 라비엔의 방패는 보급창고 맨 끝에 놓여 있었다. 오르카가 천을 벗기자 깊은 흠집이 드러났다. 손잡이 가죽은 닳았지만 방패 가장자리의 작은 장식은 깨끗했다. “라비엔이 쓰던 게 맞아요.” 오르카가 말했다. “제가 직접 수리해 준 적이 있거든요. 이 부분에 못을 박았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뒤편의 철못을 가리켰다. 수현은 마음대로 건드리지 않았다. 물건을 찾은 경위와 보관 담당자의 말을 먼저 적었다. “방패만 돌아왔다는 건 누가 전달했죠?” “관리국 운송병이요. 짐을 정리해 보내는 것이라고 했어요.” “운송장 남아 있어요?” “그땐 버렸을 겁니다.” 데런이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나한테 마차 영수증이 있을지도 몰라요. 내 마차에 실어 왔으니까.” 그는 창고 구석의 나무함을 뒤졌다. 수현은 동료들의 표정에서 한 가지를 보았다. 조사라는 말에 움츠러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각자 자신이 가진 기록을 떠올렸다. 단순하지만 큰 변화였다. 데런이 가져온 영수증에는 운송 출발지가 적혀 있었다. [서부 성역 후문 / 왕립길드 제7원정대 보급창고.] 수현은 눈을 깜박였다. 익명 편지에는 ‘왕도행이라고 적힌 날의 목적지는 왕도가 아니었다’고 되어 있었다. “이것도 연결될까요?” 젠이 물었다. “라비엔의 전출과 방패 운송이 같은 날이었다면요. 날짜가 필요해요.” 영수증 구석에 날짜가 찍혀 있었다. 전출 명령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이었다. *** 서부 성역 후문은 오래된 순례길에 붙어 있었다. 수현은 무턱대고 그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계약에는 위험 지역 동행 의무가 없었고, 전출 조사 때문에 원정대 전체를 움직일 권한도 없었다. “직접 가고 싶지 않으세요?” 카이렌이 물었다. “당연히요. 하지만 가고 싶은 것과 가도 되는 건 달라요.” 카이렌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신으로 먼저 물어보죠.” 수현은 웃었다. “이젠 저보다 절차를 더 잘 지키시네요.” “검을 쓰는 일이 줄었더니 생각할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 말은 농담이었지만 조금 씁쓸했다. 그는 오랫동안 멈춰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렸다. 수현은 성역 관리 담당자에게 방패 인수 확인과 전출자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작성했다. 당사자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해당 원정대가 소속 대원의 안전을 확인하려는 요청이었다. 그동안 카이렌과 오르카는 방패를 자세히 살폈다. 오르카가 손잡이 아래를 눌렀을 때 얇은 금속판이 살짝 움직였다. “이거 원래 이렇게 헐거웠나?” 오르카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고쳤을 때는 아니었어요.” 수현은 세 사람 앞에서 금속판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는 접힌 천 조각이 들어 있었다. 글씨는 젖어서 대부분 번졌지만 한 구절만 읽을 수 있었다. [내 이름으로 누가 비용을 지불했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라.] “라비엔 필체예요.” 카이렌이 말했다. “확실한가요?” “보고서에 늘 이렇게 ‘라’를 끝까지 올려 적었어요.” 수현은 필체 확인을 표시했다. 정식 감정은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증언이었다. 수현은 천 조각의 글씨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펼친 상태로 얇은 종이 위에 올려놓았다. 오르카는 급하게 다시 접으려 했지만 카이렌이 조심스럽게 손을 막았다. 이제는 모두가 자료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 배운 것 같았다. 그때 오르카가 방패에 기대어 앉았다. “그 녀석은 돈 때문에 사라질 사람이 아니었어요.” “돈 때문에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현이 말했다. “누군가 돈의 흐름을 따라가길 바랐던 것 같아요.” *** 서신을 보낸 뒤에도 오르카는 창고를 떠나지 못했다. 그는 방패를 무릎에 올려놓고 한참 나무 손잡이를 바라봤다. 수현은 옆에 앉아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그러세요.” “라비엔 씨와 오래 함께하셨나 봐요.” “제가 들어왔을 때 이미 고참이었죠. 그런데 신참 대하듯 굴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방패 자세를 봐 줬어요.” “친절한 사람이었군요.” “그렇게 말하면 또 이상합니다. 까다롭고 잔소리도 심했어요. 특히 다친 사람을 출정시키는 걸 싫어했죠.” 수현은 웃었다. “저랑 비슷한 분이네요.” 오르카도 피식 웃었다. “수현 씨는 잔소리할 때 목소리가 더 작아집니다. 그 사람은 반대로 커졌어요.” 그는 방패의 긁힌 자국을 문질렀다. “마지막 날에 라비엔이 제게 말했어요. ‘네가 다치면 누가 앞을 막겠냐’고요. 그때는 내 방패가 약하다고 놀리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요?” “다치지 말라는 뜻이었겠죠. 자기가 없어질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수현은 그 마지막 추측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건 오르카의 감정이었다. 틀렸다고 반박할 이유도 없고, 사실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없었다. “그날 라비엔 씨가 돌아가겠다고 직접 이야기했어요?” “아뇨. 그런 인사를 했다면 제가 기억했을 겁니다.” “짐은 직접 챙겼나요?” “대부분 그대로였어요. 그래서 전출 명령이 갑자기 난 줄 알았죠.” 오르카는 방패 뒤편의 손잡이를 보여 주었다. 가죽 한가운데에는 고르지 않은 바느질 자국이 있었다. “제가 수리한 부분 말고, 이건 라비엔이 직접 꿰맨 겁니다. 자기 물건을 누가 만지면 귀신같이 알았죠.” 수현은 바느질 사이로 작은 갈색 실이 튀어나온 것을 보았다. 그가 자기 물건을 소중히 다뤘다는 점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방패를 일부러 남긴 건지, 강제로 빼앗긴 건지 구분할 단서가 될 수 있었다. “방패가 돌아왔을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깨끗했어요. 전투에 쓴 뒤에는 흙이 묻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수현은 그 말을 적었다. 오르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으면… 돌아올까요?” “제가 그걸 약속할 순 없어요.” “그렇겠죠.” “그래도 본인이 원한다면 돌아올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오르카가 고개를 들었다. “왜 본인이 원한다면이라고 하세요?” “어쩌면 라비엔 씨에게도 떠나야 할 이유가 있었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걱정한다고 그 사람 뜻까지 정하면 안 되잖아요.” 오르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한테 꼭 물어봐야겠네요.” “네. 직접 만날 수 있다면요.” 수현은 장부 사본을 정리하고 창고 불을 껐다. 밖에는 별이 많았다. 이곳에 온 뒤 하늘을 여유 있게 본 적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별을 오래 볼 틈은 없었다. 데런이 돌아오는 마차에서 또 하나의 인수 기록을 찾았다는 말을 전해 왔기 때문이다. “방패에는 무게가 적혀 있고 기록철에도 무게가 따로 찍혀 있어요. 창고에 들어올 때 짐 무게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수현은 데런과 함께 번호를 확인했다. 물건이 중간에서 나뉘었다는 가설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좋아요. 내일은 이 숫자부터 묻죠.” 그녀는 창고 문을 닫았다. 사라진 사람에게 남아 있는 건 늘 생각보다 사소한 물건들이었다. 누군가는 그 물건을 치워 버렸고, 누군가는 끝까지 보관했다. 진실이 살아남는 방식은 어쩌면 그 둘의 차이에서 시작될지도 몰랐다. 데런은 방패를 옮길 때 포장끈에 남은 문양도 발견했다. 배송 업체의 흔한 문장이었지만 송장 번호까지 지워지진 않았다. 그는 차근차근 수현에게 번호를 불러 주었다. “여기까지 필요합니까?” “물건이 어느 창고를 지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요.” 수현이 답했다. “예전에는 이런 걸 대수롭지 않게 버렸는데.” “다 모아 둘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물건은 보관 규칙을 정하면 되죠.” 데런은 농담으로 응수했다. “저한테도 서류 담당 일을 시키시려고요?” “아뇨. 마차 담당이 마차 운송장을 알아보는 건 대단한 장점이죠.” 데런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 수현은 방패의 이동 경로와 기록철의 이동 경로를 다른 색 선으로 그렸다. 처음엔 나란히 출발했지만 도착지가 달랐다. 종이 위에 두 갈래 길이 생겼다. “문제는 어느 지점에서 갈라졌느냐네요.” 오르카가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그 결정이 정당했는지도요.” 젖은 천 조각이 안전한 곳에 보관됐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수현은 기록함을 닫았다. 성역에서 답신이 온 것은 다음 날 새벽이었다. 예상보다 빨랐다. 수현은 편지를 뜯으면서도 먼저 발신 인장을 확인했다. 정식 성역 후문 관리소의 문장이었다. [해당 날짜 운송 기록 있음. 인계 물품: 방패 1, 개인 기록철 1. 인계 대상: 제7원정대 보급창고.] “기록철도요?” 오르카가 놀랐다. 창고에는 방패만 있었다. 데런이 문서를 다시 봤다. “내가 받았을 때는 방패 하나였는데.” 수현은 종이를 접지 않은 채 카이렌에게 건넸다. “그럼 운송 중에 빠졌거나, 다른 곳에서 보관됐을 수도 있어요. 인수 확인자를 찾아야겠네요.” 카이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답신 아래에는 손글씨가 한 줄 덧붙어 있었다. [라비엔 씨 본인의 진료 또는 사망 기록은 이 관리소에서 확인되지 않음. 성역 전체 기록을 의미하지는 않음.] 수현은 그 구분을 또박또박 읽었다.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니네요.” “하지만 여기서 사망했다고 확인된 것도 아니군요.” 카이렌의 목소리에는 오랜만에 희미한 희망이 섞여 있었다. 수현은 방패 아래 숨겨 둔 천 조각을 새 봉투에 넣었다. 이제 라비엔의 기록철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기록철을 마지막으로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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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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