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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79화
PAYLUA ORIGINAL · 제179화

179화. 송출 준비와 실제 정지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421자

오프라인 책장
남부 회선 관제실의 최종 출력 표식은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흠집처럼 보였다. “이게 신호를 보냈다는 표시인가요?” 수현이 물었다. 루세가 확대 렌즈를 움직였다. “정확히는 송출 준비를 끝냈다는 표시입니다. 실제로 회선을 타고 흘렀다는 증거와는 달라요.” “또 준비군요.” 수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준비, 후보, 대기, 접수. 그동안 찾은 단어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무엇을 하려 했다는 뜻이었지 무엇을 실제로 해냈다는 뜻은 아니었다. 코르빈은 옛 관제실 도면을 펼쳤다. 붉은 중단 회선의 마지막 경유지는 남쪽 배전실이었다. 그곳에서 기술 신호가 두 갈래로 나뉘어 제0종점과 비상 분기 차단함으로 들어갔다. 행정 원장에는 송출 준비 확인만 있고, 기술 쪽의 실제 전송 여부는 배전실의 별도 판에서 확인해야 했다. “그럼 또 다른 곳으로 가야겠네요.” “많이 지치셨죠?” 코르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치긴 하죠. 그래도 답이 가까워질수록 더 조심해야 하니까요.” 세드나가 눈을 찌푸렸다. “이 자료로는 아직 중단 신호가 실제로 제0종점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어요.” “알아요. 그런데 이만큼 경로를 좁힌 것도 처음이에요.” 그들은 옛 배전실을 방문하기 전에 현재의 시설 안전 기록을 확인했다. 남쪽 배전실은 일부가 물에 잠겨 구형 회선이 분리된 상태였고, 담당 기술자는 비작동 검사만 허용했다. 수현은 그 조건을 듣고 안심했다. 방전된 휴대전화도 이번에는 가방에서 꺼낼 필요가 없었다. *** 배전실 입구엔 커다란 글씨가 붙어 있었다. ‘허가받지 않은 손은 생명을 끊을 수 있다.’ 수현은 문구를 두 번 읽었다. “아무리 안전 경고라지만 표현이 너무 무섭지 않아요?” 루세가 말했다. “여긴 전력을 끊는 장치와 경보 회선이 같이 있었으니까요. 한쪽을 잘못 건드리면 병원 쪽 보조 전원까지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그럼 그런 설비를 왜 한 방에 넣었죠?” “예전에는 공간을 아끼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했겠죠.” 담당 기술자 사렌은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우린 그 문제 때문에 지금도 증축 예산을 요청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래된 건물에 돈을 쓰기 싫어합니다.” “그럼 지금도 위험합니까?” “현재 작동 회선은 분리했어요. 문제는 보관물과 오래된 구조물이 같은 통로를 쓴다는 겁니다.” 수현은 출입 대장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방문 목적은 조사이고, 장치 조작 권한은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녀는 굳이 한 줄을 추가했다. ‘실험 참여 및 인체 접속에 대한 동의 아님.’ 사렌은 처음 보는 표현이라며 눈을 깜박였지만, 그 문장을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 보존판은 두꺼운 판금 뒤에 보관돼 있었다. 사렌이 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루세가 손대지 않는 측정 도구를 꺼냈다. 수현은 작업 범위가 적힌 종이를 다시 확인했다. “우리 이 판을 얼마나 볼 수 있나요?” “상단의 출력 홈과 보존 등록 시점까지만요. 하단의 개인 작업자 정보는 별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수현이 끄덕였다. 기술 기록의 검증과 특정 작업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일은 다르다. 상단 홈에는 E-17과 같은 계열의 표식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 다른 색으로 보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루세가 설명했다. “이곳은 출력을 한 번 시험한 다음 새 판으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때 교체했는지 알아야 당시 원판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수현은 다시 흔들렸다. 실마리가 나올 때마다 마지막 한 칸이 빠져 있었다. “보수 기록은요?” 사렌이 관리 장부를 꺼냈다. “현재 장부에는 교체 사실이 남아 있지만 옛 수리 번호는 공백입니다. 작업자 서명도 없어졌고요.” “없어진 건가요, 애초에 없었나요?” “그건 확인할 수 없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다는 말은 듣기 싫었지만 거짓으로 채운 답보다는 낫다. *** 조사를 멈추고 쉬는 동안 사렌은 배전실 한쪽의 오래된 사고 사진을 보여 줬다. 사진에는 팔을 다친 작업자들이 붕대를 감고 서 있었다. 어떤 사람은 웃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다 E-17 사고 관련자입니까?” “아니요. 훨씬 뒤에 찍힌 교육용 사진입니다.” 수현이 사진을 돌려줬다. “그럼 왜 보여 주셨어요?” “지금도 사고가 난다는 걸 알아 달라고요. 우리는 서류를 고치는 사람과 현장에서 손을 대는 사람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탓하는 데 지쳤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사렌은 젊은 기술자가 전원 차단 확인을 받지 못한 채 긴급 보수를 하다가 화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상급자가 ‘중단 명령을 보냈다’고 말했지만 현장 손잡이는 아직 작동 상태였다는 것이다. 수현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최근 일입니까?” “몇 달 전입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손가락 두 개가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어떻게 처리됐나요?” “개인 실수로 적히려 했죠. 그런데 현장에 실제 차단 확인이 없었다는 점이 뒤늦게 나왔습니다.” 수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피해 당사자가 동의한다면, 그 사례를 교육 개선 자료로 따로 남기는 건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오래된 E-17 사건의 증거로 섞어서는 안 되겠죠.” 사렌은 한숨을 쉬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답답해서요.” 수현은 그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도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비슷한 상황을 봤다. 산재가 생기면 규정집은 두꺼워지지만 현장에선 같은 무리한 요구가 돌아오는 일.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지키는 사람이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들은 검사가 끝나기 전 직원 휴게실에서 식사했다. 관제실과 달리 배전실의 직원들은 식사를 교대로 했다. 한 사람이 밥을 먹을 때 다른 한 사람은 기계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수현은 근무표를 보며 사렌에게 말했다. “휴게 시간에 실제로 일하지 않을 수 있나요?” “위급하면 돌아오죠.” “그럼 돌아온 시간은 나중에 따로 적나요?” 사렌이 곰곰이 생각했다. “대개는 안 적습니다.” “그러면 쉬었다고 적힌 시간에도 일했을 수 있겠네요.” “그렇겠군요.” 이 세계에서 ‘그렇겠군요’라는 대답은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렌이 직원들과 직접 기록 방식을 바꿔 보겠다고 했다. 수현은 거기에 참견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일터를 스스로 바꿀 수 있어야 했다. *** 배전실의 보존판을 검사하는 동안 사렌의 젊은 동료가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현재 사용 중인 서쪽 보조 회선에서 이상 표시가 떴다는 보고였다. 루세는 즉시 손을 멈췄다. 조사용 판이 구형이고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같은 건물에서 다른 설비에 이상이 생긴 상황에선 우선 위험을 확인해야 했다. “우리가 쓰는 장비는 모두 분리돼 있죠?” 사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건물 안쪽의 직원들은 먼저 대피시키겠습니다.” 수현은 즉시 방문객 명부를 확인했다. 그녀와 세드나, 루세, 기록관 두 명이 빠져나왔는지 담당자가 직접 대조했다. 위험을 확인하는 동안 누구도 낡은 판을 들고 나가려 하지 않았다. 원본을 보존하는 일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복도에 서자 수현은 무심코 예전의 E-17 밤을 떠올렸다. 그때도 누군가는 종을 듣고 복도를 뛰어다녔을 것이다. 서류는 움직였고, 기계는 이해할 수 없는 신호를 보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록에는 구체적인 대피 인원이 남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사렌이 작업을 중단한 시각과 현장 확인 담당자의 이름을 적었다. 사고가 아니라고 확인된 뒤에도 그냥 ‘이상 없음’이라고 쓰지 않았다. 무엇이 이상이었고 어떻게 확인했는지 별도로 남겼다. 기술자 한 명이 불평했다. “이렇게까지 기록하면 일을 언제 합니까?” 사렌이 대답했다. “기록하지 않아서 나중에 사람을 찾느라 더 많은 시간을 썼잖아.” 수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안전 절차가 과거의 사고 원인을 증명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빈칸을 되풀이하지 않게 만들 수는 있었다. 확인 결과 서쪽 회선의 이상은 실제 과열이 아니라 보수 뒤 남아 있던 감지판의 오류로 판명됐다. 그러나 사렌은 잘못된 경보였다는 이유로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다. “경보가 잘못됐다면 그것도 알아야죠. 다음에 진짜 위험한 경보가 왔을 때 아무도 믿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수현은 수첩에 적었다. ‘거짓 경보는 기록할 필요가 없는 일이 아니라, 경보 체계를 신뢰하기 위해 기록할 일.’ *** 조사가 다시 시작되기 전 사렌은 낡은 배전실의 근무 조합장을 소개했다. 그는 기술자가 위험을 이유로 작업을 멈췄다가 급료를 깎인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노조인지 단체인지 묻기보다 현재 어떤 권한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들의 모임은 법에 따른 별도 공식 권한이 아닌 내부 작업자 협의체였다. “작업을 중단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요?” “규정상 현장 기술자에게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엔 중단했다가 업무 방해라고 징계를 받았어요.” “그 징계의 사유는 확인됐나요?” “작업 지연이라고만 적혔습니다.” “그럼 기술적으로 위험했다는 사실은 따로 심사됐나요?” 조합장이 고개를 저었다. 수현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사안을 단정하지 않았다. 현장 작업자가 정말 위험을 보고했는지, 어떤 작업이 중단됐는지, 징계를 결정한 사람은 어떤 자료를 봤는지 구분해야 했다. “저는 여기서 정식 대리 권한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도 관련 자료를 정리할 때 무엇을 분리해야 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안전 판단과 근무 성과 평가를 같은 항목에 넣지 마세요.” 그들은 수현의 말을 듣고 당시 지시서와 기술자의 정지 보고서를 나란히 놓았다. 지시서에는 작업 완료 시간이 있었지만 정지 보고서에는 위험을 발견한 이유가 있었다. 두 문서를 보지 않고서는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럼 누가 옳은지 바로 말해 줄 수 없습니까?” “바로 말하면 틀릴 수 있잖아요. 대신 어떤 자료를 제출하면 판단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함께 정할 수는 있습니다.” 사렌은 협의체 대표와 함께 현장 안전 심사를 별도로 신청하기로 했다. 수현은 한 발 물러섰다. 누군가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기보다 스스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남기는 일이 자신에게는 더 익숙했다. 배전실을 떠날 때 조합장은 낡은 안전 손잡이를 가리켰다. “이 손잡이가 무서운 이유는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다치게 한 뒤 누가 멈추라고 했는지 서로 모른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수현은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위험한 장치를 멈추는 일에는 금속 부품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멈추라고 한 사람과 그 말을 받은 사람이 서로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검사 결과는 저녁이 되어서야 나왔다. E-17과 같은 계열의 출력 준비 표식이 보존판에 남아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나 실제로 신호가 전송됐는지, 당시의 장치가 끝까지 작동했는지는 표식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루세가 기록을 정리했다. “이제 중요한 건 당시 배전실에서 남겼을 최종 접속 판입니다. 상단 홈을 송출한 다음 실제 신호가 돌아왔는지 확인하는 반송 검사판이 따로 있었을 겁니다.” “보존돼 있을까요?” “수리 기록이 끊겨 있으니 장담할 순 없습니다.” 수현은 손에 쥔 수첩을 바라봤다. 매번 같은 질문을 하는 것 같아 가끔 우스웠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떤 기록이 빠졌는지 명확히 알았다. 사렌은 별도 보존 목록을 다시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당장 열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직원이 야간 교대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초과 근무를 요구하며 안전 기록을 조사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오자 세드나가 중앙 심사반의 통지를 건넸다. E-17 사건의 기록 보존 범위가 확장됐고, 기존 완료 표식에 대해 정정 검토가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통지에는 한 줄의 조건도 있었다. ‘기술적 차단 여부는 독립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확정하지 않는다.’ 수현은 그 문장을 읽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기관이 모르는 부분을 모른다고 적기 시작했다. “좋은 소식인가요?” 세드나가 물었다. “네. 적어도 이젠 제 소환 기록을 누군가 마음대로 완료된 일이라고 적지 못하겠네요.”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은 여전히 검었다. 한 번 전원 버튼을 눌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았다. “돌아가려면 더 알아야 할 게 많아요.” 루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제 어느 장치에서 어떤 확인이 빠졌는지 좁혔어요.” 수현은 창밖의 조용한 거리를 보았다. 누군가가 붉은 중단 봉투를 실제로 받았고, 누군가는 송출 준비 표식을 남겼다. 그러나 기계가 정말 멈췄다는 확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 빈칸이 더는 추상적인 의혹으로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열쇠를 들고 보존고 문을 열면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구체적인 자료였다. 수현은 마지막으로 다음 질문을 적었다. ‘중단 명령을 실제로 처리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었는가. 처리할 수 없었다면 누구에게 위험을 알렸는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의 이름 뒤에 숨은 책임을 이제야 제대로 물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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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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