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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75화
PAYLUA ORIGINAL · 제175화

175화. 메이의 이름으로 남은 청구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83자

오프라인 책장
메이는 진료소의 새벽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친 사람이 몰려오기 때문이 아니었다. 새벽에는 계산 담당자가 없었고, 치료를 거절할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았다. 청구할 사람이 없으니 일단 치료하고 비용은 나중에 한꺼번에 올라왔다. 그러면 장부는 늘 메이의 이름으로 정리됐다. “오늘도 지혈 약초 세 묶음 사용했습니다.” 견습 치유사가 적었다. 메이는 손을 씻다 말고 그 종이를 받아 들었다. “잠깐. 누구 치료에 썼는지도 적어야 해요.” “환자 명단은 별도 보관 아닌가요?” “맞아요. 개인 정보는 여기 안 적습니다. 대신 응급 치료 번호와 지급 경로를 적어요. 비용이 나중에 제 이름으로 오지 않게요.” 견습 치유사는 눈을 크게 떴다. “예전에는 그런 거 안 했잖아요.” “예전에는 제가 다 떠안았잖아요.” 메이 자신도 말을 하고 놀랐다. 제7원정대에 들어왔던 날엔 그런 항의를 할 수 없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이에게는 돈을 따지는 시간이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잘못된 계산 때문에 약재가 끊기고, 약재가 끊기면 누군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정산실의 첫 회의를 앞둔 오전, 메이는 과거의 보급창고를 다시 찾았다. 예전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물품 수령표를 처음 발견했던 곳이었다. 창고 안에는 같은 중년 남자가 계산대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메이를 보자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엔 또 무슨 서류를 확인하러 왔어?” “물품이 실제로 어디에 갔는지요.” “지급됐다고 적혀 있잖아.” “지급됐다는 기록은 이미 확인했어요. 지금은 수령자를 알고 싶습니다.” 남자는 장부를 뒤적였다. 처음에는 메이의 질문을 귀찮아했지만, 새 절차에 따라 보급창고 역시 수령인의 이름과 부대를 별도로 적어야 했다. 그가 곤란해하는 이유는 몇 달 전 장부에는 그런 칸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갑옷 입은 누가 가져갔다고 했잖아요.” 메이가 말했다. “그랬겠지.” “그런데 저는 그 약재를 못 봤어요. 환자들은 기다리고 있었고요.”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누가 훔쳐 갔다는 거냐?” “아니요.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자는 거예요. 잘못 지급됐을 수도 있고, 기록만 잘못됐을 수도 있잖아요.” 메이는 수현에게 배운 말을 떠올렸다. 상대가 방어적으로 나올수록 먼저 범죄 이름을 붙이지 말고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약재 한 병 때문에 새벽에 카이렌을 붙들고 앉아 울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다. 남자는 오래된 배급표 하나를 꺼냈다. ‘제7원정대 공동 응급 수량’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개인 수령자인 메이의 이름은 행정 편의상 붙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배급은 별도 공용 마차에 싣도록 되어 있었다. “그럼 그 마차의 인수자는요?” “운송조합 장부에 있을 거다.” “운송조합에 확인 요청을 보내 주실 수 있나요?” “예전엔 그런 일 안 했는데….” “지금은 하고 계시잖아요.”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넌 전보다 말이 많아졌다.” “네. 제 이름으로 된 청구서가 많아서요.” 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운송조합 조회 신청서를 가져왔다. 메이는 신청서에 정확한 품목과 수령 번호만 적었다. 환자들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 운송조합 회신은 그날 점심 무렵 도착했다. 문제의 공동 응급 마차는 제7원정대 막사 앞이 아니라 북쪽 임시 치료소에 물품을 내렸다고 표시돼 있었다. 메이는 숫자들을 대조하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임시 치료소에서 실제로 물품을 받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러나 지급 경로가 자신 개인에게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얻었다. “그럼 제 이름으로 지급 처리된 이유는 뭐죠?” 조합 담당자가 말했다. “치료 관련 물품은 부대별 담당 치유사 이름으로 등록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공동 사용 물품이 제 개인 채무로 잡혔다면 그건 정정해야겠네요.” “정산실이 판단할 부분입니다.”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잘못을 확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료를 모아 정산실에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었다. 진료소로 돌아오는 길에 견습 치유사가 물었다. “창고에서 싸우셨어요?” “아니. 물어봤어.” “그게 싸우는 것보다 어려웠을 텐데요.” 메이는 피곤한 웃음을 흘렸다. 사실 그랬다. 예전 같았으면 창고 담당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소리를 지른 뒤에도 남아 있던 숫자가 오늘은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새 원장에 공동 응급 지급 번호와 북쪽 치료소의 운송 확인 항목을 나란히 적었다. 아직 어느 물품이 실제로 누구에게 쓰였는지는 전부 알지 못했다. 다만 ‘메이가 받았다’는 한 문장으로 모두 묶을 수 없게 됐다. 수현이 보냈던 예전 편지를 꺼내 보니 구석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한 줄의 계산서라도 언제, 누가, 무엇을 했는지 나누어 적으면 달라집니다.’ 메이는 그 문장을 읽고 종이를 접었다. 수현에게 새 결과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먼저 자신의 이름으로 정산실에 정정 요청을 냈다. 누가 가르쳐 줬는지보다 누가 지금 그 권리를 행사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메이는 창고 직원에게 받은 사본을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보급창고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던 장소였다. 필요한 물품을 달라고 부탁할 때마다 마치 자신이 낭비한 물건을 다시 달라는 듯한 눈빛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가도 할 말이 있었다. 품목 번호와 수령 시각, 담당 기관을 확인하겠다는 말이었다. 견습 치유사가 물었다. “그렇게 적으면 모든 청구가 사라질까요?” “모르지. 실제로 내가 부담하기로 동의했고 정당하게 계산된 비용이 있다면 그건 또 검토해야겠지.” “그럼 별로 달라지지 않는 거 아니에요?” “아니. 무엇을 내야 하는지 모르는 것과 알고 판단하는 건 아주 달라.” 메이는 금속 고리를 다시 보았다. 손목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러나 예전처럼 그 무게를 자기 잘못의 증거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날 정산실에서는 C-47의 남은 항목을 심사했다. 예비 적립비는 이미 개인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수령 불명 약재와 마석 사용료는 여전히 남았다. 메이는 정산실 직원 키아와 마주 앉아 자신이 준비한 날짜별 표를 펼쳤다. “제가 사용한 물품과 지급받았다고 적힌 물품을 나눴습니다. 여기서 같은 걸로 계산된 항목이 셋이에요.” 키아가 한 줄씩 살폈다. “동일 치료에 여러 종류의 마석이 투입되었을 수 있죠.” “그렇다면 다른 품목 번호가 있어야겠죠. 지금은 같은 반출 번호가 두 번 적혔어요.” “복사 기록일 수도 있겠습니다.” “복사인지 이중 청구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아직 둘 중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요.” 수현이 옆에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메이는 문득 그 생각을 하고 피식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현이 없으면 자신이 이런 질문을 할 수 없다고 여겼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표를 만들고 필요한 근거를 찾아왔다. 키아는 계산판을 두드렸다. “그렇다면 해당 항목은 오늘 확정할 수 없습니다. 추가 출고 원장을 요청해야겠어요.” “좋아요. 강제 징수 보류는 유지되는 거죠?” “현재 결정이 취소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메이는 손목의 금속 고리를 바라봤다. 이전보다 빛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손에서 벗겨지지 않았다. 가끔은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움직이는 청구서처럼 느껴졌다. “고리를 풀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은 뭔가요?” 키아는 한참 기록을 뒤졌다. “계약상 미정산 표시가 모두 정리되거나, 청구 주체 변경이 확정될 때입니다.” “그러면 ‘정산 중’인 동안에는 그대로예요?” “현 규정은 그렇습니다.” 메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소리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리보다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 알았다. “그럼 고리의 표시가 제 근무를 방해하는 상황을 따로 심사해 주세요. 치료 중 붉게 빛나면 환자들이 겁을 먹어요. 채무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표시 방식을 바꿀 수는 있잖아요.” 키아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건 원금 심사와 별개의 신청이었다.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전에 실제 방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유서와 동료 진술이 있다면 표시 제한에 관한 임시 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제가 준비할게요.” 메이는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받아 챙겼다. 큰 변화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제 그녀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멈추지 않았다. *** 정산실을 나왔을 때 진료소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북쪽 관문 공사장에서 일하던 짐꾼이 다쳤는데 길드 보급실이 응급 마석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메이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가 중간에 멈췄다. “누가 같이 갈 수 있나요?” 전령이 잠깐 당황했다. “항상 메이 님이….” “저 혼자 가면 다음 환자를 봐 줄 사람이 없어요. 견습 치유사와 약재 담당을 같이 불러 주세요.” 메이는 자신의 숨을 고르며 달리기 대신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진료소에는 젊은 남자가 누워 있었다. 다친 다리를 헝겊으로 감고 있었고,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가 옆에서 몸을 떨었다. “치료비가 없어서 거절당했대요.” 여자가 말했다. “누가요?” “약재 창고에서 보증인이 없다고….” 메이는 고개를 숙이고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우선 지혈이 필요했다. 그녀는 견습 치유사에게 압박을 유지하게 하고 약재 담당에게 응급 보급 번호를 제시했다. 며칠 전 자신이 따로 신청해 승인받은 바로 그 경로였다. “긴급 지급은 환자와 치료 인력의 기존 채무와 분리하기로 했어요. 승인 문서가 여기에 있습니다.” 창고 직원은 미심쩍은 얼굴로 종이를 읽더니 물약을 가져왔다. 환자가 숨을 고르는 동안 메이는 자신에게 남아 있던 마력을 함부로 쏟아붓지 않았다. 지금은 지혈과 이송이 먼저였다. 모든 환자를 혼자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버렸다. 치료가 끝나자 가족 여자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제가 얼마를 내야 하나요?” “응급 치료 비용은 담당 기관에서 산정할 거예요. 근거를 확인하기 전까지 누구 이름으로 청구되는지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메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쉽게 설명했다. “오늘은 필요한 치료부터 받으셨습니다. 나중에 돈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물품을 썼는지 먼저 확인하겠다는 뜻이에요. 모르는데 빚부터 인정하지는 마세요.” 여자는 처음으로 눈물을 닦았다. *** 밤에는 견습 치유사가 메이에게 이상한 질문을 했다. “누가 언니한테 이런 걸 가르쳐 줬어요?” “이수현 씨요.” “그럼 수현 씨가 사라지면 다시 예전처럼 되나요?” 메이는 대답 대신 장부를 펼쳤다. 이제 응급 보급 번호를 기록하는 칸이 생겼고, 야간 교대 담당자는 두 명으로 늘어났다. 누가 안 나오면 그 사유와 대체자를 적는 칸도 있었다. “수현 씨는 이미 우리 원정대 직원이 아니에요. 그래도 이 종이는 남았죠.” “종이는 남지만 사람들이 안 지키면요?” “그러면 우리가 묻는 거야. 왜 안 지키냐고.” 견습 치유사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자신도 이제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때 손목 고리가 희미하게 빛났다. 붉은 글씨 대신 작은 노란 표식 하나가 떴다. ‘개인 청구 확정 보류 항목 추가 심사.’ 고리가 풀리지는 않았고 남은 금액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정산실에서 요청한 이의가 접수된 것은 확인됐다. 메이는 작은 수첩에 적었다. ‘내 이름으로 적힌 건 내가 확인한다. 남의 목숨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내 말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수현에게 보여 주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는 먼 남부 관제실에 있었다. 편지를 보내려고 종이를 꺼내다가 메이는 웃었다. 굳이 매번 수현에게 보여 주어 칭찬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이 일은 자기 일이었다. 그래도 편지 한 장은 썼다. ‘수현 씨, 오늘 제가 직접 비용심사에 갔어요. 그리고 환자 한 명을 혼자 치료하지 않고 팀으로 치료했어요. 처음엔 이상했는데, 끝나고도 제가 쓰러지지 않으니 좋네요.’ 마지막에 그녀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 ‘돌아가는 길을 찾으시더라도, 저희가 잘 지내는지 걱정해서 여기 남으실 필요는 없어요.’ 봉투를 접는 손이 잠시 떨렸다. 수현이 없는 제7원정대를 상상하면 아직 서운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귀환을 바라지 않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를 아끼는 일이 그 사람을 붙잡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메이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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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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