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70화
PAYLUA ORIGINAL · 제170화

170화. 완료되지 않은 밤의 서명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319자

오프라인 책장
이수현은 왕도 중앙 야간 인계실을 찾아가면서 이번에는 길을 헤매지 않았다. 서류는 늘 복잡했지만 건물의 위치만큼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온 거리에는 지난겨울 얼어붙었던 수로에 다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늘 찾는 것은 한 사람의 이름인가요?” 세드나가 물었다. “한 사람의 이름일 수도 있고, 기관의 잘못된 절차일 수도 있어요.” “전보다 덜 단정하시네요.” “전에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만 알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알고 싶지만, 아무나 범인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낡은 인장 사용 대장을 바라보았다. E-17 당시 위험 표식의 인계 기록에는 ‘중앙 야간 인계’라는 이름만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 도장이 사람에게 전달됐다는 뜻인지, 단순히 서류가 중앙 대기함에 들어갔다는 뜻인지였다. *** 중앙 야간 인계실은 밤에만 바쁘고 낮에는 한산했다. 기록 담당 오르벨은 전날 밤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는 수현이 가져온 접수증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오래된 인장 대장이라면 저도 상세한 내용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관실에서 구형 원장을 열람해야 해요.” “담당자가 누구였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 이름을 보는 것과 당시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 건 달라요.” “압니다.” 수현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고 책임이 전부 그 사람에게 있다는 뜻도 아니라는 것까지요.” 오르벨은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열람 신청서를 받아 들었다. 그는 오늘의 인수인계장부터 보자고 했다. 현재는 담당자가 공문을 수령하면 이름과 확인 시각을 별도로 적는다. 하지만 사건 당시의 구형 대장에는 부서 인장만 찍히던 시기가 있었다. 수현은 현재 대장을 넘겨 보았다. 하루 동안 한 사람이 받은 서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서른 건, 마흔 건. 긴급 통보와 일반 보존 통지가 같은 칸에 섞여 있었다. “이걸 한 사람이 다 확인해요?” “야간엔 적을 때 두 명이죠. 오래전엔 한 명인 날도 많았습니다.” “안전 중단 통지와 단순 이관 요청의 우선순위가 있나요?” “지금은 있습니다. 그 사고 이후로 바뀌었어요.”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어떤 사고요?” 오르벨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 날짜는 제가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구형 심사자료로 확인하세요.” *** 구형 인장 사용 대장은 오후 늦게 도착했다. 담당자는 원본의 이름과 근무 기간을 공개할 수 있지만 다른 직원의 사적 내용은 가렸다. 수현은 사건 당일 밤에 인장을 배정받은 당직 담당자가 한 명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름은 ‘마르센’이었다. 그 순간 수현은 가슴이 빨리 뛰었다. 마침내 처음 보는 구체적인 이름이 사건의 시간과 겹쳤다. 그토록 많은 보존함을 뒤졌는데 이제 처음으로 누군가가 공문을 받아야 했던 자리까지 도착한 것이다. “이 사람이 E-17을 실행했나요?” 그녀가 물었다가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 그 질문을 할 단계가 아니죠.” 세드나가 표정을 살폈다. “먼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이 사람이 서류를 실제로 받았는지, 어떤 권한이 있었는지요.” 오르벨은 당직표를 보여 주었다. 마르센은 야간 인계 담당자였지만 장치 구동이나 인체 이동을 승인할 기술 권한은 없었다. 담당실의 서류를 분류하고 위험 통지를 각 운용실로 보내는 업무만 했다. “그럼 안전 경고를 전달하는 사람이었네요.” “그렇습니다. 그 뒤에 실제 장치를 멈추는 사람은 별도로 있었고요.” 수현은 그 말을 반복했다. 전달과 실행. 자신이 수개월 동안 추적한 사건의 핵심이 다시 그 두 단어로 돌아왔다. *** 오르벨은 다음 장을 넘겼다. 인장을 쓴 기록 옆에 희미한 잉크 표시가 있었다. ‘자동 이관 처리.’ “마르센이 직접 누른 겁니까?” “구형 절차에서는 정해진 시각이 지나면 미확인 서류가 다음 담당실로 넘어갔습니다. 그 표시가 남은 것일 수 있어요. 실제 사람이 버튼을 눌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분명히 확인해야 했던 안전 경고가 그대로 넘어간 걸 수도 있군요.” “네. 다만 그날 실제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는 운용실의 접수 대장과 대조해야 합니다.” 수현은 자동 이관 처리 옆에 있던 작은 부호를 가리켰다. ‘중단 대기’라는 옛 표식이었다. 그 아래에는 ‘중단 확정’ 부호가 없었다. 장치가 실제로 움직였다는 뜻도, 제대로 멈췄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때 루세가 한 장의 분리 보존표를 들고 왔다. 제0종점 수리일지의 E-17 반응 1회와 중앙 야간 인계실의 해당 중단 대기 기록이 같은 경로 분류를 썼다는 자료였다. 그러나 루세는 곧바로 반응과 중단 대기의 시각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쓰였다고 덧붙였다. “시간의 선후는 여전히 확정할 수 없다는 거죠?” 수현이 물었다. “맞아요. 하지만 둘이 관련된 경로로 분류돼 있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사실만으로 사건의 폭이 좁아졌다. 중앙에서 내려간 경고가 실제 경계 유입 관리실까지 전달됐는지 알아보면 된다. 그러나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 서고 복도에서 수현은 마르센이라는 사람을 이미 범인처럼 말하는 직원 둘을 들었다. 한 사람은 그가 게으르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예전 인계실이 일을 엉망으로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현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분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확인된 겁니까?” 직원들은 외부인이 말을 걸자 놀랐다. “그날 당직자가 그 사람이잖아요.” “당직표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과 실제 잘못을 했다는 건 다른 문제예요. 확인된 기록을 보셨나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수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 자신 역시 조금 전까지 그 이름에 가슴이 뛰었다. 진실을 원한다는 마음이 누군가를 심판하고 싶다는 마음과 엉키기 쉬웠다. 세드나는 조용히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저도 똑같이 될 뻔했어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겠죠.” *** 밤이 되자 루세는 현행 위험 통지 시범표를 가져왔다. 지금의 인계실은 ‘수신’, ‘당사자 확인’, ‘중단 완료’를 별도로 기록한다. 누가 서류를 받았는지와 누가 기계를 멈췄는지 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오늘의 결론을 정리했다. ‘마르센: 당일 야간 인계 담당자로 확인. 실제 공문 수령·읽음 미확인. 중단 대기 표식 확인. 기술 가동 승인 권한 없음. E-17과 같은 경로 분류로 기록된 제0종점 반응 존재. 인과관계와 시간 순서 미확정.’ 세드나가 문장을 읽었다. “오늘은 그래도 실체가 조금 보이는군요.” “맞아요. 그날 아무도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서류를 넘겨야 할 사람도 있었고, 멈춰야 할 장치를 관리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그중 누가 실제로 멈추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모르죠.” “그렇죠.” 수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어쩌면 자신을 이 세계로 데려온 순간은 거대한 마법사의 주문보다도, 경고를 보낸 사람이 이미 일을 끝냈다고 믿고 받은 사람이 아직 확인하지 않은 그 짧은 시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확증은 없었다. 그래도 그 가설을 검증할 길은 생겼다. *** 오르벨은 현재 야간 근무 방식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과거의 문제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오래된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예전에는 ‘담당실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인계가 끝났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류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남기지 않았죠. 그래서 종결된 것처럼 보이는 사고가 늘었습니다.” 수현은 현재의 담당자 교육 자료를 살폈다. 긴급 통지는 반드시 수신자의 이름과 시간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규칙이 새로 생겨 있었다. 전달된 뒤에도 실제 조치가 있었는지 후속 기록을 요구했다. 수현이 이 세계에 온 뒤 여러 현장에서 반복해서 물었던 질문들이었다. “이런 규칙이 지금은 잘 지켜집니까?”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매달 표본 점검을 합니다.” “그 점검에서 빠진 게 발견되면요?”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하기 전에 보완합니다. 응답을 못 받았으면 못 받았다고 적고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기록은 실패의 표시일 수 있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은 일을 완료했다고 적는 것보다 훨씬 정직한 기록이었다. 조금 뒤 다른 직원이 야간 인계함을 보여 주었다. 함에는 세 가지 색의 봉투가 들어 있었다. 일반 접수, 긴급 중단, 당사자 직접 확인. 현재는 색깔만 다를 뿐 같은 함에 모두 넣지 않도록 구분해서 보관하고 있었다. 수현이 말했다. “옛날에는 같은 함에 들어갔군요.” “네. 그래서 긴급 중단 요청이 아래쪽에 깔리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루세가 씁쓸하게 웃었다. “기계를 멈추라는 명령이 종이 더미 아래에서 잠드는 거네요.” “그리고 사람은 그 사이에 위험해질 수 있겠죠.” 수현이 말했다. 그들은 잠깐 말이 없었다. 과거 사건의 책임자를 찾는 일이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이런 현재의 절차도 살펴봐야 했다. 수현은 오르벨에게 자신의 소환 사건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했다. 사전 동의가 없는 현장 확인 배정 기록, 실재 원인이 미확정인 장치 반응, 그리고 귀환 수단이 여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외부인에게 기술 정보를 전부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실제 전달 확인이 어디에서 끝나는지만 알고 싶다고 했다. 오르벨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기다리셨겠군요.” “네.” “제가 그날 담당한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제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잘못된 기록이 반복되지 않게 할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현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에게 가해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책임 있는 태도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에는 기술청에서 옛 인계실 사건을 다룬 시정 권고문을 가져왔다. 권고문에는 구형 도장과 자동 이관 절차를 분리하고, 긴급 안전 중단 요청을 처리할 때 반드시 별도 접수 확인을 남기라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권고문의 제정 날짜는 E-17 사건이 일어난 뒤였다. “그럼 사고가 있은 뒤에 만든 규칙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세드나가 말했다. “그러나 E-17 때문이라고 단정하려면 제정 이유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현은 그 점도 기록했다. 어떤 변화가 실제 사고를 계기로 생겼는지 알아두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연도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둘을 연결하는 것은 위험했다. 저녁이 다가오자 오르벨은 자신이 맡은 오늘의 업무를 다음 교대자에게 인계했다. 수현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이름을 밝히고, 봉투 수를 확인하고, 미완료 항목을 따로 읽고, 수령자가 확인 서명을 했다. 특별한 마법은 없었다. “저게 당시에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수현이 말했다. 오르벨이 대답했다. “그때도 비슷한 절차는 있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정말 했느냐겠죠.” 수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도는 만드는 것만큼 실제로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 누군가가 서명해 놓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가 사라져서는 안 됐다. 창밖에서는 퇴근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수현은 문득 서울의 밤거리를 떠올렸다. 그녀가 회의실에서 떠났을 때 멈춰 있던 시간이 그곳에서는 얼마나 흘렀을까. 답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에 남겨진 오늘의 기록만큼은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수현은 수첩에 썼다. ‘마르센의 이름은 조사 대상이지 결론이 아님. 중단 명령의 최종 수신 여부부터 확인할 것.’ 그 한 줄을 적는 동안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진실을 찾아가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잘못된 누군가를 골라 대신 벌을 주는 것보다 나았다. *** 다음 날 아침 공식 회신이 왔다. 왕도 공동심사반은 수현의 추가 조사 신청을 받아들이고, ‘E-17 당일 안전 중단 통지의 최종 전달 및 처리 확인’에 관한 자료 보존을 명령했다. 관련 기관의 원본을 현재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당직자에게는 먼저 자신의 기억과 자료를 확인할 기회를 주도록 했다. 수현은 접수증을 가볍게 쥐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나왔지만 그를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누구도 다시 동의 없이 낯선 곳에 남겨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세드나가 동봉된 작은 문장을 읽었다. ‘중앙 야간 인계실과 제0종점 사이 마지막 수령 확인 원장: 남부 회선 관제실 보관.’ 수현은 웃음이 났다. 또 다른 원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막연한 이름이나 알 수 없는 경고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멈춤 명령을 받아야 했던 마지막 장소였다. “다음엔 거기로 가야겠네요.” 루세가 말했다. “장치는 여전히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당연하죠.” 수현은 오래된 휴대전화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다. 화면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그녀는 그 장치를 충전하거나 연결해 보겠다는 충동을 억눌렀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보다 먼저, 자신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알아야 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0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