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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52화
PAYLUA ORIGINAL · 제152화

152화. 멈춤 뒤에 찍힌 잉크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67자

오프라인 책장
유족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오기 전, 수현은 왕도 기술관리청이 보유한 정비 별지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항만서고가 소유한 표지와 달리 별지는 공적 설비의 운용 사고 기록이어서 열람 범위가 조금 넓었다. 물론 '넓다'는 말은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접수대 직원은 서식 세 장을 가리켰다. “사고 원인 조사, 정비 절차 검토, 특정인의 책임 확인 가운데 어느 목적입니까?” “우선은 실제 장치 상태의 확인입니다.” “한 칸만 고르셔야 합니다.” “정비 절차 검토요. 책임 판단은 지금 못 합니다.” 직원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수현을 봤다. “대부분 자기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면 바로 책임자 확인을 고르시는데.” “피해가 있었다고 책임자를 아무나 고르면 제 피해도 나중에는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직원은 무언가 말하려다 조용히 신청서를 받아 갔다. 기술관리청 기록실에서 루세는 수리 별지를 열기 전에 표지의 관리 번호부터 확인했다. 같은 '제0종점'이라도 장치와 관측소, 임시 회선에 붙은 이름이 세 시대에 걸쳐 반복되었다. 오늘 보는 일지가 어느 기계의 것인지 확인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마침내 별지가 나왔다. 첫 장에는 구동축 교체, 안정 고리 검사, 비상 차단 접점 청소가 차례로 적혀 있었다. 수현의 시선이 세 번째 항목에 멈췄다. '접점 청소 뒤 시동 금지. 운용관 승인 대기.' “이거 중요하지 않나요?” “중요하지만 날짜부터 보죠.” 별지의 표기 날짜는 E-17 발생 다음 날이었다. 종점 장치를 봉인했다던 노아의 증언과 맞아 보였다. 그런데 그 아래에 붉은색으로 다른 날짜가 적혀 있었다. '차단 접점 반응 검사. 작동 신호 기록.' “봉인 뒤에 검사했다고요?” 수현이 물었다. “검사는 할 수 있습니다. 부품을 떼어 낸 상태라면 사람을 움직이는 구동 과정 없이도 전기적 반응만 볼 수 있거든요. 다만 여긴 마력 구동 장치라 전기라는 표현도 완벽하지는 않겠지만요.” “봉인된 장치가 다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접점 반응이 있었다는 기록 자체는 있어요.” 수현은 두 문장을 따로 받아 적었다. 하나는 운용 금지, 다른 하나는 접점 검사. 섞으면 확실하지 않은 재가동 사건이 만들어졌다. 분리하면 최소한 누가 무엇을 검사했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 당시 정비 일지에 적힌 검사원은 '아비트'라는 이름이었다. 현재 인사원장에는 같은 이름이 없었다. 기록 담당은 퇴직자 연락 경로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별지 하단에 작게 '청각 보호 요청. 시험 경보 음량 초과'라는 문구가 있었다. 수현은 그 문구를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 사람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기록과 시험이 안전했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기록 담당에게 검사원을 특정하지 않고도 당시 작업자에게 지급된 보호 장비 목록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그건 사람들의 급여와 연관된 자료라서 곤란합니다.” “급여 금액은 필요 없어요. 귀마개나 차음 헬멧이 지급됐는지만 확인하고 싶습니다.” 담당은 허가 범위를 검토하더니 비식별 물품출고 장부를 내어 주었다. 경보 검사 전날 보호구 두 개가 신청되어 있었지만 실제 지급 확인은 한 개였다. 그렇다고 한 명이 맨귀로 시험했다는 결론은 낼 수 없었다. 낡은 보호구를 이미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기술청 안전담당 파르마에게 문의하자 그는 당일 지급 자료 외에 재고 반납표와 진료 신청서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그가 자신의 질문을 탓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마웠다. “문제는 이런 기록을 계속 찾으러 다니는 사람이 너무 드물다는 거죠.” 파르마가 말했다. “사고가 없으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고가 없어서 기록이 안 남은 건지, 기록이 없어서 사고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구분해야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그때 복원실에서 누군가 발을 헛디뎌 상자를 떨어뜨렸다. 오래된 부품이 바닥에 쏟아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작업자는 황급히 허리를 숙여 주웠다. 수현이 다가가 도우려 하자 파르마가 손을 들었다. “깨진 마석 조각이 있을 수 있어요. 장갑부터 착용하십시오.” 복원실 작업자는 얼굴을 붉혔다. “제가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그 말씀은 나중에 하셔도 됩니다.” 파르마가 대답했다. “우선 손을 보여 주세요.” 수현은 옆에서 상자 번호를 적었다. 부품을 잘못된 곳에 돌려놓지 않도록 돕는 일이 자신에게 가능한 역할이었다. *** 오후에 세드나가 표준 문구를 찾아 왔다. 오래된 규정에서는 '봉인 뒤 검사'라는 말이 시동 금지 상태의 개별 부품 반응을 뜻하기도 했고, 어떤 기관에서는 구동축을 다시 연결한 전체 시험을 뜻하기도 했다. 용어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루세가 별지 한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이 문장을 보세요. ‘결합핀 회수.’ 장치를 전체 시험하려면 결합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핀이 회수됐으니 전체 시험은 못 했겠네요.” “언제 회수됐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수현은 한숨을 쉬었다. 어제 영수증 날짜에서 시작된 고민이 다시 돌아왔다. 사건의 결론은 언제나 작은 날짜 한 칸에 매달려 있었다. 기술청 창고는 결합핀을 포함한 부품의 이동 원장을 별도로 보관했다. 그곳 담당자는 두 사람을 기다리게 했다. 오래된 부품 원장은 습기에 약했고, 최근 폭풍 때문에 일부 서류를 임시 이전했다고 했다. 수현은 기다리면서 창고 벽에 붙은 근무표를 봤다. 같은 직원의 이름이 오전과 야간 칸에 연달아 세 번 적혀 있었다. “하루에 두 번 근무를 하는 건가요?” 담당은 고개를 저었다. “오전 근무 후 대기만 하는 겁니다.” “대기 중에 부품 요청이 오면 움직여야 하나요?” “물론이죠.” “그럼 실제로 움직인 시간을 별도로 쓰나요?” 담당은 답하지 못했다. 수현은 그 문제에 관한 자신의 관찰을 정리해도 되는지 물었다. 담당은 이곳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수현은 감사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근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안전 기록 개선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한참 뒤 젊은 창고 직원이 수현 옆에 와서 조용히 말했다. “대기 중 부르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창고 문이 열려 있으면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해요. 집에 가도 마음은 여기에 있어요.” 수현은 그의 말을 그대로 적어 주고 본인에게 읽어 보게 했다. 그 직원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잦다'로 고쳐 달라고 했다. 수현은 기꺼이 수정했다. 누군가의 증언을 강하게 보이게 하려고 실제보다 부풀리는 건 결국 그 사람을 위험하게 만든다. 점심 무렵 기록실 직원이 낡은 장부 하나를 가져왔다. 부품 반응 검사를 진행한 날의 ‘중단 사유 기록’이었다. 수현은 거기에서 처음으로 검사원 아비트라는 이름 외에 조수 한 사람의 서명을 보았다. 조수는 검사 당일 경보 소리가 예정된 것보다 길었다고 적었다. 루세는 길었다는 말이 어떤 기준인지를 물었다. 기록 담당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구형 규정의 경보 길이는 초 단위가 아니라 종을 몇 번 두드리는지에 따라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경보 음형 변경이 진행됐었다. “그래서 기록끼리 맞지 않는군요.” 수현이 말했다. “맞지 않는다고 아직 단정할 수도 없어요.” 루세가 대답했다. “오래 울렸다는 건 장치가 오래 작동했다는 뜻이 아니라 기록자가 놀랐다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수현은 당시 조수가 작성한 다른 기록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는지 물었다. 기록 담당은 개인 의료 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기술 기록만 제공했다. 조수의 보고서에는 '보호구를 다시 요청함', '두 번째 시험 전 실내 대피'라는 두 문장이 있었다. “두 번째 시험이 있었나요?” 루세가 페이지 번호를 살폈다. “시도 예정이었을 수 있습니다. 완료 표시를 찾아야 해요.” 결과란은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조수가 거짓말했다는 뜻도, 두 번째 시험이 없었다는 뜻도 아니었다. 시험이 중지되면서 결과를 적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수현은 결과란 옆에 붙은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현장 책임자의 지시 대기.' 기록 담당은 당시 장치 검사와 정비가 같은 부서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도 알려 주었다. 경보가 울릴 때 누가 종료 버튼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부터 조사해야 했다. 정비자가 안전 문제를 지적해도 실제 구동 권한자는 다른 방에 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현은 그 대목에서 목이 메는 듯했다. 중단을 요청한 사람이 있었는데 권한을 가진 사람이 듣지 않았다면, 기계의 오작동과 별개로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요청이 어디까지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런 경우에 일을 멈춘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나요?” 수현이 물었다. 기록 담당은 옛 근무 지침의 ‘시험 불이행 시 평가 보류’ 문구를 보여 줬다. 반면 위험을 이유로 중단한 경우의 보호 규정은 다른 장에 있었다. 수현은 두 문장을 함께 기록했다. 서로 다른 장에 흩어 놓은 규정은 현장에서는 쉽게 한쪽만 인용되었다. 복도에서 그들은 기술청의 현재 안전담당자와 마주쳤다. 파르마는 구형 시험 지침을 그대로 교육받은 직원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조 결과가 사건의 책임 판단뿐 아니라 현재 교육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를 조사하면서 오늘을 안전하게 바꿀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이 세계의 규칙을 강제로 고칠 권한은 없었다. 파르마가 직접 현행 지침을 개정할 수 있도록 자료와 질문을 전달하는 일이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그날 오후 기술청은 위험 시험의 중단 요청을 남기는 새 양식을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누구에게 요청했는지, 누가 실제 차단을 확인했는지, 중단 뒤에는 어떤 재개 승인이 필요한지가 서로 다른 칸에 들어 있었다. 수현은 그 서식을 보고 오래전 사고의 핵심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수현은 시범 양식 아래에 자기 이름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 규정을 사용하고 고칠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옛 사고를 밝히는 일과 오늘의 제도를 만드는 일은 연결돼 있었지만 같은 사람이 모든 결정을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 해 질 무렵 결합핀 출고 장부를 볼 수 있었다. E-17 사건 다음 날 봉인된 핀 하나는 기술관리청 창고로 옮겨졌고, 같은 규격의 대체핀이 다른 시험소에 있었다. 대체핀의 존재만으로 구형 제0종점에 다시 끼웠다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 적힌 인수인이 수현의 시선을 끌었다. 노아가 아니었다. 검사원 아비트도 아니었다. '직접 인수자 없음. 운송함 단위 접수.' “사람이 아니라 운송함이 인수했네요.” “운송함에 물건을 넣었다는 뜻이겠죠.” 세드나가 말했다. “그건 사람의 서명과 달라요. 실제 누가 꺼냈는지 확인이 안 되잖아요.” 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함의 봉인 상태와 열람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수현은 자료를 한 장씩 대조했다. 파손 검사에서 봉인이 온전했다는 표시는 사건 며칠 뒤에만 있었다. 문제의 밤 봉인 상태를 말해 주지는 못했다. 그날 누군가 대체핀을 꺼냈다고 말할 근거도 아직 없었다. 세드나가 물었다. “이제 어디를 조사할 생각입니까?” “정비 기록만 읽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인수 장부까지 봐야 하네요.” “늘 그렇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달라요. 봉인 뒤 전부 멈췄다고만 쓰인 보고서가 사실은 부품별 검사까지 뭉뚱그렸다는 걸 확인했잖아요.” 루세가 말했다. “그리고 적어도 한 번 접점 반응 검사가 실시됐다는 것도요. 안전한 귀환이나 인체 이동의 근거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기록도 아닙니다.” 수현은 창밖의 저녁 종소리를 들었다. 정비 별지가 있는 곳은 작업자의 이름까지 바스러질 만큼 오래된 기록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록의 한쪽에는 그 사람이 경보 소리에 귀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 거창한 마법 문구보다 그 작은 요청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내일은 원장을 한 장 더 확인하죠.” 수현이 말했다. “그전에 오늘 일한 사람들은 집에 갔는지 보고요.” 그날 밤 그녀가 수첩에 적은 사실은 셋이었다. 봉인 다음 날의 부품 접점 검사는 있었다. 전체 장치 재가동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상 중단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도 그곳에서 일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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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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