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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49화
PAYLUA ORIGINAL · 제149화

149화. 네 번째 홈의 앞면과 뒷면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56자

오프라인 책장
다시 동쪽 산지 관측막사에 올라왔을 때, 제삼 막사의 별권은 이전보다 잘 정리돼 있었다. 하르나는 서고의 위치표를 새로 만들었고, 열람 신청서에는 ‘원문’, ‘후대 필사’, ‘복원 중’이라는 표기를 각각 붙여 놓았다. “수현 씨가 오기 전에는 서로 다른 종이도 다 원장이라고 불렀어요.” “이번에는 그걸 구분하기 쉬워졌네요.” “물론 사람들이 찾아 읽어야 소용이 있겠지만요.” 수현은 그녀에게서 새로 고친 야간 근무표도 받았다. 하르나는 자신이 난로를 관리한 시간을 적어 제출했고, 산지청은 임시로 그 시간을 관리 업무에 포함해 심사하겠다고 회신했다. 보수 인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취미’라는 말로 넘기던 일을 공식 검토 대상으로 올린 셈이었다. “지금까지 한 일을 인정받으면 좋겠어요.” 수현이 말했다.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저랑 많이 닮아 가시네요.” 하르나가 웃었다. “그러게요. 자꾸 아직 모른다는 말만 배우게 됐어요.” 그날 오후, 루세는 첫 방문 때 확인한 네 번째 홈 그림과 막사의 독립 원장 일부를 대조했다. 새로 들어온 자료에는 봉인판을 정면에서 본 그림과 반대편에서 본 그림이 동시에 있었다. 이름은 ‘왕복 표식 대조 도면.’ 수현은 무심코 손바닥을 뒤집었다. 예전에 연구실에서 했던 동작이었다. 같은 홈이라도 어느 쪽에서 보는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졌다. 그 차이를 분명히 적어 두면 수신 방향과 발신 방향을 혼동할 위험이 줄어들었다. 루세는 눈금을 세 번 확인했다. “네 번째 홈 간격은 이전에 본 표준과 맞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실물 표식이 같은 판본에서 만들어졌다는 결론은 아직 낼 수 없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그림을 뒤집어 읽는 실수는 피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방향을 확인하는 규칙은 재현됐습니다. 사건의 장소가 확인된 건 아닙니다.” 막사 직원들은 그 차이를 받아 적었다. 하나의 규격을 아는 것과 실제 물건의 출처를 아는 것은 다르다. 도장이 어느 방향으로 찍혔는지 알아도 그것을 찍은 손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기술실에서 종이 모형을 만들었다. 실제 장치와 연결하지 않은 모형이었다. 루세는 양쪽 면에 다른 색으로 점을 찍고, 접었다 펼쳤을 때 위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 주었다. 수현은 그제야 옛 사건 보고서의 표식 그림에서 왜 두 종류의 결론이 나왔는지 이해했다. “앞면을 보고 그린 사람이 있고, 뒷면을 보고 그린 사람이 있네요.” “네. 그런데 후대 요약표에는 앞면과 뒷면 표시가 빠졌습니다.” “그러면 전혀 다른 목적지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혹은 서로 다른 출발점처럼요.” 수현은 숨을 멈췄다. 그 가능성은 무섭기도 했다. 자신을 이곳에 불러온 장치가 어느 쪽에서 작동했는지 모르면 안전한 귀환은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얻었다는 사실은 이전보다 정확한 질문을 가능하게 했다. 비작동 검사에 들어가기 전에 샤나가 왕도에서 서신을 보내왔다. 표준연구실의 동료 기술자들이 같은 규격을 따로 해석한 결과표였다. 결과는 둘로 갈렸다. 어떤 기술자는 홈의 방향이 원점을 가리킨다고 했고, 다른 기술자는 수신측 도장을 찍을 때 생기는 반전이라고 판단했다. 루세는 서신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실물의 어느 면이 기준인지 확인하지 못했으니까요.” 수현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봤는데도 결론이 다르다니.” “사람이 많아서 결론이 같아지는 건 아닙니다. 검사의 조건이 같아야 하죠.” 그날 그들은 종이 모형 두 개를 만들었다. 하나는 표준연구실이 사용한 앞면 기준, 다른 하나는 관측막사 기록의 뒷면 기준이었다. 하르나가 관측막사 쪽 설명을 맡았고, 루세는 왕도 표준을 설명했다. 서로 상대가 어떤 결론을 냈는지 먼저 알지 못하도록 순서를 바꿔 진행했다. 수현은 관찰자였다.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장치의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하는 사람들이 약속한 규칙을 실제로 지켰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비교적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록 중간에 누군가가 다른 결과를 슬쩍 알려 주려 하자 수현이 멈춰 달라고 했다. “그걸 보면 검사가 독립적이라고 말하기 어렵잖아요.” “결과를 빨리 얻으려는 건데요.” “빠른 답보다 제가 믿을 수 있는 답이 필요해요.” 일행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각각의 결과를 별도의 봉투에 넣었고, 모든 검사가 끝난 뒤 열었다. 이번에는 두 팀이 같은 판단에 도달했다. 홈을 어느 면에서 보았는지 먼저 확인하지 않는 한 표식 방향을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현은 어깨를 떨어뜨렸다. “또 미확정이네요.” 하르나가 웃었다. “그래도 왜 미확정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죠.” 루세는 보충했다. “이전에는 두 팀의 결론이 달라 서로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기준을 나누면 충돌 없이 설명할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점심 이후에는 관측막사의 방문자 안내문을 손봤다. 하르나는 원장 그림을 보러 오는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사진 촬영 방향과 탁본 채취 제한을 명확히 적고 싶어 했다. 수현은 길고 복잡한 기술 용어를 줄여 볼 것을 제안했다. 베스가 두 문장을 고쳤다. ‘표식은 보는 면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원본에 손대지 말고 관측 담당자에게 먼저 문의하십시오.’ 그 정도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샤나에게도 요약을 보내자 답이 왔다. ‘이전 보고서에서 방향 단정 문구를 정정하겠습니다.’ 수현은 그 문장을 보고 잠시 기뻤다. 자신의 귀환은 아직도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다른 누군가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믿고 위험한 실험에 참여할 가능성은 조금 줄어들었다. 오후 늦게 베스가 오래된 방문자 서명을 들고 왔다. 옛 기술관리청의 참관인이 독립 결과표를 확인하고 '서쪽 보존국으로 이관'을 요청한 흔적이었다. 그 서명 밑에는 본인이 내용을 열람했는지에 대한 칸이 비어 있었다. “그 사람은 결과를 알고 있었을까요?” 베스가 물었다. “이관을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를 읽었다고 볼 수 없어요.” 수현이 말했다. “본인이 남긴 별도 의견이나 열람 기록이 필요하죠.” 세드나는 그 문장을 사건 보고서에 넣었다. 수현은 이제 자신이 놓친 정보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데 익숙해졌다. 그것이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작은 문장 하나가 사람을 다른 세계로 보내는 허술한 승인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베스는 기술 기록을 덮고 수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세계에 돌아가면 저희가 만든 문장도 기억하시겠어요?” “기억할 것 같아요. 아주 오래요.” “왜요? 그런 문장이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수현은 잠깐 생각했다. “대단한 장치 하나를 얻은 건 아니지만, 누가 위험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막을 문장이거든요. 저는 그런 게 좋아요.” 베스는 한동안 그 말을 곱씹었다. 그녀는 앞으로 관측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잘못된 시간을 확정된 것처럼 기록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수현은 그 말이 참 좋았다. 오래된 실패를 추적하는 일이 미래의 누군가에게 조금 더 정확한 표를 남기는 일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보다 잘 알게 됐다. 그날 밤 수현은 조사 결과의 복사본을 다시 검토했다. 원본을 보존한 기관, 독립 결과를 판정한 기관, 최종 요약을 쓴 기관은 모두 달랐다. 각각의 판단이 어느 문서에 근거했는지 표시하는 데만 수첩 두 페이지가 들었다. 그러나 그 선들을 한데 묶으면 잘못 전달된 결론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조금씩 보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외부 출처를 믿을 이유가 줄어든다고 해서 비자발적 소환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장치의 원리를 몰라도 자신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남아 있었다. 두 문제를 나누어 조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날 샤나는 추가 답장으로 결과표의 원본을 보존한 사람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다. 수현은 그 부탁이 마음에 들었다. 진실은 발견한 사람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켜 온 사람들의 손을 거쳐 도착했다. 하르나가 별권의 마지막 장을 펼쳐 보였다. 그곳에는 옛 관측자들이 시도했던 독립 검사가 적혀 있었다. 동일한 표식을 서로 다른 두 관측소에 보여 주고 각자 판독하게 하는 절차였다. 어느 쪽도 다른 쪽 결과를 먼저 보지 못하도록 봉투를 따로 사용했다. 오늘날 루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방식과 같았다. “그런 검사를 실제로 했던 모양이군요.” 수현이 말했다. “네. 다만 결과표가 여기에 없어요.” 하르나는 이관 표식을 가리켰다. ‘제삼 막사 결과표. 서부 경계 보존국 이송.’ 루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보존국이면 구형 원점 표식 판독 전담 기관이었습니다. 지금은 건물이 거의 없어진 걸로 아는데요.” “문서는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걸 확인하려면 또 기관과 소유권부터 찾아야 합니다.” 수현은 한숨을 쉬었다. “제가 이세계에 온 이후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됐어요. 어디에 보관돼 있나요?” 그러나 그날은 이전보다 한 가지 더 알아냈다. 별권 끝의 부기에는 이관 사유가 있었다. ‘중앙 결론과 독립 검사 결과의 차이에 대한 분쟁 발생. 원본 보존 위해 분리.’ “중앙의 결론과 달랐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읽을 수는 있지만 결과 내용은 없어요.” 루세가 말했다. “검사가 잘못됐을 수도, 중앙 해석이 잘못됐을 수도 있습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갈등이 있었다는 기록이 곧 어느 편의 정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번도 이견이 없었다는 옛 보고서의 표현은 수정해야 했다. 저녁에 세드나가 왕도에 보낼 정정 의견서 초안을 읽어 주었다. ‘사건 표식의 네 번째 홈은 판독 방향에 따라 반대로 보일 수 있음. 독립 검사 결과가 존재했으나 현재 본 보존함에 부재. 원본 이관 경로와 검증 결과를 별도 확인할 필요가 있음.’ 수현은 마지막 줄에 하나 더 넣자고 했다. ‘이 결론은 외부 차원과의 연결 또는 안전한 인체 이동 기술을 입증하지 않는다.’ 세드나가 웃었다. “그 말을 매번 적으시네요.” “언젠가 누군가 서류 한 줄만 보고 저를 기계에 넣으려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건 농담처럼 들렸지만 수현의 표정은 진지했다. 한 문장을 빼놓은 보고서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그들은 이미 확인했다. 바깥에선 베른이 수리한 길을 지나 장작을 나르고 있었다. 그는 운송조합에서 기상 대기료 심사 접수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지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 배차를 즉시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도 받았다. 수현은 그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돈도 아직 안 받았는데요?” “적어도 질문했다고 바로 쫓겨날 거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졌잖아요.” 베른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네요.” 마지막 날 저녁, 하르나는 두꺼운 편지 봉투를 가져왔다. 서부 경계 보존국의 현 명칭과 자료 이동 목록이 적힌 것이었다. 옛 건물은 없어졌지만 종이 자료 일부가 서쪽 염전 경계국 지하실로 옮겨졌다고 했다. 원장의 표식과 같은 번호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수현은 봉투를 들고 문밖으로 나왔다. 산맥 저편에 해가 내려가고 있었다. 서울의 하늘과는 다른 색이었다. 원래 세계에선 무엇을 보면 돌아갈 길을 찾았을까. 익숙한 지하철 노선도나 집 주소, 휴대전화의 지도 앱일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출발점과 도착점의 이름보다 서류가 어떻게 복사됐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다음은 서쪽이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산에 올라왔다가 다시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군요.” “몸은 괜찮습니까?” “괜찮다고 해도 쉬어야겠죠?” “이제 배우셨군요.” 수현은 웃었다. 내일은 하루 쉬기로 했다. 세드나도 루세도 동의했다. 오늘 얻은 기술적 성과는 표식 판독 방향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이지, 누군가를 다른 세계로 보내는 문을 여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 이들이 어떤 그림을 보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수현은 수첩에 썼다. ‘서부 경계 보존국 독립 결과표 존재 가능성. 원장 이관 경로 확인. 원점 특정·서울 연계 미확정.’ 잉크가 마르자 그녀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존재 가능성’과 ‘미확정.’ 예전 같으면 절망스러웠을 글자였다. 지금은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의 문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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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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