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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44화
PAYLUA ORIGINAL · 제144화

144화. 교정되지 않은 아침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07자

오프라인 책장
옛 별동 재이관 목록에서 교정표의 보관 위치를 찾은 건 하르나였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막사 벽의 오래된 평면도를 펼쳤다. 사람들은 ‘별동’을 작은 건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의 옛 행정용어로는 바위 아래의 독립 건조실도 별동이라 불렀다. “지금은 창고로 쓰는 곳입니다.” 수현은 지도를 들여다봤다. “산비탈 밖으로 나가야 하나요?” “아뇨. 복도 끝에서 계단 두 개만 내려가면 됩니다. 다만 바닥이 차고 낮에는 습기가 올라와요.” 열람 허가가 온 것은 오후였다. 기술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서를 펼칠 수는 없었다. 부록에는 과거 당직자의 이름과 사고 당시 정비 책임자의 진술이 함께 적혀 있었다. 그래서 수현 일행은 ‘교정 기준표’라는 기술 부분만 보도록 정해졌다. 세드나가 허가서를 확인하고, 하르나가 두 개의 자물쇠를 열었다. 건조실에서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다. 루세는 손전등 대신 등잔을 멀리 놓아 열이 원장으로 전달되지 않게 했다. 수현은 종이를 만지지 않고 표면을 살폈다. 왼쪽 아래의 숫자들은 보기 좋게 정렬돼 있었지만 중간에 회색으로 덧그린 칸이 있었다. “왜 저 칸만 색이 다르죠?” 하르나가 설명했다. “당시 지우개가 없었으니 틀리면 잉크 위에 새 종이를 덧붙였습니다. 이후에 종이 일부가 벗겨진 거겠죠.” 루세는 한 글자씩 판독했다. “교정 시각… 제삼 감시종 기준… 구형, 신형. 두 표가 겹쳐 있네요.” 수현은 숨을 가다듬었다. 그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정지 요청이 먼저 왔는지, 비상 분기가 먼저 진행됐는지였다. 서둘러 읽으면 후속 계산값을 옛 실제값으로 착각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표는 산지 관측막사의 기계종 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두 번째는 왕도 중앙 운용판의 시간이었다. 같은 사건이라도 작은 표시는 한쪽에선 ‘둘째 야경 이전’, 다른 쪽에선 ‘셋째 야경 시작’으로 나타났다. 표 오른편에는 변환 공식이 있었지만, 유난히 중요한 날의 교정값이 빈칸이었다. “다른 날의 숫자를 넣으면 안 될까요?” 수현이 물었다. “계산은 가능하지만 그게 사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루세가 답했다. “고장 난 시계를 고치기 위해 어제의 차이를 오늘에도 적용하면 대략적인 시각은 얻겠죠. 그러나 당일 갑자기 시계가 느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세드나가 수현의 수첩을 가리켰다. “우리 사건이 바로 그런 위험에 놓여 있어요. 처리 시각이 빠르게 찍혀 있다고 곧바로 집행이 먼저라고 쓸 수 없죠.” 수현은 과거의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이세계로 왔을 때 상대가 명령서를 보여 주지 않으면 명령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명령이 없는 것과 기록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은 달랐다. 아는 것이 늘수록 섣부른 확신은 줄었다. 표를 두 차례 대조한 뒤 루세는 결과를 정리했다. “분기 후보 접수와 정지 요청 수신의 선후가 적어도 이 자료로는 뒤집힐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확정할 수 없어요.” “그러면 원래 보고서의 ‘정지 요청이 늦게 들어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결론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늦었다는 판단의 근거가 불충분하니까요.” 하르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옛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문서는 수차례 복사되어 여러 부서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 수정하면 업무가 커질 게 뻔했다. “그럼 제가 만든 보고서도 틀렸다는 말인가요?”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보관한 자료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교정값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기관이 순서를 확정한 게 문제라는 거죠. 하르나 씨는 그 차이를 남겨 주시면 돼요.” “기관에서는 또 왜 이제야 이야기하느냐고 할 텐데요.” “예전 기록을 지금 처음 열람해서 알게 됐다는 사유를 적으면 됩니다. 그건 사실이잖아요.” 하르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끄덕였다. 그날 오후 수현은 왕도 기록원에 정정 요청서를 보냈다. ‘기계종 및 중앙 운용판의 동일 시각 판단을 보류하며, E-17 관련 정지 요청과 비상 분기의 선후를 확정한 기존 문구를 유보한다.’ 자신의 이름은 의견 제출자로만 적었다. 공식 정정 결정권자는 자료를 관리하는 기관에 있었다. 서류를 내고 돌아오는데 막사 앞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토렌이 눈길 통행료를 두고 운송조합의 하급 감독관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감독관은 기상 대기료를 신청한 베른이 다음 주 배차에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 입장에선 일을 많이 할 사람을 써야죠.” 수현은 곧바로 끼어들지 않았다. 베른이 자신을 보고도 고개를 저었다. 그의 일에 다른 사람이 함부로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 대신 토렌이 서류를 펼쳐 보였다. “기상 대기료 조항은 조합이 직접 만들어 놓고, 신청하면 일을 덜 주겠다는 겁니까?”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른 문제의 평가 기준을 알려 주세요.” 수현은 속으로 박수를 쳤다. 토렌은 전날 수현에게서 들은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별도의 힘을 얻은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방법을 바꾼 것이다. 감독관이 난감한 얼굴로 장부를 살폈다. 그는 배차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내부 자료라며 답변을 미뤘다. 토렌은 베른과 상의해 구두 답변 대신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수현 씨가 말씀하신 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신청한 사실은 남기는 겁니다.” 토렌이 작게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다음 배차가 오면 실제로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해 보세요.” 일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보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장면을 보는 편이 수현에게는 훨씬 기뻤다. 그녀는 첫날부터 이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카이렌에게 잠을 자라고 말하는 것밖에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에게 서로의 질문을 지킬 작은 습관들이 생겼다. 오래된 교정값을 확인하던 루세는 수현에게 연습 문제 하나를 내었다. 그는 종이에 시계를 두 개 그렸다. 하나는 매일 일정하게 느려지고, 다른 하나는 특정 날 갑자기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시계였다. 두 시계가 같은 시각을 가리키는 순간이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같은 시간을 살아왔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럼 가장 나쁜 결론은요?” 수현이 물었다. “둘 다 비슷하게 보이니까 하나의 시간이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수현은 손을 들어 답했다. “그다음에 그 시간에 맞춰 누가 먼저 서명했는지 확정하는 거군요.” “맞아요. 그런데 이 표만 보면 누가 먼저 서명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명한 사람이 기록을 실제로 받아들인 시각도 다르니까요.” 세드나는 옛 회신 표식의 수령 방식이 세 종류였다고 설명했다. 당직자가 직접 받는 경우, 대기함에 자동으로 보관되는 경우, 동료가 임시로 맡는 경우였다. 그런데 신형 장부에서는 그 세 가지를 모두 '접수'라는 하나의 낱말로 표시했다. 수현은 그걸 듣고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 세계 사람들은 이름을 줄이는 걸 참 좋아하네요.” “이름을 줄이면 장부가 짧아지죠. 대신 설명할 시간이 길어집니다.” 세드나가 대답했다. 하르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옛 막사 당직표를 꺼냈다. 그 당직표에는 누군가가 무릎을 다쳐 근무를 못 한 날이 적혀 있었다. 그의 이름 옆에는 '배정'이라고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다른 직원이 난로를 지켰다. 일을 한 사람이 누군지 분리하지 않으면 보수도 틀려질 수 있었다. “이건 교정 기록과 관계없는 일인가요?” 하르나가 물었다. “직접적인 기술 증거는 아니죠. 하지만 이곳의 장부가 어떤 방식으로 작성됐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날도 배정된 사람이 실제 일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 있으니까요.” 하르나가 기록을 훑으며 말했다. “당시 보조 근무자가 겨울을 마치기도 전에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도 이제 없을 거예요.” 수현은 그 이름을 복사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사정과 오래된 사건을 함부로 연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다만 원장에 실제 수행자와 배정자의 구분이 불충분하다는 사실만 적었다. 점심을 먹은 뒤 세 사람은 현행 막사 당직표의 표시 방법도 점검했다. 하르나는 '배정'과 '근무 완료'를 따로 쓰기로 했다. 베스는 휴게시간이 있었다면 실제로 쉬었는지도 기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현이 웃었다. “한국에서 제가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 휴게시간은 표에 있다고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베스는 어리둥절했다. “그럼 수현 씨의 나라에도 이런 일이 있나요?” “사람이 일하는 곳에는 어느 정도 비슷한 일이 있어요. 다만 법과 해결 방법은 다르겠죠.” 그날 저녁 하르나는 자신이 난로를 피우느라 잠을 설친 날을 따로 표시했다. 그녀가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구간은 빈칸으로 뒀다. 수현은 괜찮다고 말했다. 거짓으로 채운 숫자보다 정확하게 모른다고 적힌 칸이 훨씬 유용할 때가 있었다. 하르나는 작은 잉크병을 닫았다. “예전엔 기록이 완벽해야 인정받을 줄 알았어요.” “이제는요?” “적어도 거짓말을 안 했다는 이유로 혼나고 싶지는 않네요.” 수현은 그 말에 웃지 않았다. 그건 웃기보다 오래 생각해야 할 말이었다. 이곳의 긴 겨울 동안 누군가가 자신이 일한 시간을 온전히 남기지 못했다면, 그 삶을 복원하는 일은 오래된 기술 기록을 복원하는 일 못지않게 조심스러워야 했다. 베스는 자신이 만든 새 양식을 하르나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적고, 알고 있는 건 근거가 있는 만큼만 적겠습니다.” 하르나는 그 문장 아래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이곳에서는 관리자의 서명이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장치가 아니라, 직원의 기록을 실제로 읽었다는 표시가 되기를 바랐다. 열람실 문을 닫기 전 수현은 두 시계를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시곗바늘은 어느 쪽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이는 두 바늘을 하나의 사건처럼 읽으려 했다. 그래서 그녀는 보고서 첫 줄에 시각의 기준부터 밝히기로 했다. 밤에 루세가 새 표를 가져왔다. 교정값이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으므로 계산 결과는 여러 범위로 나눠 표시돼 있었다. 서로 다른 가능한 시각이 겹치는 구간에서만 정지 요청과 분기 처리가 거의 동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적어도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루세가 말했다. “옛 보고서가 자신 있게 쓴 순서는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진전이네요.” “불편해질 겁니다. 관련 기관이 다시 조사해야 하니까.” 수현은 창밖의 어두운 산을 보았다. 불편한 진실이 편리한 추정보다 낫다는 말을 현장 사람들에게 할 때는 쉽다. 그러나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귀환이 늦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는 세드나에게 물었다. “누군가가 저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건 확실한데, 이렇게 날짜도 못 맞추면 무슨 수로 찾죠?” “모든 시계를 먼저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문서가 누구에게 도달했는지부터 확인할 수도 있어요.” “받았다는 도장도 믿기 어렵잖아요.” “그렇기에 받은 사람의 행동과 다른 부서 기록을 함께 봐야겠죠.” 하르나가 조용히 말을 보탰다. “산에서는 눈이 언제 내렸는지 모르면, 눈이 쌓인 높이를 기록합니다. 바람 때문에 높이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다른 흔적과 대조하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알아낼 수 있어요.” 수현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종이는 마치 눈과 같았다. 떨어진 순간이 기록돼 있지 않아도 어디에 남았는지 보아야 했다. 하지만 바람이 옮긴 자리를 원래 자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날 밤 정리표의 결론 칸에는 두 줄이 적혔다. ‘E-17 정지 요청과 비상 분기 순서: 확정 불가.’ ‘기존 결론을 유보할 근거: 산지 구형·신형 교정표의 미결값.’ 수현은 빈칸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또 하나의 미해결이었다. 그런데 이번 빈칸은 예전의 빈칸과 달랐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워 버린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남겨 둔 빈칸이었다. 막사에서 내려오는 길, 하르나가 접힌 쪽지 하나를 건넸다. 옛 교정표와 함께 보관된 인계 담당 표준서의 목록이었다. 거기에는 같은 날짜의 음형 변경 통지가 ‘중앙에 전송된 뒤 수신확인 없는 상태’로 남았다는 문장이 있었다. “이건 다음 열람허가가 필요합니다.” 하르나가 말했다. “네. 이제 그런 말이 익숙해졌어요.” 수현은 쪽지를 접었다. 누군가가 보낸 말을 누가 받지 못했는지.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적어도 그 질문을 던질 장소를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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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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