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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42화
PAYLUA ORIGINAL · 제142화

142화. 두 종류의 푸른 잉크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386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분관에서 온 편지는 두 통이었다. 한 통에는 독립 원장 첫째 묶음의 제한 열람을 허가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다른 한 통에는 하르나의 난로 관리 시간을 정규 업무로 볼 수 있는지 심사할 때 필요한 추가 서식이 적혀 있었다. 하르나는 두 번째 편지를 보고 웃지 않았다.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건 업무인지 아닌지, 종이한테 물어보겠다는군요.” 수현은 편지를 받아 읽었다. 답장 자체는 거절이 아니었다. 담당 부서가 출근·퇴근 기록과 야간 온도 기록을 요구한 것이었다. 다만 온도 기록은 하르나가 근무시간에 직접 작성한 것이고, 그 시간을 업무로 인정하지 않으면 같은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는 일에도 모순이 생긴다. “하르나 씨가 원하시면 기초 자료를 정리하는 건 도울 수 있어요. 다만 신청은 본인이 하셔야 해요.” “내가 원할지 말지는 원장을 열고 정하겠습니다.” 수현은 그 답을 존중했다. 누구든 어떤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싶은지 고를 수 있었다. 수현 자신도 이곳에서 사라진 문을 찾는 일과 당장 먹고사는 일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열람실에서 하르나는 깨끗한 장갑 세 켤레를 나눠 주었다. 루세가 종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받침대를 맞추고, 세드나가 열람허가의 마지막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허가 범위. 비상 분기 교정값에 관한 표제, 색인 및 본문 중 인명 비식별 부분.” 수현이 바로 말했다. “개인 이름이 나오면 덮겠습니다.” “기록 작성자의 이름과 현장 당직자의 이름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르나가 덧붙였다. 원장의 첫 장은 예상보다 평범했다. 어느 날 비가 왔고, 어느 시각 풍향이 바뀌었고, 산 아래 회선에 이상한 울림이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수현은 처음엔 실망했지만, 곧 다른 점을 발견했다. 표 오른쪽 끝에 작은 기호가 세 개씩 붙어 있었다. ‘상행.’ ‘하행.’ ‘반향.’ “아란 씨가 말한 음형 분류와 비슷하네요.” 수현이 말했다. 루세는 손을 들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신호했다. “관측 쪽의 방향과 장치 쪽의 방향은 같은 말이 아닐 수 있어요. 여기서 상행이 산 위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하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나르는 짐은 하행이라고 써요. 기록이 내려가도 하행이라고 하고요.” “그럼 다른 방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차원이라고 할 수 없겠군요.” “그렇게 얘기해 준다면 참 다행입니다.” 수현은 자기 성급함을 종이에 적었다. 판단을 줄이는 일도 조사였다. 똑똑한 사람이 모르는 분야를 보면 더 빨리 결론에 다가갈 수 있을 것처럼 느끼는 법이었다. 그러나 빨리 도착한 결론은 때로 오랫동안 잘못된 길을 걷게 만들었다. 두 번째 장에는 잉크 색이 두 종류였다. 처음 쓴 표는 갈색, 나중에 복사된 요약은 짙은 푸른색이었다. 중요한 건 색보다 열의 이름이었다. 갈색 표의 마지막 열에는 ‘수신측 보정 미완료’라고 적혀 있었는데, 푸른색 요약에는 같은 칸이 ‘보정 적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건 왜 바뀌었죠?” 세드나가 책의 구석을 가리켰다. “개정번호가 있네요. 요약은 본문 작성보다 나중 것입니다.” 루세가 옆의 각주를 읽었다. “‘후속 장부에서 임의 기준값을 부여한 뒤 색인에 반영.’ 원래 보정이 완료됐다는 뜻은 아니군요.” 수현은 두 글자를 메모했다. ‘적용’과 ‘완료.’ 둘은 다르다. 계산할 때 임시값을 적용해 보고서를 만들 수는 있어도, 실제 관측값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한국에서 회사의 연차 사용 현황을 정리할 때도 비슷했다. 휴가 신청이 접수된 것과 실제로 쉰 것은 달랐다. 하르나는 책의 뒤쪽에 작은 접힌 종이가 있다고 했다. 수현은 손을 뻗지 않았다. 허가서에는 부록을 펼치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록은 원장과 별도 소장인가요?” “그렇습니다. 전에 누군가 그걸 한 장짜리 지도로 착각하고 가져가려 했지요. 그 뒤로 봉인했어요.” “그 사건 기록도 남아 있나요?” “흔적은 있을 겁니다. 이름은 공개할 수 없고요.”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오늘의 열람자 전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곳. 수현은 그런 기관의 피로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복사보다 먼저 상세한 위치와 보존번호만 적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본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이었다. 점심 전, 수현은 첫 장의 날짜와 제2차단함 운용판의 날짜를 대조했다. 그런데 어느 쪽도 정확한 날짜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산지 원장은 계절과 달의 위치로 날짜를 기록했고, 중앙 운용판은 왕도 개정력을 사용했다. 같은 달을 가리켜도 윤일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랐다. “동일한 날로 환산하면 세 날쯤 차이가 날 수 있어요.” 루세가 말했다. “같은 분기 번호가 그 며칠 사이에 몇 번 사용됐나요?” “그걸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원장을 보는 거지요.” 수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서울에서 누가 언제 전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통신사 기록을 조회한다면, 적어도 모두 같은 달력을 사용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시각의 기준부터 엉켜 있었다. 사건의 순서를 재구성하는 일이 곧 사람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동의서보다 먼저 장치가 움직였는지, 정지 요청이 먼저 도착했는지 판단할 수 없으니 말이다. 수현은 색인의 주황색 점 세 개에 시선이 멈췄다. 점 옆에는 작은 원형 도장이 있었다. 원형 홈 넷 중 마지막 홈만 반대쪽에 그려져 있었다. 140화에서 연구실이 구분해 낸 방향 표시와 아주 닮아 있었다. “루세 씨, 이것 좀 보세요.” “네 번째 홈이 거꾸로네요.” “같은 규격인가요?” 루세는 자로 간격을 재지 않았다. 종이를 가까이 가져가지도 않았다. 먼저 하르나에게 요청했다. “비작동 촬영이 가능한가요? 그리고 이 기록을 비교 검토용으로만 쓸 수 있습니까?” 하르나는 승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축약된 그림을 손으로 옮겨 그리는 건 가능합니다. 원판의 음형이나 작동 수치를 복제하는 건 안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수현은 그림을 그렸다. 자기 그림 실력은 초등학교 미술 시간부터 별로였다. 동그라미 네 개를 그리면서도 세드나에게 웃음거리가 됐다. “이게 네 번째 홈이면 제가 왕실 화가가 되겠네요.” “왜요? 기술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솔직한데요.” “구분만 되면 됐어요.” 루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닮았다는 건 좋은 출발입니다. 하지만 그림이 같은 방향으로 보이는지, 기록판을 뒤집어 봤을 때 반대가 되는지도 살펴야 해요. 원래 표식이 어느 면에서 찍혔는지 모르면 방향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수현이 손바닥을 뒤집었다. 손등에 그린 화살표는 보는 위치에 따라 반대로 보였다. 이 단순한 일이 판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웃음이 났다. 돌아갈 세계의 문제를 손등 하나로 이해하다니, 이보다 더 노무사답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하르나가 책을 넘기다 멈췄다. 이번에는 갈색 잉크 옆에 ‘독립 원장’이라는 말을 풀이한 문장이 있었다. ‘독립 보존이란 중앙 색인과 별도로 같은 기록의 사본을 유지함을 말한다. 독립 수신의 증명으로 갈음하지 않는다.’ 수현이 소리 내어 읽었다. 얼마 전부터 쫓아온 단어였다. 또 한 번, 이름이 결론보다 앞서 나갔다. 그녀는 슬프다기보다는 홀가분해졌다. 적어도 확인할 대상이 분명해졌다. “그럼 독립된 다른 신호원이 있는지 아직 모르네요.” “그렇죠.” “그런데 여기까지 온 게 헛수고는 아니잖아요. 기존 요약표가 왜 잘못 읽혔는지도 알았으니까.” 세드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행정은 자주 그런 방식으로 고쳐집니다. 없는 사실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있었던 문장의 뜻을 바로잡으면서요.” 수현이 표에 적힌 상행과 하행을 확인하던 중 하르나의 젊은 조수 베스가 들어왔다. 베스는 막사에서 관측값을 필사하는 일을 배우고 있었다. 그녀는 중앙 분관의 구형 설명서를 들고 와서 수현 일행에게 질문 하나를 했다. “여기에는 '매년 기준 시각을 다시 맞출 것'이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 막사의 물시계는 지난봄에도 안 맞췄거든요. 그러면 올해 제가 쓴 수치도 모두 틀린 건가요?” 루세는 잠시 설명서를 읽었다. “기준 시각에 오차가 있다는 것과 관측값 자체가 모두 틀렸다는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바람이 강해졌다는 관찰은 시각이 조금 어긋나도 사실일 수 있죠.” “그럼 어떻게 적어야 하죠?” “보정이 안 된 상태에서 기록했다는 사실을 남기세요. 나중에 계산할 수 있는 것과 당장은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요.” 베스는 납득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견습자 평가에서 틀린 기록이 많으면 벌점을 받는다고 했다. 기록란에 '확인 못 함'을 쓸 때마다 상급자가 일을 대충 한다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수현이 물었다. “정확하지 않은 시간을 정확하다고 적으면 평가 점수를 더 받나요?” “그럴 수도 있겠죠. 빈칸이 없으니까요.” “그럼 평가 방식부터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겠네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적는 게 오히려 정확한 기록일 때가 있으니까요.” 베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하르나를 바라봤다. “관리인님, 이번 달 평가표에 '교정 지연 사유'를 따로 적어도 될까요?” 하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적는 칸이 있어야 했는데 우리가 만들지 않았네.” 세드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작은 의견을 보탰다. 평가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일방적으로 기준을 바꾸기보다, 현재 기록과 제안하는 기준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스는 열람실 문 옆에 있는 게시판에 두 칸짜리 새 양식을 붙였다. '측정 결과'와 '신뢰 범위.' 수현은 그 양식을 보자 웃음이 났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일 때가 있었다. 베스에게는 당장 오늘 한 줄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었다. 점심에는 토렌이 말을 몰고 내려온 상인의 불만을 전했다. 상인은 막사의 시각표를 믿고 왔는데 실제로 출입문이 열리는 시간이 달랐다는 것이다. 하르나는 '산지 표준 시각'과 '왕도 방문 시각'이 서로 다르다는 안내를 붙였다. 방문객의 불만은 일부 정당했다. 그는 산 위의 다른 시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희 기록도 모두 같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네요.” 수현이 말했다. “그래서 시간 기준을 먼저 적으라고 옛 선배들이 그렇게 강조했겠죠.” 루세가 대꾸했다. 하르나는 베스에게 막사의 운영 안내문을 새로 쓰게 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기록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열리며, 왕도 시각과 다를 수 있음'이라고 적었다. 베스는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작게 남겼다. 나중에 문구가 틀렸다면 누가 작성했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수현은 그 글씨를 보며 오래된 원장의 필사자들을 떠올렸다. 오늘 하르나와 베스가 한 일도 수십 년 뒤 누군가에게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 막사의 건물이 남아 있을지는 몰랐다. 그래도 사실을 구분해 기록하는 일을 미룰 이유는 없었다. 오후에는 막사의 난로에 문제가 생겼다. 굴뚝이 막혀 연기가 실내로 새어 들어왔다. 하르나는 버릇처럼 긴 막대를 들고 지붕으로 올라가려 했다. 수현이 문 앞을 막은 건 그녀를 무능한 사람으로 봐서가 아니었다. 이미 나이가 있고, 지붕에는 비가 남아 있었다. “다치지 않고 고칠 방법부터 확인해야죠.” “그럼 이 원장은 습기를 먹습니다.” “원장 보존과 사람 안전 중 하나만 택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토렌은 산 아래 수리반에게 연락을 보냈고, 그 사이 루세와 하르나는 마른 보존함으로 책을 옮겼다. 옮긴 위치와 시각을 세드나가 적었다. 수현은 창문을 열어 연기를 빼고 전원 밖으로 나오도록 안내했다. 그날 오후의 열람은 중단됐다. “기록이 부족해지겠군요.” 하르나가 말했다. “오늘은 현장 중단 기록이 남잖아요.” “그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다음 사람이 왜 오후 장부가 비었는지 묻지 않아도 됩니다.” 하르나는 한동안 수현을 쳐다보았다. 그 말은 원장에게도, 자기 업무시간 기록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일하지 않았다는 뜻과 안전 때문에 중단됐다는 뜻은 같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산 아래에서 새 수리 일정이 도착했다. 하르나는 이번에는 야간 근무 일지를 먼저 꺼냈다. 그 안에 손으로 쓴 기록들이 빼곡했다. 그녀는 생각 끝에 말했다. “제 휴게시간이 빠진 것도, 굴뚝 고치다가 다칠 뻔한 것도 적어 둘게요. 나중에 보여 줄지는 제가 정하겠습니다.” 수현이 웃었다.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열람 결과를 정리하며 수현은 세 가지를 남겼다. ‘산지 원장의 독립은 보존 체계를 의미한다. 구형 수신 보정값이 후대 요약에서 완료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네 번째 홈과 닮은 표식은 보이나 원본의 방향과 제작판본 대조가 필요하다.’ 원장 덮개가 닫히는 순간, 하르나가 마지막으로 한 장의 목록을 가리켰다. 부록 신청서에 적혀 있던 명칭이었다. ‘제삼 막사 비상 야간 교정표. 별권 보존.’ 수현은 그 앞에 작은 별을 그렸다. 다음에 볼 문서는 세상에 없는 문이 아니라 사람들 손을 여러 번 거친 종이일 것이다. 그래도 그 종이가 누군가의 시간과 선택을 정확히 가리킬 수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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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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