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14화. 지급 완료된 유령의 몫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30자

오프라인 책장
왕립길드 장부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용사가 아니었다. 종종 그저 ‘지급 완료’라고 적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현은 재무실 창구 앞에서 그 사실을 실감했다. 은화가 이동한 기록을 확인하려고 오전 내내 기다렸지만, 창구 직원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지급된 돈입니다.” “실제로 누가 받았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장부에는 지급됐다고 되어 있습니다.” “네. 그래서 받았다는 증빙을요.” 직원은 수현을 빤히 보다가 말했다. “같은 말을 왜 세 번 묻죠?” “같은 대답을 세 번 하셔서요.” 뒤에 서 있던 세드나가 헛기침을 했다. 웃음을 참는 소리 같기도 했다. 오늘 확인할 항목은 세 가지였다. 편성 준비금 은화 스무 닢, 메이의 마석 대금, 그리고 이름이 없는 다섯 번째 계약자. 각각 다른 일처럼 보였지만 최초 계약일이라는 점에서 이어졌다. 재무 담당자는 마침내 오래된 봉인 장부를 꺼냈다. 문제의 날짜 옆에는 네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합계는 은화 스물다섯 닢이었다. “네 명이면 스무 닢 아닌가요?” “한 사람당 다섯이니 그렇죠.” 수현이 종이를 가리켰다. “그런데 합계는 스물다섯입니다.” 직원은 계산을 다시 했다. 두 번 했다. 세 번째엔 수현을 쳐다봤다. “부대 공통 준비금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죠. 공통 준비금이라는 항목이 있나요?” “여기에는 없습니다.” “그러면 별도 근거를 찾아야겠네요.” 수현은 이긴 것처럼 웃지 않았다. 단순 계산 실수일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었다. 오히려 재무실 직원이 방어적으로 굴지 않게 만드는 편이 좋았다. “확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합계가 맞는 이유가 나오면 그쪽 기록도 받아 볼게요.” *** 그날 오후 라비엔이 남겼다는 나무 상자가 다시 열렸다. 수현은 젠과 데런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냈다. 부러진 펜, 찢어진 장갑, 오래된 지도.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 데런이 지도 한쪽을 가리켰다. “여긴 북쪽 갈림길이에요. 라비엔이 위험하다고 표시한 곳이죠.” “언제 갔었나요?” “작년 겨울에도요. 그 전에는… 저희가 아직 편성되기 전이라 잘 모르겠군요.” 젠이 나무 상자의 뚜껑 안쪽을 만졌다. “여기 긁힌 자국 보이세요?” 가느다란 흠집 다섯 개가 있었다. 그중 네 번째 자국만 아래로 꺾였다. “우리가 어릴 때 쓰던 순찰 표시예요. 이건 ‘다음 표식을 찾아라’라는 뜻이고요.” “그게 왜 상자에 있죠?” “라비엔의 버릇이었습니다. 중요한 걸 한곳에 두지 않았어요.” 수현은 상자를 닫았다. 모든 것을 비밀 암호로 읽는 건 위험했다. 그러나 길을 아는 두 사람이 같은 해석을 내놓는다면 확인할 가치는 있었다. “다음 표식이 어디 있을까요?” “원정대 기록실이요. 라비엔은 업무 보고서를 두 부씩 썼거든요.” “공식 보고서와 따로요?” “동료에게 보여 주려고 만든 간단한 기록이 있었어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적인 문서와 개인 메모는 차이가 있다. 서로 대조하면 빈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기록실은 식료품 창고 바로 옆에 있었다. 낡은 선반마다 종이 묶음이 높이 쌓여 있었고, 종이 사이로 먼지가 떠다녔다. 수현은 첫 번째 상자를 여는 것부터 입회인을 세웠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데런이 물었다. “나중에 우리가 내용을 바꿨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요. 같이 확인한 사람이 있어야 해요.” 젠이 웃었다. “이제 상자 하나 여는 것도 작전이네요.” “방금 작전이라고 했으니까 데런 씨는 퇴각 경로 확인해 주세요.” “이 방에서요?” “농담입니다.” 어깨를 들썩이는 웃음이 몇 번 오갔다. 긴장한 채 문서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나았다. 라비엔의 기록은 한쪽 구석에 있었다. 출정 경로를 간략하게 그린 종이와 식량 배분표, 부상자 이동표였다. 그중 최초 편성일 앞장에는 낯선 글씨가 있었다. [준비금 지급 대상 다섯. 현장 도착 네. 누락 한 명은 감독관 확인 후 정리 예정.] 그리고 이름을 적어야 할 자리가 칼로 긁힌 듯 하얗게 벗겨져 있었다. “라비엔이 직접 지운 걸까요?” 젠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종이 상태부터 확인해 봐야죠.” 수현은 표면을 비스듬히 비춰 보았다. 글자를 새로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나중에 긁어낸 흔적임은 분명했다. “이게 다섯 번째 계약자와 관련 있겠군요.” 수현이 낮게 말했다. 그때 기록실 문이 열렸다. 브레그가 서 있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정당하게 열람 가능한 제7원정대 사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현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브레그가 눈을 찡그렸다. “누가 허락했지?” “기록 관리자와 당사자요. 서명도 받았습니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군.” “전에는 복잡한 일이 안 보였겠죠.” 수현은 말한 뒤 조금 후회했다. 감정적으로 들릴 수 있었다. 브레그가 불편한 얼굴을 하자 그녀는 덧붙였다. “감독관님께도 확인할 게 있습니다. 최초 편성 때 다섯 명이 지급 대상이었나요?” “그 당시 난 제7원정대 담당이 아니었어.” “그러면 당시 담당자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브레그는 한참 말이 없더니 대답했다. “전임 감독관 에드갈. 지금은 왕도 근무 중이다.” 새 이름이 나왔다. 수현은 그 이름을 받아 적었다. *** 기록실을 나온 뒤 수현은 재무실에서 받아온 숫자를 종이에 다시 적었다. 각 지급일 옆에 실제 돈이 손을 거친 시점을 표시했다. 지급 승인, 보관 계정 이체, 실물 인출, 개인 수령. 네 단계가 모두 같다고 가정하면 안 됐다. “이런 걸 왜 다 나누는 거예요?” 오르카가 물었다. “급료를 줬다고 말할 때, 누가 승인만 한 건지 실제로 사람이 손에 쥔 건지 구분하려고요.” “당연히 같은 거 아닙니까?” “늘 그렇진 않더라고요.” 수현은 카이렌에게 은화 한 닢을 빌렸다. 은화를 탁자 끝에 올려놓고 말했다. “제가 이 돈을 젠 씨에게 주겠다고 결정했어요. 이게 지급 승인.” 그녀는 은화를 자기 가방에 넣었다. “젤… 아니, 젠 씨 몫으로 따로 보관했어요. 이게 예치.” 젠이 웃었다. “돈은 수현 씨가 갖고 계시는데요?” “맞아요. 아직 젠 씨는 못 받았죠.” 수현은 은화를 꺼내 젠에게 건넸다. 젠은 받았다고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서야 실제 수령이 된 거예요.” 오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계가 다 다르군요.” “그렇죠. 장부 하나에 ‘지급 완료’만 적어 두면 중간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놓칠 수 있어요.” 젠은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 카이렌에게 돌려주었다. “이건 대장 돈이니까요.” 모두 웃었다. 수현은 웃음이 그치자 다시 진지해졌다. “또 중요한 게 있어요. 그 돈을 받았어야 할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계약에 동의했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돈부터 옮겨 놓으면 나중에 찾기 어렵죠.” 그때 데런이 처음 보는 문서를 꺼냈다. 낡은 보급 차량 배정표였다. 편성 이전 날짜에 마차 한 대를 준비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이건 어디서 났어요?” “예전 마차 주인이 갖고 있던 거예요. 보관하라고 하더군요. 마차 대금이 늦게 지급돼서.” 문서에는 사람 다섯 명분의 휴대 장비와 침대 여섯 개가 기재돼 있었다. “다섯 계약자에 침대 여섯 개라.” 젠이 중얼거렸다. “항상 숫자 하나가 더 많네.” “침대는 예비용일 수도 있죠.” 수현은 웃지 않았다. 우연인지 규칙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대신 당시의 차량 배정 담당자 이름을 물었다. “지금은 은퇴한 사람인데요. 남쪽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합니다.” “이름은요?” “베른.” 수현은 ‘베른: 마차 배정 경위 확인’이라고 적었다. 실종된 사람을 찾으려다 오래된 물품대금까지 파헤치게 생겼다. 묘하게 이 세계에선 모든 비밀의 끝에 영수증이 달려 있었다. 수현은 자기 농담에 혼자 웃었다. 마법이야 놀랍지만 장부는 여전히 장부였다. 저녁 무렵 세드나가 가져온 보조 장부에는 조금 다른 진실이 있었다. 지급 합계 은화 스물다섯 닢은 계산 오류가 아니었다. 다섯 번째 사람의 몫도 ‘예치 완료’ 처리되어 있었다. 다만 수령 계정이 네 명과 달랐다. [특별 회복 관리국 임시 보관 계정 R-0.] “R-0요?” “일반 원정대 계정은 R-1부터 시작해. 이건 정식 편성 전 기록을 모아 두는 별도 번호일 수 있어.” “그럴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래.” 세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문서를 받아 들었다. 하나를 찾으면 두 개가 생기는 조사였다. 그런데 그녀가 진짜 궁금했던 건 돈의 끝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섯 번째 몫을 받도록 등록했다가, 이름을 지웠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람의 동의가 있었는지는요?” “그건 계약 원본을 봐야 한다.” “어디에 있는데요?” “왕도 보관 서고. 하지만 특별 관리 대상일 수 있어.” 수현은 머릿속에서 서류 보관 장소를 그렸다. 계약관리실, 재무실, 회복 관리국, 왕도 서고. 부서가 나뉠수록 한 사람의 이야기는 조각으로 흩어졌다. *** 보급창고에서 돌아오는 길에 수현은 브레그와 나란히 걸었다. 그는 평소와 달리 먼저 말을 걸었다. “그 다섯 번째 이름 때문에 사고가 커지면, 부대가 해체될 수도 있나?” “저도 그 위험을 생각하고 있어요.” “카이렌과 아이들은 이제 겨우 제 구실을 하는데.” “그래서 문서가 잘못된 부분만 좁혀서 확인하려고 합니다. 원정대 전체를 의심받게 할 이유는 없어요.” 브레그는 한참 땅만 보았다. “처음에는 네가 길드를 망신 주러 온 줄 알았어.” “질문이 많아서요?” “질문이 많기도 했고, 내가 무능한 사람처럼 보였지.” 수현은 잠시 걸음을 늦췄다. “감독관님이 모든 걸 알 수는 없죠. 대신 모르는 게 발견됐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책임이 있어요.” 브레그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럼 아직 늦은 건 아닐까.” “확인해 봐야죠.” 수현이 답했다. 브레그는 처음으로 그 말을 공격이 아닌 제안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는 다음 평가 회의 때 누락된 보급품 처리 절차도 함께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밤, 카이렌은 식사 자리에 늦게 나타났다. 훈련을 끝내고 들어오던 그의 손에는 어릴 적 쓰던 나무 검이 있었다. “이걸 보니까 생각나서요.” “뭐가요?” “제7원정대에 합류하기 전, 후보자 선발장에 저 말고 한 명이 더 있었어요.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고만 기억했는데.” “그 사람이 다섯 번째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선발식 다음 날부터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수현은 이름을 묻기 전에 카이렌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애써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카이렌이 눈을 감았다. “이름이… 에린이었던 것 같습니다.” 젠은 오래된 선발식을 떠올리려 했지만 그날 경비 근무를 나갔다고 했다. 데런 역시 사람들 얼굴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했다. 수현은 그들에게 억지로 이름을 떠올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이야기가 원래 기억과 섞일 수 있었다. “에린이라고 들으셨다면 그것만 말해 주세요. 확실하지 않은 모습이나 성격까지 상상해서 채울 필요는 없어요.” 카이렌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찾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완벽한 기억이 아니라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였다.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오르카가 고개를 들었다. “에린?” “아는 이름이에요?” “라비엔이 한 번 말한 적 있어요. ‘에린의 몫은 남아 있다’고.” 그 말은 주먹보다 묵직했다. 이름이 지워진 계약자. 찾을 수 없는 사람. 누군가 계속 보관 중인 은화 다섯 닢. 수현은 수첩에 이름을 썼다. [에린 — 후보자? 계약자? 실재 여부와 신원 확인 필요.] 그녀는 나머지 사람에게도 천천히 읽어 주었다. 아직 다섯 번째 사람이 에린이라고 확인된 건 아니었다. 아무도 그 구분에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기록실 입구에 새 종이가 붙었다. [왕도 중앙감사 전환. R-0 관련 일체 기록 열람 잠정 중지.] 도장은 회복 관리국 것이었다. “정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수현은 그 통지를 오래 바라보았다. 자료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문이 닫혔다. 이제 그녀에게 필요한 건 더 영리한 침입이 아니라, 문을 열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