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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39화
PAYLUA ORIGINAL · 제139화

139화. 네 번째 홈의 방향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24자

오프라인 책장
오래된 실험물을 확인하는 날, 수현은 새 신발을 신고 왔다.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세드나가 물었다. “아뇨. 지난번에 안전 통로를 따라 세 시간 걸었더니 발바닥이 다 까졌어요.” “실험이 아니라 비파괴 기록 대조인데요.”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루세는 웃다가 곧 진지한 얼굴로 검토 계획서를 확인했다. 이날 살펴볼 것은 사람도 마석 폭발 장치도 아니었다. 원점 교정판의 복제 모형과 보존된 작은 금속 표식이었다.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고 독립 측정기로 표면 흔적의 간격만 비교할 예정이었다. 보존실 책임자 칼든은 두 명의 입회자를 앞세웠다. “시작 전에 분명히 합니다. 원본에서 아무것도 떼어 내지 않습니다. 현재 보존 봉인은 훼손하지 않습니다. 이 표식이 실제 E-17 사건에서 사용된 물체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수현이 바로 답했다. “좋습니다.” 금속 표식은 손톱만 했다. 표면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홈 네 개와 비스듬한 선 하나가 남아 있었다. 루세는 홈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표로 옮겼다. 세드나는 측정값을 보존실의 독립 기록자에게 다시 읽어 주었다. 첫 번째 비교에서는 간격이 맞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루세가 말했다. 수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몇 달을 쫓아온 단서가 틀린 것일까. “틀린 건가요?” “아직은 장비 영점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측정기가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바닥의 진동을 막아 주는 받침 하나가 오래돼서 가라앉은 것이다. “이걸 바로잡으면 값이 달라집니까?” “그렇죠. 그래서 측정 절차를 두 번 하기로 했습니다.” 루세가 고친 뒤 두 번째 측정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네 홈 중 세 개가 교정판의 옛 판본과 맞았다. 네 번째 홈은 달랐다. 수현은 사라졌던 기대가 다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네 번째는 왜 다르죠?” 칼든이 답했다. “재제작품일 수 있습니다. 원래 물건이 닳아서 다른 곳에서 복원했다면 그럴 수 있죠.” “그럼 반대로 진짜 사용한 원본일 수도 있나요?” “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출처 원장이 필요합니다.” 그때 젊은 기록 담당자가 말했다. “과거 이 표식을 제3검수대에 맡겼다는 목록이 있습니다.” 루세는 고개를 들었다. “제3검수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폐쇄됐습니다. 기록은 왕도 서쪽 표준연구실로 이관됐고요.” 수현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오늘도 목적지가 하나 늘었네요.” 세드나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적어도 이번엔 주소가 있습니다.” 그날 점심 보존실의 젊은 직원은 측정기 정리를 혼자 떠맡았다. 수현이 옆에서 보니 깨질 위험이 있는 받침대를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칼든이 돌아오자 수현은 직원 대신 항의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먼저 물었다. “혼자 하는 게 괜찮으세요?” 직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손이 너무 떨려요.” “그럼 책임자에게 같이 말할까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칼든은 당황했지만 두 명이 정리하도록 즉시 작업을 나누었다. 이전에는 기술서고에서 너무 자주 보았던 풍경이었다. 위험을 보고도 작업자가 괜찮다고 말하면 그걸 동의로 받아들이는 곳. 이제 적어도 한 번은 직접 물어보는 곳이 늘고 있었다. 오후에는 표준연구실에서 연락이 왔다. 분실된 것으로 생각했던 제3검수대 장부의 표지만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안쪽은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수현은 원본 훼손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먼저 요청했다. 루세가 말했다. “이번 자료는 그동안 본 것보다 흥미롭습니다. 네 번째 홈이 달라요.” “다르면 왜 흥미롭죠?” “자동 생산되는 표준품이라면 홈 간격이 모두 일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달라서 개별 가공 흔적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 누군가 손으로 만든 거라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측정 추가 후입니다.” 수현은 자신의 한국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 전원은 오래전에 꺼졌다. 초반에 남아 있던 배터리도 닳아 버렸고 충전할 방법도 없었다. 손바닥 안에서 차가운 직사각형이 무게만 남기고 있었다. “이건 그 기계랑 연결할 생각 없어요.” 루세가 놀라 손을 내저었다. “제안한 적도 없습니다.” “알아요. 그냥 미리 말해 두는 거예요.” 한국에서 건너온 확실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누군가 호기심을 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화기에는 수현이 살던 세계의 사적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사진, 연락처, 메시지. 이곳의 목적을 위해 소중한 사람들의 정보까지 실험 재료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장치에 연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기록으로 남겼다. 루세는 그 종이에 서명하고, 칼든은 원본과 수현 개인 소지품을 별도 목록으로 보존했다. 저녁에 측정 결과 초안이 도착했다. 네 개 중 세 개의 홈이 일치하는 현상은 재현됐다. 그러나 네 번째의 차이는 온도와 보존 마모의 영향을 배제하지 못했다. 칼든은 최종 보고서에 ‘동일 물품 특정 불가’라고 적었다. 수현은 그 표현을 바꾸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문장이라도 정확한 문장이라면 다음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장부 표지를 넘기는 마지막 순간, 표준연구실의 낡은 색인에 특이한 문구가 발견됐다. ‘표준품과 다른 네 번째 홈: 비상 분기 역송 확인용. 사본 제작 금지.’ 수현은 그 줄에서 숨을 멈췄다. 어느 쪽에서 보낸 신호인지 구별할 장치를 누군가 오래전에 만들었다. 문제는 그 장치를 실제로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였다. 수현은 서로 다른 홈의 기원을 생각하며, 방금 전 검사가 이루어진 순서를 차례로 복기했다. 검사가 시작되기 전에 칼든은 검수실에 작은 거울을 설치했다. 수현은 그 이유를 물었다. “표면을 직접 비추는 것과 거울에 반사시켜 보는 것의 차이를 비교할 겁니다. 눈에 보이는 방향과 실측 방향이 다른 경우가 있으니까요.” 수현은 거울 속 작은 금속 표식을 바라봤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던 홈은 거울 속에서 왼쪽으로 기울었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옛 기록에 방향을 글로만 적었다면, 누가 어느 쪽에서 보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어쩌면 가장 오래된 오류가 거울 하나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루세가 말했다. “그래서 측정 방향을 표시한 원본 그림이 필요합니다.” 칼든은 표식 옆에 두 개의 기준 화살표를 놓았다. 첫 번째는 원점 방향, 두 번째는 수신 방향을 뜻했다. 그는 기록 담당자에게 둘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측정했는지 반드시 적게 했다. 수현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불명확한 결과를 억지로 하나로 만들기보다, 왜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기록 담당자는 점심시간에도 검사 결과를 정리하려 했다. 칼든이 먼저 일을 중단시켰다. “적어도 결과가 네 배로 늘었으면 휴식 시간도 계산해야지. 네가 기계를 계속 붙잡고 있어야만 검사가 가능하다면 그 방식부터 잘못된 거야.” 수현은 조용히 웃었다. 예전의 칼든이었다면 원본 보존에만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도 사람을 지키는 것이 기록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점을 배워 가는 중이었다. 검사에는 실수도 있었다. 첫 번째 담당자는 기준 화살표를 판의 아래쪽으로 놓았고, 두 번째 담당자는 위쪽으로 놓았다. 값이 맞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루세는 두 결과를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대조표를 만들어 누가 어떤 기준에서 읽었는지 그대로 남겼다. “이런 실수를 감추지 않아도 됩니까?” 기록 담당자가 물었다. 수현이 말했다. “감추면 다음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죠. 지금 알아낸 게 더 중요해요.” 칼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에 붙일 오류 설명을 직접 적었다. 기록에 남기는 일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앞으로 같은 판을 보는 사람의 시선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일이었다. 검사 도중 기술청의 관리자가 찾아와 결과를 물었다. 그는 세 개의 홈이 일치한다는 소식만 듣고 당장 발표문을 쓰려 했다. “중대한 진전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비상 분기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고 발표해도 되겠습니까?” 루세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표식의 제작 계통 일부가 맞을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래도 시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희망을 주려다가 근거 없는 약속을 하면 누군가가 위험한 기계를 다시 켤 수도 있어요.” 관리자는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에게는 돌아갈 필요가 있으니 오히려 좋은 소식 아닙니까?”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 검증하는 거예요. 결과가 좋아 보인다고 먼저 결론을 적는 건 제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관리자는 곤란한 듯 헛기침을 했다. 결국 발표문에는 ‘표식 계통 추가 대조 진행 중’이라는 문장만 실렸다. 수현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후에 기록 담당자는 보존실의 오래된 수령 대장을 찾아왔다. 동형 표식을 이관한 날짜는 두 개로 보였다. 하나는 최초 등록, 다른 하나는 수리 후 재검수. 문제는 두 번째 등록 시 표식의 무게가 조금 줄었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손으로 깎았기 때문인가요?” 수현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부식이 제거됐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칼든이 대답했다. “무게만으로 판단하진 않을 겁니다.” 수현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건 자료를 바꾸었다는 의혹을 쉽게 꺼내지 않았다. 그 의혹은 매력적이었다. 악당 한 사람이 오래된 진실을 숨겼다면, 그 사람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날 테니까. 그러나 현실에서는 종종 여러 명의 선의와 부주의, 이해관계가 뒤엉켜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저녁 무렵 보존실의 외벽에서 작은 진동이 났다. 기술자는 얼른 측정기를 보호하고 작동을 멈췄다. 바깥에서는 근처 채석장에서 돌을 나르고 있었다. 위험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진동이 섬세한 표면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칼든은 검사 중단 사유에 ‘외부 환경 진동’을 적었다. 연구원 하나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사소한 이유로 하루를 날린다는 게 아깝네요.” 수현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아까 잘못된 값이 나왔다면 그걸 고치는 데 며칠을 더 쓰게 됐을 거예요. 오늘 멈춘 시간도 결과의 일부죠.” 루세는 기록을 정리하며 작은 말투로 덧붙였다. “장치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관찰이니까요.” 수현은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이제 그녀는 무엇을 증명했는지만큼 무엇을 증명하지 못했는지도 적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아마 섣불리 희망을 팔지 않는 이들을 꼽을 것 같았다. 표준연구실의 젊은 연구원은 다음 날 수현에게 별도의 메모를 건넸다. 과거 제작품 중 네 번째 홈이 서로 다른 표식이 여러 개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제작 공정이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적었다. “이걸 지금 알려 주는 이유가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어제는 잘못된 가설을 내면 혼날까 봐 숨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결과가 틀린 이유를 찾는 일이 우리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수현은 메모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의문이에요. 다만 이 메모가 곧 증거라고 적지는 맙시다.” 그날 수현은 표식의 홈을 보고도 한동안 아무 결론을 적지 않았다. 세 개가 맞고 하나가 다른 결과는 이상해 보이지만, 이상하다는 느낌만으로 출처를 특정할 순 없었다. 루세는 다음 검사에서 독립된 측정자를 추가하기로 했고 칼든은 장비 교정 기록을 별도로 보존했다. 연구원은 보존목록을 가져왔다. 홈의 방향이 다른 표식은 적어도 세 가지 제작 시기에 있었다. 그러니 E-17에 쓰인 표식이 어떤 것이든, 판본까지 특정하지 않고는 출발 방향을 말할 수 없었다. 루세는 한숨을 쉬었다. “또 새로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이제 모른다고 말할 이유가 더 명확해졌잖아요.” 수현이 말했다. 연구원은 작업대에서 떨어진 유리 조각을 발견했다. 누군가 측정기 보호막을 교체하면서 놓친 것이다. 그는 먼저 작업을 멈추고 안전담당자에게 알렸다. 예전이었다면 혼자 치워 버렸을 흔적이었다. 수현은 그 작은 행동을 보며 사고 보고가 사람을 벌주기 위한 절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현장에 조금씩 자리 잡는다고 느꼈다. 그날 이후 표준연구실은 측정값마다 제작 판본을 반드시 함께 적기로 했다. 기록은 길어졌지만 혼동은 줄어들었다. 수현이 찾는 귀환 경로도 그런 식으로 조금씩 좁혀질 것이다. 아직 집의 주소는 몰라도, 적어도 어떤 잘못된 방향을 따라가서는 안 되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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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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