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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안전도 정산해야 합니다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75자

오프라인 책장
수현은 안전 검토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가, 회의장 앞에서 쓰러진 사다리를 먼저 보았다. 남문 공동기술서고의 천장은 유난히 높았다. 수리 작업자가 등받이도 없는 좁은 사다리 위에서 전선 덮개를 고치던 중이었다. 다른 사람이 사다리를 붙잡기는커녕 아래에서 복원 장부를 넘기고 있었다. “잠깐만요!” 수현이 소리쳤다. “사다리 먼저 잡으세요.” 작업자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다 됐는데요.” “다 됐다면서 아직 내려오지 않았잖아요.” 그때 작업자의 발이 미끄러졌다. 아래 있던 동료가 사다리를 붙들었다. 수현은 숨을 참았다. 사람이 떨어지지 않은 뒤에도 한동안 다리가 떨렸다. 파르마 안전담당자가 달려왔다. 그녀는 먼저 작업자의 무릎과 손목을 확인한 뒤 수현에게 물었다. “혹시 다치셨어요?” “전 괜찮아요. 저분부터 보세요.” “저 사람은 작업 중단과 진료를 하겠습니다. 이런 작업은 두 명이 함께하도록 정했는데, 오늘 대체 인력이 늦었군요.” 수현은 멈춰 선 작업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고 해서요.” “누가요?” 파르마가 물었다. “저기 붙은 일정표에요.” 벽에 붙은 종이는 사람보다 목소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수현은 날짜 옆의 빨간 표시를 보았다. ‘미완료 시 다음 작업 차질’. 그 아래에 정지권자와 대체 계획은 적혀 있지 않았다. 회의는 사다리를 정리하고 난 뒤 시작됐다. 참석자는 수현, 세드나, 루세, 파르마, 서고 관리관 아르덴과 기술연구부의 젊은 연구원 둘이었다. 의제는 E-17 비상 분기 기록과 옛 원점 표식 교정판의 비파괴 대조였다. 그러나 루세는 안건 첫머리에 ‘참여자 안전과 열람 범위’를 넣자고 했다. “별관 원점 교정판을 뜯어 들고 와서 연결하면 안 됩니다.” 한 연구원이 말했다. “그 판은 작동하지 않아도 표식을 읽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표면 판독은 가능합니다. 다만 봉인된 연결부에 손을 대지 않고, 장치를 켜지 않으며, 동일성을 입증하기 전까지 원본을 이동시키지 않는 조건입니다.” “그러면 연구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수현은 그제야 말했다. “빠른 연구를 원해서 저를 부른 건가요, 안전한 검증을 원해서 부른 건가요?” 연구원은 난감하게 웃었다. “둘 다요.” “둘 다 할 수 없는 날에는 어느 쪽이 먼저인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르덴이 물컵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지난번 사고 이후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모르는 척했군요.” 수현은 문서 초안을 읽었다. ‘원점 표식 실험’이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험을 한다는 표현은 작동을 전제로 생각하게 만들기 쉬웠다. “이건 실험보다 보존물 대조입니다. 제목을 바꾸면 어떨까요?” 세드나가 바로 적었다. ‘원점 교정판과 E-17 분기 원장의 비파괴 서명 대조.’ “그리고 검증 결과에 서울이라는 단어를 넣지 마세요. 확인도 안 됐잖아요.” “수현 씨 본인이 서울을 찾는 중인데도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죠. 원하는 답을 결과에 먼저 적을 수는 없잖아요.” 파르마는 작업 중단 권한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보존 담당자, 안전담당자, 작업자 당사자 중 누구라도 위험을 알면 중단할 수 있다. 수현의 동의는 보존 자료를 함께 읽고 질문하는 데만 한정된다. 인체 접속이나 개인 물품 송신 동의로 확대되지 않는다. 회의가 길어지자 연구원 둘은 지루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수현도 목이 말랐다. 서류의 작은 글씨를 읽다 보면 머리까지 굳는 것 같았다. 그때 파르마가 일어섰다. “지금 휴식입니다.” “아직 안건이 세 개 남았습니다.” “남았으니 다음에 할 일이 있는 겁니다. 사람에게 남은 체력이 있다는 뜻은 아니죠.” 수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전에는 그녀가 해야 했던 말을 이제 이 세계 사람이 하고 있었다. 휴식 시간에 아르덴은 수현을 창가로 불렀다.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당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일이 달려 있는데, 왜 매번 진행을 늦추는 조건을 쓰나요?” 수현은 창가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았다. 장사꾼, 수레꾼,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 그중 누구도 자기가 죽거나 다칠 위험을 감수해도 된다고 동의한 적 없었다.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과 돌아가려고 남을 해치는 건 다른 문제예요. 제가 돌아가기 전에 이곳에 사고를 내면, 그게 무슨 귀환이겠어요.” “그런데 정말 못 돌아가면?” 질문은 날카로웠다. 수현은 대답을 서둘러 만들지 않았다. “그땐 화날 겁니다. 아마 많이요. 그래도 제가 동의하지 않은 일을 남들에게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회의가 재개되자 루세는 E-17의 원점 교정판 판독에 필요한 세 가지 통제 표식을 설명했다. 원판의 제작 시대를 확인하는 표식, 변경된 음형을 알리는 표식, 송수신 실제 기록을 비교하는 표식이었다. 앞의 둘은 현재 조사 가능하지만 셋째는 아직 다른 자료가 필요했다. “결국 지금 확보한 건 방법의 일부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방법의 일부를 정확하게 고정하면 다음 단계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수현은 도장을 찍지 않고 먼저 회의록 초안에 눈을 주었다. 자신의 발언이 ‘시험 참여 동의’라고 줄여져 있었다. 그녀가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 “이 부분은 잘못됐습니다. 시험이 아니라 제한적 열람에 동의한 거예요.” 서기는 종이를 고쳤다. 그 작은 수정으로 회의가 십 분 더 길어졌다. 그러나 기록에 남을 말은 실제 말한 사람의 뜻과 같아야 했다. 회의 마지막에 파르마는 아까 사다리 작업을 중단한 직원이 진료를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친 곳은 크지 않았지만 손목이 부어 사흘 쉬라는 권고를 받았다. 안전 계획에도 예비 작업자 배정이 추가됐다. “계약서보다 느린 일정이 됐네요.” 연구원이 말했다. 수현이 대꾸했다. “대신 다음 주에도 작업할 사람이 남았습니다.” 수현은 그날 회의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조항들을 되짚었다. 회의 시작 전의 작은 확인서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 파르마는 모든 참석자에게 짧은 확인서를 나누었다. 수현이 받아 본 종이에는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의 행동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 ‘위험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한다’라는 문장을 읽다가 수현은 펜을 멈췄다. “보고만 하면 끝인가요?” 파르마가 돌아봤다. “무엇을 더 적어야 하나요?” “실제로 누가 확인하고, 언제까지 어떤 조치를 하는지도 적어야 하지 않을까요? 보고서가 서랍으로 들어가는 동안 사람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파르마는 메모한 뒤 곧장 서식을 바꿨다. 위험 신고를 받은 사람이 정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한, 조치 불가능할 때 대체 연락을 하는 방법, 신고자의 불이익을 막는 조항이 추가됐다. 기술연구부 직원은 자꾸 문서가 길어진다며 불평했다. 그러나 수현은 길어진 부분이 모두 실제 행동을 가리킨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짧은 서류가 언제나 좋은 서류는 아니에요. 읽을 사람이 이해하기 쉬워야 좋은 서류죠.” 그 말은 회의 도중 다시 시험받았다. 안전 절차를 설명하던 젊은 연구원이 ‘사람 접속 금지’라는 규정을 읽으면서도, ‘소지품을 통한 공명 반응은 비인체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현은 바로 질문했다. “그 소지품을 사람이 들고 있으면요?” “그건 기술적으로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허용하지 않는 편이 맞겠죠. 사람 몸과 붙어 있는 물건을 중간에 분리했다고 상상하는 건 안전 검증이 아니잖아요.” 루세가 동의했다. “단독으로 봉인된 표식의 육안 대조만 허용하고 개인 물품 사용은 별도 동의가 필요합니다.”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수현은 상대를 이겼다는 생각보다 사고 한 가지를 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회의 기록을 고치던 서기가 물었다. “그럼 미지의 원점 표식이 발견되면 어떻게 합니까?” “원인을 확인해야죠.” “기계가 스스로 반응하는 경우에도요?” “그땐 먼저 멈추고 원인이 무엇인지 기록하면 됩니다. 왜 반응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 번 더 건드리는 건 검증이 아니에요.” 파르마는 창문을 열어 환기한 다음 낡은 기계 배치도를 가져왔다. 원판은 세 개의 서랍에 나뉘어 보존되어 있었다. 두 서랍의 봉인 날짜가 서로 달랐다. 그녀는 이를 숨기지 않고 보고서에 적었다. 수현은 이전의 연구 환경이라면 누락되었을 자료가 이제는 처음부터 목록에 오른다는 점이 반가웠다. 마침 그날 작업하던 직원의 동료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사다리 사고가 난 이유를 설명했다. 교대 인력이 늦었다는 사실만 문제가 아니었다. 좁은 통로 한가운데 사다리를 세우게끔 오래된 도면이 작성돼 있었고, 이동용 발판은 다른 방에 잠겨 있었다는 것이다. 파르마는 실제 현장을 확인한 뒤 도면을 고치기로 했다. 직원은 작업이 늦어질까 걱정했다. “우리가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요.” “다음 작업자가 같은 위치에서 다칠 가능성을 그대로 두면, 오늘 일을 빨리 끝낸 의미가 없어집니다.” 수현은 그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쉬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일을 덜 위험하게 만드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두 가지는 함께 가야 했다. 오후 휴식 때 서고 식당에서는 묽은 수프와 딱딱한 빵이 나왔다. 수현은 수프를 한 숟갈 뜨고 얼굴을 찡그렸다. 짠맛이 거의 없었다. “맛이 어떤가요?” 아르덴이 물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 것 같은 맛이에요.” 아르덴이 크게 웃었다. “좋게 말씀하신 거군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옆자리의 연구원은 아르덴이 자리를 비우자 작은 소금 병을 꺼냈다. 다들 슬쩍 손을 뻗었다. 수현은 그 모습을 보며 이 세계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계가 하늘을 가로지르든, 기록이 마력으로 새겨지든, 먹는 음식이 싱거우면 소금이 필요한 법이다. 그 연구원이 수현에게 물었다. “정말로 서울이라는 곳에 돌아가고 싶습니까? 여기서는 당신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데요.” 수현은 잠시 수저를 놓았다. “특별한 대접요?” “모두가 당신 이야기를 듣습니다. 왕도의 기록관도 당신을 알아보고요.” “그건 특별한 힘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제가 질문을 멈추지 않아서 그런 거죠. 그리고 여기서는 제 가족에게 전화도 못 해요. 특별한 대접으로 그걸 대신할 순 없어요.” 연구원은 미안한 얼굴을 했다. 수현은 웃으며 덧붙였다. “여기가 싫어서만은 아니에요. 중요한 건 원래 제가 선택할 수 있어야 했다는 겁니다.” 식사 뒤 파르마는 수현에게 회의에 계속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가 지급이나 업무 범위에 관해 아무런 문서도 준비하지 않았다. 수현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먼저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는 개인 귀환 사건에 관한 자발적 의견 개진이며 왕국 기술청 직원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고, 추후 별도의 현장 조사나 문서 작성 의뢰가 있다면 비용과 책임을 새로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너무 까다로운가요?” 파르마는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리에게도 그런 분리가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움을 주러 온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수현은 서명하기 전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여기서 서명한 사람은 이후 장치 사용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그녀는 펜 끝으로 그 줄을 짚었다. “이건 삭제해 주세요.” “옛날 서식에 붙어 있던 문구입니다.” 회의록을 수령한 수현은 본인의 서명 옆에 적힌 권한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그녀가 맡은 것은 위험을 줄이는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지, 장치의 성공을 보증하는 일이 아니었다. 파르마도 그 점에 동의했고, 다음 회의에서 검토해야 할 안전항목을 별도 문서로 남기겠다고 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네요. 이 회의와 상관없는 동의가 섞여 있으니까요.” 파르마는 그 줄에 굵은 취소선을 그었다. 새 서식이 완성되자 서기가 참석자 모두에게 변경 이유를 읽어 주었다.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수현에게는 오래된 강제 소환의 시작점에서 빠졌던 질문을 지금 한 번 더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었다. 문을 나설 때, 아르덴이 낡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옛 검토위원회 부속서: 정지 신호의 도착 여부와 처리 여부를 구분할 것.’ 수현은 봉투를 들고 잠깐 움직이지 못했다. E-17의 정지 요청은 수신됐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처리됐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원래 세계로 가는 길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길을 막거나 열었던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기록돼야 하는지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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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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