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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29화
PAYLUA ORIGINAL · 제129화

129화. 두 개의 회선과 한 사람의 권리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23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행정분관의 공동 심사회의는 다섯 사람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 자리에 앉은 사람은 일곱이었다. 한 명은 기록 보존 담당이고, 또 한 명은 안전 확인 대리인이었다. 수현은 명부를 읽고 잠시 생각한 뒤 손을 들었다. “질문 하나만 먼저 해도 될까요?” 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사건을 심사하는 자리에 제가 참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사자 의견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좋아요. 그러면 제 의견은 참고사항인가요, 아니면 판정에 필요한 자료인가요?” 의장이 잠시 멈췄다. “판정에 필요한 자료입니다. 다만 귀하의 주장을 사실로 자동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분의 추측을 사실로 확정하고 싶지 않아요.” 수현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자신의 사건을 다른 사람 앞에서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다. 한국에서 공인노무사로 일할 때는 의뢰인의 말을 정리하곤 했다. 지금은 스스로 사건의 당사자였다. 직접 겪은 일을 말하면서도 증거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저는 제 의사와 관계없이 이 세계에 왔습니다. 최초 민원인은 제가 아니고, 그 민원은 제 강제 이동에 동의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앞선 행정 심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오늘 확인하고 싶은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미리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E-17에서 실제 기술 경로가 열렸는지와 그 과정에서 왜 동의 확인이 빠졌는지입니다.” 심사관들은 차례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 첫 증인은 야간 배정 담당 엘다였다. 그녀는 현재의 서식과 구형 서식을 각각 올려놓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담당실 지정과 실물 접속 신청을 같은 줄에 적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E-17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일 제가 근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후보 이관 후 자동으로 접속 코드가 생성되는 건 일반적이었나요?” “일부 비상 경로에서는 그렇습니다. 생성된 코드를 실제로 사용하려면 또 다른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두 번째 증인은 노아의 서면 진술이었다. 그는 당일 밤을 직접 보지 못했고 다음 날 안전 차단 상태를 확인했다고 분명하게 적었다. 심사관은 ‘대상 이동 여부 판정 불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세 번째 자료는 재검사표였다. 후보 접속 계수 하나와 정지 요청 수신의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계 때문에 작동과 차단의 순서를 정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누군가를 처벌할 수는 없겠군요.” 한 심사관이 말했다. 수현이 손을 들었다. “처벌 여부와 기록 정정 여부를 함께 묶지 말아 주세요. 아직 실행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동의가 있었다고 적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지는 별도 판단으로 하겠습니다.” *** 회의가 중단된 사이 세드나는 복도에 나와 물을 마셨다. 수현은 그녀 옆에 섰다. “제가 너무 날카로웠나요?” “아니요. 문제를 분리해서 말했을 뿐입니다.” “가끔 제가 여기서 하는 일은 참 이상해요. 집에 갈 방법을 찾으러 왔는데, 제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서류에 적기 위해 몇 달을 쓰고 있어요.” “그 기록이 없었다면 누군가 당신의 이동이 정당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맞아요. 그러니까 포기할 수가 없어요.” 세드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만약 돌아갈 방법이 생겨도 위험하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안 갈 거예요.” 수현은 거의 즉시 대답했다. “돌아가고 싶어서 죽을 만큼 위험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집에 돌아가는 건 살아서 돌아가는 거잖아요.” 세드나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여자가 복도에 기대 같은 방향의 창을 보고 있었다.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지 말지는 자신이 결정한다는 문제만큼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 오후 회의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남부 안전 관측소의 시각 교정 자료를 대조한 결과, 종점 운용실의 ‘정지 요청 접수’가 실행 후보 이관보다 늦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할 근거가 확인됐다. 다만 두 시각 차이가 몇 초인지까지는 정할 수 없었다. 루세가 설명했다. “정지 요청은 기술 경로가 완전히 닫히기 전, 또는 거의 동시에 접수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요청이 어떤 장치로 전달됐는가입니다.” “전달 경로가 있었나요?” 의장이 물었다. “기록에는 두 개의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상 안전 회선, 다른 하나는 비상 후보 이관 회선입니다. 당시 정지 요청은 전자에 기록됐는데, 후보 상태는 후자에서 계속 갱신됐습니다.” 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면 멈추라는 말이 한쪽으로 갔는데 다른 쪽에서는 계속 일이 진행됐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작동 여부는 최종 운용판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때 한 심사관이 말했다. “두 경로가 같은 장치를 제어했다는 자료는 있습니까?” 루세가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수현은 질문을 던지기 전에 잠시 생각했다. 어느 정도까지 확인됐고 어디부터 가설인지 정확히 나눠야 했다. “그럼 앞으로 필요한 자료는 명확하네요. 후보 이관 회선이 실제 접속에 사용됐는지, 안전 정지 회선의 요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리고 두 경로가 같은 작동부를 제어했는지요.” 의장은 그 세 가지를 공식 추가 조사 항목으로 채택했다. *** 회의 중간에 기록 담당자는 과거의 두 가지 완료 표식을 실제 서식 위에 표시해 보였다. 하나는 담당실이 접수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통지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서류를 멀리서 보면 거의 같은 모양이어서 수현도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정도 차이인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수현이 물었다. “교육을 받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서마다 인계 방식이 달랐지요.” 엘다가 설명했다. 심사관 하나가 묻기 전에 수현은 서류를 가까이 들여다봤다. 오래된 잉크는 바랜 부분도 있었고, 어떤 사람의 이름은 너무 옅게 남아 읽을 수 없었다. 수현은 그 빈칸을 보고 이전처럼 답답해하지 않았다. 읽을 수 없는 글씨는 읽을 수 없다고 적을 수 있었다. 다만 어떤 처리 결과를 남긴 기록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료와 대조해야 했다. “이런 차이를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바로 책임자로 지목하기보다 교육과 업무 배정 기록부터 확인해야겠네요.” 수현이 말했다. 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절차가 현장에서 어떤 지식으로 작동했는지를 아는 게 중요했다. 누군가가 이해하지 못한 위험한 규정을 따랐다면 개인의 판단과 제도 설계의 책임을 나누어 살펴야 한다. *** 공동 심사회의가 끝난 뒤 엘다는 수현에게 따로 말을 걸었다. 그녀는 현재 야간 배정 담당자라는 이유로 과거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는 일이 잦다고 했다. “제가 그날 일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는 저를 보고 실행자라고 말합니다.” 수현은 잠시 고민했다. “현재 담당 업무와 과거 실행 책임은 분리해서 기록되어야 합니다. 오늘 회의에서도 그 점을 분명하게 말하셨잖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누군가 이름을 대면 마음이 편해지는 모양입니다.” “저도 이해해요. 저 역시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 알고 싶은 날이 많거든요.” 수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당사자에게 가장 쉬운 선택은 눈앞의 사람을 원인으로 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면 결국 또 하나의 부당함을 만든다. 엘다는 오래전부터 야간 대체근무자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도 출근표에 공란이 생기면 책임자가 임시 인원을 배정하지만, 실제로 새 사람이 절차를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장치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 내 사건과 비슷한 위험이 아직 있는 거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 결과가 빨리 나오면 좋겠어요.” 수현은 자기 사건의 결과가 다른 직원들의 근무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규칙을 바꿔라’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었다. 그녀는 당사자의 위험 신고와 교육 이력 개선을 별도 권고로 남기는 데 동의했다. *** 세드나는 회의 결과를 정리해 수현에게 읽어 줬다. 수현은 문장 하나에서 말을 멈췄다. ‘집행 후보 이관 완료가 확인되었다.’ “여기에는 ‘기술 접속 성공’이라고 읽힐 만한 여지가 있나요?” “없도록 부속 설명을 넣는 편이 좋겠습니다.” 세드나는 즉시 제안했다. 그들은 공동 서기에게 수정 요청을 냈다. 서기는 처음에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막상 두 표현의 차이를 이해하자 바로 고쳤다. ‘집행 후보 이관 표식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며, 실제 인체 이동과의 인과관계는 별도 검증 중.’ 수현은 그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하지만 정확했다. 때로 문장은 짧아야 잘 읽히고, 때로는 길어도 오해를 막는 편이 낫다. 회의록을 보존함에 넣는 순간, 수현은 오랜만에 큰 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집에 돌아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래도 누군가 자기 의사를 물었고, 말한 내용이 실제 문서에 반영됐다.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날은 아니었다. 회의장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은 예상 밖으로 평범했다. “앞으로 이수현 씨에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 상황을 알리면 좋겠습니까?” 수현은 잠시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는 기록을 찾는 데 쫓겨 연락을 받을 방법 자체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여관으로 보내는 우편은 종종 늦어졌고, 급한 통지를 받지 못하면 자신이 불리해질 수도 있었다. “고정된 접수번호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제가 숙소를 옮기더라도 조회할 수 있는 방식이면 좋겠어요.” “통지를 누가 받았는지도 남길까요?” “그게 중요하죠. 전달했다는 사실과 제가 읽었다는 사실은 다르니까요.” 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자신의 요청이 불필요한 사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통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였다. 누군가에게 처음 동의 여부를 묻지 않아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는 자리에서,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회의 서기는 그 요청을 별도 항목으로 남겼다. 수현은 확정된 기한이 아니라 예정된 통지 주기라는 점도 확인했다. 이제는 막연히 매일 편지를 기다릴 필요가 조금 줄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었지만, 그 길 위에서 자신의 시간을 전부 잃지는 않을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회의는 수현의 현행 보호 조치에 관해 논의했다. 왕도 기록원은 안전 귀환 검토를 위한 문서 열람과 비용 지원을 계속할 수 있지만, 그것이 위험한 인체 이동 실험에 대한 참가 동의를 뜻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었다. 또한 귀환 가능성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소환 경위 조사는 독립적으로 계속하기로 했다. “그럼 제가 돌아간 뒤에도 조사를 계속한다는 뜻인가요?” 수현이 물었다. “귀하가 원하는 범위의 진술·증거 보존은 가능하며, 제도 개선 조사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돌아갈 방법은 아직 없죠.” 의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회의로 갑자기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건 잘 압니다.” 회의가 끝나자 이디스가 종점 운용실 최종 운용판의 소재를 안내했다. 판은 오래전 수리실에 두었다가 물품으로 분류되었고, 현재 ‘제2차단함’이라는 이름으로 중앙 기술관리청에 보관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 판이 있으면 진실이 전부 드러날까요?” 세드나가 물었다. “전부는 아니겠죠.” 수현은 종이를 접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어 있던 한 칸은 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날 밤 수현은 회의록 사본을 받아 읽었다. 그동안은 ‘당사자 동의 기록 없음’이 가장 큰 문장이었다. 이번에는 그 아래 새로운 문구가 들어 있었다. ‘정지 요청과 후보 이관 상태가 서로 다른 회선을 통해 처리된 정황 존재. 실제 기술 접속 여부는 최종 운용판 검증 예정.’ 수현은 다시 한 번 읽었다. 글씨는 여전히 딱딱하고 감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 안에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 더 정확하게 남았다. 그녀는 불을 끄기 전에 메이에게 안부를 보냈다. 이제는 메이가 따로 챙기지 않아도 약재가 나온다는 소식이 답장으로 돌아왔다. 수현은 그 답장을 읽으며 웃었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기도 한다. 다만 나아지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오늘은 앞으로 갈 길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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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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