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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2화
PAYLUA ORIGINAL · 제12화

12화. 치유사의 빚은 누가 만드는가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65자

오프라인 책장
다섯 번째 이름을 찾는 일은 그날 밤 잠정 중단됐다. 수현이 중단을 제안했다. 모두 피곤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지워 버린 이름을 찾는 문제보다 쉬어야 할 사람에게 쉬라고 말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이 조금 억울했다. “급한 일이잖아요.” 젠이 말했다. “네. 그래서 내일 머리가 맑을 때 다시 해야죠.” “흔적이 사라지면요?” “이미 오래된 기록이에요. 오늘 밤 무리한다고 되돌아오진 않아요.” 카이렌은 의외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자자. 내일은 순찰도 있으니까.” 메이가 수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용사가 쉬라고 말하는 광경에 이제 조금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휴식 규칙을 시험하는 첫 번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 메이의 손목에 채워진 금속 고리가 붉게 빛났다. [미정산 치료 비용 확인. 회복 물품 개인 지급 보류.] “아직도 이러네요.” 메이는 손목을 문질렀다. 표식이 빛날 때마다 피부가 따끔거렸다. 수현은 전날 세드나에게 접수한 정산 재검토 신청서 사본을 꺼냈다. “신청이 접수된 것과 실제 조치가 중단되는 건 다른 문제인가 봐요.” “재검토 중이면 청구가 멈추는 줄 알았어요.”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여기 규정부터 확인해야겠죠.” 수현은 고리에 적힌 문장을 베껴 적었다. ‘개인 지급 보류’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치료 물품이 개인 복지 상품인 경우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원정대 필수 장비인 경우는 다르다. 마침 카이렌이 천막으로 들어왔다. “오늘 북쪽 초소에 다친 병사가 셋 있다고 합니다. 메이의 치료를 요청했어요.” 메이가 바로 일어섰다. “가야겠네요.” “잠깐.” 수현이 말했다. “메이 씨가 진료를 못 하게 하려는 게 아니에요. 물품이 없는 상태에서 몇 명까지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죠?” “마력을 아껴 쓰면 셋 다 상처는 봉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깊은 상처까지 하면 제 몸이 버틸지 모르겠어요.” “그 대답을 먼저 전달합시다.” 카이렌은 전령을 불러 초소에 다른 치유사 지원을 요청했다. 메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적어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전에는 ‘치료 가능’이라는 두 글자만 적혀서 돌아오곤 했다. “이렇게 보내면 겁쟁이처럼 보일까요?” 메이가 물었다. “아니요. 얼마나 도울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거예요. 제대로 알아야 상대도 대비하죠.” *** 계약관리실에선 세드나가 야근한 얼굴로 수현을 맞았다. “고리 때문에 온 거지?” “네. 재검토 신청은 어제 접수됐는데 보류 표시는 그대로예요.” “정산실의 명령은 계약관리실이 바꿀 수 없다.” “그러면 정산실이 어떤 근거로 보류했는지 알려 주세요.” “문서에 적혀 있잖아. 미정산 비용.” “금액이요. 계산 방식이요. 비용을 메이 씨 개인에게 귀속시킨 근거도요.” 세드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너는 꼭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끄집어내는구나.” “저도 계속 남의 사무실 찾아다니는 건 피곤해요.” “그렇겠지.” 세드나는 작은 종을 울려 정산 담당자를 불렀다. 잠시 뒤 잿빛 조끼를 입은 남자, 프란이 등장했다. 그는 수현보다 메이의 팔찌부터 쳐다봤다. “자동 통지 기구를 건드리면 곤란합니다.” “건드리지 않았어요. 채권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계약서에 다 있습니다.” “계산서가 계약서에 있진 않던데요.” 프란은 마지못해 내역을 펼쳤다. [치유용 마석 사용료: 은화 아홉 닢.] [소생 대비 공동 적립분: 은화 넷.] [미납 지연 관리비: 은화 한 닢.] 메이는 종이를 보다가 얼굴이 새하얘졌다. “마석은 길드가 보급한다고 했는데요.” “보급과 무상 지급은 다릅니다.” 프란이 답했다. “그리고 소생 대비 적립분은 아직 소생하지 않은 사람한테도 내나요?” 수현이 물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직군 전체가 나눠서 부담합니다. 그런 제도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나눠요?” “정해진 기준대로죠.” “그 기준표를 보여 주세요.”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현은 그 작은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그것만으로 숨기는 게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공문서로 규정 제출을 요청하고, 개인 부담 내역을 원정대 지원금과 대조할 권한을 확인했다. *** 문제는 그사이에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북쪽 초소에서 전령이 뛰어왔다. 한 병사는 상처가 악화됐고 다른 치유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메이는 자기 몫으로 산 마석을 챙겼다. “이번에도 제가 먼저 쓰면 되죠.” “잠깐만요.” 수현이 물었다. “직접 샀다는 영수증 있나요?” “있어요. 왜요?” “돌려받아야 할 돈이 늘어나잖아요.” “사람이 다쳤는데 돈부터 생각하세요?” 메이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순간 수현은 말을 멈췄다. 그렇다. 다친 사람 앞에서 비용을 계산하는 사람은 불편하게 보이기 쉽다. 메이의 표정에는 그동안 혼자 감당한 무게가 담겨 있었다. “사람부터 치료하는 데 동의해요.”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메이 씨가 혼자 값을 치르지 않도록 하자는 거예요. 두 가지는 같이 할 수 있어요.” 메이는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영수증 뭉치를 건넸다. “그럼 이것도 전부 보관해 주세요.” “복사부터 해 둘게요. 원본은 메이 씨가 갖고요.” *** 초소까지는 마차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데런이 고삐를 잡고, 젠이 후방을 살폈다. 카이렌은 아직 회복 중이라 길드에 남기로 했다. 처음엔 반대했지만 수현의 말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렌 씨가 없어도 돌아가는 팀이어야 해요.” “그래야 저도 제대로 쉬겠군요.” 그 대답이 고마웠다. 북쪽 초소의 병사 셋은 각자 다른 상태였다. 한 사람은 심각한 출혈, 한 사람은 부러진 손목, 나머지 한 사람은 깊지 않은 찰과상이었다. 메이는 우선순위를 정했고 젠과 데런이 장비를 날랐다. 수현에게는 보조 업무만 주어졌다. 붕대를 정리하고 환자에게 물을 전하는 일. 그녀는 자기 능력의 범위를 지켰다. 마법을 못 쓰는 사람이 치유사에게 지시할 자격까지 생기는 건 아니었다. 메이는 출혈이 큰 병사에게 마석 하나를 사용한 뒤 주저앉았다. “잠깐 쉬어야겠어요.” “네. 얼마나 필요해요?” “삼십 분 정도요.” 젠이 물시계를 들고 바위 옆에 앉았다. “제가 확인하죠.” 그 사이 데런은 다른 초소에서 응급 지혈에 익숙한 의무병을 데려왔다. 위급한 환자부터 살리고 나머지 치료는 분담했다. 모두가 조금씩 움직인 덕분에 메이 한 사람에게 모든 부담이 쏠리지 않았다. 치료가 끝났을 무렵 메이는 수현에게 말했다. “예전 같으면 세 사람을 전부 혼자 고치려다 저부터 쓰러졌을 거예요.” “오늘은요?” “피곤해요. 그런데 내일도 일할 수는 있겠어요.” 수현은 웃었다. “그게 차이죠.” ***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메이는 영수증을 세다가 멈췄다. “나도 모르게 쓰는 물건이 많네요.” “마석만 그런 게 아니죠. 붕대, 약초, 마차 운반비까지요.” “이런 걸 적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제가 돈만 밝힌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환자가 필요해서 쓴 물건과 개인이 선물로 준 물건은 다르잖아요. 전자를 기록하는 게 욕심은 아니에요.” 메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가 작은 마을을 지날 때, 길가의 약재상이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메이! 아직도 그 물약값 못 받았어?” 메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약재상은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지만 옆에 탄 젠과 데런까지 모두 들었다. “어쩔 수 없었어요. 길드에서 아직 지급을 안 해서.” 약재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해하지. 근데 나도 외상으로만 팔 수는 없어.” 수현은 마차에서 내려 둘의 대화를 들었다. 치유사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약재상 역시 공급처에서 값을 치러야 하는 사람이었다. 한쪽의 곤란을 해결하겠다고 다른 쪽에 손해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지급될 물품도 외상으로 사야 하나요?” “그럴 형편은 아닙니다.” 메이가 대답했다. “그럼 오늘 산 물품만 정확하게 확인하죠. 그 외에는 길드의 정식 보급 요청을 먼저 해 보고요.” 약재상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길드가 느린 건 세상이 다 아는데?” “그러니까 기록으로 남겨야죠. 계속 늦으면 왜 늦는지 책임질 곳이 나타나야 하니까요.” 수현은 메이가 사들인 마석에 붙은 표식을 확인하고 대조 번호를 적었다. 약재상은 납품 장부에 서명했고 메이는 물품 수령 사실만 확인했다. 비용 부담에 동의한다는 문장은 없었다. “이렇게 세세하게 적으면 얼마나 달라질까요?” 약재상이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누가 미지급 물품이 없다고 하면 이 종이는 남아 있겠죠.” 데런은 그 말을 듣고 자기 마차 수리 영수증을 꺼내 보였다. “그럼 이 바퀴값도요?” “마차 바퀴는 누구 명령으로 고쳤어요?” “출정 전에 안전 점검하라고 해서요.” “그럼 그날 보고서부터 확인합시다.” 젠이 손뼉을 쳤다. “이제 우리 원정대는 돈 얘기로도 밤을 새우겠네요.” 수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오늘은 밤 새우면 안 돼요. 장부는 내일도 있습니다.” 모두 웃었다. 메이는 마지막으로 약재상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전에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제가 쓴 물품은 확실히 책임지고 기록하겠습니다. 다만 원정대에서 지급해야 할 돈까지 전부 제 잘못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약재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납품 기록 잘 보관할게.” 작은 합의였다. 그리고 수현은 그런 합의가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야영지로 돌아오자 브레그 감독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7원정대의 치료 물품 보류가 풀렸다는 보고를 들었다.” “아닙니다. 메이가 사비로 마석을 썼고, 다른 의무병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현이 정정했다. “결과는 같지 않나?” “결과는 달라요. 환자는 치료받았지만 길드의 지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죠.” 브레그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매사 그렇게 따져야 하나?” “이번엔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환자가 같은 일을 겪지 않으니까요.” 브레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그가 적을 문장은 수현이 이미 제시해 두었다. [치료 완료. 개인 구매 물품 사용. 미지급 사유 조사 중.] “이 문구로 올리면 되는 거지?” “확인한 내용과 맞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펜을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같았으면 서류를 찢어 버렸을 사람의 변화였다. 물론 그 변화가 신뢰로 이어지는지는 더 봐야 했다. *** 밤 식사 때 메이는 평소보다 느리게 수프를 먹었다. 고통스러운 치료가 있었던 날인데도 그전처럼 식사를 건너뛰진 않았다. “오늘 배운 게 있어요.” “뭔데요?”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내가 쓰러지는 건 같은 일이 아니더라고요.” 젠이 맞장구쳤다. “맞아요. 메이가 쓰러지면 그다음 환자는 누가 보겠어요.” 메이가 씩 웃었다. “전에 그런 말 했으면 자기 일이나 하라고 했을 거예요.” 수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결론은 당사자가 직접 내릴 때 더 오래 남았다. 수현은 메이의 식사가 끝난 뒤 치료 기록과 개인 구매 기록을 분리해 봉투에 넣었다. 작은 분류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비용의 주인을 뒤바꾸는 일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늦은 저녁, 메이의 고리에 작은 푸른 빛이 스쳤다. 다시 붉은 빛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쟁의 사실관계 검토 접수. 추가 지연 관리비 임시 보류.] “적어도 더 늘어나진 않겠네요.” 메이가 말했다. “보류된 건 관리비뿐이에요. 원금까지 없어진 건 아니에요.” 수현은 구분해서 말했다. 메이는 처음엔 실망한 얼굴을 했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고리의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래도 처음이에요. 내 말을 누군가 문서로 남겨 준 건.” “계속 남길 거예요.” 수현이 답했다. 그 순간 세드나가 보내 온 회신이 도착했다. 소생 대비 적립금 산정 기준표는 특별 회복 관리국이 보관하고 있으며, 일반 열람이 제한된다는 통지였다. 회신 마지막 줄에는 작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관련 장부와 최초 편성 예치금 명세는 동일한 보관 번호에 편철되어 있음.] 수현의 손이 멈췄다. “왜 두 종류의 돈이 같은 곳에 있죠?” 메이가 그녀를 바라봤다. 수현은 재촉하지 않았다. 이제야 두 개의 장부가 같은 번호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누군가 원정대가 받지 못한 지원금과 메이가 떠안은 치료비를 같은 서랍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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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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