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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1화
PAYLUA ORIGINAL · 제11화

11화. 최초 계약일의 다섯 번째 이름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28자

오프라인 책장
수현은 익명의 편지를 세 번 읽었다. [라비엔을 찾고 싶다면, 제7원정대의 최초 계약일부터 확인하시오.] 사람을 찾는데 날짜부터 확인하라니. 수현은 종이를 뒤집어 보았다. 발신인도 없고, 밀랍 인장도 없었다. 얇은 종이 끝에 묻은 검은 가루가 손가락에 남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힌트는 좀 친절하게 주시지.” 그녀는 편지를 계약서 사본 사이에 끼웠다. 이세계 생활 열흘 중 첫날의 아침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할 일부터 늘었다. 어젯밤 서명한 외부 자문 계약에는 분명히 업무 범위가 적혀 있었다. ‘계약·보수·근무 기록 검토.’ 적어도 최초 계약일을 확인하는 것은 그 범위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편지만 믿고 길드의 비밀 창고를 뒤질 생각은 없었다. 기록은 기록대로, 제보는 제보대로 확인해야 했다. 창밖이 밝아올 때 수현은 문을 열었다. 숙소 앞에는 젠이 나무통을 들고 서 있었다. “아, 새 식구. 일찍 일어나셨네요.” “출근 첫날이라서요.” “출근이요?” “아, 일하러 가는 날이요.” “우리 원정대에서는 보통 ‘출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나가서 싸우지 않기로 계약했거든요. 출근이 맞겠네요.” 젠이 웃으며 길을 비켜 주었다. 전날까지 주인을 모르는 병사처럼 보였던 그의 얼굴에는 제법 여유가 있었다. 수현은 그 작은 변화를 반겼다. 식사 천막에는 카이렌과 데런, 메이가 먼저 와 있었다. 카이렌 앞에는 수프가 두 그릇 놓여 있었다. “왜 두 그릇이죠?” “메이가 하나 더 먹으라고 했습니다.” 카이렌이 조금 멋쩍게 말했다. “먹고 계시네요. 좋은 소식입니다.” “용사에게 식사하는 것이 칭찬받을 일인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까진 그걸 안 하셨잖아요.” 수현이 의자에 앉자 메이가 빵을 밀어 주었다. “오늘은 뭘 먼저 하실 거예요?” “제7원정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생각이에요. 라비엔 씨의 기록도 함께요.” 그 이름이 나오자 식탁이 잠깐 조용해졌다. 오르카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라비엔은 기록을 잘 남겼어요. 우리가 못 찾는다면 누군가 치웠거나, 원래 다른 곳에 보관됐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였죠?” “북부 방어선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전출 명령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짐도 제대로 못 챙겼어요.” “본인이 전출된다고 직접 말했나요?” 오르카가 망설였다. “아니요. 감독관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수현은 숟가락을 멈췄다. 본인의 말을 들은 사람은 없고, 소속 기관의 통보만 남았다. 실종인지 전출인지 이름을 붙이는 것부터 조심해야 할 사안이었다. “라비엔 씨를 찾을 때도 그분이 원하는 게 뭔지 확인해야 해요.” “살아 있다면요.” 카이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수현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그럴 만한 근거가 없었다. *** 계약관리실은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방패를 든 병사, 붕대를 감은 궁수, 서류 뭉치를 든 보급관이 길게 줄을 섰다. 수현이 문 앞에서 머뭇거리자 세드나가 안쪽에서 손짓했다. “첫날부터 찾아왔군.” “업무를 시작해야죠.” “뭘 요구할 건데?” “제7원정대의 최초 계약일 확인이요. 부대 편성일과 개인 계약 체결일이 같은지도 보고 싶습니다.” 세드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걸?” 수현은 익명의 편지를 그대로 내밀지 않았다. 대신 라비엔의 특별 전출 명령서에서 날짜가 빠져 있었다는 점과, 카이렌의 사흘간 기록이 불일치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허술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 확인한 문제부터 제시했다. “당사자 계약서는 카이렌 씨가 직접 열람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동석하는 사람이에요.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럼 카이렌의 동의가 필요하다.” “밖에 기다리고 있어요.” 세드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서류 요구할 때마다 사람까지 데려오는군.” “서류의 주인이니까요.” 수현이 웃었다. 잠시 뒤 카이렌은 자신의 계약 원본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두꺼운 양피지 위쪽에는 신성한 문양이 있었고, 아래에는 아주 작은 글씨가 빽빽했다. 수현은 첫 장부터 넘기지 않았다. “계약 체결일. 여기 적혀 있네요.” “서리달 열셋째 날.” 세드나가 읽어 주었다. “편성 명령은요?” 별도 명부를 가져온 서기가 답했다. “서리달 열넷째 날입니다.” 수현의 손끝이 멈췄다. 계약이 먼저였고 부대가 다음 날 만들어졌다. 이상할 일만은 아니었다. 채용을 먼저 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일도 있으니까. “문제는 아니네요. 그런데 최초 명부에 누가 있었죠?” 서기가 오래된 책을 펼쳤다. 카이렌, 라비엔, 젠, 데런의 이름이 나타났다. 오르카와 메이는 그다음 달 추가된 인원이었다. “이상하네.” 카이렌이 말했다. “왜요?” “저는 서리달 열넷째 날에 처음 서약했다고 기억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검을 들고요.” “계약서에 서명한 날과 선서식 날짜가 다를 수 있어요.” “그 전날에는 집에 있었습니다.” 수현은 그를 쳐다봤다. “집에서 서류를 미리 썼나요?” “아뇨. 아무것도요. 그날은 어머니 생신이었습니다. 저녁까지 함께 있었어요.” 서기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예비 계약은 대리 접수되기도 합니다. 왕실이 선택한 용사라면요.” “대리인이 누구였는지 기록이 있습니까?” 수현이 물었다. 서기가 계약서 뒤쪽을 더듬었다. 승인권자 칸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벨튼 공작. 그러나 접수 대리인 칸은 비어 있었다. “없네요.” 세드나가 입술을 다물었다. *** 수현은 그 자리에서 위조라고 말하지 않았다. 카이렌이 날짜를 잘못 기억했을 가능성, 길드가 예비 등록일을 체결일로 사용했을 가능성, 다른 행정 관행이 있을 가능성을 적었다. “그럼 확인할 건 세 가지예요. 실제로 누가 동의했는지, 효력이 언제 발생했는지, 그 하루 동안 무슨 비용이나 의무가 발생했는지.” 세드나가 서류를 뒤집었다. “마지막은 왜?” “돈은 보통 날짜를 따라 움직이거든요.” 회색 망토 여자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더니 재무실 장부를 요청하는 공문을 썼다. 전일자 예비 계약 건에 관한 내역이었다. 그때 문 옆에서 기다리던 젊은 서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당 월의 임시 지급명부도 확인하셔야 할 겁니다.” “이유가 있나요?” “예비 계약이 접수되면 지원금이 먼저 배정되기도 해서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엘딘입니다.” 엘딘은 말끝을 흐렸다. 누가 듣는지 살피는 눈치였다. 수현은 그를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말씀 고마워요. 정식으로 조회해 볼게요.” 그녀는 설명을 하나 더 붙였다. “그리고 제 질문 때문에 불이익이 생길 것 같으면 나중에 저한테 직접 말해 주세요. 가능한 범위에서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엘딘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서류를 건네는 손이 조금 편안해졌다. *** 점심을 넘겨 돌아온 명부에는 네 사람의 이름 옆에 똑같은 숫자가 있었다. [편성 준비 지원금: 각 은화 다섯 닢. 지급일: 서리달 열셋째 날.] 카이렌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저는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확인해 봐야 해요.” 젠은 고개를 저었고 데런도 모른다고 했다. 오르카는 그 당시 대원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지 않는 이름이 라비엔이었다. “명세에는 지급 완료라고 되어 있는데 수령자의 서명은 어디 있죠?” 수현이 물었다. 세드나는 장부 가장자리에 찍힌 작은 인장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일괄 보관 계정으로 넘어갔다는 뜻이야.” “개인에게 지급된 게 아니라요?” “개인 몫으로 잡히지만 실제 보관은 길드가 한다. 장비 구매에 쓰거나 본인이 청구하면 준다는 설명이지.” “그 설명을 들은 사람 있나요?” 주변에 선 원정대원들이 서로 얼굴을 봤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지급’이 아니라 ‘예치’라고 적혀야겠네요. 원정대 회계에서 빠졌다는 뜻이지, 당사자 손에 들어왔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세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이건 십수 년째 쓰는 장부 표현이다.” “오래됐다고 정확한 건 아니죠.” 수현은 카이렌에게 명부를 직접 보여 주었다. 숫자를 세어 보던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다들 나라가 우리를 위해 많은 돈을 쓴다고 했습니다.” “썼을 수도 있어요.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모른다는 거죠.” *** 오후가 한참 지나서도 수현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초 계약일을 확인하는 것과 그날 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녀는 오래된 명부를 대조하다가 각 이름 옆에 새겨진 작은 표식을 발견했다. 셋은 둥근 점이고 하나는 비스듬한 선이었다. “이 표시들은 뭔가요?” 엘딘이 종이 끝을 내려다봤다. “예비 심사 때 체력 검사와 마력 적성을 구분하는 표시일 수도 있어요. 오래된 양식이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사용하나요?” “아니요. 지금은 각 검사 결과에 담당자 이름을 적어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나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래된 기록을 새로운 기준으로 단죄하는 일은 조심스러웠다. 옛 관행을 이해하되 그 결과로 누가 불이익을 받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었다. 카이렌은 자신의 이름에 붙은 표식을 들여다봤다. “저는 검을 들었던 기억만 나는데요.” “다른 검사도 받았나요?” “손등에 뭔가를 붙인 적은 있습니다. 따끔거렸는데 다음 날엔 괜찮았어요.” 수현의 시선이 그의 흰 고리 흉터로 향했다.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검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 흔적이 언제 생겼는지는 아세요?” 카이렌은 손을 뒤집었다.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상처인 줄도 몰랐어요. 의식을 잃었던 그 사흘 뒤에야 눈에 띄었죠.” 수현은 연필로 작은 표시를 했다. [흉터의 원인과 발생 시점: 미확인. 검사 표식과의 관련: 추정 금지.] 엘딘은 그녀의 메모를 훔쳐보더니 작게 말했다. “다들 이상한 게 있으면 바로 음모라고 하던데요.” “이상하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는 아니에요. 반대로 오래된 관행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도 아니고요.” 수현은 종이를 제자리에 두었다. “어느 쪽이든 확인하기 전엔 조심해야죠.” 엘딘은 말없이 보관함에 열쇠를 채웠다. 문턱을 나서려던 순간, 그가 수현을 다시 불렀다. “혹시 다섯 번째 칸이 있었다는 건 이미 확인하셨나요?” “금액이 다섯 명분이라는 점만요.” 엘딘은 목소리를 낮췄다. “옛 회계 장부에서는 명부에 없는 자리를 빈 이름이라고 불렀어요. 개인 이름을 지운 건지, 애초에 칸만 만든 건지는 서류마다 달랐습니다.” 수현은 질문을 삼켰다. 엘딘이 조심스럽게 건넨 정보는 유익했지만 그의 처지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고마워요. 그 표현이 쓰인 규정이 있는지 정식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엘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식으로 물어보는 사람이라 다행이네요.” 그는 말을 마치고 서둘러 안쪽으로 들어갔다. 수현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곳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은 반드시 검을 쥔 사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해질 무렵 수현은 원정대 천막으로 돌아왔다. 첫날 업무는 한 장짜리 확인표로 정리했다. [확인된 사실: 최초 개인 계약일과 원정대 편성일은 하루 차이. 해당 날짜에 준비 지원금 배정. 직접 수령 사실 미확인.] [미확인: 대리 접수자, 일괄 보관금 사용처, 라비엔의 실제 전출 의사.] 메이가 종이를 들여다봤다. “그럼 범인을 찾은 건 아니네요.” “네. 그건 아직이에요.” “그런데 수현 씨는 기분이 좋아 보여요.” “모르던 걸 정확히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됐잖아요.” 메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수현은 빵 한 조각을 베어 물었다. 간신히 하루치 임금을 받을 만큼 일한 것 같았다. 카이렌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라비엔이 쓰던 기록함을 찾았습니다. 오르카가 보관하고 있었대요.” 낡은 나무 상자였다. 안에는 못 쓰는 펜과 나무 조각, 찢어진 장갑 한 짝이 있었다. 바닥엔 얇은 가죽 표지가 깔려 있었다. 수현이 들어 올리자 그 아래에 조그만 글씨가 드러났다. [사람보다 하루 먼저 계약된 이름은 누구의 것인가.] 편지와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옆에, 다른 글씨로 덧쓴 문장이 있었다. [서리달 열셋째 날. 네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었다.] 수현은 이름이 네 개 적힌 명부를 떠올렸다. “그 다섯 번째는 누구였죠?”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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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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