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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18화
PAYLUA ORIGINAL · 제118화

118화. 비가 들어온 기록실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69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에 큰비가 내렸다. 제4독립보존고로 향하는 길목은 진흙탕이 됐다. 데런이 마차 바퀴를 살피다가 고개를 저었다. 좁은 길을 그대로 통과하면 바퀴가 빠질 수 있었다. 수현은 오래전 같았으면 기록을 빨리 확인해야 한다며 조금 더 가자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회할까요?” “우회하는 길도 물이 찼을 수 있어요. 확인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데런의 대답을 들은 수현은 마차에서 내려 마른 지붕 아래로 걸어갔다. 그는 진흙을 밀어 보더니 말의 고삐를 느슨하게 잡았다. 말은 긴장한 듯 콧김을 뿜었다. 그 동물도 위험하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기다릴까요?” “기다리죠. 보존고가 물에 잠기는 것보다 우리가 물에 빠지는 게 더 급한 문제니까요.” 데런이 웃었다. “노무사님이 이제 마부 말을 잘 들으십니다.” 수현도 웃었다. “전문가 말을 듣는 것도 제 전문입니다.”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결국 보존고 직원이 보낸 전령이 나타났다. 창고 외벽 배수로가 막혀 바닥층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수현은 반사적으로 달려가려다 멈췄다. 이미 안전 조치와 대피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먼저 들었다. “도울 수 있는 범위가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전령은 젖은 종이를 펼쳤다. 디아가 요청한 것은 기록실 안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피한 직원들이 이름과 근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수대 임시 명부를 정리할 사람이었다. “그건 할 수 있어요.” 수현은 펜을 꺼냈다. *** 보존고의 마당에는 젖은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봉인된 원본은 아직 실내 높은 선반에 있었다. 디아는 직원들의 안전 확인을 마친 뒤 수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손목을 삐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그중 한 명은 창고를 빠져나오다 넘어진 페른이었다. “상자를 들다가 다쳤나요?” “아뇨. 빨리 돌아가겠다고 계단을 뛰어 내려오다가요.” 수현은 페른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머쓱한 얼굴로 손목을 내밀었다. “책이 젖을까 봐 걱정돼서요.” “그러니까 다음에는 책을 지키기 전에 사람부터 확인하자는 거예요.” “책도 소중한데요.” “맞아요. 그렇지만 책을 옮길 사람의 손목도 소중해요.” 그 말이 끝나자 페른은 조용해졌다. 디아는 의료 담당자를 불렀고, 페른에게 무거운 운반 작업을 맡기지 않았다. 루세는 물이 묻은 외피와 마른 기록판을 구분해 임시 보존 구역을 만들었다. 물이 닿은 상자는 즉시 열지 않았다. 젖은 표면을 문지르면 글씨가 더 손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누가 어느 상자를 옮겼는지, 원래 어느 칸에 있었는지 적었다. “정말 이 일은 어디서든 일지가 남네요.” 디아가 젖은 머리칼을 넘겼다. “일지가 없으면 누가 상자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할 때 할 말이 없으니까요.” 수현은 펜을 멈췄다. 지난날 수많은 기록이 목적지를 잃고 떠돌았던 이유를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웠을 수도 있지만, 어떤 기록은 기록을 남기는 사람을 충분히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 오후 늦게 물이 빠졌다. 디아는 수현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렸다. E-17 관련 기록이 있던 선반의 봉인 표식은 손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접한 상자의 외피가 젖었고, 건조 후에야 이관 기록을 대조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열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증거를 살리는 게 먼저예요.” 수현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의 조급함을 디아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디아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당신은 그 기록 안에 자기 인생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네.” “그렇다면 더 조심해야 해요. 마음이 급할 때 가장 먼저 버리는 게 절차거든요.” 수현은 마른 천을 접어 책상 위에 두었다. “알겠습니다.” 조사가 미뤄진 대신 수현은 보존고의 긴급 복구 기록 정리에 참여했다. 자신의 귀환 조사와 관련된 업무가 아니라 자원 참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야 나중에 누군가 비용을 묻거나, 수현의 행위를 장치 실험에 동의한 것처럼 해석하지 못할 것이다. 저녁 무렵 디아는 마당에서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누구에게도 '영웅'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다친 사람에게 휴식을 주고, 내일 복구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더 부르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오래전 카이렌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지켜야 할 것이 아무리 소중해도,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먼저 쓰러져서는 안 된다는 말. *** 복구 작업이 시작되자 마을 사람들이 보존고 앞에 모였다. 어떤 사람은 오래된 계약서를 맡겼고, 어떤 사람은 죽은 가족의 편지 사본을 맡겼다. 그들은 상자가 젖을까 봐 걱정하면서도 직원들이 위험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불안해했다. “우리 아버지의 기록이 저기 있어요!” 한 남자가 비를 맞으며 소리쳤다. 그는 부러질 듯한 우산을 들고 있었고, 옷자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디아가 나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봉인된 상자의 내용은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보존 대장으로 조회할 수 있다고 했다. 남자는 빨리 들어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수현은 그의 마음이 이해됐다. 자신의 귀환 기록도 지금 저 안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와 있어요.” 수현이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 뛰어 들어갔다가 다치면, 기록을 지키기도 어려워져요.” 남자는 수현을 바라봤다. “당신 기록도 여기에 있어요?” “제 이동에 관한 기록이 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어요.” “그럼 내 마음을 알겠네요.” “네. 그래서 더 안전하게 꺼내야 한다는 것도요.” 남자는 마침내 우산을 내렸다. 대신 직원들이 마른 천과 빈 나무상자를 옮기는 일을 돕겠다고 했다. 디아는 작업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고, 위험한 복도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 복구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젖은 종이를 건조하는 담당, 원래 상자 번호를 확인하는 담당,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담당, 직원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담당.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기록은 제 자리를 잃을 수 있었다. 수현은 작업 안내판을 보다가 놀랐다. 식사 시간이 없었다. “아무도 안 먹나요?” 디아가 웃지도 못하고 대답했다. “비가 올 때는 배가 안 고픈 줄 아나 봅니다.” 수현은 식사와 휴게를 작업 계획에 넣자고 제안했다. 디아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 있는 인력이 없다고 해서 모두가 쉬지 못하면, 결국 다음 사고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페른의 손목을 대신해 무거운 상자를 든 사람은 마을에서 온 목수였다. 그는 일을 끝내고 아무 말 없이 떠나려 했다. 디아는 급히 그를 불렀다. “오늘 어떤 작업을 도왔는지 기록해야 해요. 그리고 필요하면 정당한 품삯을 지급하도록 요청하겠습니다.” “제가 그냥 도운 건데요.” “그럼 자발적 참여였다는 사실을 남기죠. 나중에 누군가 당신에게 당직까지 맡겼다고 주장하지 못하게요.” 수현은 잠시 웃었다. 디아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의 뜻을 기록하는 일은 반드시 돈의 문제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었다. 무엇을 선택했는지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 며칠 뒤 디아에게서 복구 결과의 첫 장이 도착했다. 보존고는 상자의 외피 상태와 안쪽 기록의 상태를 별도로 확인하고 있었다. 일부 상자는 겉면이 젖었으나 내부는 마른 상태였고, 다른 상자는 개봉 여부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현은 그 표를 보면서 예전처럼 '괜찮음'이라는 한 단어만 쓰지 않는 것이 기뻤다. 그녀는 답장에 복구 작업자들의 휴식과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물었다. 디아는 다친 직원들이 진료받았고, 다음 교대에는 무거운 상자를 옮기지 않도록 조정했다고 알렸다. 기록을 지킨다는 이유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수현은 편지를 접으며 혼잣말했다. “이런 건 빨리 처리됐으면 좋겠네요.” 자신의 귀환 문제와 달리, 오늘 확인할 수 있는 약속도 있었다. 그녀는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 오래 기뻐했다. 디아는 복구 현장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음 날 휴식을 배정하겠다고 했다. 페른은 자신이 다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미안해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일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이 쉬는 날 대신 일할 수도 있겠죠.” 수현이 말했다. “그렇지만 오늘 다친 손목을 참고 일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에요.” 페른은 한숨을 쉬었다. “관리자는 그런 걸 알면서도 인원을 못 늘리네요.” “인원이 부족하다는 걸 기록으로 보여 줘야죠. 당장 늘릴 수 없더라도 어떤 업무를 줄일지 정해야 하고요.” 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긴급 복구 기록에 투입 인원과 휴게 시간을 따로 적었다. 수현은 자신이 급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작은 변화에 기꺼이 시간을 쓰는 이유를 조금 알게 됐다. 사람들이 서로의 권리를 지키는 곳에 있어 본 사람은 그것을 쉽게 잊지 못했다. 복구 작업이 끝난 저녁, 마을의 제빵사가 직원들을 위해 빵을 가져왔다. 디아는 감사 인사를 하고 빵을 나눠 주었다. 비와 진흙 속에서 모두 지친 얼굴이었지만, 적어도 누구도 혼자 일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현은 따뜻한 빵을 손에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 사이로 별이 하나 보였다. 서울에서도 같은 별이 보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끼 식사를 나누는 일의 따뜻함은 어느 세계에서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는 일기에 적었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늘 만난 사람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겠다. 그렇다고 이곳을 좋아하게 됐다는 이유로 돌아갈 권리를 포기하지도 않겠다.] 두 문장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수현에게는 둘 다 진실이었다. 늦은 오후 물에 젖은 외피 중 하나가 건조됐다. 외피를 열지는 못했지만, 뒷면의 보존 서명이 드러났다. 기록판에 적힌 번호는 E-17에 딸린 별지였다. 첫 줄은 흐릿했지만 두 번째 줄은 읽을 수 있었다. [당사자 의사 확인 전: 집행 금지] 수현은 그 문장을 보고 긴 숨을 내쉬었다. 과거에도 누군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실행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든 사람이 그 경고를 보지 못했거나, 보고도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디아는 한숨을 쉬었다. “본문을 보고 싶겠지만, 아직 안 됩니다. 말린 뒤 표면 손상 검사를 해야 해요.” “알아요.” “이번에는 정말 아시는 얼굴이네요.” 수현은 쓰게 웃었다. “마음은 아직 그렇지 않지만요.” 세드나가 기록 보존 과정에 관한 통지를 작성했다. 누구도 보존 판독 중에 임의로 사진이나 사본을 만들지 못하게 했고, 공개할 수 있는 경고문과 공개하면 안 되는 개인 식별 내용도 분리했다. 작업이 끝나자 수현은 작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씻지도 못한 진흙 묻은 신발을 문가에 놓고 손을 씻었다. 오늘의 일로 집에 돌아가는 방법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의 원본 기록을 지키기 위해 사람이 다쳐야 한다는 낡은 관행은 하나 줄어들었다. 수현은 침대에 누워 서울의 비 냄새를 떠올렸다. 지하철역 입구의 젖은 우산, 저녁 퇴근길의 버스, 비를 피해 편의점에 들어가 사던 따뜻한 음료. 그 평범한 장면들이 눈앞에 선명했다. “돌아가면 우산부터 사야겠네.”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가 웃었다. 자신이 얼마나 작은 것들을 그리워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늦은 밤 기록실의 창문에서 작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디아는 건조된 장부 한 장의 표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수현을 부르지 않고 세드나에게 먼저 통지를 보냈다. 내용 열람 허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수현은 작은 종이를 받았다. [제4독립보존고 E-17 절차 관련 상자: 보존번호 동일성 확인. 최초 봉인 내용 미검증. 별도 보관된 집행 단계 확인표 존재 가능성.] 그 아래에는 담당자의 손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외피에 ‘기록이 없어도 사람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구형 경고문 부착 흔적.] 수현은 그 글을 한참 바라봤다. 누구도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이동했다면, 누군가는 그 경고를 무시했거나, 경고가 집행 담당자에게 도착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확인해야 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운명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음에 같은 경고문을 받게 될 사람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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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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