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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질문을 되돌리는 장치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19자

오프라인 책장
루세는 작은 종이 하나에 커다랗게 세 글자를 적었다. [보내지 말 것.] 수현이 눈을 깜박였다. “시험인데 보내지 말라고요?” “이건 전송 장치에 붙일 경고입니다. 시험 전에 사람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누군가 저걸 메시지로 읽을 수 있어요.” 지난번 동부 관측소에서 자동 경고문과 외부 입력을 혼동한 일을 생각하면 웃고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루세는 기록에 쓰인 모든 문장을 발신자의 의사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장치 자체가 쓸 수 있는 문장과 사람이 실제로 입력한 문장을 구분해야 했다. 이번 검토는 제4독립보존고의 원본을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구형 매뉴얼에 적힌 시험 절차를 읽고, 왕도 안 두 건물 사이에 설치된 모형 장치로 오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수현은 자신이 연구자가 아니라 증인 겸 당사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시험물이 사람으로 바뀌거나 장치에 실제 주소를 입력하는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루세가 장치의 격자판을 보여 주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두 가지예요. 누가 문장을 썼는지, 그 문장이 어디를 지나왔는지.” “같은 게 아니겠네요.” “그렇죠. 친구가 써 준 편지를 전령이 옮겼다고 해서 전령이 그 편지의 발신인은 아니잖아요.” 수현은 무심코 웃었다. 설명이 쉬우면 일이 쉬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치에는 여러 개의 수신판이 달려 있었고, 어느 한 곳에서 만들어진 반사 문장이 다른 곳에서는 새 메시지처럼 보일 수 있었다. *** 시험은 낮에만 하기로 했다. 왕도 서쪽 기록실의 기술자 한 명과 동쪽 시험실의 기술자 한 명이 각자 비밀 표식을 정했다. 실험 시작 전에는 누구에게도 표식 전체를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야 양쪽이 나중에 서로의 답을 미리 알고 썼다는 의심을 줄일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받은 쪽의 판에 문장이 절반만 나타났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자동 경고문이 앞부분에 붙었다. 세 번째에는 전송이 끝났는데도 기록판에 오래된 반사가 남았다. “매우 성공적이네요.” 수현이 말했다. 루세는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어디가요?” “기계가 어떻게 오해를 만드는지 하나씩 보여 주잖아요.” 그의 표정이 풀렸다. “그런 의미라면 성공이죠.” 수현은 메이의 진정서가 처음 다른 세계로 전달됐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추정은 추정이었다. 이번 시험이 누군가의 이동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녀의 소환 당시 장치가 어떤 상태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오후에는 일시적으로 전송을 중단했다. 열을 받은 접속부가 미세하게 갈라졌기 때문이다. 루세는 미련 없이 작동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더 하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젊은 보조 기술자가 물었다. “그 결과가 누군가의 손가락 부상이라면 가치가 없어요. 오늘 계획에는 고장난 장치의 강행 시험이 없었습니다.” 수현은 그 말을 적었다. 위험을 중단할 권리가 표지에 적힌 문구로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 시험에 쓰일 두 번째 건물은 오래된 제빵소였다. 이제는 기록국이 빌린 창고로 쓰이고 있었지만, 벽에는 아직 빵 굽는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수현은 그곳에서 루세가 왜 독립된 시험 장소를 고집했는지 이해했다. 첫 번째 건물은 왕도 기술서고의 장치를 사용하는 곳이고, 두 번째 건물은 그 장치의 내부 기록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근무하는 곳이었다. “그럼 저쪽 사람들은 오늘 우리가 뭘 보내는지 모르는 거죠?” “번호의 일부는 알아야 송신이 실제로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험 전부터 답 전체를 알면 검증이 불가능해지죠.” 루세는 봉투 세 장을 가져왔다. 하나에는 진짜 시험 문구가, 다른 두 장에는 나중에 맞춰 볼 가짜 문구가 들어 있었다. 봉투를 나누는 사람과 장치를 조작하는 사람, 최종 결과를 판정하는 사람은 서로 달랐다. 수현은 역할을 나누는 표를 보다가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죠?” “기록을 믿고 싶은 사람이 장치를 조작할 때 얼마나 많은 일이 생기는지 이미 봤잖아요.” 루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는 과거 한 연구실에서 일했던 친구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말을 먼저 듣고 데이터를 검토했다. 일부 불일치가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던 상급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제외했다. 나중에 오류가 드러났을 때 그 친구는 기록을 조작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잘못됐다. “사람이 선한 의도로 일해도, 절차가 없으면 스스로 모르는 편향을 만들어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의뢰인에게서 듣고 싶은 대답을 먼저 기대하며 사실관계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 순간에는 더 많은 확인이 필요했다. 시험을 시작하기 전, 두 건물의 기술자들은 위험을 중단할 권한을 다시 확인했다. 수현이 예상하지 못한 문항도 있었다. [시험 중 예기치 않은 외부 문구 또는 사람 이름이 나타날 경우 즉시 기록하되, 판정 확정이나 개인정보 전송을 중단한다.] “누군가 제 이름을 받아도 바로 성공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네요.” “그렇죠. 이미 당신 이름은 여러 문서에 적혀 있어요. 같은 장치망 안에서 복제됐을 가능성부터 살펴야 해요.” 수현은 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기다린 것은 서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누군가의 짧은 답장이었다. 하지만 그 답장처럼 보이는 글자가 떠오른다 해도, 출처를 확인하기 전까지 믿어서는 안 됐다. *** 첫 시도가 실패하자 동쪽 시험실의 기술자들은 송신판의 온도를 측정했다. 기록에 따르면 옛 연구자들은 이때 물의 온도가 달라지는 문제를 무시하고 여러 차례 작동했다. 이번에는 기술자가 온도 변화의 원인을 확인할 때까지 다음 시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수현은 장치 옆에 붙은 비상 중단 손잡이를 바라봤다. 손잡이는 매우 단순했다. 당기면 접속부가 분리되고, 마석이 동작을 멈춘다. 하지만 손잡이가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당길 수 있다는 사실은 달랐다. “저걸 당기면 보고서를 써야 하나요?” 루세가 말했다. “사유는 적겠죠. 하지만 중단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는 어땠나요?” “불필요한 중단이라고 혼난 사람들이 있었대요. 그래서 사고 기록엔 멈추지 못했다는 증언도 남아 있죠.” 수현은 손잡이 아래에 작은 문구를 덧붙여 달라고 요청했다. 안전 담당자는 이를 받아들였다. [위험을 인지한 누구나 중단 요청 가능. 중단 이후 책임을 묻기보다 상황을 확인한다.] 작은 글씨 한 줄이었다. 하지만 제7원정대에서 두 시간의 잠을 허락받으려 했던 첫날만큼 중요하게 느껴졌다. 사고가 나기 전에 쉬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위험이 커지기 전에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세 번째 시험이 끝난 뒤 양쪽의 봉투를 개봉했다. 예상대로 첫 번째 문구 일부는 훼손됐고, 두 번째 기록에는 자동 경고문이 추가돼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기록에서는 송신하지 않은 문장의 마지막 두 글자가 나타났다. “이게 외부 입력인가요?” 보조 기술자가 물었다. 루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이 글자는 구형 경고문에도 나와요. 장치 자체가 만들어 낸 문구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실망했고, 누군가는 안도했다. 수현은 두 감정을 모두 이해했다. 무엇이든 신호가 되길 바랐지만, 원래 세계와 닿아 있다고 믿었다가 다시 잃는 일은 더 두려웠다. 그날 저녁 그녀는 기록표에 이렇게 적었다. [실험 결과에 대한 기대는 결과의 일부가 아니다.] *** 기록실을 떠나기 전에 수현은 시험 담당자 명부를 다시 보았다. 누가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각자의 이름 아래 짧게 적혀 있었다. 한 칸에는 '결과 미확인'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었다. 수현은 그 칸을 고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은 기록도 충분히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루세는 구형 기록의 안전 경고문이 자동 삽입되는 위치를 도표로 정리해 보여 주었다. 옛 장치는 문자 하나가 훼손되면 원래 문장을 복구하려는 대신 고정된 안내문을 붙였다. 그래서 수신자는 자신이 받지 않은 말을 받은 것처럼 보게 됐다. “이건 누가 거짓말한 것도 아닌데 거짓된 문장을 만든 거네요.” “그렇죠. 기계는 의도가 없어도 오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수현은 실험실 칠판에 큰 글씨로 적었다. [기록 생성 원인 / 전달 경로 / 실제 발신인 구별] 한 기술자는 그 아래에 또 다른 칸을 만들었다. [기록을 읽고 실행한 사람]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된 문장이 저절로 만들어져도 그것을 사람의 동의로 바꾼 결정에는 별도 책임이 있었다. 기계의 오류를 알아내는 일과 그 오류를 실제 명령으로 처리한 일을 조사하는 것은 따로 진행해야 했다. “이 네 칸이 모두 확인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수현이 물었다. 루세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건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실수는 막을 수 있겠죠.” 수현은 그 말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수긍했다. 모른다는 답을 듣는 것도 일의 일부였다. 기술자들의 휴식 시간이 되자 수현은 조용히 창가에 앉았다. 하얀 빵가루가 남아 있는 오래된 창틀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한때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빵을 만들었을 것이다. 기술서고의 장치가 나타나기 전에도,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는 편지를 어떻게 보내나요?” 루세가 물었다. “인터넷으로 보내요. 전자 우편이라고 하죠. 거의 순간적으로 도착해요.” “그럼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아요?” “주소가 있고, 계정이 있고, 확인 방법이 있어요. 물론 잘못 보낼 수도 있고요.” 루세는 흥미로운 듯 질문했다. “주소가 있어도 실제 수신자가 그 사람인지 확인하지 못할 때는요?” “그럼 확인해야죠. 잘못된 주소로 개인정보를 보냈다면 큰일이 나니까요.” 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기술이 발전해도 같은 문제군요.” 수현은 미소 지었다. 통신이 가능한 길과 그 길 끝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어느 세계에서나 달랐다. 자신이 원래 세계의 주소를 적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시험이 끝나자 보조 기술자들은 기록을 두 벌 만들었다. 하나는 장치 운용 결과, 다른 하나는 안전 중단 및 근무 시간에 관한 기록이었다. 수현은 그 구분을 보며 기뻤다. 성공 여부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시험이 끝난 뒤 루세는 제4독립보존고의 절차 기록에 왜 W-12라는 표식이 있는지 설명했다. 당시 문서 양식에서는 W계열이 ‘질문을 받은 사실을 검증 중’이라는 경고에 쓰였다고 했다. 특정 열람 시기에 실제로 그 뜻으로 사용됐는지는 원본을 대조해야 했다. 수현은 문서 사본을 바라봤다. [종점 확인 대상의 의사 미확인. 회신 정지.] 이 문구가 당시에도 똑같이 사용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확인하지 않은 동의를 대신 채우지 말라는 경고가 이미 여러 곳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소환 사건에서 누가 그 경고를 무시했는지 알아야 했다. 세드나가 물었다. “수현 씨, 이 조사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어쩌면요. 하지만 잘못된 이동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다시는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겠죠.” “다른 사람이요?” “저 말고도요.”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우연한 오류인지, 누군가의 판단인지 아직 몰랐다. 그러나 진정서와 당사자 동의를 혼동하는 절차가 있다면, 그 피해자는 자신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날 저녁 수현은 메이에게 편지를 썼다. 제7원정대에서 새로 임금과 휴게를 기록하는 방식이 다른 부대에 참고 자료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작은 축하를 전하고 싶었다. [영웅의 일을 영웅 한 사람이 전부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고 있네요.] 편지를 쓰고 나니 그녀도 잠시 평범한 사람처럼 기뻤다.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했지만, 여기에서의 시간이 모두 기다림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디아가 한 장의 긴급 통지를 보냈다. [제4독립보존고의 반송 대장 사본과 별개로, 당시 현장 집행에 사용된 절차 번호 E-17이 확인됐습니다. 현 기록의 소장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수현은 종이를 다시 읽었다. 처음으로 '누가 수신했는가'를 넘어 '무엇이 실제로 집행됐는가'라는 질문의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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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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