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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12화
PAYLUA ORIGINAL · 제112화

112화. 상자를 여는 두 사람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76자

오프라인 책장
“오늘은 두 사람이 다 왔나요?” 수현이 물었을 때 디아는 대답 대신 문 옆의 발매트를 가리켰다. 어제와 똑같은 지시였다. 수현은 신발 밑창을 털고 들어왔다. 보존고에선 대단한 비밀보다 흙이 먼저 적이었다. 두 번째 보존자는 정년을 한참 앞둔 듯한 청년이었다. 이름은 페른. 창고의 열쇠를 세 개나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두 개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왜 가지고 있죠?” “열쇠가 아니라 전달 봉투예요. 소유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제가 보관만 해요.” 수현이 웃었다. “설마 열쇠도 소유자와 보관자가 따로 있는 건가요?” “여기서는 그게 가장 흔한 싸움거리예요.” 페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날 수현이 확인한 것은 표면 목록뿐이었다. 오늘은 목록에 적힌 기록판 두 장을 상자 밖으로 옮길 수 있었다. 다만 열람 가능한 것은 봉인띠와 뒷면, 번호였다. 기록판의 본문은 별도 승인이 있어야 했다. 세드나가 한숨을 쉬었다. “규정이 사람을 지키기도 하고 일을 늦추기도 하네요.” “이번에는 제대로 늦춰야 합니다.” 수현이 말했다. “남의 기록을 빨리 봐야 한다는 이유로 절차를 넘어가면 나중에 제 기록도 누군가 그렇게 볼 테니까요.” 페른은 상자를 열기 전에 방 안 사람들에게 절차를 설명했다. 그는 기록판을 들어 옮기고 디아는 번호와 실의 매듭을 읽었다. 수현은 손을 등 뒤로 돌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다. 루세는 망원경처럼 생긴 작은 렌즈로 봉인띠의 갈라짐을 확인했다. 두 장의 기록판은 거의 같아 보였다. 하나에는 [경로 독립 검증]이, 다른 하나에는 [종점 반송 판정]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 판은 통신 장치의 기록을 모은 것이고, 두 번째 판은 그 기록을 누가 어떤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지 적은 행정 자료였다. 수현은 두 판을 나란히 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확인을 위해 모은 기록과, 그 기록으로 내린 결정이 따로 있는 거네요.” “그걸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까?” 페른이 물었다. “네. 기계가 무엇을 받았는지와 누가 그걸 승인이라고 썼는지는 다른 문제예요.” 세드나가 조용히 수현을 쳐다봤다. 그 말이 이번 조사의 핵심이었다. 메이는 약재와 휴식을 요청했는데, 기록 이관 과정에서는 누군가 타인의 동의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구별을 잃으면 잘못된 판단이 명령으로 바뀌고, 명령은 사람을 움직인다. ***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던 때 디아가 문을 닫았다. 한참 전부터 복도 끝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누가 물을 엎질렀나 싶었지만, 천장 모서리에서 손바닥만 한 얼룩이 번지고 있었다. “상자부터 밖으로 빼야 합니다.” 페른이 말했다. “잠깐.” 루세가 그를 막았다. “물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확인도 안 했어요. 젖은 장치에 손을 대지 마세요.” “여기 장치는 가동하지 않아요.” “가동하지 않아도 무거운 상자는 사람을 깔아뭉개죠.” 수현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누가 먼저 책임지고 움직일지 정합시다. 여기 사람 셋이 다칠 이유는 없어요.” 디아는 상자마다 우선순위를 붙였다. 바닥에 가까운 일반 기록을 안전한 칸으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했다. 수현과 세드나는 비상 통로를 확보하고, 페른은 다른 직원과 함께 무거운 상자를 들었다. 낡은 보존고가 물에 잠기는 동안 어느 누구도 소중한 기록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몸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 천장 물방울은 곧 멈췄다. 배수 지붕에 낀 낙엽이 원인이었다. 다행히 봉인 수신판에는 물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디아는 보존 확인란에 '손상 없음'이라고만 적지 않았다. [상자 외피 건조. 누수 노출 시간 추정 열두 분. 내부 확인 미실시.] “왜 손상 없다고 안 쓰세요?” 페른이 물었다. “안 열어 봤으니까.” 수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고 쓰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반가웠다. 비상 점검을 마친 뒤 그들은 휴게실에 둘러앉았다. 페른이 차를 따라 주며 묻었다. “서울이라는 곳도 이런가요?” 수현은 말을 고르다가 대답했다. “그곳에도 물이 새고 서류가 많아요. 다른 건... 휴게실에 커피 자판기가 있죠.” “자판기?” “돈을 넣으면 뜨거운 커피가 나오는 상자예요.” 페른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누가 거기서 일하나요?” “상자 안에서는 아무도 일하지 않아요.” 페른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거짓말 같네요.” 수현은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웃고 나니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선명해졌다. 그녀는 커피가 그립고, 자판기 앞에 서서 별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던 자신이 그리웠다. *** 서고의 작은 시계가 오후 종을 울렸을 때 수현은 봉인 기록판에 붙은 실의 색을 다시 확인했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회색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보니 푸른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었다. 루세는 그 실이 어느 연도에 쓰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 색만으로 제작 연도를 알 수 있나요?” “대략의 계통은요. 하지만 나중에 다시 묶었을 수도 있으니 봉인 당시 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죠.” 수현은 눈앞의 사소한 차이가 많은 질문을 낳는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작은 실 한 가닥이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보존 도중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면 그 안의 내용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도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했다. 페른이 곁에서 말했다. “우리는 가끔 실을 바꿉니다. 끊어진 봉인을 그대로 두면 안 되니까요. 다만 언제 누구의 입회 아래 교체했는지 반드시 적어 둡니다.” “그 기록은 어디 있나요?” “두 번째 장부요.” 수현은 장부를 펼쳤다. 봉인을 바꾼 날의 보존자는 두 명으로 적혀 있었다. 이견을 적는 칸에는 아무 내용도 없었지만 '이견 없음'이라고 쓴 문장은 없었다. 수현이 그 차이를 묻자 페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이 적혀 있지 않다는 건 실제로 이견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날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죠.” 수현은 그를 바라봤다. 보존고에서 며칠 일한 직원이 그녀가 여러 달에 걸쳐 배운 내용을 너무 쉽게 말하고 있었다. “페른 씨, 정말 좋은 보존자가 되겠네요.” 페른은 귀까지 붉어졌다. “아직 실수도 많이 합니다.” “실수를 고칠 수 있게 기록하는 사람이 좋은 보존자 아닐까요?” 그는 대답 대신 조심스레 장부를 덮었다. 수현은 그 손길이 처음보다 훨씬 신중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누수가 진정된 뒤 페른은 바닥에서 떨어진 종이 한 장을 주웠다. 종이는 젖지 않았지만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읽으려다 디아가 내민 손에 멈췄다. “그 종이, 원래 어느 서랍에서 나왔는지 확인했나요?” “상자 옆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럼 그 사실까지만 말할 수 있어요. 누구의 것이라고 단정하지 마세요.” 페른은 종이를 투명한 보관판 위에 올렸다. 표면에는 [봉인 확인표 별지]라는 글씨가 보였다. 글자 아래의 날짜가 두 차례 고쳐져 있었다. 어두운 잉크 위에 옅은 잉크가 덧칠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수현은 멀찍이서 바라봤다. “고쳤다는 이유만으로 위조는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디아가 대답했다. “오기를 바로잡았을 수도 있고, 시대가 다른 달력으로 변환했을 수도 있어요. 수정한 이유를 적은 문서가 있는지가 중요하죠.” 페른은 새 접수표를 꺼냈다. 그는 처음에는 날짜를 옮겨 쓰려다가 멈췄다. 대신 '상자 근접 바닥에서 발견, 소속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수현은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쓰는 사람은 그 다음 사람에게 선택지를 남겨 준다. 점심 식탁에서 페른은 창고 근무에 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창고가 세 개나 있지만 상근 인원은 네 명뿐이었다. 폭우가 오면 보존 관리보다 배수로 청소가 먼저였고, 야간 경보가 울리면 누가 달려올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보존고는 비밀을 지키는데, 직원은 자기 휴가를 숨겨야 해요.” “왜 숨겨요?” 수현이 물었다. “휴가를 낸 날 누가 대신 일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신청서를 내면 디아 선생님이 눈치를 주진 않지만, 다른 직원이 대신 밤을 새야 하잖아요.” 수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휴가가 눈치가 되는 이유를 직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면 안 되겠네요.” 디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존 인력 증원은 왕도 예산실에서 계속 반려했어요.” “그럼 업무량 기록은 얼마나 있나요?” “상자 수는 있는데, 실제 밤에 깨어 있었던 시간은 따로 적지 않았죠.” 그 말에 수현은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었다. 귀환 기록을 찾아온 사람이 보존고 직원의 교대표를 들여다보게 되는 일. 이상하게도 자신의 삶과 가장 멀어 보이는 일에서 익숙한 문제를 만났다. “제가 공식 자문역은 아니지만, 보존 업무가 시간마다 얼마나 필요한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움을 원하시면 일지 견본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디아가 물었다. “대가는요?” 수현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은 개인 의견으로 견본만 보여 드리겠습니다. 별도 일을 맡기실 거라면 범위와 보수부터 정하시고요.” 세드나가 옆에서 작게 웃었다. “이제는 자기 노동도 빼놓지 않으시는군요.” “원래 직업이 그건데요.” 그들은 도표를 한 장 만들었다. 봉인 확인, 결로 점검, 방문자 접수, 긴급 이관, 휴게 및 교대 시간을 각각 적었다. 페른은 처음에 이 모든 작업을 '관리'라는 한 칸에 넣으려 했다가, 실제로 시간을 기록해 보니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왕도에 인력을 요청할 때 이제는 상자 수 말고 실제 야간 근무 시간을 보여 줄 수 있겠네요.” “그렇죠. 상자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하는 것과, 그 상자를 지키기 위해 사람이 얼마나 일하는지 말하는 건 다르니까요.” 디아는 도표를 보다가 한 칸을 추가했다. [다음 교대자 미도착 시 즉시 보고. 도착한 것으로 간주하지 말 것.] 수현은 그 문장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보존고에도 '도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편의가 존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적어도 이 직원들은 확인되지 않은 도착을 확인이라고 쓰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늦은 오후, 두 번째 봉인 관리자가 서명하러 왔다. 그는 기록의 중요성보다 먼저 새 교대표를 살폈다. “제 이름이 없는 밤에 저를 부르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디아가 답했다. “긴급 상황일 때는 연락할 수 있지만, 상시 당직과 긴급 호출을 구분하겠다는 뜻이죠.” 관리자는 천천히 서명했다. 수현은 직원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종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 보존함 속의 진실을 지키는 일과, 보존함을 지키는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이 완전히 별개는 아니었다. 오후에 허용된 표면 열람에서 이상한 흔적이 드러났다. [경로 독립 검증] 기록판의 뒷면에 적힌 번호는 기술서고에 보관된 사본과 일치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추가 표식이 있었다. [W-12. 확인 대기. 종점 당사자 미확인.] 페른은 표식을 읽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W는 여기서 취소라는 뜻이 아닙니다. 보존 경고 계열이에요.” “그럼 12는?” “일련번호일 수도 있고 해당 서식에서 나누는 항목 번호일 수도 있죠.” 수현은 종이에 적었다. 미확인. 보류. 확인 대기. 취소가 아님. 세 단어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전혀 다른 결정을 뜻했다. 세드나가 물었다. “본문 열람 허가를 받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권리자가 누군지 먼저 가려야 해요. 이 기록엔 살아 있는 사람의 신원이나 연락처가 포함됐을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를 모른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도 되는 건 아니죠.” 수현은 잠시 문밖을 보았다. 창고 옆 밭에는 어린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기록을 열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누군가의 이름 없는 자료로 취급받았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었다. “부분 가림 열람을 요청하겠습니다. 사람 이름이나 주소 대신 절차 항목만요.” 디아는 서식 하나를 내밀었다. “그럼 신청인 대신 기록을 어떻게 가릴지 정하는 건 우리가 맡겠습니다. 허용된 영역만 보시게 될 거예요.” 수현은 서명했다. 이번 서명은 무엇인가를 마음껏 보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보지 않을 범위를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날 저녁, 창고를 나오며 페른이 뒤따라왔다. “아까 그 W-12 말입니다. 예전 장부에서 비슷한 표기를 본 적이 있어요.” “어디에서요?” “사람에게 보내는 통지가 아니라, 통지를 보낼 수 없었던 이유를 적는 책이었어요. 보존고가 생기기 전에는 세 번째 창고에서 관리했다고 들었습니다.” 디아가 뒤에서 그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세 번째 창고는 지금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수현은 그 말이 왜 불편하게 들리는지 곧 알아차렸다. 아무도 쓰지 않는 것과 아무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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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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