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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멈출 권리를 묻는 날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164자

오프라인 책장
오래된 재가동 기록을 찾는 일은 이상하게 현재의 출입 기록을 고치는 일부터 시작됐다. 공동기술서고는 밤새 한 번 더 문을 닫았다. 예전 접속부의 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작은 균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파르마는 위험 구역 출입을 즉시 중단했고 루세는 장비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점검을 시작했다. “책을 읽는 데도 사고가 나네요.” 수현이 말했다. “책 때문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기록을 오래 보관하려면 시설을 운영해야 하니까요.” 파르마가 답했다. “그 운영을 누가 어떻게 하는지가 결국 문제라는 거죠.” 수현은 문 앞에서 멈췄다. 보존 자료가 안에 있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 불편했지만 오늘은 그게 옳았다. 사람을 귀환시키려는 기술 연구가 안전 규정을 건너뛰는 순간, 자신은 다시 누군가의 의사와 몸을 마음대로 다루는 일을 보고 있어야 했다. 파르마는 원본을 옮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창고 바깥에 있는 사본과 목록만 살폈다. 수현도 동의했다. 위험한 장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조사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 바르트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는 부록은 드디어 공동 심사 기록원에서 나왔다. 원문에는 기계 재가동 허가란이 있었다. 앞줄에는 시험 총괄 책임자 서명, 뒤에는 안전담당자의 승인 칸이 있었다. 뒤쪽은 비어 있었다. “그럼 재가동이 승인되지 않은 건가요?” 세드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문서에 승인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별도 허가서가 존재할 수도 있죠.” “확인되지 않은 승인을 있다고 가정해서 사람을 들여보낼 수는 없겠네요.” “맞습니다.” 문서의 다음 장에는 중단 지시 시각과 기계 소음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 중단 지시는 분명히 있었고, 그 뒤에 장비가 한 번 더 작동한 흔적도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누가 손잡이를 당겼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았다. 루세는 그 기록을 읽고 입을 다물었다. 수현은 잠시 그를 기다렸다. 기술자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초기 연구진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결과를 만들고 싶어 했겠죠. 그런데 그 마음 때문에 필요한 사람의 확인을 빼버렸어요.”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누가 도장을 찍었는지만 확인해서는 안 되겠네요.” “네. 중단을 말한 사람이 이후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도 봐야 합니다.” 수현은 그 말을 서류 맨 위에 적었다. 사건의 책임과 안전 제도의 개선은 함께 가야 했다. 누가 그때 손잡이를 당겼는지 찾아내더라도, 다른 사람이 내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면 문제는 남는다. *** 오후에 왕립길드에서 소환 이의에 관한 새 통지가 왔다. 심사반은 수현의 사전 동의 부재를 공식 기록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귀환 지원 계획의 실제 시행 시점을 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기술적 검증 부족이었다. 수현은 통지서를 두 번 읽었다. 눈앞이 캄캄하지는 않았다. 실망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열린 문으로 들어왔는데 나갈 문을 찾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세드나가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일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그건 알겠어요.” “이의 신청의 효력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알아요. 그래도 일정이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하네요.” 수현은 책상 앞에 앉아 잠시 말없이 종이를 정리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절차를 설명해 왔지만, 이제는 그 절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자신이었다. 그 경험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의 답답함을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게 했다. “제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제일 힘들어요.” 세드나가 대답했다. “그럼 다음 통지 시점을 요청합시다. 귀환 일자가 아니라 진행 상황을 알려 줄 주기라도 정할 수 있어요.”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거 좋네요.” 두 사람은 일정 통지에 관한 보완 신청서를 작성했다. 누구에게든 무기한 대기하라고 말하는 건 쉬웠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의 생활과 불안까지 책임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 저녁에 라비엔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북방 회복소에서 자신의 계약 정산이 한 단계 나아갔다는 소식이었다. 과거 전출 통지의 수령 확인이 빠져 있었지만, 그가 실제로 수행한 기록 업무와 이에 대한 보수는 다른 증빙으로 확인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원정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서 몸을 더 회복하고, 지금 맡은 기록 일을 어떻게 이어 갈지 제가 선택할 겁니다. 오르카에게도 전해 주세요.] 수현은 편지 내용을 오르카에게 그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라비엔이 허락한 마지막 문장만 적어 보냈다. 자신이 편지 전체를 읽었다고 해서 남의 이야기를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편 메이는 치료비 잔여분의 재심사 기일을 받았다고 했다. 강제 징수는 여전히 보류 상태였고 고리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출 원장과 개인 청구 사유를 별도로 설명받기로 했다고 했다. 수현은 두 편지를 나란히 놓았다. 라비엔도 메이도 어느 한 순간에 모든 문제가 끝나는 이야기를 살지 않았다. 조금씩 스스로 말하고, 기다리고, 다시 고치는 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 그날 오후 수현은 기술서고 밖의 임시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았다. [역방향 시험 성공 가능성에 관한 공개 설명회. 출입 자유.] 누가 붙였는지 서명도 없었다.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잃어버린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현의 발걸음이 멎었다. 그녀의 소환 사건을 알고 누군가 만든 문구일까. 아니면 오래된 연구 자료를 흥미롭게 포장한 광고일까. 세드나도 옆에서 공고를 읽었다. “공식 서고 행사로 승인되지 않은 문장입니다.” “그럼 주최자가 누구인지 확인해야겠네요.” 두 사람은 게시판 관리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담당자는 아침에 어떤 사람이 허가받은 기술 설명회 포스터라고 해서 붙여 주었다고 했다. 그는 주최자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르덴이 공식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공고는 일단 내려졌다. 수현은 종이를 버리지 말고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허가 광고라면 그 사실을 남겨야 하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위험한 실험을 모집하려 했다면 더 자세한 확인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아직 주최자를 범인처럼 취급할 수는 없었다. 잠시 뒤 한 청년이 찾아왔다. 그는 민원 중계 설비에 관심이 많은 견습 기술자였고, 공개 설명회를 열어 연구비를 모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저는 사람이 돌아갈 수 있다고 확정한 적은 없습니다.” “그럼 이 문구는 어떻게 쓰셨죠?” 수현이 물었다. 청년은 포스터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와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현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물었다. “그 설명을 듣고 위험한 장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런 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관심을 얻기 위해 쓴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약속처럼 들릴 수 있어요. 실제로 가능한 일과 아직 모르는 일을 구분해 주셔야 해요.” 청년은 고개를 숙였다. 아르덴은 기술서고의 이름을 쓸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허가된 공개 강의가 필요하다면 안전담당자의 검토를 거쳐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수현은 그가 떠난 뒤 포스터를 다시 보았다. 자신도 이런 말을 듣고 달려갈 수 있었다. 누군가 ‘서울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단정했다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계 앞에 서는 일조차 생각했을 것이다. “귀환을 바라는 사람이 제일 쉽게 속을 수도 있겠네요.” 세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공식 절차가 중요한 겁니다. 절차가 항상 빠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무엇을 약속하는지 남겨 둘 수 있죠.” “그렇다고 절차만 있다고 안전한 건 아니고요.” “맞습니다. 절차가 실제로 지켜져야죠.” 수현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누군가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해 주는 일은 너무 쉬웠다. 그 말을 믿고 자기 삶을 맡기는 사람을 보호하는 일은 훨씬 어려웠다. 저녁 회의가 시작되기 전 파르마는 아르덴에게 한 장의 개선 요청서를 건넸다. 위험 시험과 관련한 대외 설명에는 참여 조건과 검증 한계, 중단권을 함께 안내하자는 내용이었다. 아르덴은 검토 후 서고의 공식 안내문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루세는 말했다. “이제부터 발표 자료 첫 장에 ‘사람은 보내지 않습니다’라고 적어 두겠습니다.” 수현이 웃었다. “아마 그 한 줄 때문에 질문이 줄어들겠네요.” “그래도 실제로 가능한 일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겠죠.” 그날 밤 수현은 자기 귀환 지원 신청서를 다시 읽었다. 여전히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이 있었다. 이제 그 아래에는 이 문장도 붙었다.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만으로 내 몸을 시험 대상에 맡기지 않는다.] 그것은 희망을 포기하는 문장이 아니었다. 희망을 오래 지키기 위한 문장이었다. *** 공고를 내렸던 견습 기술자는 그날 늦은 오후 정식 공개 설명회 계획서를 다시 가져왔다. 이번에는 제목이 달라졌다. [역방향 연구의 현재 수준과 확인되지 않은 위험.] 수현은 제목을 읽고 미소 지었다. 청년이 그녀에게 칭찬을 기대하는 듯했지만, 수현은 대신 물었다. “설명회에 누가 올 것으로 예상하세요?” “연구자와 학생들요. 그리고 가족이 실종된 사람도 올지 모릅니다.” 그 마지막 말에서 수현은 표정을 가다듬었다. 누군가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기 위해 이 기술을 믿고 싶어 한다면, 더욱 정확한 설명이 필요했다. “실종자를 찾는 기술이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 주세요. 지금 확인된 건 제한적인 정보 전송과 보존 기록이지 사람의 위치 추적이 아니니까요.” 청년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을 첫머리에 넣겠습니다.” 파르마는 안전 안내와 질문 접수 절차를 마련하도록 도왔다. 설명회를 여는 일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위험한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확실한 구원처럼 말하는 태도였다. “언젠가 진짜로 누군가를 돌아오게 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수현도 조용히 답했다. “저도요. 그래서 지금은 정확하게 알아야겠죠.” 청년이 떠난 뒤 수현은 자신의 신청서를 다시 살폈다. 그녀는 여전히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거짓 기대를 품게 된다면 자신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했다. 그날 저녁 서고의 공개 안내문에는 새 문장이 붙었다. [본 시설은 인체 귀환 또는 실종자 발견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수현은 한참 그 문장을 바라봤다. 자칫 절망적인 안내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오히려 그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연구자들이 믿음직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젠가 정말 확인된 사실을 말할 때도 믿을 수 있을 테니까. *** 파르마가 저녁 안전 회의에 수현을 초대했다. 이번에는 수현의 귀환 사건을 조사하려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래된 장치의 재가동을 누가 허가할 수 있는지 새로운 절차를 정하는 자리였다. 파르마는 특별한 요청을 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 규정을 읽어 주시겠어요? 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뿐 아니라 기록 열람자나 시설 안에 있는 직원도요.” 수현은 규정을 찬찬히 읽었다. 누군가가 위험을 발견하면 작업을 멈출 수 있다. 그런데 중단 요청은 상급 운영자의 검토가 있어야만 유효하다고 적혀 있었다. “여기가 문제 아닐까요?” “어디요?” “멈추겠다는 사람에게 멈추기 전에 허락받으라고 하면, 급할 때는 늦을 수 있잖아요. 즉시 중단한 다음 기록을 검토하는 건 어떨까요?” 회의실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루세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덴은 운영 인력 배치를 생각하며 계산을 시작했다. 파르마는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위험 발견 시 누구든 작업 즉시 중단을 요청할 수 있으며, 담당자는 요청을 지체 없이 이행한다. 중단의 적정성은 사후 검토한다.] 그 문장이 완성됐을 때 수현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자신이 돌아가는 장치를 아직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그 장치를 만지는 사람이 무엇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그날 밤, 제1권 뒤쪽에서 발견된 희미한 메모 하나가 다음 사건을 열었다. [제0경로가 실패한 원인은 종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종점 확인자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현은 종이를 들여다봤다. 종점 확인자. 자신이 온 세계의 수신측 담당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 그것은 처음으로 ‘어디로’라는 질문보다 ‘누가 확인하는가’라는 질문을 앞세우게 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아직 증명하지 못하면서도, 다음에 찾을 문서의 이름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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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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